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동생 맥라인이라. 그러고 보니 주공께 천재 동생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다만, 이거 너무 예상외로군.”
산만 한 덩치의 거인이 신기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을 보며 로니안은 피식 웃었다.
“이미 전장에서 마주친 적도 있습니다, 루터 공. 기억을 못 하시는 것 같지만.”
“그래? 자네 정도의 강자라면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는데?”
“그때는 제가 많이 부족했지요.”
“크흠, 이거 미안하네. 내가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아서…….”
한때 절망적인 위압감을 주었던 거인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는 것을 보니 새삼 격세지감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역량을 가늠해 보며 승산을 따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묘하게 뿌듯하기도 했다.
“머리 나쁜 게 뭐 자랑이라고 내뱉고 있나. 저리 좀 비켜라, 덩어리.”
“뭐 인마!?”
거인의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
깡마른 체구에 날카로운 인상을 한 남자가 루터의 말을 무시하며 살짝 허리를 숙였다.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지금 5군단장을 맡고 있는 위켄 칼리아입니다.”
“말씀 편히 하시지요, 후작님. 직위상으로는 제가 더 아래입니다.”
군단으로 재편된 이래, 루터와 위켄은 군단장의 권위를 위해 본래의 후작위로 지위가 회복되었다. 그래도 명목상 백작위라고는 하나 왕의 동생, 그것도 왕이 아낀다고 소문이 자자한 동생에게 쉽게 말을 놓기는 어려운 게 당연했다.
“하하. 역시 듣던 대로 호쾌하군. 그리 말하니 나도 말을 편하게 하겠네.”
“넌 꼭 그렇게 요식 행위를 해야겠냐? 어차피 반말할 거면 그냥 나처럼…….”
“난 너처럼 예의를 모르는 놈이 아니라서 말이다.”
“하, 이 자식이 진짜? 오늘 정말 이 자리에서 끝장을 볼까?”
“원한다면.”
둘 사이의 공간이 일순간 굴절되는 듯하더니, 금세 파지직 하는 소음과 함께 살벌한 분위기가 풍겼다.
“에? 저, 저기 두 분?”
“놔둬라. 한자리에 두면 항상 저러니까. 관심을 주면 더 하는 애새끼들이다. 나이를 어디로 처먹었는지, 쯧쯧.”
검공이 그답지 않게 막말을 쏟아 내자 로니안이 불안한 표정을 거두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 광경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던 로건은 그제야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인사 다 끝났으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하는구나, 로니안. 내 옆에 뜨거운 눈초리들이 안 느껴지는 거냐?”
로건이 자신의 좌우에 서 있는 에일렌과 빅토르를 가리키자 로니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이곳에 모인 모두가 이미 용건을 알고 있었고, 강렬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활을 쓰는 부르델과 전투용 망치를 쓰는 루터만이 그나마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을 뿐, 초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하나같이 욕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초인이기에 더 욕심이 강하겠지.’
한 단계, 한 단계가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자 자신의 한계처럼 느껴지는 것이 오러유저의 경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도가 있다면 당연히 욕심이 생길 것이다.
아무런 장벽이 없는 것처럼 계속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형 같은 괴물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자신과 눈을 마주친 형을 보며, 로니안은 얼마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 굳이 네 비전을 풀지 않아도 된다. 그러지 않아도…….
– 형님도 신검 비전을 주변에 다 푸셨잖아요.
– ……믿을 수 있는 사람들 몇몇에게만 가르친 것뿐이다. 그중에서도 비전을 익힐 수 있었던 너와 빅토르, 에일렌에게만…….
– 지금 다른 오러유저들은 믿을 수 없으세요?
– 그건…….
– 루터 공과 위켄 공도 이제는 형님을 진심으로 따른다고 빅토르가 그러던데요? 그분들도 신검 비전을 익힐 수 있었다면 가르치셨을 거잖아요.
– …….
