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30)
30화테스론 가문이 억지를 써 가며 영지전을 일으킨 이유.
전생에는 그 이유가 영지전이 끝난 1년여 뒤에나 밝혀졌다.
그 시점에 테스론 영지에서 금을 수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출처가 원래 맥라인 영지였던 야산에 새로 세운 광산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전생의 테스론은 보통의 백작가를 넘어서는 세력을 일구게 되었다.
복수심에 불타는 오러유저 로니안 맥라인에게 일가가 몰살당하기 전까지는.
전생의 하만 테스론이 금맥을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고, 현생에도 로건은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단지 테스론 성을 점령했을 당시 지하감옥에서 자칭 광산전문가 무리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 우리는 죄가 없소! 우리는 의뢰대로 테스론 자작이 가져온 광석에서 금을 뽑아냈을 뿐인데, 그 무도한 귀족이 우리를 이곳에 가둬 버렸단 말이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하만 테스론이 금맥을 발견했다는 뜻이었고, 그 위치는 로건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광산을 세우고 금을 캐낼 기술자들뿐이지.”
단순 광부가 아닌 광산 관련 전문지식이 있는 이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은 하만 테스론이 이미 해놓은 뒤였다.
로건은 그저 그들에게 하만 테스론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약속했고, 계약은 빠르게 성사됐다.
“일단 확인하러 가 보자고.”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움직인 로건과 하마르, 그리고 다섯 명의 광산 전문가는 서쪽을 향해 반나절 동안 말을 달렸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당연히도 로건이 포상으로 받아 낸 야산이었다.
* * *
“자, 이 산 중턱에 금맥이 있다. 그것을 캐내고 광산을 만들고자 한다. 견적이 얼마나 나올 것 같아?”
로건이 뒤를 돌아보며 별일 아니라는 듯 묻자 듣고 있던 이들이 하나같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금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까?”
“아니, 있어도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지층의 깊이에 따라 공사 비용도 다릅니다.”
“갱도의 위치도 달라지구요.”
“경우에 따라 비용이 몇십 배 더 들 수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온갖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결국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모두 동일했다.
– 여기에 금맥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확신하며, 또 그것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정말 돈이 될 정도로 나올지는 파 봐야 안다. 근거가 뭐냐?
하나 그에 대한 로건의 답은 간단하고도 허무했다.
“확실해. 내가 봤어. 무조건 파.”
말도 안 되는 생짜에 두당 월 1천 골드 이상을 약속받은 광산전문가 다섯과 무임금으로 최선을 다해 굴러야 할 드워프의 인상이 동시에 구겨졌다.
* * * 비밀을 지켜야 했기에 하마르와 다섯 광산 전문가, 도합 여섯이서 시추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당연히 당사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여섯이서 시추 작업을 하라구요?”
“누굴 죽이시려고…….”
“아무리 드워프가 있다고 해도…….”
게다가 그들은 애초에 로건의 말도 못 미더워했기에 작업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뚫려있는 땅, 아마도 하만 테스론이 채굴했을 갱도를 발견한 뒤에는 작업이 거짓말처럼 쉬워졌다.
불과 보름 후에 고작 여섯 명의 광부(?)가 캐낸 광석에서 소량의 금이 추출되었다.
그 즉시 예산 산출량을 계산해 본 그들은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 1년에 최소 10t 이상의 금이 채굴 가능, 매장량 측정 불가.
그 소식을 듣고서야 로건은 온전히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
“1t의 광석에서 무려 100g 이상의 금을 뽑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 순도면 지층 깊은 곳에는 뭉쳐진 금덩어리가 있을 확률도 높습니다!”
“1t에 100……? 그것도 그램?”
“보통은 30g만 되어도 채산성 좋은 광산입니다!”
모든 것이 예상보다 좋은 평가였지만 생각보다 돈이 조금 더 들었다.
“초기 투입 비용이 많이 들 겁니다. 최소로 잡아도 5백만 골드는 된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것은 광석에서 금을 사출할 추출 장비와 용광로, 갱도를 팔 인력과 버팀목 및 디딤목, 그리고 운반 장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었다.
