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334)
334화스슥.
그저 가만히 움직여도 보통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게 해 주는 아티팩트 장비와 초인이 되며 한층 상승한 신체 능력 덕분에 빅토르는 검공의 운신법 귀신 그림자의 효과를 몇 배 이상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웬만한 왕국의 왕실보다 경비가 삼엄하다는 중앙 신전이었지만, 성기사들의 예민한 감각을 속이면서 그늘에서 그늘로 움직이는 빅토르를 경비를 서는 기사 중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목표했던 건물을 눈앞에 뒀을 때.
거침없이 움직이던 빅토르는 일단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한 신전 건물들 사이에서 유독 작아 보이는 흰색 건물. 맥라인 교구에 있는 일반 기도원보다도 작아 보이는 그 건물이 유독 경비가 삼엄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원래 노리던 목적지였기에, 안에 성녀가 있다는 듯 철통같이 지키는 모습이 처음엔 오히려 달가웠다.
하지만 이내 예상외의 무언가가 빅토르의 감각을 어지럽혔다.
‘……마법?’
주군이자 스승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같은 경지의 기사에 비해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초인. 그 뛰어난 감각이 목표했던 건물 곳곳에 흐르고 있는 이질적인 힘의 흐름을 포착했다.
‘신전에서 마법이라고?’
신성력이 아닌 다른 이능, 포스와 마나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신성력에 비해 한 차원 낮은 수준의 힘이라 폄하하는 것이 신전이었다.
그런 신전에서 마법을 이용한 경비 시스템이라니.
실로 황당했지만, 이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두고 있는 사람이 성법에 있어 정점에 달한 사람이라면, 신성술의 결계는 의미 없겠지.’
성녀 일리아가 저 건물에 있을 가능성이 한층 커진 듯했다.
신성술의 결계를 잠시나마 통과할 방법을 준비해 온 것이 아깝기도 했지만, 이쪽이라면 그에게는 오히려 쉬웠다.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느낌.
그런데 갑자기 그 느낌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거, 신전기사들이 딱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이야. 규율이 정말 엄격한가 보구먼.”
실실 웃는 얼굴의 중년인이 경계를 서고 있는 신전기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홉 가지 색깔이 겹쳐진 동심원이나 한 가지 색의 원이 새겨진 갑옷 차림의 성기사들과는 달리, 화려하기 그지없는 금룡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중년인은 신전기사들 앞에서 대놓고 장난을 쳤다.
“어이, 어이!”
어깨를 툭툭 치기도 하고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는 성기사들의 모습에 이내 흥미를 잃은 듯, 중년인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성기사들은 수준이 높아질수록 감정이 없어지기라도 하는 거야? 정예일수록 돌멩이 같아지는 건가? 재미없게시리.”
중앙 신전의 한가운데서 성기사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과 다름없는 모양새.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치도곤을 당할 짓이었지만, 성기사들은 애써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마치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이, 너무 그러지들 말라고. 나라고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야. 이게 무슨 헛짓거리냐고. 엄연히 제국의 장군인 내가 왜……. 으, 진짜 황자만 아니었어도, 아니 황위 계승권자만 아니었어도 내가 그냥 콱…….”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남자의 모습은 정말 한심해 보였다.
한없이 가벼운 말투에 그보다 더 가벼워 보이는 태도.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내용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기사가 아니라 장군. 제국에서 그런 명칭을 쓰는 이는 동부 8군단이나 서부 7군단의 군단장밖에 없었다.
즉, 저 한량 같아 보이는 이가 바로.
‘오러유저.’
금발 머리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는 제법 미중년으로 보일 법도 했지만, 오른쪽 뺨을 길게 가로지른 흉터와 뿌옇게 흐려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왼쪽 눈 때문에 인상이 꽤 사나웠다.
‘……누구였더라?’
주군이자 스승의 강권으로 제국 군단장들의 특징은 모조리 외우고 있는바. 빅토르는 이내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냈다.
‘서부 7군단장. 광검(狂劍. Crazy Sword), 막스 일레이야.’
– 제국 서부군은 웬만하면 우리 쪽을 침략하진 않을 거야. 제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서쪽도 경계를 강화해야 할 테니까.