자신이 가진 것은 전부 베풀면서 동생은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
이 나라가 맞이하게 될 위기를 지속적으로 말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은 챙겨 주려는 형의 이중적인 태도가 고마우면서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 저도 형님처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
로니안은 자신과 닮은 형의 눈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자신을 주시하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골렘 마스터 클레이튼을 제외한 오러유저 8명.
과거 그란디아 시절보다 수도 많고 그 질도 한 단계 이상 올라간 최고의 초인 전력이지만, 그럼에도 제국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전력이었다.
그러니 이 초인 전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길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흠…… 일단 설명을 하기 전에 제가 가르쳐 드리고자 하는 은하검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직접 겪어 보는 것이 좋으시겠죠?”
그 말에 듣고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를 각성하기 전에 배우는 하급 기본 검술도.
포스를 각성한 이후에 배울 수 있는, 포스를 사용하는 중급검술도.
그리고 오러를 사용하는 상급검술도 결국은 무술.
백 번의 설명보다도 몸으로 한 번 겪어 보는 것이 낫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만.
“백작이 혼자 칼춤을 추게 놔둘 수는 없으니 내가 어울려 주지. 혼자선 곤란하다면 빅토르 녀석이 합세해도 좋아. 둘이 친구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선 루터의 태도가 대변하듯 상급검술을 말로만 들어온 오러유저들은 그 힘을 체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면 그것을 사용하는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하던가.
‘그러니 더욱 확실히 보여 줘야지.’
피식 웃은 로니안이 빅토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빅토르와 루터 공이 함께 덤비시죠.”
“……뭐?”
오히려 합공을 권하는 로니안의 모습에 루터의 험상궂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봐, 왕제 양반. 자네가 아직 뭘 모르나 본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이 덤비라고 하는 거고요.”
“……어린 나이에 경지에 올랐다고 간이 부었구먼. 폐하! 동생분이 지금 만용을 부리고 있는데 좀 말려 주십시오.”
“아니, 충분히 그래도 됩니다. 한번 해 보십시오.”
“예?”
루터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데, 지목을 받은 빅토르가 오히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빅토르의 몸에서 회색빛 오러가 넘실거리며 기세가 커지는 순간.
“아니, 뭔 애송이가 이런…….”
아직 정련되지는 않았지만, 그 오러의 총량만큼은 자신 못지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루터가 놀란 얼굴로 빅토르와 로니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위켄이 상습적으로 멍청하다 놀리지만, 진짜 멍청하다면 오러유저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상급검술이란 게 단순히 칼을 쓰는 법이 아닌가 보구먼.”
“예. 은하검은 검술이라 칭하지만, 검술보다는 오러를 사용한 투법에 가깝습니다. 루터 공께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말에 루터 카일의 눈이 심유하게 번뜩였다.
수많은 무기술 중 유독 검술 일변도의 나라에서 홀로 망치를 사용하며 경지에 오른 그다.
기본 무술과 가문에 전해지는 중급검술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그 자신만의 망치술은 그의 자부심이기도 했기에, 굳이 다른 무술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형화된 검술이 아니라 투법이라는 말은 그저 가벼운 호기심에 가깝던 그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럼 어디, 제대로 한번 붙어 볼까?”
“바라던 바입니다.”
루터의 눈에 작은 불꽃이 일렁이는 것을 본 로니안이 씩 미소를 짓는 순간, 이 대 일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타!”
쿵.
마음을 바꿔 먹은 루터는 더 이상 로니안을 얕잡아 보지 않았다.
거대한 몸집의 위력을 그대로 실은 진각이 땅을 울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로니안의 눈앞으로 쇄도한 거대한 망치가 불꽃 같은 오러를 이글거리며 로니안의 상반신을 으스러트릴 듯 흉맹하게 날아들었다.
스슥.
콰아아앙!
흐릿한 잔상만을 남기며 사라진 로니안의 모습.
그를 노렸던 전투 망치가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대리석 바닥을 터트리듯 강타한 순간, 그 반발력을 이용하여 그대로 몸을 튼 루터가 반쯤 돌아서며 망치를 몸으로 끌어당기듯 휘둘렀다.
