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왜 허술하단 느낌이 들지?’
이질적인 감각의 정체는 위화감이었다.
물론 일개 병사나 기사가 아티팩트 잠행복에 귀신 그림자까지 사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지금 자신의 움직임은 일전 왕성에서 상대했던 그 귀신들에 비해 조금 부족한 정도인 듯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허술하다는 느낌이 엄습해 왔다. 무엇이 이상하냐고 따지고 들자면 딱히 확 와닿는 것도 없는 막연한 느낌이었다.
‘경계 병력은 정보 그대로인데…….’
스슥.
그늘에서 그늘로, 공왕성의 내성벽을 뛰어넘으며 다시 훑어보아도 경계 병력의 움직임에는 이상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질감이 들지?’
왠지 이 느낌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 같은 묘한 확신이 들었다.
결국 빅토르는 성벽의 안쪽 그늘에 멈춰 선 채, 잠행의 와중에 보았던 모든 것을 조심스레 반추해 보았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남부의 밤은 꽤 짧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단 이 낯선 기분의 정체를 파악하고 움직여야 할 듯했다.
다행히도 그는 그리 긴 시간이 지나기 전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경계 병력의 기사 수준이 생각보다 더 낮아.’
빠르게 지나치느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세히 조사해 보지도 않았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어쩌면 그저 착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빅토르는 확신했다. 주군의 초감각에 비견할 수는 없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기감만으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수준엔 다다른 감각이 알려 준 것이다.
‘평기사 미만, 포스 각성자도 아니야. 기사 수련생 수준의 놈들이 기사 갑옷을 입고 있어.’
야간 경비조의 담당 기사는 평기사, 총 책임자는 부단장급의 중급기사여야 하는데 그 경지가 현저히 낮았다.
그렇다고 타히티 공국의 기사 선발 기준이 유난히 낮을 리는 없었다.
천여 년 전, 선주 종족들의 대이주 이래 대륙을 지배하게 된 인간은 무섭게 번성했고, 고대에서는 기사 중에서 강자 소리를 듣던 포스유저가 이젠 기사의 최소 자격이 된 지 오래였으니까.
그런데 기사 수련생 수준의 자들에게 기사의 서품을 준다?
자칫하면 대중이 공국의 국력 자체를 의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뜩이나 국력이 약하다 평가받는 공국의 경우엔 국가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진짜 기사들은 다른 곳으로 빠졌다? 왜?’
티히난에 열흘 가까이 머물면서도 공국에 큰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그말인 즉, 외부에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고급 전력인 기사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왜?
어째서?
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경계 병력이 더 줄었다면, 나야 좋지.’
공국의 사정 따윈 알 바가 아니었다. 일단 영감이 떠오르면 시도하고 본다.
최근 몇 년간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의 행동 방식에 어느새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의 움직임이 한결 과감하고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그 역사가 700년이 넘어서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타히티 공왕성의 내성 앞.
나라의 규모에 비해서는 상당히 넓은 내성의 본궁 앞에서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야심한 시각에 어울리지 않는 요란한 움직임.
더구나 십여 명의 인원 중 한 사람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두 사람에게 부축을 받으며 반쯤 들려 나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 야밤에 이게 대체 무슨 난리래.”
“마법사들이 괴팍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저놈들은 너무 심하잖아. 딕이…….”
“쉿. 조용히 해. 누가 듣기라도 하면…….”
“듣는 게 대수야! 딕이 지금…….”
“그러다 들키면 너도 딕 꼴 난다.”
“이게 그걸 지금 말이라고……!”
“끄으으…….”
“딕! 정신 차려! 곧 사제님들한테 데려갈 테니까 그때까지만 버티라고!”
부상자의 신음을 듣고서야 그들은 언쟁을 멈췄고, 그 틈에 그들의 머리 위 천정을 넘은 한 침입자는 한층 수월하게 내성의 안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들을 이야기는 다 듣고 있던 침입자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마법사들?’
공국이라도 나라는 나라.
타히티 공국에도 마탑은 있었다.