– 물론 상황이 급박해진다면 초인인 군단장만이라도 차출할 수도 있겠지만.
주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의할 사람을 몇 짚어 주었고, 막스 일레이야는 그중에서도 요주의 인물로 찍힌 자였다.
– 알려진 바로는 오러유저 중급이다. 그런데 실전에선 그보다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더군.
– 특이하게도 용병 출신으로 제국의 귀족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성정이 거칠기로 유명하지. 한마디로 싸움닭이랄까.
– 황제가 젊은 시절 그 재능에 반해서 곁에 두었다가, 그 성격에 질려서 서부 군단장으로 보내 버렸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굳어진 인물이야.
즉, 저 남자는 진짜 제국의 군단장이었다.
‘제국의 초인이 왜 여기에 있어?’
황당했지만 당장 그 의문을 풀 수도 없는 노릇.
빅토르는 새삼 자신의 감각이 유난히 뛰어나다는 것이 축복임을 느꼈다. 막스 일레이야의 특성은 하필 이런 상황에 가장 걸림돌이 될 만한 능력이었으니까.
혹여나 놈의 감각권 안에 들어설까 조심스레 멀어지는데.
“에라이! 재미없다! 여기 누가 온다고! 니네 단장이라도 불러와 봐! 그 양반하고 칼질이라도 한번 해 보게!”
그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신검? 그 거창한 명호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제국의 장군이 직접 검증해 주겠다고! 우리 영감쟁이도 기껏해야 별명이 검혼인데 신검이 뭐야, 신검이.”
장난하듯 날뛰며 시비를 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황제가 질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출장 갔으면 불러와! 왜 안 불러? 내가 겁나냐!?”
그러니 성기사들이 저리 반응 없이 가만히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심기를 거스를 일이 없도록 애초에 상대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들었으리라.
성기사들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결국 제풀에 지친 막스가 다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에이, 재미없는 놈들. 심심해 죽겠네.”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그의 얼굴이 이내 무언가를 본 것처럼 상기된 안색으로 변했다.
“어라?”
피식.
“……이 근처라, 재밌네.”
혼자 웃으며 무언가 중얼거리던 막스가 또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잠깐 나갔다 온다. 의리 없게 나 사라졌다고 황자 전하한테 이르기 없기다?”
그러고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를 남긴 채 그대로 횡 하니 사라졌다.
‘다행이다.’
빅토르는 어느새 등줄기에 흐르기 시작한 식은땀을 느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티팩트와 귀신 그림자의 조화라면 한두 수 위의 강자에게도 들키지 않고 잠입할 자신이 있었지만, 성녀를 구해서 데리고 나오는 것은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그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 지금은 절호의 기회였다.
‘놈은 알려진 정보만도 나보다 한 수 위.’
연유를 따져 볼 시간은 없었다.
빅토르의 몸이 마나가 흐르는 곳을 피해 귀신처럼 건물 안으로 스며들었다.
건물 내부는 생각보다 더 작았다.
무슨 독특한 기도실로 쓰던 건물인지, 3개 층이 있는 건물에 방이라고는 맨 위층에 달랑 하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안에 성녀가 있었다.
낡고 펑퍼짐한 법복마저도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미모.
그러나 안색은 다소 초췌한 일리아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기도에 열중한 모습은 실로 성스럽기 그지없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의 주변엔 일반인은 볼 수 없다는 신성력이 구름처럼 넘쳐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녀를 감시하는 게 임무일 두 성기사마저 경외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빠박.
털썩.
제압하기는 더 쉬웠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성녀님.”
빅토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신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던 일리아가 옆을 돌아보았다.
놀라움으로 커진 눈동자에 반가움이 가득한 것이 이 다급한 순간에도 유난히 기뻤다.
“빅토르 경?”
“예, 접니다. 모시러 왔습니다. 어서 나가시지요.”
“어, 어찌 여길?”
“말하자면 깁니다. 일단 가시지요.”
조금은 안심이 되어서였을까.
빅토르가 성녀를 보고 부드럽게 웃는데 듣기 싫은, 아니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였네. 아까는 밖이라고 느껴졌는데.”
