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가짜 성녀 일리아 가본을 파문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랬으면 그때 이미…….”
신전의 발표를 모두가 믿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가장 중심에 있는 성도의 주민들조차 불신에 찬 눈으로 신전을 바라볼 정도였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가짜 성자 사건이 벌어진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가짜 성자였던 교황의 진실을 밝혀 낸 것이 성녀 일리아였다.
그런 그녀가 가짜다?
– 가짜 성녀는 거짓이 세상에 들통날까 두려워 신전에서 도망쳤다.
이어진 신전의 발표는 그 혼란을 더욱더 부채질할 뿐이었다.
“그래도 오스틴 교황님이면 믿을 수 있지 않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체 신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성도의 주민들 사이로 불안이 번지기 시작할 무렵.
그와는 상관없이 일리아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졌고, 그 때문에 이 일의 당사자들은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대로 맥라인에 갈 수는 없어요. 민폐가 될 거예요.”
“성녀님…….”
“이 누명을 벗지 못하면, 지난 역병 사건까지 엮어서 맥라인을 이단으로 몰아갈 게 분명해요. 그럴 수는 없어요.”
일리아의 말에 빅토르 역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가 해야 할 말을 성녀가 대신 말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된 상황 자체가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미 성국의 상항에 대한 설명도 모두 들은 상황. 적들의 속셈이야 쉽게 알 수 있었다.
“최악이군요…….”
성녀의 직책이 유지된다면, 맥라인 교구를 중심으로 신전의 이상 상황을 밝히고 투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간단한 포고령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입장은 꽤 곤란해졌다.
파문 사제 일리아가 맥라인 교구에 갑자기 나타난다?
성녀를 빼돌린 것이 맥라인 왕국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왕국을 뿌리부터 흔들게 분명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이건 트레이시가 스스로 악수를 둔 것이기도 해요.”
“예?”
“내가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새 교황은 신을 모독한 사람이 될 테니까요.”
“……그럼 더욱 위험해지겠군요.”
“예?”
“어떻게든 공식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게 만들 것 아닙니까.”
“아…….”
“혹시 달리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은 없습니까? 성녀님을 따르는 세력이라거나.”
세력이라.
골수부터 사제인 일리아에게는 씁쓸하기만 한 단어라 그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저와 오스틴 추기경은 전대 교황을 몰아내기 위해 한배를 탔던 동지였어요. 그리고 제가 맥라인 교구 출신이라, 중앙 신전 내에 따로 저를 따르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 암울한 말에 빅토르의 얼굴 역시 흐려졌다.
그런데.
“하지만 절대 놈들에게 넘어가지 않았을 사람이 한 명 있어요.”
이어진 일리아의 말이 우울한 분위기 속에 한 줄기 희망을 비춰 주었다.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포스보다도 강력한 것으로 유명한 신성력, 그 신성력이 정점에 가까운 신실한 추기경조차 세뇌해 버린 적이다.
그런데 넘어가지 않았을 사람이 있다니?
절로 호기심이 생겼다.
“……누굽니까, 그게?”
“하먼 킬러브루, 성전기사단장. 외부에서는 신검(神劍)이라 불리는 분이에요.”
“아…….”
빅토르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성국을 지키는 신의 검이라던가.
하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제국의 검혼 트리스 혼스비에 비교될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가졌을 거라는 막연한 소문뿐이었다.
그러니 당연한 의문이 이어졌다.
“그 사람이 세뇌되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은 어찌하시는 겁니까?”
“오러유저인데다 추기경급 신성력을 가지신 분이에요. 성국에서도 3백 년 만에 탄생한 팔라딘(Paladin)……, 이렇게 말해도 와닿지 않으시겠죠. 그냥 트레이시가 교황을 사로잡은 후, 그분을 계속 외부로 계속 돌리고 있는 것만 봐도 확실해요.”
“……그렇군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분을 설득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 거예요.”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수배령이 내려졌으니 그 분 역시 성녀님을 잡으려 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도 별수 있나요. 일단 걸어 봐야지요. 빅토르 경, 저를 조금만 더 도와주실 수 있나요?”
가까이 다가와 제 거친 손을 부여잡는 작은 손.
그 따스한 체온이, 간절한 눈빛이 빅토르의 마음에 무겁게 와닿았다.
“……일단 폐하께 보고를 드려야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그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 * * [……이렇게 되었습니다.]
필립의 보고를 들으며 로건은 안색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예상 밖의 사태.
심지어 짐작 가는 것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교황이 세뇌라. 이거, 또 카셀 마탑의 짓인가?’
제국의 협력자이자 잠재적인 적.
현재 그랑피아의 별궁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루이사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냥 두면 정말 성국이 제국에 협력해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까.