농노나 노예가 많은 영지라면 그들을 투입해서 돈을 아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자유민이 대부분인 맥라인 영지의 특성상 그럴 수도 없었으니, 인력을 사용하려면 사용하는 만큼 돈을 더 들여야 했다.
“주인님. 가문도 당장은 돈이 없을 텐데요. 다른 귀족 가문이나 상단에 사실을 밝히고 투자를 받는 것이 어떨까요?”
하마르의 의견은 누가 듣더라도 타당해 보였다.
옆에 있던 광산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로건은 단칼에 이를 거절했다.
“내 땅에 있는 금광에 다른 놈이 숟가락을 얹게 해 주자고? 안 돼!”
“……그럼 어쩌시려고.”
“그 정도 돈은 나도 있어.”
“예? 무슨…….”
맥라인 같은 변방의 영지에 있을 리가 없는 거금이었다.
그 어이없는 호언장담에 듣는 이들이 아연실색했지만 로건의 표정은 당당했다.
그에게는 믿는 것이 있었으니까.
* * * 달칵.
드르륵.
개인 금고가 열리자 휘황찬란한 보석들이 저마다 빛을 뽐내며 주인을 환영했다.
변방의 영지, 그것도 가주도 아닌 그 아들의 방 금고에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보석들이었다.
로건은 그 보석들을 보며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챙겨 놓길 잘했어.”
이 보석들은 하만 테스론이 들고 튀려고 했던 귀금속들이었다.
광산 개발을 예상했기에 놈을 죽이고 착복……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맡아 둔 것들이었다.
하만 테스론이 왜 이렇게 많은 보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나야 고맙지.”
넘치도록 많은 보석의 양 때문에 물경 400만 골드에 달하는 귀금속을 빼돌렸는데도 티가 나지 않았다.
“쓰읍, 그래도 이걸 거의 다 써야 한다는 것은 좀 아까운데.”
이 보석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돈까지 대부분 광산 개발에 쏟아 넣어야 했다.
– 사람을 갈아 넣으면서 피로 갱도를 뚫으시겠다면 200만 정도는 절약할 수 있습니다만…… 하실래요?
그렇게 한다고 하면 나는 너를 더 이상 인간으로 안 보겠다.
그런 생각이 듬뿍 담긴 시선을 던진 하마르에게 로건은 당연히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까지 광산 개발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도 했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있었다.
양심과 도의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도 돈을 벌기 위해 세간의 평판을 깎아 먹어서는 곤란했다.
‘관건은 제국과의 전쟁이다. 그것은 귀족들의 힘만 모아서는 이겨 낼 수 없어.’
자신이 작은 변수가 되건 아예 구심점이 되건, 결국은 나라 전체의 힘을 모아야 했다.
그러니 이제는 대외적인 시선도 신경을 써야 할 때였다.
……그런 각오로 귀금속의 처분과 광산 개발을 맡겼는데.
“안정적인 광산 개발이 가능하려면 초기 갱도를 뚫을 때부터 안전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릴 테니 기다려 주십시오.”
하마르의 말에 따르면 그 준비 기간만 무려 반년이 걸렸다.
그 후에도 본격적으로 채산성 있는 채굴이 시작되려면 또 반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테스론도 1년은 걸렸지. 짐작하고 있었어.’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당장 운용할 수 있는 돈이 거의 사라진다고 생각하자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영지전을 넘기고 조금은 부담이 덜어졌던 마음에 다시 조급함이 깃들었다.
“1년만 채굴해도 수십 배의 이득을 본다. 포기할 수 없어.”
본격적인 채굴 1년이면 금 10톤은 캐낼 수 있다. 대충 계산해도 1억 골드쯤 되지 않을까 싶은 거액이었다.
그러니 투자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당장 빠져나가는 돈을 대신할, 광산이 개발될 때까지 영지 전력을 증가시킬 자금이 필요했다.
‘아…… 그것만 지금 팔 수 있었어도…….’