파아아앙!
어느새 루터의 가까이에 접근한 로니안의 몸이 다시 한번 꺼지듯 사라졌다.
딱 한 걸음 차이로 망치의 궤도에서 비켜서는 움직임.
루터에게 반격할 절호의 위치를 잡은 그에게 회색빛 오러를 실은 강격이 소리도 없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틈을 쪼개며 루터의 망치가 반 박자 늦게 다시 날아왔다.
로니안의 안색이 살짝 굳어지는 순간.
번쩍이는 주황빛과 함께 폭음이 터졌다.
꽈아아아아앙!
“큭!”
“허!?”
쿵. 쿵.
주르륵 밀려난 빅토르와 충격을 채 흘려 내지 못해 뒷걸음질을 치고 만 루터의 눈이 동시에 커질 때.
로니안의 담담한 음성이 연무장을 울렸다.
“은하검의 요결은 크게 한 가지, 세부적으로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지금 보여 드린 이게 그 첫 번째 요결인 성련(星鍊), 별빛을 벼리듯 오러를 정련한 것입니다.”
“호? 투자한 힘은 빅토르와 비슷한 정도인데도 루터의 일격까지 튕겨 냈습니다.”
“오러의 순도를 한없이 높여서 그 위력을 몇 배 이상으로 끌어 올린 거 같습니다. 저게 의식적으로 가능한 거였군요.”
검공과 로건.
이 자리에 존재하는 이들 중 가장 강한 두 사람이 그 일격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나서야 얼떨떨해하던 루터와 빅토르 역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 쉽게 승복하는 이가 처절한 투쟁이 필요한 오러유저가 될 수는 없는 법.
루터와 빅토르의 눈빛이 일순간 바뀌었다.
“이것도……!”
두 사람이 동시에 로니안의 양옆으로 쏘아지며 무기를 휘둘렀다.
“받아 봐라!”
우우웅.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파도가 몰아치듯 일렁이는 망치의 오러와.
공간 전체를 쪼개 버릴 듯 커다랗게 솟구친 회색빛 거인의 검.
협공의 대상이 자리를 피하는 순간 서로를 박살 낼 것처럼 무식한 파괴력을 담은 일격이었지만, 루터와 빅토르의 눈빛에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로니안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공세를 변화시키거나, 혹여나 로니안이 공격을 막아 내지 못하면 그대로 몰아붙이기 위한 여력.
하지만 그 자리에 꼿꼿이 선 로니안은 두 사람의 합공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이거 위험한데!’
루터와 빅토르의 얼굴이 굳어지고 맹렬하게 몰아치던 공세가 살짝 주춤한 순간.
번쩍.
로니안의 검이 다시금 환한 주황빛을 번뜩이며 하나에서 ‘일곱’ 개로, 다시 그 일곱 개에서 ‘마흔아홉’ 개로 변해 사방을 뒤덮었다.
그 검들은 이내 루터의 오러 웨이브와 빅토르의 대지 가르기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꽈아아아앙!
사방으로 퍼진 충격파가 당사자들을 세 방향으로 튕겨 내며 장내에 자욱한 흙먼지를 만들어 냈다.
일반 기사들도 그냥 나뒹굴 수밖에 없는 충격파와 함께 일순간 시야가 가려졌지만, 대련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싸움의 여파보다 그 과정과 결과가 더욱 충격적이었으니까.
루터와 빅토르가 전력을 다해 몰아붙였음에도 로니안의 일격에 열세를 보이며 물러난 것이다.
비슷한 경지로 보이는 루터와 한 끗 모자라기는 하지만 특이한 특성 덕분에 경지에 비해 넘치는 오러를 가진 빅토르를 압도하는 수법이라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이것이 은하검의 두 번째 요결 성라(星羅)입니다.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듯 무수하고 끝없는 공세를 이어 갈 수 있는, 은하검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수법입니다.”
먼지 속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장내에 있는 모든 이의 눈이 빛났다.
