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이게 무슨 개고생인지.’
명령을 받고 왕의 동생을 찾기 위해 남부 산맥에 들어선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부르델은 커다란 나무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있는 거대한 나무의 아래에는 대체 뭘 먹고 큰 것인지 웬만한 초가집만 한 체고를 자랑하는 거대한 퓨마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덩치도 덩치지만, 놈은 족히 30m는 될 법한 이 나뭇가지 위로 한달음에 점프할 수 있는 도약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마수림에서부터 애용해 온 토히렌의 가죽으로 만든 이 옷이 아니었다면…….
‘냄새만으로도 대번에 들켰겠지.’
잡으려면 못 잡을 것도 없었지만, 일격에 놈의 눈을 관통해서 뇌를 파괴하지 못한다면 근처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가 우르르 몰려들 것이다.
그것도 하나하나가 최상급기사 수준은 될 만한 괴물들이.
어떻게 아냐고?
불과 두 달 전에 그 엿 같은 상황을 직접 겪어 봤으니까.
그 결과 그는 남부 산맥 입구까지 정신없이 도망친 뒤, 심처로 향하는 길을 다시 처음부터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진절머리가 나는군. 마수림에서 못 볼 꼴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마수림에서의 고생이 더 생생했지만, 여기서 몇 달만 더 머무르면 그 생각도 곧 바뀔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있다!’
자이언트 퓨마가 지나간 자리 옆으로, 수풀이 눕혀져 있는 게 보였다.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이 숲에서 저 정도 크기의 흔적을 만들려면 인간이나 그 이하 크기의 생물체여야 했다. 그리고 부르델은 남부 산맥의 심처에 진입한 이래, 자기보다 작은 생물체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인즉.
‘로니안 왕제의 흔적이다. 간신히 따라잡았군.’
대체 왕의 동생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험지에 틀어박혀 있는 건지, 부르델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이해할 수 없는 감성과 임무는 별개인 만큼, 그는 이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초인의 길을 가르쳐 주고 기사의 자격을 주는 것도 모자라, 정말 초인이 된다면 귀족의 지위도 내려주겠다는 주군의 말이 있었으니까.
‘간다.’
의지가 이는 순간 솟구쳐 오른 부르델의 몸이 소리도 없이 반대편 나뭇가지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남부 산맥에 들어온 지 6개월.
초인의 경계를 넘보던 활 솜씨보다도 몸놀림과 은신술이 자꾸 느는 듯한 기분이었다. 검공, 펠릭스 에스페란자에게 배운 귀신 그림자가 수십 년의 마수 사냥 경험에 더해지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르델은 그 사실이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
‘집에 가고 싶다.’
마수림 근처의 초막이 아닌, 그랑 내성의 아늑한 저택이 자꾸만 떠올랐다.
하지만 그러려면.
‘임무부터 끝내야지. 집중!’
슬쩍 인상을 찌푸린 부르델은 잡념을 비워 내고 아래의 흔적을 계속해서 쫓았다.
타고난 시력도 좋았지만 포스의 경지가 오름에 따라 계속해서 발전한 그의 눈은 이제 수십 미터 정도의 거리는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차분히 흔적을 훑던 그는 다시금 확신했다.
‘흔적이 이어진다. 확실해. 이 근처에 살고 있는 거야.’
부르델의 눈동자가 옅게 떨렸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임무의 끝이 보인다.
그 생각에 자신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부르델이 거대한 동물의 보금자리 같은 동굴을 발견한 것은 처음 수풀에 난 흔적을 발견한 지 고작 30여 분 만이었다.
동굴에서 족히 수백 미터는 떨어진 거대한 나무의 가지 위인 데다 동굴 안엔 칠흑 같은 어둠만이 가득했지만, 그에게는 별다른 장애가 되지 못했다.
‘개안.’
자신만의 독특한 포스 운용법.