벌써 두통이 밀려오는 듯했다. 로건은 복잡한 상념은 일단 젖혀 둔 채 한숨을 내쉬며 필립에게 물었다.
“……상단은 괜찮은가?”
[이미 성국의 병사들이 한차례 뒤집고 갔습니다. 일리아 성녀가 왕국 출신인 것은 누구나 다 아니까요.]“대책은?”
[일단 최소한의 선만 남겨 놓고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손해가 막심한데…….]“아니, 아니. 장사 말고, 이 사람아. 일리아의 일 말이야.”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 폐하께서 결정하실 일을.]하아.
이 녀석은 여전하구나.
“……빅토르는?”
[폐하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신검을 찾아가겠다는 성녀를 돕겠다는 말은 안 하고?”
[돕고 싶은 눈치긴 했습니다만……. 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잘 내색하지 않는 녀석인 거.]“……그렇겠지. 뭐, 그리하도록 해. 일단 성국의 문제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으니 도울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도와줘.”
[……알겠습니다.]“그나저나 제국의 반응은? 군단장이 성국에서 죽었는데도 이상하게 너무 조용한데?”
[황실의 일까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만,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미루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로스 황자가 성국에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요?]“……여러모로 신경 쓸 게 늘어나는군.”
제국의 군단장이 군단장의 지위를 내팽개치고 바로스 황자의 호위로 성국에 간 것까지는 억지로나마 납득할 수 있다.
막스 일레이야의 서부 7군단은 성국 주변의 제국 영토를 관할하는 군단이었으니까.
하지만 왜 그가 성녀의 감시를 하고 있었는지.
제국은 왜 반응하지 않는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알 수가 없었다.
또다시 머리가 아파 왔지만, 로건은 언제나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계속해 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제국의 주요 전력 하나를 꺾었다. 빅토르에게 상을 줘도 무방한 일이니 뜻대로 하라고 해.”
[예?]“일리아를 도와 신검을 찾아가도 괜찮다는 뜻이다. 혹시 신검이 일리아를 잡으려 한다면 그땐 굳이 상관하지 말라고 하고.”
[……상관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 성격에.]“오호? 필립, 빅토르를 걱정하는 거냐?”
[오러유저를 죽인 초인을 걱정한다니요. 말이 과하십니다. 그냥 일을 그르칠까 봐 그런 겁니다.]“흠. 알고 있겠지만 그 사실은…….”
[저도 눈치는 있습니다. 당연히 비밀이겠죠. 저 나이에 초인이면 폐하보다도 빠른 최연소 오러유저 아닙니까. 세상 만방에 자랑할만한 일인데. 쯧, 아깝네요.]말은 아니라 하지만 빅토르를 걱정하는 것이 여실히 보였다.
하지만 내 사람들끼리 서로를 걱정하는 것은 보기 좋을 뿐이라 로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신검은 지금의 빅토르가 감당할 만한 상대가 아냐. 혹 싸움이 벌어지면 괜히 제국에 빌미를 주는 꼴이 된다고 전해 둬.”
광검을 별 소란도 없이 죽였다는 것은, 그 도박 같은 수법을 고려해도 빅토르의 실력이 그새 더 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검과 비교할 수는 없다.
[제국의 군단장을 죽였는데도 말입니까?]“그래.”
로건은 단언해서 말했다.
성국이라 해 봤자 제국의 대도시 하나 수준이다.
물론 세상에 퍼진 신전의 영향력은 또 하나의 제국이라 할 만했지만, 그 때문에 성도를 지키는 신검은 외부에서 평가 절하당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로건은 알고 있었다.
전생에 제국이 정복 전쟁을 시작하고, 당시 교황의 비리 사건과 사기 성자 사건이 연달아 터졌을 때.
황제는 ‘타락한 사제들을 믿을 수 없다.’라는 명목으로 성국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려 했다.
하지만 성국의 반발은 황제의 예상보다 더욱 거셌다. 어떤 의미에서 광신도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신전기사와 병사들은 물론, 평범한 국민들까지도 자신들의 몸을 불살라 가며 제국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신검의 손에 제국 군단장 셋의 머리가 떨어졌다. 지금 빅토르의 손에 죽은 광검을 포함한 군단장 셋이 합공을 했음에도 도리어 죽어 버린 것이다.
결국 황제는 그 3개의 군단을 전부 갈아 넣어 신검의 목을 친 것에 만족하고 노비엔스의 점령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때 황제가 남긴 선언은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 인세에 드문 초인, 신검 하먼 킬러브루를 기리는 의미에서 성전을 끝내겠다.