고개를 돌린 빅토르의 눈앞에 나타난 흉터 가득한 얼굴.
“너, 묘한 재주가 있나 보구나.”
막스 일레이야가 재밌다는 듯이 히죽 웃고 있었다.
방 안팎의 소음을 차단하는 신전의 방비가 그의 감각까지 둔하게 만든 것 같았다.
‘이런 실수를.’
단순히 뒤를 허용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복면을 벗어 버린 상태.
즉, 저자가 자신의 얼굴을 봤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대로는 도망칠 수도 없어.’
아직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지만 제국의 정보력이라면 머지않아 자신을 찾아낼 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스릉.
“싸움 실력도 그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가능하면 비명은 지르지 말아 달라고. 우리 둘이서만 즐기면 되잖아?”
이 상황이 진정 기쁜 듯, 오히려 목소리를 낮추며 입이 찢어져라 웃는 저 미친놈을 여기서 잡아야 했다.
그것도 단숨에.
“성녀님. 뒤로.”
“……예.”
“좋은 선택이야. 나도 성녀가 다쳐서는 곤란하거든. 그 대가로 곱게 죽여 주지.”
히죽.
명백히 한 수 위의 적을 단숨에 죽인다?
웬만한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빅토르는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 막스 일레이야. 특성은 ‘직감’이라고 알려져 있어. 제롬 디카이드의 하위 호환이랄까. 단 전장에서 다수를 상대할 때는 오히려 뛰어난 점이 있다더군.
직감이라니, 애매하기 짝이 없는 특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전장도 아니고, 놈은 오히려 일 대 일 대결을 원하고 있었다.
자신이 놈의 경지를 파악한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수준을 알아본 것이다.
방심.
게다가 놈의 말에서 엿본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었다.
‘밖인 줄 알았는데 여기였다. 확실히 저 특성엔 한계가 있어.’
– 특성의 발현은 염원의 발현이다. 자연히 쓸모없어 보이거나 이상한 특성을 가진 이들도 나오기 마련이야.
– 지평선 너머의 사람까지 볼 수 있는 매의 눈이나 수 킬로미터 밖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청각은 그나마 쓸데가 있지.
– 특성은 그 의미가 막연할수록 효율이 약하고 쓸모가 없다. 이를테면 ‘평화’ 같은 특성은…….
고개를 흔들어 쓸데없는 잡념은 털어 냈다.
놈의 직감은 모든 것을 예측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다.
‘일격에 모든 것을 건다.’
빅토르는 심장의 포스코어에서 느껴지는 힘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기이한 일렁임을 담은 회색빛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스의 여유는 사라지지 않았다.
“호오. 생각보다 제법인걸?”
당연하겠지.
하수들을 학살하기 위함도 아니고,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오러블레이드를 발현하는 것은 그저 에너지 낭비에 불과했으니까.
그 행태가 놈의 방심을 더 부채질했다.
“회색빛 오러라. 특이하네.”
탓.
이내 기합조차 없는 가벼운 발걸음이 공간을 단축하듯 빅토르와 놈의 사이를 좁혔다.
동시에 휘둘러지는 막스의 검.
붉은 오러가 칼끝에만 맺히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쭈욱 늘어나며 그의 심장을 노렸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오러유저라면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속도.
그 순간, 막스의 하나 남은 눈에 의구심이 어렸다.
‘피할 생각이 없어?’
특성 ‘직감’이 알려 준 놈의 속셈은 황당하기만 했다.
‘같이 죽겠다는 거냐? 흐으. 하지만…….’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그의 붉은 오러가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지듯 늘어났다.
‘죽는 건 너뿐이다.’
막스로서는 재미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유희가 너무 싱겁게 끝나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푸우욱.
우우웅.
심장이 관통당하는 순간, 빅토르의 회색빛 오러블레이드는 오히려 몇 배로 커지며, 단숨에 적의 심장을 관통했다.
푸우우욱.
“커, 커흑.”
“끅.”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
‘해냈…….’
경악으로 가득 찬 적의 눈을 보며 빅토르는 끔찍한 통증을 억지로 감내했다.
“끄으으. 이, 이런 미친…….”