자신에게 있는 또 하나의 무기, 카록의 고기는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만 그것을 팔려면 내후년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올여름에 중화제가 나오면서 카록의 고기가 식용이 되고, 소문이 퍼지고, 그것이 확대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내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반년간 미친 듯이 팔아 재끼고 부족하다면 제국에도…….
“음? 가만, 기다릴 필요가 있나?”
생각을 이어 가다 보니 자신이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에 나올 그 중화제는 용병 생활 때 수도 없이 써 봤으니 자신도 만들 수 있었다.
단지 양이 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럼 그걸 직접 만들어서…….’
번뜩이는 영감이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눈앞에 환한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 * * 광산 전문가 5인방과 하마르에게는 철저한 입단속을 부탁했다.
하마르는 몰라도 광산 5인방은 신뢰할 수 없기에 거금 5만 골드를 들여 마법계약서까지 써야 했다.
초기 개발을 위해 끌어들이는 영지민에게는 비교적 거액의 보수를 약속하고 막사까지 만들어 숙식을 시키기로 했다.
빠져나가는 돈 만큼 로건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혹시 잘못되면 어쩌지? 그냥 전생처럼 소문이 퍼질 때까지 기다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쳤다.
‘적당히 기다려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어. 되든 안 되든 해 본다!’
로건은 조금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조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이곳에는 전쟁 발발 소식과 종전 소식이 동시에 들어왔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아니, 별거 아냐. 별다른 일은 없고?”
[맡기신 일은 별 탈 없이 진행 중입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카록의 고기가 모이고 있으니 곧 큰 물량을 받아 보실 수 있을 겁니다.]통신구로 보이는 필립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이 엿보였다.
“뭐, 그 건은 믿고 맡기겠다. 그리고 따로 부탁이 있는데.”
[말씀하십시오.]“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약재를 사서 맥라인 영지로 보내. 달맞이 풀과 플롯 허브, 그리고 리키 풀. 같은 비율로 총합 500㎏ 정도면 충분할 거야.”
[예? 왜 그런 싸구려 약초들을?]“하라면 해. 얼마 안 가서 다 알게 될 거야.
[하아. 매번 참…….]“내가 말한 거 적었어? 통신은 끊어도 되겠지?”
[아니. 이유라도 말해 주시지, 다짜고짜!]“시끄러워! 비싼 마법 통신을 설명하느라 날릴 순 없어. 이유는 나중에 만나서 설명해 주지.”
[뭐, 알겠습니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이 좌표로 통신 요청하고. 가문에 허가받아 놔서 괜찮을 거야.”
[역시 평판이 좋아지신…….]뚝.
지지직.
“적어도 말은 끝까지 들으시지…….”
듣고 있던 드웨인이 혀를 찼지만 로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뻔한 말을 초당 1골드짜리 마법 통신으로 들을 필요는 없어.”
“허허. 공자님, 돈도 많으신데 왜 그렇게까지.”
“시끄러. 나 지금 완전히 개털이라 신경 사나우니까.”
“예?”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미래가 불안하단 말이지.”
“……네?”
공식적으로는 100만 골드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 재산으론 맥라인 영지 최고의 부자인 로건의 말에 드웨인이 할 말을 잃었다.
일주일 뒤.
카일에서 보내 온 약초들이 남부 별장의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건은 그 즉시 중화제의 제작에 착수했다.
* * *
“뭘 만드시는 건데요?”
“시끄러워. 그냥 하라면 해.”
“아니, 이유는 설명해 주고 일을 시키셔야…….”
“옛날처럼 나쁜 약 쓰려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해. 내가 요즘 쓸데없는 일 하든?”
“……그거야 그렇지만.”
그 말 한마디에 릭의 뚱한 표정이 조금 풀렸다.
여전히 자신이 엇나갈까 걱정하는 것이 느껴져 쓴웃음이 나왔지만, 당장 믿고 맡길 만한 이가 릭 말고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로건은 릭과 함께 세 가지 약초를 같은 비율로 갈아서 나무통에 담았다.
그리고 그 절반 정도의 물을 담아 섞은 뒤, 창고 안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구석에 얌전히 보관해 두었다.
그사이, 필립이 말했던 거대한 물량이 맥라인 영지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