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놓쳤다고?”
“뭔가 이상한 원반형 물체를 타고 날아가 버렸다. 어쩔 도리가 없더라…….”
로니안이 허탈한 얼굴로 그리 말하자 빅토르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부르델 아저씨가 장거리 저격으로 그 부하들 몇 놈을 잡긴 했는데, 그 후로는 안 먹히더라고.”
로니안이 가리키는 곳에 서 있던 깡마른 중년인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2km 밖에서 움직이며 예측 사격을 했는데도 제 위치를 특정한 것 같았습니다. 로니안 각하가 지붕 위를 달리며 뒤쫓고 있지 않았다면 제가 위험할 뻔했습니다.”
오러를 각성하며 상식을 벗어난 사거리와 명중률을 가지게 된 부르델. 아마도 이제는 대륙제일의 궁수일 것이 확실한 그의 말은 적에 대한 경계심을 증폭시켰다.
“……무서운 늙은이네. 확실히 네가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거야 당연하지. 그러니 이 형님한테 항상 감사해하도록.”
“생일은 내가 더 빠른데.”
“아무튼.”
“그래, 고맙다! 됐냐!?”
역시 로니안에겐 의기소침한 모습보다는 이런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빅토르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는데, 로니안이 구석에 쭈그리고 있던 깡마른 마법사를 강제로 소환했다.
“그리고 저기, 엉뚱한 놈들한테 잡혀가다가 우리를 만난 그릭 형한테도 감사하고!”
“쪽팔리게…….”
움찔한 그릭이 다시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그의 수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남부 산맥 앞으로 우회해서 맥라인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좋았습니다. 덕분에 습격자들을 느리게 만났고, 또 저희도 만날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럼. 그릭 형이 실력도 제대로 발휘 못 하고 빠르게 잡혀서 이송당한 덕분에 우리랑 딱 마주친 거야.”
자신을 두둔하는 부르델의 말에 살짝 들어 올려졌던 그릭의 고개가 이어진 로니안의 놀림에 다시 다리 사이로 푹 떨어졌다.
“뭐, 덕분에 네가 적의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는 걸 알고 미친 듯이 달려왔지.”
“정말 무리한 이동이었습니다. 하루 내내 달렸지요.”
“그래서 지금 내가 이 꼴…….”
침울한 안색의 그릭이 한마디를 보탰지만, 그의 목소리는 누구의 주의도 끌지 못했다.
오히려.
“고맙습니다, 그릭 아저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끄응. 그러지 마. 더 비참해.”
빅토르가 작정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자 그릭은 아예 바닥에 얼굴을 박을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던 로니안은 이내 무엇을 떠올렸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 원반 같은 게 아니라면 잡을 수 있었어!”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분한 듯 소리를 지르는 친구를 보며 빅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빈말이 아니었다.
지난밤 특별한 특성을 각성한 탓에 용솟음치는 포스를 느끼고 있는 그였지만, 친구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도 그 못지않았으니까.
‘아니, 그 순도를 따지자면 훨씬 깊으려나. 그렇다면…….’
못 본 사이 오러를 각성한 것도 모자라, 이미 중급이라는 말.
빅토르가 제 친구의 놀랄 만한 성장에 새삼 감탄하고 있는데, 로니안이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아예 단서가 없지는 않아.”
“음?”
“죽어서 떨어진 놈들 중 하나가 이상한 반지를 가지고 있더라고. 포스나 마나에 반응하는 것 같던데, 여기…….”
로니안이 별다른 장식이 없는 수수한 모양의 반지를 꺼내 들고는 포스를 주입했다.
그러자 반지가 가볍게 진동하면서 푸르스름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이내 빛의 가운데에서 똬리를 튼 검은 뱀의 문양이 생겨났다.
“뱀? 이게 끝이야?”
“응. 아마 무슨 집단의 소속임을 나타내는 아티팩트 같은데, 제국에 이런 문양을 상징으로 삼는 집단이 있나?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데.”
“나야 모르지. 혹시 폐하께서는 아시려나?”
고개를 갸웃한 빅토르가 그리 대답하는 순간 로니안이 인상을 살짝 일그러트리더니 자신의 팔을 벅벅 긁었다.
