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2황자, 바로스 황자가 실종되었다고?”
데미안의 보고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도 꽤 되었다고 합니다.”
“……거짓일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최근 아세리안의 외성에서 큰 소동이 있었는데, 이상한 마법을 쓰는 자들이 황실근위대와 충돌했다고 합니다. 그 커다란 소란 속에서 납치되는 2황자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황도 전체에 퍼졌다고 합니다.”
“그 미친놈이 납치를 당했다?”
“예?”
“아니, 아니야.”
2황자.
시체로 산을 쌓아 제물을 바쳤던 그 미치광이 차기 황제가 실종이라니.
회귀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변수 중에서도 단연 로건을 가장 놀라게 한 변수였다.
하지만.
‘어차피 바로스 황자는 침략 전쟁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어. 놈이 황태자로 지목된 이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 중요한 것은 2황자의 생사가 아니었다.
그 사건을 일으켰다는 놈들.
“이상한 마법을 쓰는 자들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고, 이어지는 데미안의 말은 로건의 짐작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검은 괴물이나 움직이는 식물 같은 것들을 소환하여 공격했다 합니다. 근위기사들의 정신을 조종해서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고요.”
놈들이다.
“게다가 놈들이 도망칠 때 뿌린 새까만 독 안개가 아세리안의 민가에도 막대한 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보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흉흉한 소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2황자가 납치되었다?”
“살아남은 민간인들이 근위기사들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들이 같은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황당했다.
제국에 문제가 생겼으니 기뻐해야 하건만, 그 이유가 전혀 짐작되지 않아 오히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놈들이 제국 소속이 아니었다고?’
여러모로 생각해도 제국의 수작이 분명했던 연합에서의 분쟁.
그 전면에서 대적했던 적들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세리안에서 테러를?
“그래서 제국은? 황실의 대처는?”
“제국 황실에서는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고 있습니다. 황도에 불순분자들의 테러가 있었고, 진압했다는 간단한 발표가 전부입니다.”
“좀 전에 놈들이 도망쳤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게 좀 이상합니다. 제국의 평상시 정책을 보면 대륙 전역에 수배령을 내리고 놈들을 추적해야 하는데, 그러질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황도에서만 도망쳤을 뿐, 이미 정리가 끝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
“성문에 내걸린 목이 있나?”
“아……!”
정말로 놈들을 잡았다면 제국은 그 수장의 목을 베어 성문에 매달았을 것이다. 한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목을 내걸 가치조차 없을 만큼 적이 형편없었거나,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후자겠지.’
순간 로건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 봐도 결론은 하나로 이어졌다.
‘다행이다.’
연합의 전쟁 이후, 로건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트리아의 저항군이 보여 주었던 광역 범위의 광전사 마법이었다.
물론 제약이 엄청난 수법이기는 했다.
무려 초인을 제물로 바친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
거기다 병사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동의를 받아 낸 후에나 가능한 수법이었고, 그 핵이 깨어지면 효과가 사라진다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단번에 전황을 뒤엎을 수 있는 수법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 수법을 제국의 대군이 쓴다면 도무지 대책이 없을 것 같았는데.’
그들이 서로 적이다?
그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제국의 내부에 적이 있다. 이거, 생각지도 못한 호재로군.”
“그렇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하나 있었다.
‘제물. 제물로 발동하는 마법진.’
전생의 마지막에 보았던 처참한 광경을 주도한 것은 분명 미친 황제 바로스였다.
비록 시체의 산과 초인 한 명이라는 차이는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마법의 주인이 둘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회귀하게 만든 듯한 그 끔찍한 마법진의 주인이 제국이 아니라 그 마법사들이라기엔 이 상황이 너무 이상했다.
‘전생에는 한 편이었지만, 지금은 적? 아니, 아니. 지금 이게 납치가 맞긴 한 건가?’
아무래도 제국 내부에 그들만 알고 있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또…….
“……아쉽다.”
“예?”
“제국의 중심부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 상황을 더 이용할 수가 없다는 게 아쉬워.”
“…….”
황실의 시선이 그 내부의 적을 향해 있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거대한 제국의 국력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이 상황을 이용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이나 해야겠지.”
“네?”
“황자 납치 사건과 검은 뱀의 문양을 쓰는 마법사들에 대한 조사에 지원을 더 투입해라. 혹시나 제국 황실과 충돌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예, 알겠습니다.”
“필립과 연계해서 제국의 동향도 철저히 분석해라. 특히 군단의 움직임을. 이제 때가 머지않았다.”
“예.”
전생대로라면 이제부터 길어야 1년 반.
동부의 연합은 확실한 고삐를 매어 뒀고, 내부의 정비도 끝났다.
그러니…….
“전 군단과 자경단의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각 군단의 병력과 무기를 재정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외부에는 가능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용히.”
로건은 측근들만 모인 은밀한 자리에서 본격적인 전쟁 준비를 선언했다.
한편 외부에선 이 모습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었다.
– 소왕국 연합과의 주도적 동맹 형성.
– 절대 왕권에 의한 내정의 안정화.
– 세금을 낮추고 상업을 장려하는 국가 정책.
그뿐만이 아니었다.
왕실 직할령과 에스페란자, 맥라인 영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너른 농지는 전례 없는 수확량을 약속하고 있었다.
