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교황의 탄핵안 발의!
중앙 신전 고위 사제들 일부와 교황파의 대립.
성도가 뒤집혔다!
성도, 노비엔스와 관련된 소문이 세상을 강타하는 순간.
맥라인 왕국의 한구석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제 귀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추기경 예하.”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우리는 결코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오! 버림받은 자들의 신병을 내놓던지 아니면…….”
얼굴이 잔뜩 상기된 에셀이 여느 때와 같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이어진 검공의 한마디에 그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중앙 신전 내부에서 교황 성하의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추기경쯤 되시는 분이 이곳에 계셔도 되겠습니까?”
“……뭐?”
“신전에 문제가 생겼단 말입니다. 얼른 가 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다시금 이어진 검공의 말에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에셀의 얼굴이 흙빛으로 질렸다.
황급히 막사 안으로 달려 들어간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밖으로 뛰쳐나왔다.
“조사단은 급히 신전으로 귀환한다!!”
그 다급한 목소리를 끝으로, 조사단의 행보가 결정되었다.
두두두두.
미친 듯이 질주하는 조사단의 뒤, 마찬가지로 속도를 내고 있던 2군단의 정예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미친놈들을 정말 이대로 돌려보내야 하는 겁니까?”
루이스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들은 주변의 기사들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이단심문관은 미쳐도 제대로 미친 광신도일 뿐이었다.
자신의 종교관에 맞지 않는다면, 사소한 빌미만으로도 철퇴를 휘둘러 머리를 깨려 들거나 화형을 주장하는 자들.
만약 기사들이 막지 않았다면, 대체 얼마나 되는 인명이 억울하게 죽어 나갔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검공 또한 그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저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놈들이 우리 왕국 내에서 피해를 보게 놔둘 수는 없다. 그 자체로 신전에 빌미를 잡힐 테니까.”
“끄응. 안타깝군요.”
“고작 탄핵 심의에서 표 하나 늘리겠다고 신전의 공식 입장도 무시하고 이리 서두르는 소인배다. 나머지 것들은 세뇌된 인형이나 마찬가지고. 굳이 마음에 담아 둘 필요 없다.”
그 담담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던 루이스는 문득 떠오른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표요?”
“주교급 이상의 고위 사제들이 전부 모여 탄핵 결의에 관한 투표를 한다더구나. 거기서는 추기경도 그냥 한 표라더군.”
“허…… 고작 그것 때문에 이리도 급하게……. 아, 그럼 이단심문관들의 표도 들어가겠군요. 대행자라는 것들이 주교급 신성력을 가졌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각 교구를 책임지는 주교들이라니까 그들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정말 고작 한 표를 행사하자고요?”
“저자야 자기 입장이 가장 중요할 테니까. 교황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겠지.”
미친놈들의 수장이 저리도 급하게 움직이는 논리는 그토록 간단했다.
“거참. 몇 주를 봤는데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종자로군요.”
루이스가 냉소를 흘리며 에셀을 비웃었다.
물론 그런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에셀은 그저 다급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3일간 말을 달린 끝에 마침내 교역 도시 카일을 지나 국경에 다다른 검공이 후련한 얼굴로 에셀에게 말했다.
“자, 저희는 여기까지군요. 살펴 돌아가십시오, 추기경 예하.”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소이다.”
빙긋 미소까지 머금고 있는 검공에게 에셀이 이를 악물고 답했다.
기사단의 방해로 조사단이 하고자 했던 어떤 일도 이루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환하게 된 그로서는 이가 갈리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더 불평할 시간은 없었다.
“최대한 빨리 복귀한다!”
히이이잉.
다급히 국경을 넘어 멀어지는 조사단의 뒷모습을 보며 루이스가 농을 건넸다.
“이제 수도로 돌아갈 일만 남았군요. 오랜만에 스텔라 아가씨를 볼 수 있으실 테니 기분이 좋으시겠습니다.”
“아니,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았다.”
싱긋 웃는 루이스와는 달리, 그의 상사는 굳은 안색으로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예?”
“기사들을 인솔해 먼저 돌아가라.”
“제……가요?”
“폐하의 명이 있었다. 나와 체격이 비슷한 이를 내 애마에 태워 선두에 세워라. 겉으로나마 나를 대하듯 해야 할 것이다. 너와 기사들 모두.”
그 말에 루이스의 안색이 대번에 굳어졌다.
“설마…….”
“부탁한다.”
그의 어깨를 두드린 검공이 이내 말 위에서 사라졌다.
검공이 자랑하는 귀신 그림자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그의 곁에서 보고 배워 온 루이스는 흐릿하게나마 그 움직임이 서쪽을 향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에이. 설마…….”
불안감이 들었지만 이내 검공의 명을 떠올린 루이스는 그대로 수도를 향해 말을 몰았다.