“아으으. 그 폐하라는 게 우리 형님 말하는 거지?”
“당연하지.”
“어휴, 적응 안 돼. 소름 끼쳐 죽겠다.”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빅토르가 헛웃음을 짓는데, 그 옆에서 흘러나온 덤덤한 목소리가 그를 거들었다.
“이제 적응하셔야 합니다, 로니안 각하.”
“으윽, 각하는 무슨! 아저씨도 얘처럼 저한테 반말하세요! 내가 무슨 작위를…….”
몸서리치는 로니안을 보자 우습게도 임무로 인한 긴장감이 풀리는 듯했다.
‘임무도 완수했고, 목표도 달성했고.’
가장 큰 적을 놓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성공이라 자평해도 될 것이다.
빅토르는 로니안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차차 적응될 거야. 그나저나 돌아와서 반갑고, 축하한다.”
“돌아오긴, 여기가 맥라인도 아니……. 엥? 축하는 뭔 축하?”
“폐하께서 가지고 있던 대륙 최연소 오러유저, 그 명예가 너한테 가게 생겼으니까.”
“아……. 하하, 그게 뭘. 너도 나랑 동갑이잖아.”
“나야 어제 간신히 각성한 거고, 너는 대충 봐도 그게 아니더만. 맞지?”
“씁, 그렇기야 한데. 내가 워낙 개고생을 했어야지. 검성의 유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그냥 죽을 뻔했다고.”
검성의 유적?
그 심상치 않은 단어에 빅토르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말이 나온 김에, 대체 남부 산맥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그렇게나 강해진 거냐? 그 검술은 또 뭐고?”
긴 시간을 본 것은 아니지만, 로니안의 움직임은 분명히 철혈검에 의한 운신법과는 달랐다.
귀신 그림자의 흔적은 여실히 남아 있었지만, 검을 움직이고 공격하는 수법 자체는 무척 생소했다. 특히나 마지막에 폭발을 막아 냈던, 오러의 장벽을 만들어 낸 기술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아. 그건…….”
로니안이 웃으며 입을 열려던 그때.
우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방 안에 있던 통신구에 빛이 들어왔다.
기다렸던 연락이었다.
* * *
“로니안!?”
생각에 잠긴 채 통신구를 응시하던 로건의 눈이 단번에 두 배로 커졌다.
[예,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뜬금없이 등장한 동생의 모습이 반갑고도 황당했던 나머지 로건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이내 폭풍 같은 원망, 아니 잔소리를 쏟아 냈다.
“너 이 녀석, 무사했었구나! 그런데 연락 한 번을 안 하고! 어머니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 줄 알아!? 내가 주기적으로 얼마나 들들 볶였는지…….”
“커, 커흠. 폐하, 체통을 좀…….”
곁에서 지켜보던 드웨인이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말리고, 데미안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굴리며 한 발짝 물러선 뒤에야 로건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흠. 흠. 그래. 뭐 나야 당연히 무사할 거라 생각했지만, 가족들은 무척이나 걱정했다 이거지.”
나름대로 변명을 내뱉어 봤지만 괜히 뒤통수만 따가워지는 듯해 로건은 황급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네가 왜 거기 있느냐? 빅토르는?”
[옆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제가 직접 통신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미루는 마당에…….]“아니, 됐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처음부터 설명해 봐!”
[예. 그게…….]이어진 로니안의 설명은 꽤 길었지만 들을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마도사가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었고, 그 타겟이 맥라인이었다는 말부터 놀랍기 그지없었다. 한데 그것을 극복한 과정은 더욱 놀라웠다.
어느 순간부터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채 로니안의 이야기를 듣던 로건은 결국 동생의 말이 끝나는 순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 잘했다! 잘했어! 너도 빅토르도, 거기다 부르델까지 오러를 각성했다니, 최고다! 훌륭해!”
로건의 입에서 칭찬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뒤에서 듣고 있던 드웨인과 데미안의 입가에도 덩달아 환한 미소가 걸리는데, 로니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마도사가 걸립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마법을 사용한 데다가 하늘을 나는 아티팩트까지 사용해서 도망쳤습니다.]그 말이 날아오를 것 같던 로건의 기분을 다시 가라앉혔다.
