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399)
399화’내가 앞으로 개가 귀엽다고 하면 사람이 아니다.’
황실 친위대 소속 초인, 환상검 크리스티안 밀러는 이를 부드득 갈며 다짐했다. 짧은 순간 몇 번이나 같은 다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면 개 노이로제가 생길 것이라 확신했다.
허리춤에도 오지 않는 평범한 개가 오러유저의 검을 모조리 피하는 것도 모자라, 가끔 섬뜩한 기운을 담은 앞발이나 주둥이를 급소 근처에 들이미는 경험을 몇 번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저 겉모습만 평범한 저 개새끼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뻐어어어억.
“윽!”
무게로 따지자면 자신의 사분의 일이 될까 말까 한 놈의 앞발을 막아 내는데, 몸이 주르륵 밀려 성벽 턱까지 닿았다. 저 망할 개새끼의 앞발이, 그저 발톱이 좀 날카로울 뿐인 짐승의 발이 오러로도 베이지 않는 것은 이제 이상하지도 않았다.
이내 창에서부터 번져 나온 붉은 오러가 괴물을 옭아맸다.
콰지지직.
주르르륵.
“오래 못 버텨! 빨리!”
순식간에 금이 가는 창과 일그러진 맥스웰의 표정.
그에 응답하듯 괴물의 뒤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
크리스티안의 검에서 솟구친 붉은빛이 괴물의 감각을 교란시키며 파고드는 사이, 엔소니의 도끼가 벼락처럼 떨어지며 괴물을 노렸다.
그렇게 세 사람과 한 마리의 공간이 겹치듯 충돌하는 순간.
팡.
장난 같은 소음과 함께 괴물 놈의 몸뚱이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헙!?”
“뭐야!?”
“억!?”
순식간에 목표를 잃어버린 채 아군과 충돌하게 된 세 초인이 급격히 힘을 줄였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 공격을 갑자기 멈추기에는 그들 사이의 거리가 이미 너무 가까웠다.
꽈아아아앙!
“컥!”
“익!”
교차하는 중심점에 있던 맥스웰이 막대한 충격에 비틀거리고, 크리스티안과 엔소니 역시 작지 않은 충격에 일순간 경직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사라졌던 괴물이 고작 수 미터 옆에서 나타났다.
그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나였던 놈의 머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순식간에 3개로 분열되었다. 몸통보다 커다란 각각의 머리에선 붉은 눈 ‘두 쌍’이 흉악하게 빛났다.
그 기괴한 광경이 현실감을 날려 버릴 때.
피식 웃는 듯하던 3개의 머리가 동시에 입을 벌려 하나의 빛을 토해 냈다.
쩌어어어엉!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검붉은 광선이 전방으로 뻗어 나가며 세 초인을 덮쳤다.
그것을 마주한 순간 크리스티안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이럴 수……!?’
본능적으로 모든 힘을 끌어모아 몸을 움직여 보지만, 비등한 오러에 의한 충격이 쉽게 해소될 리 없었다.
그만큼 찰나간에 이루어진 괴물의 회피와 공격은 그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콰콰콰콰콰콰콰.
“아아악!”
검붉은 광선이 지나간 자리.
멕스웰은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앤소니 브라운은 광전사라는 이명답지 않게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반신이 통째로 사라진 상태로도 비명을 지를 힘이, 생명력이 남아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크리스티안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깊게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그 역시 간신히 머리를 보호했을 뿐, 오른쪽 어깨부터 골반 아래까지의 우반신이 통째로 뜯겨 나간 상태였으니까.
“허, 허으…….”
내가, 제국의 환상검이.
이렇게 어이없이 죽는다고?
삶의 끝에 선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황당함뿐이었다.
그전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규모도 파괴력도 차원이 다른 엄청난 레이저 브레스(Laser Breath)는 둘째 치더라도.
전설 속 대마도사도 만반의 준비 없이는 힘들다는 공간 이동을 한낱 괴물이 선보였다.