“풍년일세. 풍년이야!”
“국왕 폐하 만세다! 만세야!”
“정말 신이 내리신 분이야!”
수확기를 앞둔 왕국민들 대다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합쳐져 지금의 맥라인 국민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을 심어 주었다.
– 그란디아의 전성기를 능가하는 맥라인 왕국의 번영이 시작되었다.
“태평성대네. 태평성대야.”
“이게 다 국왕 폐하 덕분 아닌가.”
“그럼 그럼.”
“아니, 다른 거야 둘째치고 풍년까지 폐하 덕분이라고 하기에는 좀…….”
“저 새끼 뭐야?”
“저놈 반란군 출신이야?”
“저놈 잡아!”
“아, 아니. 취소합니다. 취소한다구요! 폐, 폐하 만세! 악! 취소한다니까요!”
간혹 왕과 왕실에 대한 불만을 내뱉는 이들이 비난을 당할 정도로 로건을 향한 왕국민들의 지지는 열렬했다.
그렇기에 5개의 군단이 줄곧 상시 병력을 모집하고 있으며, 그 공지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그 시기.
로건은 왕궁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형님!!”
“로니안!!”
몇 년 만에 만난 형제는 환한 얼굴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2년여 전 로니안이 무사 수행을 위해 사라진 이후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형제가 서로를 보는 눈빛만큼은 그대로였다.
“이 녀석. 이제 정말 다 컸구나. 언제 이렇게…….”
로건은 감회 어린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몇 달 전에 통신구로 안부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또 달랐다.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한 뼘은 작았던 동생이 이젠 키도 훌쩍 크고 덩치도 커다래져 눈앞에 나타났으니, 절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근 2m에 가까운 키는 그에게 익숙한, 또 다른 이의 모습을 확연하게 닮아 있었다.
전생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처럼.
“확실히 네가 아버지를 더 닮았어.”
“저도 돌아와서야 알았습니다. 몸이 성장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컸을 줄은 몰랐거든요.”
자기보다 작아진 형이 신기했던 걸까.
로니안은 새삼 감회 어린 눈빛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감탄 섞인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제가 형님을 따라잡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새 또 멀리 가 버리셨네요.”
로건 역시 동생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는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오러유저 중급. 그것도 완숙한 수준.’
놀라웠다.
“대체 남부 산맥에서 뭘 했길래 이렇게나 강해진 거냐? 놀랍구나. 놀라워.”
“형님이야말로요. 온갖 사건을 겪은 끝에 왕이 되신 걸로 아는데, 언제 그리 수련을 하셨습니까?”
“너 없을 때 죽도록 고생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살려고, 이놈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너 번은 죽을 고비를 겪다 보니……. 하하.”
비슷한 소리를 내뱉은 형제가 이내 피식 웃으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는데,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두 형제가 서로 그리 칭찬만 하면 낯 뜨겁지 않나요? 다른 사람도 좀 생각해 주시죠.”
“아, 형수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네. 오랜만이에요, 로니안.”
로니안은 자신의 말에 웃는 에일렌을 보며 새삼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체감했다.
“옛날에는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하셨었는데…….”
“그야 약혼녀보다는 기사로 대우받고 싶었으니까요.”
“그럼 지금은 왕비가 되셨으니…….”
“네? 지금도 기사예요. 여군은 내가 담당하고 있어요. 몰랐어요?”
“아……. 하하…….”
로니안의 시선이 자연스레 형에게 돌아갔다.
– 왕비인데? 기사? 이게 뭔 소리예요?
그 눈빛에 담긴 무언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로건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이 원하기도 하고,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도 않으니까.”
외부의 사람이 들었다면 절로 고개를 갸웃할 만한 말이었다.
귀족들의 병권을 빼앗아 한 손에 쥐고, 오랜 기간 적대 관계였던 연합과도 최근에 완벽한 우호(?)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내외부의 모든 우환을 없앤 왕답지 않은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로니안은 그 말을 대번에 알아들었다.
– 이른 시일 내에 제국이 왕국을 침략할 것이다.
로건의 그 말은 이미 측근들에게는 기정사실과 다름없었으니까.
“그래서 또 미안하다만, 너나 빅토르, 그리고 이 사람과 부르델 경의 각성도 한동안은 비밀로 해야겠다. 적어도 전쟁 전까지는.”
그래서 로니안은 형의 이 말도 납득할 수 있었다.
“저희가 보고했을 때 당장 소문이 나지 않는 걸 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도 짐작했고요.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륙 최연소 오러유저. 지금 네가 마땅히 가져야 할 명예를 가리겠다는 뜻이잖느냐.”
로건은 씁쓸한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동생이 가져야 마땅한 명예에 자신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형으로서 동생에게 더 잘해 주지는 못할망정 명성을 빼앗다니.
그것이 결국 대승적인 결과를 위함이라 해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다행히.
“푸하하! 괜찮습니다, 형님. 뭐 그런 걸 가지고……. 저 이제 어린애 아닙니다.”
동생의 호쾌한 웃음이 그 미안함을 조금은 덜어 내 줬다.
거기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형님. 왕국 내 오러유저들을 모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상급검술 은하검, 그러니까 갤럭시 소드를 왕국의 오러유저들에게 공유하고 싶습니다.”
로니안이 생각지도 못한 파격적인 말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