“……아. 그렇지. 초인이 기다리고 있었다라……. 어쩌면 제국에서 손을 쓴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내가 너무 안일했어.”
종종 생각하는 것이지만, 자신은 너무 쉽게 판단을 내리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알면서 고치기 힘든 것이 사람이라지만, 자신은 왕이다.
책임져야 할 것이 무수한 사람의 결정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싶어 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그런 자신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형님]“……위로할 줄도 알고. 확실히 많이 컸구나, 로니.”
[……저도 이제 성인입니다, 형님.]“그래. 그렇지. 벌써…….”
통신구 속 그리운 얼굴을 보니 새삼 세월이 흘렀다는 게 체감되었다.
‘로니안은 전생과 비슷한 시기에 각성했다. 아니, 얘기만 들으면 막 각성한 것도 아니지.’
그리 생각하자 다시 마음이 가벼워졌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아니 그 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는 듯했으니까.
그러는 사이, 통신구에 빅토르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폐하. 로니안 이 녀석, 아니 로니안 백작이 굉장한 상급검술을 익혔다고 합니다.]“……상급검술?”
[예. 제국 황실이나 오래된 무가에나 전승된다는 그 상급검술 말입니다!]빅토르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흥분한 표정.
필히 녀석도 저 말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리라.
[갑자기 끼어들고 그래? 비켜 봐. 형님. 일단 그랑에서 찾아뵙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은하검 이야기도 그때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은하검?”
[예. 갤럭시 소드(Galaxy Sword)라고도 적혀 있던데, 별들의 운행을 본떠 만든 검술이라는 창시자의 설명이 있었습니다.]전생에서는 들어 보지도 못한 검술.
그러나 로니안이 저리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범상치 않은 것이 분명했다.
‘상급검술 자체가 희귀하기도 하고.’
천운이 따르는 것 같은 느낌에 로건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한층 진해졌다.
“그래. 고맙구나. 하지만 그 전에 맥라인에 먼저 들르거라.”
[예?]“말했잖느냐. 어머니께서 걱정하신다고! 그리고 나는 가 봐야 할 곳이 있어서 한동안 자리를 비울 것이다. 그러니 그랑에는 좀 더 나중에 와도 된다. 아, 이 말은 기밀이니 절대 누설하지 말고.”
“폐하!”
“폐하…….”
그 말에 뒤에서 듣고만 있던 드웨인과 데미안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내 동생과 빅토르다. 설마 이들을 믿지 못하는 거냐?”
“그런 것은 아니옵니다. 하지만 이제 대체할 인재들도 생겼는데, 굳이 폐하나 왕비께서 직접 가셔야 합니까?”
드웨인의 얼굴은 여전한 염려를 담고 있었다.
“타히난에서 난리를 친 두 사람이 연합 전쟁에 나타나면 안 되지. 무슨 오해를 받으려고. 얼굴을 안 보였다고 다가 아니야. 포스의 색과 기술의 특징이 있는데…….”
“그러니까요! 폐하의 포스는 황금색이잖습니까! 저는 어떤 기사도 황금색 포스를 가졌다는 말은 못 들어 봤습니다. 그러니까 더 폐하께서 가시면 안 되는 거고요! 아무리 변장을 해도…….”
드웨인이 갑자기 화색이 돈 얼굴로 확실한 반론을 펼쳐 보지만, 로건에겐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
“다 방법이 있어.”
그 단호한 목소리에 드웨인의 얼굴이 울상이 되자 이번엔 데미안이 나섰다.
“트리아 왕국에서 계획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마도사가 맥라인을 언급했다면, 아마도 정보가 새어 나간 곳은 트리아일 겁니다. 만약 그들이 아예 판을 엎어 버린다면…….”
“그럴 리가. 스스로 판 구덩이다. 리버티나 테로난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어.”
“안 움직이면요?”
“그럼 우리가 이그니스를 가지고 흔들어야지. 어찌 되었건 연합 전쟁은 일어날 거야.”