눈으로 집중된 포스가 시력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고, 포스가 가진 이능의 빛은 그 먼 거리에서도 동굴 안의 어둠도 꿰뚫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부르델은 마침내 원하던 것을 보았다.
“사람!”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아마도 그가 마수림에서 명성을 떨치던 때였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였지만, 그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컸다.
스륵.
작디작은 소리.
하지만 그 작은 소리 뒤에 이어진 것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살기였다.
부르델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나뭇가지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순간.
파아아아앙!
그가 있던 자리가 요란한 파공음과 함께 터져 나갔고, 잔뜩 긴장한 채 뒤를 돌아본 그의 눈에 머리가 웬만한 사람 몸통보다 커다란 괴물 뱀이 보였다.
세로로 찢어진 샛노란 눈동자에서 먹잇감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살기가 흘러나오며, 자연스레 부르델의 몸을 압박하려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이상한 괴물과의 싸움은 수도 없이 겪어 본 것이 바로 부르델이었다. 특히나 시야, 눈에 한정해서라면 초인보다도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포스를 끌어 올리는 것만으로 괴물 뱀의 사안을 어렵지 않게 떨쳐 낼 수 있었다.
‘남부 산맥이 아니라 거수림(巨獸林)이라고 하지 그랬어.’
대체 저만한 크기의 뱀이 언제 자신의 등 뒤로 다가와 있었단 말인가.
마수림과의 차이를 비교해 보며, 부르델은 그대로 공중에서 활을 꺼내 쏘았다.
수십 미터 아래로 낙하하는 와중, 그것도 갑작스러운 기습을 피한 직후였다. 그럼에도 순식간에 자세를 비틀어 활을 쏘는 그의 움직임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화살촉 끝에 붉은 빛으로 맺힌 포스블레이드, 아니 포스샷까지도.
슉.
콰아앙!
“키에에엑!”
하지만 아쉽게도 첫발은 괴물 뱀의 눈꺼풀에 맞고 튕겨 나가고 말았다.
‘무슨!?’
아무리 상식 밖의 크기라지만 뱀의 눈꺼풀이 바위도 뚫는 포스샷을 튕겨 내다니.
그 황당함을 미처 체감하기도 전에 부르델은 황급히 바닥을 굴렀다.
스아아아아.
자신이 있던 자리에 돋아난 풀들이 허연 연기를 피워 올리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괴성을 지른 뱀의 주둥이에서 떨어진 독액에 닿은 것이었다.
‘씨발. 저 덩치에 독도 즉사형 맹독이라고? 이게 말이 돼?’
그러나 상념에 잠겨 있을 틈은 없었다.
“캬오오!”
괴물 뱀이 나뭇가지 위에서 아래를 향해 튕겨 나가듯 쏘아지고 있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탄력적이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칫!”
부르델은 독연이 피어오르는 자리에서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연달아 화살을 쏘았다.
관통과 폭파. 두 가지 특성을 가진 포스샷이 떨어지는 뱀의 대가리에 각기 두 발씩 정확히 명중했지만.
쾅. 쾅.
촤르르르르르.
관통의 특성을 가진 화살 하나가 뱀의 눈꺼풀에 깊은 상처를 낸 게 성과의 전부였다.
게다가 괴물 뱀의 살기가 한층 더 음습해지고 진해진 듯했다.
‘이런 씨발.’
괴물 뱀이 자신을 단순한 먹이가 아닌, 까다로운 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것을 달리 말하면, 자신이 지금 정말로 X 됐다는 뜻이었다.
부르델은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인식하면서 놈을 겨눈 활과 화살에 포스를 최대한 집중했다.
마수, 그림델의 뿔로 만든 활대와 가렌의 힘줄로 만든 시위가 그의 포스에 진동하며 극한의 탄성을 더했다. 화살촉에 맺힌 포스샷은 좀 전의 경험을 참고삼아 관통력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조금씩 더 작게 응축되고 있었다.
‘한 방.’