막스의 하나 남은 눈동자가 두 배로 커짐과 동시에 그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빅토르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꺄악! 빅토르 경!”
“괘, 괜찮…….”
적의 눈에서 빛이 꺼져 가는 것을 확인한 빅토르가 자신의 심장에 꽂힌 적의 검을 단번에 뽑아 냈다. 푸슉 소리와 함께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자 이상할 정도로 팔다리에 힘이 빠졌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재생해.
할 수 있어!
빅토르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몸뚱어리를 향해 명령했다.
신검 비전을 익힌 심장에선 포스코어 5개가 첫 번째 핵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공전하며 포스를 뿜어냈다.
거기다 ‘끝없는 생명력’의 특성은 단순히 경지보다 강한 포스를 동원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 특성의 가장 특별한 점은 어떤 부상도 치료하는 재생능력.
그 두 가지를 믿고 한 도박이거늘, 심장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빅토르는 그 이유를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오, 오러. 젠장, 이런 바보 같은.’
기대는 반만 충족됐다.
5개의 포스코어는 순간적인 오러 변환을 통해 심장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막아 냈지만, 잔존한 적의 오러가 재생을 방해한 것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오러의 힘.
그 여파를 무시하고 재생을 하기에는 아직 특성이 충분히 여물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생각이 짧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이렇게 멍청하게 죽을 수는 없어.’
이를 악문 빅토르의 의지가 생의 마지막 불꽃을 붙잡았다.
그리고.
“피, 피가……! 안 돼!”
다급하게 외친 일리아가 손을 뻗어 피가 솟구치는 빅토르의 가슴을 눌렀다.
“제발…….”
입술을 깨문 그녀의 손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성력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그의 전신으로 번지는 빛.
그 성스러운 힘 아래 스러져 가던 육체가 생명력을 얻고, 꺼져 가던 정신이 명료해졌다.
정지했던 사고 회로가 제 기능을 되찾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 떠올랐다.
‘오러를 분쇄하는 힘.’
다행히 빅토르는 그런 수법 하나를 알고 있었다.
신검 비전의 5식. 생명 가르기(生靈斬, 생령참).
여태까지는 수련 시에 공을 들여 간신히 시전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그것을 완벽하게 다루어 응용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경각에 달한 생명력이 극한의 집중력을 이끌어 내고, 쏟아지는 신성력이 그 집중력을 안정적으로 받쳐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령참의 모든 것이 빅토르의 뇌리에서 확연하게 분석되기 시작했다. 이내 그 깨달음이 심장에 남은 적의 오러를 소멸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빅토르는 자신이 또 한 단계의 벽을 넘어 성장했음을 깨달았다.
우우웅.
포스코어가 6번째 핵을 토해 내고, 일순간 두 배로 증폭된 포스와 그만큼 강력해진 특성이 심장의 상처를 빠르게 수복했다.
잠시 후, 빅토르가 심해 깊숙히 가라앉았다가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온 사람처럼 거친 숨을 뱉어 냈다.
“커, 커흑.”
“어, 어? 이, 이게?”
눈물을 흘리다가 당황하는 일리아.
그런 그녀의 눈을 보며, 빅토르는 울컥 피를 토해 냈다.
쿨럭.
‘이건 정말 미친 짓이었어. 운이 좋았다.’
안도감과 더불어 자신감이 샘솟았다. 미친 짓을 한 덕분에 얻은 것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경지의 상승도 상승이지만, 지금으로선 제국의 초인을 단칼에, 그것도 요란한 소음 없이 죽였다는 사실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초인끼리 충돌했는데 방음 마법조차 망가트리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그래서 빅토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이젠 괜찮습니다. 가시죠, 성녀님.”
성녀가 안심하도록.
“꺄악!”
“……?”
“아, 아니. 죄송해요. 빨리 가죠.”
입 안에 핏물이 흥건한 채 짓는 미소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전혀 생각지 못한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다행히 바깥의 성기사들은 여전히 조용했다.
빅토르가 성녀를 업고 건물을 빠져나갈 때까지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 가짜 성녀 일리아 가본을 파문한다.
성국을 중심으로 세상을 뒤흔들 만한 소식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