하지만 규모도 작고, 사실상 이즈음에서는 공왕가와 사이도 좋지 않아 왕성에는 잘 출입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마법사들이라…….
‘기존 경계 병력에 마법사들도 더해졌다.’
빅토르는 그렇게만 머리에 담아 둔 채,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조심스레 본궁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빅토르는 온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미약한 감각에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느끼지도 못했을 만큼 미미한 느낌이었지만, 그는 그 느낌이 무엇을 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나!’
그것이 말하는 방향은 하나였다.
‘경계 마법……. 빌어먹을!’
일이 꼬였다.
본궁 전체를 감싼 경계 마법이라니, 그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법의 시전 자체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그 규모가 매우 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소 수천 평은 될 본궁 전체에 그 마법을 유지 시키려면 상당한 재화, 특히나 마정석이 많이 필요할 터였다.
나아가 상시 드나드는 인원은 그냥 통과시키고 외부인만 걸러내야 하는데, 왕성이라는 곳은 상주하는 인원만 해도 보통 수백 수천 명이고 그나마도 시종들은 그 인원이 자주 바뀌기기까지 하는 곳이다.
결국 맥라인의 왕성 그랑피아에서도 그 필요 인력과 막대한 마정석 소모량 때문에 실행하지 못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낱 공국에서?
‘그것도 내가 들어서기 전에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은밀한 마법이었어.’
타히티 공국의 마탑 전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뒤집히는 일이었지만, 당장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일단 후퇴다.’
빅토르는 걸렸다는 것을 알아챘으면서도 일을 계속 진행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그러나 바로 본궁 밖으로 나서려던 그는 이내 다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변화가…… 없다?’
주변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경계 마법이 발동한 것이 사실이라면 무언가 대응이 있어야 한다. 기사단과 병사들이 움직이고, 왕성이 소란스러워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여 봐도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빅토르를 갈등하게 했다.
아예 경계 마법에 대해 몰랐으면 바로 후퇴했을 테지만, 이 임무를 맡자마자 동생을 닦달해 배운 경계나 추적 마법에 대한 지식과 타히티 공국에 대한 정보들이 갈등을 심화시켰다.
‘공국의 재력이나 인력 수준에서 이 정도의 경계 마법을 정상적으로 운용하기는 어려워. 그런 은밀한 마법을 계속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
초대 타히티 공왕은 6클래스 마스터 수준의 막강한 마도사였다. 그것도 속성 서클이 아닌, 보기 드문 클래스 마법을 구사하는 위자드 학파 출신의 마도사.
그래서 공국 초창기의 공왕성은 제국의 황실 못지않은 온갖 막강한 마법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마법 자체가 은밀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약해진 마법진이 남아 있던 걸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번 그렇게 추론을 하자, 마치 그것이 사실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임무는 임무다.
지금 후퇴한다면 그릭도 돌려보낸 마당에 자신이 이 마법에 대한 정체를 캐낼 수 있을까?
아니, 다시 시도나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지금 돌아갈 순 없어.’
게다가.
‘난 위험을 감수하고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홀로 임무를 자청했다.’
오히려 출발할 때만 해도 잠행복의 존재 때문에 임무가 너무 쉬워지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던가.
혹여나 진짜 경계 마법이라도.
‘정면으로 뚫는다.’
무모하기까지 한 결론이었지만, 빅토르는 다시금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몸은 다시금 왕성 안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왕성 안에 재진입한 빅토르의 움직임은 처음에는 한결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심처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오히려 정보와 다르지 않은 경계 병력의 모습에 슬슬 마음이 놓였다.
기사도 아니었던 성벽의 기사들과는 다르게, 확실한 기사 수준의 병력들이 조를 짜 내부 경계를 돌고 있었다. 발각되면 곤란하겠지만 정해진 경로로 움직이는 그들의 눈을 피하기란 쉬운 일이었다.
덕분에 빅토르는 무사히 공왕의 침실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본궁 안에 들어선 지 불과 30여 분 만이었다.
‘공왕의 처소, 다음 목표는 이곳에서 고작 10여 분 거리…….’