물론 실상은 전쟁이 길어지는 와중에 신전이 재정비되고, 대륙의 여론이 제국을 비난하는 쪽으로 흘렀기에 종전을 선언한 것이었다. 명분이 없어진 전쟁을 위해 더 이상 손실을 감당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선언으로 인해, 죽은 신검은 영원한 전설로 남았다.
“신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신검도 알아차리고 일리아를 돕는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만 되면 굳이 이쪽에서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신전 내부의 분란은 오히려 환영할 요소였다. 로건으로선 저들이 전쟁에 끼어드는 경우가 최악인 것이다.
그러니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신검이 성녀를 잡고자 한다면, 그냥 잡혀 주라고 해. 아니, 괜히 싸움이 붙었다간 빅토르의 실력을 노출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성녀를 얌전히 보내 줄 각오가 없다고 하면 지금 당장 돌아오라고 전해.”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 제국의 수작을 막을 수 없게 된다 해도, 차라리 그게 나았다.
[……알겠습니다.]필립의 대답을 끝으로, 로건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통신실을 나섰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는 역시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제일이라, 로건은 반드시 해야 할 정무만 끝마치고는 바로 연무장으로 향해 검을 들었다.
거의 한 시간에 걸쳐 검술의 기본을 점검한 그는 이내 자신이 알고 있는 비전들을 하나씩 풀어 나갔다.
강하게 맺고 끊는 철혈검의 검리가 황금빛 오러블레이드로 화해 연무장 사방을 환하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여파만으로도 연무장 내에 광풍을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검격들. 그 사이사이에서 뱀처럼 유연하게 늘어나는 오러블레이드는 강렬한 만큼 변화가 부족한 검세의 허점을 완벽하게 메워 주었다.
– 난폭하게까지 느껴지는 강렬한 검세와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는 오러블레이드를 동시에 구사하다니.
– 동일한 경지, 그러나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기사가 함께 협공하는 것이나 다름없구나. 그것도 완벽히 한마음으로.
스승이 극찬했던 자신만의 검술은 이제 완벽히 체계를 갖춰 가고 있었다.
그렇게 철혈검이 만들어 낸 강풍 사이로 황금빛이 어지러이 섞여들던 그때.
우웅.
허공을 유영하던 황금빛 뱀이 가늘게 진동하더니 그 끝이 두 갈래로, 또 네 갈래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번쩍!
일순간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4개의 검세.
네 가닥으로 갈라진 오러블레이드가 새하얀 빛을 발하며 연무장에 폭풍을 몰고 왔다.
콰콰콰콰.
하지만 정작 그런 엄청난 위세를 펼쳐 낸 당사자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역시 은하검은 내게는 잘 맞지 않아.’
아니, 굳이 필요가 없다고 하는 편이 정확했다.
동일한 위력의 검세를 몇 배수로 늘리는 것은 포스 소모가 너무 컸고, 포스를 소모해서 일격의 위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신검 비전이 훨씬 나았으니까.
특성까지 은하검에 맞춰 버린 로니안 녀석이야 막대한 포스 소모만 감수한다면 두 비전을 조화시켜 몇 배의 위력을 낼 수 있겠지만 자신은 아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뿐.’
우우웅.
그 생각이 옳다는 듯, 애검 룩스가 공명하며 몸을 떨었다. 이내 자연스레 정신이 집중되고, 심장의 포스코어가 막대한 포스를 토해 냈다.
공전하는 핵들을 연달아 거치며 두 배, 네 배, 여덟 배, 그리고 마침내 백 배가 넘게 증폭된 미증유의 힘이 칼끝에 맺혔다.
‘느낌이 좋아.’
여태까지 특성을 쓸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없는 일격. 신검 비전의 7식, 하늘 가르기(天空斬 천공참).
이것을 완성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오러유저 최상급의 경지에 닿지 않을까 싶었던 그 일격이 세로로 그어지는 로건의 검을 따라 허공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쩌어어억.
황금빛 검격이 공간에 그대로 머물며 퍼져 나갔다.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광경이었지만, 공간 자체를 가르는 그 황금빛은 존재하는 모든 것, 모든 힘을 쪼개 버리는 흉악한 권능을 담고 있었다.
언젠가 스승이 보여 주었던 공간을 갈라 내는 일격. 오러유저 최상급의 경지에서나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참의 권능이 아직 상급의 경지인 로건의 손에서 훨씬 더 세련되고, 위력 또한 한층 증폭되어 펼쳐진 것이다.
‘됐다!’
최상급의 경지, 여전히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 너머의 모습이 온전히 시야에 들어오는 듯했다.
로건의 얼굴에 환희의 미소가 맺히는 순간.
찌이이이잉.
“윽!?”
언젠가 경험해 본 적 있는 극심한 두통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환상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