단 한 방에 놈의 눈과 뇌를 꿰뚫어야 한다.
입을 살짝 벌려 호흡을 조절하고,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는 것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침을 삼키면서 생길 미미한 진동보다는 잠시 추해지는 것이 낫다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대응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 한 방울이 눈썹을 통과해 눈으로 흘러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고 만 그 짧은 순간.
스으으으.
콰콰콰콰콰콰.
일순간 뱀의 머리가 부풀어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더니, 놈의 입에서 녹색의 액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빌어먹을!’
본능적으로 쏘아 낸 화살이 그 독액의 파도를 뚫고 사라지는 것을 보며 부르델은 황급히 옆으로 몸을 굴렸다.
치이익.
그러나 작은 소음과 함께 자신의 가죽 신발이 타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부르델의 눈이 커졌다.
‘토히렌의 가죽을 이렇게 쉽게?’
독성에 대한 저항력도 손에 꼽히는 자신의 비전 장비에 순식간에 구멍이 뚫리고, 이내 그 녹색 액체 한 방울이 정강이에 닿는 순간.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지며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부르델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죽는다.
뱀독에 당해 죽는 것이다.
‘임무도 완수 못 하고 고작 뱀한테?’
이내 그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고작 뱀 따위가!!”
극한의 상황, 자신에 대한 실망감, 적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절망.
그 복잡한 감정들이 오기가 되어 폭발했다.
“내가! 혼자 죽을 것 같냐!”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화살에 어린 포스가 다시 한번 응축되며 상서로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생사를 도외시하고 끌어 올린 포스가 한계를 넘어서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그의 투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흔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포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 안돼!’
다가오는 거대한 뱀의 머리를 보며 부르델이 눈을 부릅떴다.
콰아아아앙!
그런 그의 눈에 급작스레 날아온 ‘주황색’의 무언가가 뱀의 머리를 강타하는 광경이 보였다.
괴물 뱀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순식간에 저만치 뒤로 튕겨 나가 나뒹굴었다.
“캬아아아악!”
“웬 사람이?”
익숙한 대륙 공용어에 실린 호기심과 반가움.
그 단순한 말이 이렇게 반갑게 들린 적이 있었을까.
더구나 붉은 머리카락에 많이 본듯한 얼굴이었다.
덕분에 부르델은 자신이 목표를 제대로 찾았음을 깨달았다.
“어, 으…….”
그러나 이미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와 말을 듣지 않는 몸으론 무어라 말을 걸 수조차 없었다.
‘아, 안돼. 이렇게.’
몸이 바닥 깊숙이 꺼지는 듯한 느낌.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에도 부르델은 다시 눈을 뜨려 발버둥 쳤다.
주황빛 영롱한 오러가 천지사방을 가득 메우며 괴물 뱀을 난도질하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생각을 이어 갈 수 있는 것도 딱 거기까지였다.
* * *
“이……봐요.”
“정신이…… 들……어요?”
띄엄띄엄 들리는 목소리.
아련하게 들리던 목소리가 점차 선명해졌다.
“이봐요! 일어나요. 깨어난 것 알고 있으니까!”
귓속을 청명하게 파고드는 맑은 목소리에 부르델은 순간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헉! 배, 뱀은!?”
“아, 그 뱀이요? 대다수는 바깥에. 그리고 일부는 여기랑 당신 뱃속에.”
그를 깨운, 붉은 머리 붉은 눈의 청년이 모닥불에서 굽고 있던 거무튀튀한 고깃덩어리를 들어 올리며 웃었다.
정신이 없어 아직 멍한 상태임에도 부르델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사냥꾼 시절의 버릇을 툭 내뱉었다.
“독 있는 뱀고기, 그렇게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데…….”
“보기보다 맛있어요. 그리고 이 뱀의 쓸개를 먹으면 이놈 독은 면역이에요. 당신도 그렇게 살아났는데, 뭘.”
“아? 아! 내 다리……!”