“더! 더 빨리! 늦어! 늦는단 말이다!”
두두두두.
검공을 비롯한 맥라인 2군단 기사들의 환송(?)을 받으며 제국 국경에 진입한 이래, 에셀은 이단심문관들을 독촉하며 점점 속도를 높였다. 그 선두에서 말을 달리는 본인이 가장 힘들어하면서도 말에 신성력을 쏟아붓기까지 했다.
‘탄핵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교황이 탄핵당하면 그도 끝장이다.
그가 아는 교황은 절대 혼자 죽지 않을 테니까.
‘나를 끌고 들어가고도 남을 사람이야.’
그 짐작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타락한 사제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단순히 뇌물 정도로는 신전에서도 그리 엄중히 죄를 묻지 않겠지만, 그의 은밀한 취향은 썩을 대로 썩어 버린 사제들 사이에서도 금기시되는 것이었다.
밝혀진다면 파문은 당연하고, 처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교황이 그를 졸처럼 부릴 수 있지 않았던가.
엄연히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추기경임에도 말이다.
새삼 미숙하던 시절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왜 증거를 남겨서는.’
물론 그 역시 교황이 순순히 탄핵당할 것이라곤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 충성심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 마음에 이토록 서두르는 것이었는데 질주하던 기마의 뒤에서 뜬금없는 말이 들려왔다.
“추기경 예하. 전면에 장애물이 보입니다!”
장애물?
바쁘게 말을 달리고 있는 언덕 위, 저물어 가는 석양 너머로 우두커니 서 있는 석상 같은 것들이 보였다.
‘저게 뭐지?’
제국의 국경에서 중앙 신전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지름길만 택했기에 길이 험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올 때도 이용했던 길인만큼, 저런 인상적인 장애물이 있었다면 모를 리가 없었다.
쿵. 쿵.
“어? 움직, 움직입니다!?”
“뭐?”
“골렘이다!”
“전원 전투 준비!”
당황하는 에셀을 대신하여 로브가 조사단 전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반나절을 넘게 달린 데다 언덕을 오르느라 체력을 거의 소진해 버린 말들은 그 움직임이 민첩하지 못했다.
쿵. 쿵. 쿵. 쿵.
조사단이 미처 전투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석상들이 점점 빠른 속도로 바닥을 찍으며 다가왔다.
어느새 그들의 바로 앞에 다다른 석상은 그 높이가 3m는 훌쩍 넘는 것이, 흡사 거인 같았다.
게다가 그 거대한 석상들은 갑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 하나같이 거대한 양손 무기를 들고 있었다.
투핸드 소드나 양손 망치 등, 투박하지만 아주 튼튼해 보이는 그 흉기들은 웬만한 생물의 머리통 정도는 쉽게 썰어 버릴 수 있을 것처럼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50기가 넘는 무장한 석상들의 돌진.
그것을 전면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안색이 돌처럼 굳어졌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영문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가 그들의 전신을 짓눌렀다.
“마법!! 모두 신성력 전개!”
로브의 고함과 함께 대행자들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광역 단체 성법, ‘성역 선포’. 세인트 오러와 순수 신성력을 통달한 대행자들이 다수 모여야만 시행할 수 있는 최고급 성법이었다.
그 성법은 이름 그대로 이단심문관들의 전투력과 사기를 일시에 끌어올렸다.
“우와아아!”
동료들의 함성을 들으며 로브 역시 다시 투지를 북돋웠다.
어떤 놈들이건 단숨에 작살낼 수 있다.
자신들은 지상에서 신의 뜻을 실현하는, 신벌의 대행자였으니까.
‘검공 그자가 비정상일 뿐, 우리는 최강이다!’
로브가 그렇게 확신하며 자신의 철퇴를 힘껏 들어 올릴 때였다.
‘위험!’
순간 느껴지는 섬뜩함에 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스각.
이내 작은 소음과 함께 철퇴를 쥐고 있는 팔 하나가 허공에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묘하게 익숙한 광경이었다.
곧바로 격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 역시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물론 그 고통 자체는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악!”
“쯧. 둘이나 피해?”
로브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는데, 지난 몇 주간 귀에 익숙해진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동료의 잘린 목보다 그 목소리가 더 섬뜩했다.
“거, 검공!!”
그 외침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복면인 한 명이 로브의 전면에 나타났다.
기세는 물론 목소리조차 무척 익숙함에도 복면인은 능청스레 되물었다.
“음? 누구? 난 그런 사람 모르는데?”
“웃기지 마라, 이놈! 신벌이 두렵지 않느냐!”
그 고함에 대한 답은 검공(?)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들려왔다.
“이게 천벌이다!”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와 함께 조사단의 한가운데서 황금빛 오러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순간, 그 주변에 있던 이단심문관 십여 명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사지가 종잇장처럼 찢겨 목숨을 잃었다.