도나티 펠로는 새 공왕 레온 타히티를 즉위시키며 그의 심복이 되었고, 레온 공왕은 아예 그를 왕궁 안에서 머물게 할 정도로 그를 총애한다고 했다.
좀 더 정확히는, 본인이 반정을 통해 왕이 되었기에 그 침실조차 창이 없는 왕궁의 심처로 정하고,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도나티 펠로를 상시 옆에 두는 것이라고 했다.
불꽃의 눈 내부 의견으로는 동성애자를 극도로 혐오하는 공국의 문화가 아니었다면 아예 옆 방을 마련해 주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외부에 내보이는 대담한 정책과는 달리 극도로 소심한 처신이었지만, 빅토르는 그 소심한 처신 덕에 임무 수행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생각했다.
‘공왕과 도나티 펠로, 이 둘을 순식간에 죽여야 한다. 다른 한쪽이 눈치를 채고 도망가기 전에.’
다시금 계획을 되새기며 숨을 고른 빅토르는 복도의 그림자 속에 숨어 마지막 순찰조가 가장 멀리 멀어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지금!’
스각.
쿵.
아주 작은 소음과 함께 단숨에 문을 부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간 빅토르를 맞이한 것은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톱니 같은 칼날이었다.
‘흡!?’
번쩍.
쾅!
“큭!”
“음…….”
묵직한 충격과 함께 몸이 주르륵 밀려나며 검은 잠행복을 입은 그의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젠장!’
제국의 그 암살자들, 귀신들의 전용 장비로 추측되는 아티팩트.
효용이 떨어져 가는 그 아티팩트를 편법으로 운용한 한계였다.
“호오 그걸 받아 내? 생각지도 못한 기습이었을 텐데 제법이군.”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은 빅토르가 정면을 바라보자 보고 받았던 레온 타히니 공왕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자가 서 있었다.
푸른 눈에 잘 빗어넘긴 갈색 머리, 잘 다듬어진 갈색의 턱수염과 멋들어진 구레나룻이 인상적인 자. 그 특징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렉.’
도나티 펠로가 데려왔다는 최상급기사 중 한 명이었다.
각진 얼굴의 미중년이 그 반반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톱니 같은 칼날의 검, 소드 브레이커를 빅토르에게 겨눴다.
“보고는 들었지만 정말 왔군. 그런데 설마 정말 혼자라고? 맥라인에 인재가 그리 없나?”
그 한마디로 빅토르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의 경계 마법은 정말로 경계 마법이 맞았으며, 자신은 멍청하게 함정에 뛰어든 꼴이 됐다는 것을.
그렉의 옆에는 또 다른 최상급기사 나트만이 단창을 꺼내 든 채 눈을 빛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 늘어선 십여 명의 기사들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함정이었다.
‘정보가 샜다.’
자신이 맥라인 출신임은 물론, 혼자 올 것까지 알고 있었다.
이 계획을 알고 있는 건 주군과 드웨인, 데미안 나달, 그리고 여기까지 동행한 그릭뿐이다.
전부 믿지 않을 수가 없는 핵심 인물들인데 대체 어디서?
빅토르의 눈빛이 복잡해지는데 그렉이 입을 열었다.
“자, 순순히 잡히는 것이 좋을걸? 이 그렉 님의 손속이 좀 무섭거든.”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하는 그 헛소리에 빅토르가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순순히 잡히면? 뭘 보장해 주지?”
포스로 성대를 조절해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지간한 재능 없이는 할 수 없는 재주에 그렉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다행히 말은 받아주었다.
“호오? 흐음. 일단 증거가 되어야 하니, 목숨은 당연히 보장하고. 네놈의 협조 여부에 따라 맥라인 이외의 곳에서 출세하게 해 줄 수도 있지.”
아무래도 눈앞의 적은 조금 모자란 놈인 듯했다.
묻는 대로 술술 대답해 주는 적이라니. 그것의 사실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그 한마디로 놈의, 아니 적들의 목적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나를 사로잡아서 이 암살행의 증거로 쓴다.’