그 장난스러운 타박에 정신이 번쩍 든 부르델이 자신의 하체를 내려다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상을 입은 듯한 작은 흔적과 거기에서 전해지는 아릿한 통증. 그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반가웠다.
“어흐흐흐.”
다행. 다행이다.
말조차 나오지 않는 감격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목숨을 구했다는 것보다 다리가 멀쩡하다는 것에 더 감격하는 것이 웃기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을 실감하는 데는 이 다리의 통증이 더 도움이 되었으니까.
한참을 그렇게 감격에 겨워 하다 고개를 드니, 청년이 나름 구수한 냄새가 나는 고기 한 덩어리를 불쑥 내밀었다.
“먹어요. 기운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니 반갑네요.”
“아……, 가,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고기를 받아 들고 보니, 새삼 살았다는 실감이 났다.
부르델이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모닥불의 희미한 불빛 너머로 언뜻 묘한 그림과 글자가 보였다.
“……어?”
정신을 집중하자 동굴 벽에 새겨진 그림과 글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은 칼을 쥔 사람의 모습이었고, 글귀는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부르델은, 비록 칼잡이는 아니지만 저 벽에 그려진 그림이 범상치 않은 내력을 가지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오러(Aura)’라는 단어가 가장 많았으니까.
“어때요? 굉장하죠? 오러유저만 배울 수 있는 상급검술이에요. 심지어 그중에서도 최고급이라고, 글 쓴 사람이 말하더군요. 옛날에 검성이라는 이명을 얻었다던데.”
“……예?!”
그 제국 황실이나, 유서 깊은 무가에나 전설처럼 남아 있다는 상급검술?
그런 게 이런 동굴에?
“놀랍죠? 저도 처음에는 무척 놀랐어요. 그래서 여기서 1년 넘게 머물게 되었지만 말이에요. 하하.”
“아, 아니. 그런 걸 저한테 막 말해 줘도…….”
“뭐 어때요. 어차피 아저씬 딱 봐도 칼 쓰는 사람이 아니구만. 지금부터 검술이라도 배우시게요?”
독점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그 담백한 태도는 놀랍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아, 아니. 그래도 제가 소문이라도 내면…….”
“낼 거예요?”
“그, 그건 아닙니다만.”
“하하. 그럼 문제 없네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배워도 상관 없어요. 애초에 검성이라는 양반이 그러라고 새겨 둔 거 같은데요, 뭘. 그리고 본다고 해서 아무나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허…….”
그 자신감 있는 말투에서 느껴지는 묘한 여유로움에, 부르델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게 환상이 아니었구나.’
괴물 뱀을 난도질하던 주황빛 오러.
그 오러가 천지에 가득하던 광경이 다시금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청년이 불쑥 물었다.
“그런데 솜씨도 제법이던데 왜 남부 산맥 심처에까지 들어왔어요? 딱히 들고 다니는 게 없는 걸 보면, 사냥이나 약초가 목적인 것도 아닌 듯한데.”
“아……!”
부르델은 그제야 자신의 목적을 떠올렸다.
그 전에 심처에 들어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내뱉은 질문에 배알이 꼴리는 것을 느꼈지만, 어쨌거나 생명의 은인이었다.
거기다 임무의 목표이기도 했으니 부르델은 짧은 한숨과 함께 청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로니안 맥라인 백작님.”
그 말에 처음으로 청년, 로니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 저를요?”
“예. 폐하의 명을 받아 당신의 흔적을 찾아왔습니다, 로니안 각하.”
“허? 폐하가 저를 왜 찾으시죠? 형님이라면 모를까. 더구나 각하라니요? 저는 작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만?”
부르델은 왕의 동생이라 백작위에 봉해졌다는 말을 하려다 문득 이 대화가 상당히 겉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처음부터 설명해 드려야겠군요. 작년 이맘때쯤…….”
부르델의 설명이 이어짐에 따라, 로니안의 눈이 점점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