설령 트리아에서 함정을 팠더라도 그들이 이 음모의 주축은 아닐 것이다. 마도사를 공왕성에 아군으로 투입할 수 있는 전력과 인맥을 가지고 있으면서 맥라인에 도움을 청했을 리는 없으니까.
그러니 타히티의 부흥과 관련 있는 것도, 이번에 트리아를 이용해 함정을 판 것도 제3의 세력일 확률이 높다.
그것은 아마도…….
‘제국.’
그렇다면 더더욱 왕국 연합을 흔들어 그들을 확실히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3국이 말한 전쟁은 그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 기회에 반드시 연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해.”
의지가 가득 담긴 로건의 말에는 두 가신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통신구 속 로니안 역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불쑥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참. 그런데 형님, 혹시 이런 반지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포스나 마나를 주입하면 똬리를 튼 검은 뱀 문양이 나타납니다.]“……뭐?”
[그 마도사의 수하였던 자들 중 하나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집단에서 사용하는 문양 같은데, 이런 불길한 문장을 사용하는 집단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어서요.]로니안이 그리 말하며 시범을 보이듯 반지를 내밀자, 반지가 은은하게 빛나더니 이내 푸른 광원 안에 똬리를 튼 검은 뱀의 문양을 토해 냈다.
그것을 본 로건은 몇 년 전 과거의 기억을 단숨에 떠올렸다.
“크라우네의 반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로니안이 화색을 띠었지만, 로건의 표정은 오히려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모른다. 정말 그런 집단이 있었구나.”
학살의 마도사 크라우네가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 저와 같은 반지가 있긴 있었다.
전생의 기억에 없는 문양이기에 그저 무시하고 말았는데.
‘제국에 저런 집단이 있었던가? 아니면 제국 외에?’
복잡한 머릿속에 클레이튼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
– 이건 절대 일개 개인의 연구성과가 아닙니다.
하지만 전생에 크라우네는 결국 제국 황실 소속이 되어 지금의 맥라인처럼 하급 아티팩트를 잔뜩 찍어 내며 무상의 부를 쌓았었다. 그가 제국 황실이 아닌 다른 집단에 속해 있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었다.
‘또 변수인가.’
조금 찜찜했지만 이내 로건은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 버렸다.
수많은 좋은 소식 중에 조금 마음에 걸리는 작은 정보일 뿐이었다.
더구나 그 어떤 적도 제국보다 크지는 않다.
그 일부건, 아니면 그 밖의 적이건 지금은 거기에 과하게 신경을 쏟을 때가 아니었다.
그저.
“데미안. 저런 문양을 사용하는 집단이 있는지 조사해 봐.”
“예.”
“무리할 필요는 없다. 제국 소속일 확률이 높으니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더 파지도 말고. 괜한 경각심을 심어 줄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이 정도 조치면 충분할 터.
로건의 시선은 다시 통신구 쪽으로 돌아갔다.
“모두 수고했다. 부르델 경과 그릭에게도 말을 전해 주도록. 그리고 로니, 넌 맥라인에 먼저 가거라.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형님. 안 그래도 부모님을 뵙고 싶긴 했어요.]“그래. 그거면 됐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
[예, 형님.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그래.”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왕국 연합에 대한 확고한 영향력을 만든다.’
로건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타히티 공국에서 시작된 소문이 왕국 연합을 강타했다.
도나티 펠로가 제국 출신이었다.
제국의 힘으로 공국을 부흥시켰으나, 제국의 뜻을 따르지 않아 징벌을 당한 것.
“제국이 왜?”
“암살자가 그리 말했다잖아.”
“허…….”
다소 억지가 섞여 있음에도 듣고 본 이가 원체 많은 탓에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소문이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던 대중들 앞에 연합 3국의 선포가 이어졌다.
– 제국을 끌어들여 연합의 전통을 훼손한 타히티를 징벌하겠다.
제국의 도움을 받았건, 제국의 징벌을 받았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어쨌건 너희를 박살 내겠다, 라는 뜻이 분명한 선포로 인해 왕국 연합이 유례없는 혼란에 휩싸여 가던 그 시기.
모습을 바꾼 로건과 에일렌은 이미 왕국 연합의 영토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