그것도 아주 적절한 순간에. 자신들을 농락하듯이.
미리 알았다면 대비할 수 있었을까?
고대에도 희귀했던 신수의 능력은 생을 다해 가는 초인의 마지막 순간에 한과 의문만을 남겨 두었다.
그리고 그런 적의 최후를 확인하며, 마지막 신수의 후예이자 마수의 왕은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 아우우우우우우우우!
* * * 남북에 걸친 전투의 결과는 빠르게 카일 성에 전해졌다.
물론 그 전에 이미 남쪽의 결과를 알게 된 로건은 그 최고의 공신을 타박하고 있었다.
‘변신하지 말랬지!? 마기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 괜찮. 조금.
‘그게 조금이냐!? 나도 다 봤다고, 인마! 시야 공유를 해 준 건 잊은 거냐?!’
– 몰라. 심심.
“하……. 아으으, 이걸 진짜.”
티르와 영통(靈通)을 하다 말고 로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에일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요?”
“아, 아니. 티르 녀석이 조금…….”
“음?”
의아해하는 아내를 마주 보고 있자니, 그 옆의 시선들이 느껴졌다.
전장의 막사 안, 좁은 공간 내에 모인 1군단의 지휘부 전원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흠……. 아니에요. 이 좋은 날에 내가 너무 과민했네요.”
어색하게 웃은 로건은 머리를 흔들어 티르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곤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크흠, 마저 보고하라.”
“예, 폐하. 남북의 요새에서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이어지는 말에, 듣고 있던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군단 – 제국 동부 1~4군단, 추정치 20만 제국군 중 사망 및 중상자 5만 추정. 1개 군단급 규모 분쇄.
– 맥라인군 사상자 1만 추정. 리버티 원군 사상자 5천 추정* 초인 전력 – 검공에 의해 1군단장 제이미 길란 사망. 황실 친위대 초인 멜빈 트라이 사망.
– 붉은 사신 부르델, 원군 군터 리버티 중상.
북쪽의 전쟁에선 적의 초인을 둘이나 쓰러트리고, 적군 병력의 1/4을 완파시켰다. 두 배 이상의 병력을 상대하면서 오히려 대승을 거둔 것이다.
그 놀라운 전과도 남쪽의 승전보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었다.
* 군단 – 제국 동부 5~8군단, 추정치 20만 제국군 중 사망 및 중상자 7만 추정, 2개 군단급 규모 분쇄.
– 맥라인군 사상자 1만 5천 추정. 테로난 원군 사상자 8천 추정.
* 초인 전력 – 신수, 티르와의 결전으로 황실 친위대 초인 크리스티안 밀러, 엔소니 브라운, 5군단장 맥스웰 커터 사망.
– 8군단장 베링 그루터 사망(위켄 칼리아와 구스타프 클레멘 협공 승리).
– 총지휘관 맷 디커슨 치명상, 생사 확인 불가로 후퇴(빅토르).
– 6군단장 새드릭 퍼커슨 사망(로니안 맥라인 승리).
– 아군 초인 피해 전무(빅토르 중상, 빠르게 회복 중).
적군 병력의 거의 3할을 무너트리고, 초인 5명을 사살했으며, 초인 1명은 생사불명으로 만들었다.
제국의 초인 중에서는 오직 테로난의 철벽 라틴 로렌스가 상대했던 7군단장 그레임 터너만이 무사히 돌아갔을 정도.
그야말로 압도적인 대승이었다.
“남부 요새 쪽 성과가 대단합니다.”
“맥라인 대공께 이 영광을. 아니, 로니안 왕제님께 해야 할까요?”
“와하하하.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시끌벅적해지는 막사 안.
로건의 눈치를 보던 지휘관들도 그들의 주군이 별말을 하지 않자 신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만한 성과였다.
그리고 남부 요새의 성과에 묻혔다지만, 카일 성의 전과도 대단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 군단 – 황실 중앙군 3개 군단, 15만 병력 중 사상자 3만 추정(마법 병단 천여 명 포함).