곧이어 요란한 굉음과 함께 땅이 무너져 내렸다.
우르르르릉.
조사단이 돌진해 오던 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일대의 지반이 7, 8m 가까이 내려앉아 버린 것이다.
히이이이잉!
“아악!”
“조, 조심!”
“대마법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300여 명에 이르는 이단심문관들을 전부 죽일 수는 없었지만, 이미 광범위 중력 마법에 비틀거리던 조사단의 말들은 단말마와 함께 몰살되고 말았다.
그 끔찍한 광경에 전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복면인에게 꽂혔다. 급작스레 벌어진 엄청난 참상과 그것을 만들어 낸 이의 등장에 조사단은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고 투지를 간직하던 소수의 이단심문관들은 그 복면인의 가슴이 크게 오르락거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저, 적이 무리했다!”
“지금이다! 죽여라!”
“신벌을 받아라!”
하지만 그 순간.
“어림없다!”
순식간에 쏘아진 붉은빛 오러가 중앙의 복면인에게 다가가려던 심문관들을 꿰뚫고 지나갔다.
“검공! 이 이단! 신벌을 받을 것이다!”
이단 조사단 중엔 유일하게, 추락에 따른 부상에 그친 에셀 추기경이 발목을 절룩이며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검공(?)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이단심문관들을 학살할 뿐이었고, 이내 후미에서 또 다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모조리 갈아 주마!”
한 이단심문관의 옆구리를 강타한 은빛 폭풍.
어디선가 나타난 빼빼 마른 복면인을 중심으로, 이단심문관들 사이에 은빛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콰콰콰콰콰.
“아아아악!”
순식간에 전장의 중심부로 파고든 은빛의 바람이 갑옷의 빈틈을 뚫고 지나가며 이단심문관들의 뼈와 살을 분리했다.
새하얀 빛살을 뿌리며 은빛 바람을 막아 낸 일부 수석심문관들도 마른 복면인이 휘두른 뾰족한 쇠꼬챙이 같은 검에 속절없이 꿰뚫리고 말았다.
은빛의 폭풍은 어느새 시뻘건 피의 폭풍이 되어 조사단의 후미를 초토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50여 기의 석상들이 내려앉은 지반 밑으로 뛰어들었다.
콰아아앙!
운석이 떨어지듯 뛰어내린 골렘들은 거대한 무기들을 거침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이런!”
“싸워!”
“막으라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골렘 하나 정도야 능히 감당했을 이단심문관들은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무력하게 쓸려 나갔다.
이윽고 아군의 호위 아래 한참 동안 숨을 고르던 중앙의 복면인이 다시 황금빛 오러를 뿜어내기 시작하는 순간, 이단 조사단의 운명은 결정되고 말았다.
“도망친 자는 없습니다, 폐…… 크흠. 주군.”
“그 대행자들인가, 칼질하는 맛이 있는 적들이었습니다. 못 온 덩어리에게 말해 주면 꽤 안타까워하겠군요. 끌끌.”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삽시간에 신전의 정예들을 몰살시킨 복면인들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골렘들의 뒤에서 걸어 나온 마도사까지 고작 4명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의 예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했던, 그렇기에 계획한 일이기도 했다.
“그럴 리가요. 주군의 힘이 가장 컸지요.”
“언제 봐도 그 일격은 정말 말도 안 되는군요.”
“스승님께서 해 주신 충고가 컸지요.”
복면인들의 대장, 로건은 복면 안에서 미소로 답했다.
신검 비전의 6식, ‘근원 가르기’는 이론상으로는 그 범위 내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나 생명을 그 강도와 상관없이 분쇄할 수 있는 절대의 살상기다. 하지만 그에 들어가는 힘이 소수의 사람이나 대상을 처리하기에는 너무나도 막대했다.
그렇기에 검공은 그 식을 변화시켜 주변의 지형이나 물체를 분쇄하는 광범위 공격으로 활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충고를 건넨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변식, 만상붕괴(萬象崩壞)가 예전 내전 때에 이어서 두 번째 활약을 한 것이다.
“루……, 그 녀석을 데리고 오지 못해 살짝 불안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요.”
“무식하게 덩치만 큰 게 잘못이지요. 그 녀석은 눈에 안 띌 도리가 없잖습니까.”
칼잡이들이 그렇게 자리에 없는 사람까지 타박하며 웃었지만, 마도사는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군. 제가 대지의 기억까지 지워 완벽하게 뒤처리를 한다고 해도 심증은 우리에게 쏠릴 겁니다. 원하시는 신전의 혼란보다는 오히려 우리 왕, 흐흠, 우리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역효과가 생길까 우려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지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로건은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클레이튼의 염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