주군과 맥라인에 막대한 누를 끼칠 일이었다.
‘최악이 사로잡히는 거고, 죽더라도 최소한 공왕성 밖으로는 가야겠군.’
이 임무는 이미 실패다.
그러니 그냥 이 모자란 놈한테서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내야겠다.
“어떻게 내가 혼자 올 것을 알았지?”
핵심은 ‘혼자’라는 단어.
암살행의 시도를 아는 것과 자신이 혼자 온다는 것을 아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그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흐음? 뭐 그거야 간단하지. 타히난에 들어오는 외부인들 전부를 마법으로 체크하면 돼. 마법을 써서 변장한 놈만 찾으면 되니까.”
타히난의 유동 인구는 하루에 수만이다. 그런데 그걸 다 마법으로 검사한다는 건 거의 제국 수준의 마법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뭐 타히난의 뒷골목 놈들도 수고를 해 줘서 후보를 추릴 수 있었지. 후보가 몇 있었는데 설마 두 놈이서 온 자들, 그것도 그중 한 놈만 침입할 줄은 전혀 몰랐네. 마법 표시가 없었다면 그 놈인 줄도 상상 못 했을 거야.”
‘무슨 표시?’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저 말이 사실인 것 같긴 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체감을 하면서도 도통 믿을 수가 없었다.
이쯤 되면 놈이 일부러 혼란을 주기 위해 수다를 떠는 것 같기도 했다.
“아까 전 경계 마법도 그렇고, 공국의 마법 전력이 완전히 예상외로군. 믿을 수가 없어.”
“엥? 뭐야. 경계 마법에 걸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들어왔어? 너 바보냐?”
그렉의 얼굴에 놀라우면서도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뭐, 믿기 싫으면 믿지 말든가.”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빈정거리는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더 이상 얻을 정보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빅토르는 기합도, 전조도 없이 갑자기 움직였다.
콰앙!
“컥!”
순식간에 앞으로 휘둘러진 빅토르의 회색 포스블레이드가 그렉의 몸을 튕겨 내고 곧바로 단창을 든 나트만을 후려쳤다.
“이놈!”
꽈아앙!
단창의 기사가 다급히 반응했지만, 같은 최상급이라도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나트만 역시 단숨에 튕겨 나갔다.
기세를 탄 빅토르가 곧바로 주변의 기사들에게 뛰어들려는 순간.
콰아아아앙!
처소의 벽면이 터져 나가며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무리.
그중 가장 앞에 선 이의 입에서 칼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어, 도나티 공이 후순위였나. 내가 늦었군.”
그자의 몸에서 은은히 이글거리는 회색빛 에너지가 무엇인지 단번에 깨달은 빅토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나와 비슷하지만 포스의 특성까지 가진 마력(Magic force).
‘마도사!?’
정보에 없던 초인까지 등장한 것이다.
“킥, 네가 묻는 말에 다 대답해 주니까 내가 머저린 줄 알았지? 진짜 머저리는 너야, 이 새끼야! 카악, 퉤!”
피가 섞인 가래침을 뱉어 낸 그렉이 히죽 웃으며 등장한 초인을 향해 까닥 고개를 숙였다.
“늦으셨습니다, 게로힌 님.”
그러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빅토르를 향해 칼을 까닥였다.
“자, 순순히 무릎을 꿇어라.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직전과는 확실히 다른 표정.
그제야 빅토르는 처음의 수다가 여유를 가장한 연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순순히 잡혀 줄 수는 없지.’
– 지금의 넌 같은 수준의 최상급기사들에게는 절대 지지 않는다.
– 불꽃 가르기까지 통달했으니, 오러유저를 상대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야.
–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지금도 옆에서 들리는 것 같은 든든한 목소리.
자신의 스승이자 주군의 목소리를 다시금 되새기며 빅토르는 다시금 자신의 검을 다잡았다.
“험한 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을 바라기도 했었기에.
“할 수 있으면 해 봐.”
빅토르는 더욱 위험한 얼굴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