– 맥라인 자경단 사망자 3만 추정. 정규 병력 사상자 5천 추정.
* 초인 전력 – 폭염의 마도사 그렉 마빈 사망.
– 지진의 마도사 셀린 바우터, 해일의 마도사 렉시 린더만 중상.
– 제국제일검 검혼, 트리스 혼스비 사망.
– 아군 초인 피해 전무.
“3갈래의 진군로 모두에서 초전은 승리했습니다! 적군은 최소 2할 이상의 극심한 전력 손실을 입고 후퇴했습니다!”
“우와아아아!”
이 함성이 말해 주고 있었다.
수치상으로 3개의 진군로 중 가장 큰 피해를 본 카일 성이었지만, 그 상징성에 있어서는 의미가 달랐다.
‘그 검혼을 잡았으니까.’
아직도 그와 마지막 일검을 겨룰 때의 짜릿함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그 감각을 잊지 않는다면, 전설에나 나오는 경지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로건이 일전의 격전을 떠올리며 수를 복기하고 있는 동안, 막사 안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갔다.
“이 모든 게 폐하 덕분입니다!”
“맥라인에 영광을!”
“로건 맥라인 폐하 만세!”
모두가 상기된 얼굴로 로건을 찬양하는 가운데.
“한마디 해요.”
환한 미소를 머금은 아내가 귓속말로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에 로건은 상념을 거두고 숨을 한 번 들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란스럽던 목소리들이 순식간에 잦아들고, 모두가 기이한 열기를 띤 채 그를 바라보았다.
에일렌, 클레이튼과 빅토리아, 그리고 호르헤를 비롯한 1군단의 지휘관들과 하나하나 시선을 맞춘 로건이 잠깐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는 승리했다!”
고작 그 한 마디에 막사 안이 다시 들끓었다.
“맥라인에 영광을!”
“우리가 이겼습니다!”
“폐하 덕분입니다!”
“그럼 우리는?”
“우리도 잘했고!”
와하하하하.
삽시간에 떠들썩해지는 분위기.
“조용, 조용!”
“폐하께서 말씀하시는데……!”
“다들 그만!”
몇몇 지휘관이 분위기를 잡으려 했지만, 정작 로건은 그대로 그 분위기에 편승했다.
그 승리가 누구보다 기쁜 것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래. 다 내 덕분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 여러분 덕분이다!”
“그것도 맞습니다!”
여태 가만히 있다가 불쑥 튀어나온 클레이튼의 호응에 다시금 웃음이 번졌다.
“그래. 내가, 그리고 여러분이 함께 해냈다.”
무언가 더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럴싸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울컥하는 감정만이 치솟을 뿐.
일생의 목표가, 전생의 한이 풀리려는 순간이 바로 눈앞에 잡힐 듯 그려지고 있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아니야.’
로건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다독였다.
준비한 모든 것이 기적처럼 맞아떨어져 일궈 낸 값진 승리였다.
회귀한 이래, 이렇게까지 일이 쉽게 풀린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그렇기에 더 조심해야 했다.
로건은 끓어오르는 가슴속 열기를 아주 조금만 더 식히기로 했다.
“하지만 명심하라.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예!”
“제국은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오늘의 승리를 잊지 말고, 내일의 전투를 대비하라. 그리하면 우리는 내일도, 그 뒤에도 계속해서 승리할 것이다.”
“예!”
“좋다. 오늘 하루, 죽어 간 희생자들을 기리고,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풀어라. 하지만 술은 한 잔뿐이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 경계를 늦추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
“예!”
“승리를 즐기되, 적을 경계하라! 우리가 완벽히 승리하는 날, 나는 이 모든 영광을 그대들과 함께 나눌 것이다!”
“충!”
“맥라인의 태양께 경의를!”
“꺼지지 않는 불꽃에 영광을!”
작은 막사 안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오고, 그것은 이내 성 전체를 울리는 크나큰 함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