“49개의 검. 하지만 소비된 전력은 반의반의 반도 안 되는군요. 저 순정한 오러를 만드는 비법이 궁금해집니다.”
“……로니안 녀석, 저 검술을 익히기 위한 특성을 각성한 건지 오러의 파동도 특이합니다. 심지어 저게 최선도 아닌 듯합니다만.”
검공과 로건의 평가는 그 욕심을 더욱 자극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여러분께 은하검의 요결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로니안의 말이 이어지는 순간 모든 이의 신경의 그의 목소리에 집중되었다.
* * *
“수고 많았다.”
“별말씀을요.”
“네 덕분에 근심이 조금 덜어지는구나. 적어도 제국과의 초전에서 초인 전력으로 밀릴 일은 없겠어.”
로건의 그 말에 로니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제국 전쟁에 어떤 초인이 나올 것인지 알고 있는 듯한 말투가 아닌가.
하지만 로니안은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았다.
‘언젠가는 말해 주시겠지.’
아마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형이 모종의 큰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가문이 무사했고, 영지가 더욱 번창했으며, 이제는 한 나라의 수장이 되어 제 왕국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형님을 믿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할 뿐이다.’
로니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화제를 돌렸다.
“다들 경지에 이르렀으니 한 달 정도면 요결의 전수는 끝날 듯합니다. 그 후에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겠지요.”
“그래. 그런데 설명을 듣다 보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더구나.”
“은하검이 샛길로 빠지는 편법 같단 말씀인 거죠?”
조심스레 꺼낸 말의 속뜻을 동생이 바로 짚어 내자 놀란 로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은하검의 창시자조차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검술이더라고요. 그저 오러의 천재가 무한히 빛나는 별을 동경하여 만들어 낸 검술이에요.”
자신의 짐작이 들어맞자 로건이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오러를 순정하게 만들어 극한으로 효율을 높인다 해도 한계는 뚜렷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두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
“그러니까 전수한 거죠.”
로니안이 설명한 대로, 은하검은 검술이 아니라 투법이라고 봐야 했다.
분화한 검들은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제대로 터득할 수만 있다면 각자의 비기들을 2, 3개씩 겹쳐서 사용하는 말도 안 되는 응용도 가능할 테니까.
그 외에 전투적 측면에서의 활용법은 굳이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순정한 오러. 성련. 그것만으로도 경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테고.”
“맞습니다. 결점이 있다고는 하나, 상급검술 중에서도 뛰어나다 평한 것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결점도 너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고 말이다.”
로건의 의미심장한 말에 로니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이 검술을 익히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각성했으니 상황이 조금 다르겠죠. 그보다 형님 말씀대로 이게 완성되지 않은 정도가 아닌, 편법 같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문제인데요. 그게…….”
“신검 비전.”
“……예. 신검 비전과 비교해 보니 알 수밖에 없었어요. 아마 형수님과 빅토르도 곧 느끼게 되겠지요.”
“그만큼 비전의 성취에는 도움이 되겠지.”
로건이 평가하는 은하검은 딱 그 정도였다.
생각보다 뛰어나긴 하지만, 편법에 불과한 반쪽짜리.
그저 경지를 넘기 위한 발판 정도.
다만 신검 비전이 어지간한 사람은 한 칸도 오를 수 없는 거인의 계단이라면, 은하검은 인간을 위한 맞춤형 작은 계단과 같은 느낌이랄까.
“예. 그렇기도 하겠지만, 저는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음?”
“오러를 터득하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신검 비전이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포스유저의 기본부터 오러유저의 최상급을 아우르는, 혹은 그 이상의 까마득한 길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의 길을 품고 있는 말도 안 되는 무언가라는 것을요.”
“음…….”
“형님은 대체 어디서 이런 걸 얻으신 건지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로니…….”
“뭐, 지금은 말씀 안 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말씀해 주실 테니까요. 그렇죠?”
“……그래.”
동생의 배려에 로건은 그저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