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410)
410화- 적들을 토벌하라!!
적 진영에 퍼지는 우렁찬 고함과 함께 제국군이 진군을 시작했다.
성벽 위에서 적들을 주시하던 검공은 침음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규모만 보아도 2개의 군단이 더해졌다. 4개의 군단을 상대하면서 군단 하나 정도 규모를 박살 냈더니, 그 두 배수가 더해진 것이다.
그리고 변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군해 오는 기사와 병사들의 갑옷에서 금룡의 문양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어째 원군이 합류하고도 하루 이상 시간을 끈다 싶었더니…….
“폐하의 우려가 거짓이 아니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옆에 서 있던 마법사, 트루스가 그의 말을 받았다. 클레이튼의 셋째 제자이자, 현재 쉴드에서 소수의 마법사들과 함께 대마법진의 관리를 맡은 이였다.
“폐하의 말대로 변경은 다 끝났고?”
“예. 마정석의 소모량이 증가하겠지만, 이틀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습니다.”
“이틀이라…….”
공격하는 쪽이 아니라 지키는 측인 만큼, 단기간에 끝장을 봐야 한다는 소리였다.
답답함에 한숨만 나오는데, 그것이 끝도 아니었다.
“그보다 저기, 저 뒤쪽이 걱정입니다.”
트루스의 시선이 적 군단의 뒤쪽에 뭉친 천여 명의 마법사들에게로 향했다. 제국 7대 마탑의 남은 정예들이 모조리 튀어나와 정벌군에 합류한 것이다.
중앙군에 몰려 있다는 마법 병단의 진짜 정예들 정도는 아니겠지만, 저 숫자만 해도 쉴드에는 강력한 위협이 될 터였다.
적의 마법 병단이 카일 성에서 사용했다는 작전은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연사 석궁과 리베라티오의 효과를 현저히 떨어트릴 것이 분명하니까.
검공 역시 눈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진의 최후방에 있는 자들을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피해가 크겠어. 자네는 들어가게.”
“아닙니다. 미력한 손이라도 보태야지요.”
그 말마따나 성벽에는 쉴드의 대마법진을 관리하는 마법사 스무 명이 전부 나와 있었다.
4서클 마법사인 트루스 아래에 있는 그들에게 기대를 걸기란 무리였지만, 그 마음이 갸륵해 검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몰려오는 적들을 보며 오히려 더욱 투지를 불태우는 이도 있었다.
쿵.
“걱정하지 마십시오, 각하. 제가 이번에야말로 그 얍삽한 놈들을 박살 내 버릴 테니까요.”
“루터. 자신감이 과하네.”
“7대 4가 이제 5대 4가 되었는데, 놈들이 무슨 수로 우리를 막겠습니까. 게다가 각하께서 계시는데”
“흠.”
초인 전력을 말함이었다. 숫자만 보면 여전히 불리했지만, 루터의 말대로 전력은 이쪽이 우세했다.
적 중에는 최상급 오러유저를 감당할 자가 없었고, 그나마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 중 둘이 지난번 자신의 손에 죽었다.
지금이라면 더욱 쉽게 무너질 것이다.
“각하께서 전면에 나서 주시고 제가 뒤를 받치면, 허수아비들이야 아무리 많아도 다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거인 같은 덩치의 루터가 앞장서 투지를 불태우니, 그의 터무니없는 말도 정말 이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르델 경과 군터 공은?”
“이미 다 회복된 것으로 알고 있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기척이 들렸다.
“여기 있습니다, 각하.”
“준비 중입니다, 검공.”
갈색 머리에 푸른 눈, 다른 병사들과 다르게 가죽 갑옷을 입은 궁수와 갑옷에 별의 문양을 새긴 노년의 기사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군터 공. 제가 드린 수호부는 잘 가지고 계시겠지요?”
“물론입니다. 검공께서 주신 걸 어찌 소홀히 하겠습니까.”
리버티 왕국의 유일한 초인 군터 리버티는 검공의 말에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며칠 전 검공이 선물한 ‘불꽃 문양’이 새겨진 호부(護符) 아티팩트.
비록 효과는 별 볼 일 없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저 검공의 선물이었다.
‘오러유저 최상급의 강자.’
서른도 되기 전에 검공을 꺾었다는 국왕이야 그야말로 딴 세상 이야기 같아서 그 무위가 실감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검공의 실력은 이미 지난 전투에서 넘치도록 체감했다.
그런 강자가 맥라인의 인물도 아닌 자신을 특별히 챙겨 주고 있었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군터의 속마음까지야 짐작하지 못하는 검공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가슴속에 남은 불안감을 털어 냈다.
“그래.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 전군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이미 몰려오는 제국군을 보며 한껏 긴장하고 있던 왕국군이 힘차게 복창하며 투지를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검공은 성벽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크게 고함을 질렀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제국의 개들을 물리쳤다! 그리고 그 역사는 오늘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나는 그럴 자신이 있다. 그대들도 그러한가!?”
“예!”
“더러운 침략자들의 머리통에 화살을 꽂아라! 놈들의 심장에 창을 박아 넣어라! 그 누구도 우리의 허락 없이 이 요새를 넘을 수 없음을 저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라!”
“예!”
“전군 전투 개시!”
“충!”
검공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돌진해 오는 제국군의 위로 쿼렐의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 수량은 이전보다 50%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 타렌에서 엄청난 물량이 공급되며, 리버티의 원군들에게까지 연사 석궁과 탄창이 넘치도록 보급된 것이다.
그것은 리베라티오 역시 마찬가지로, 성벽을 따라 늘어선 기사들이 범인을 아득히 능가하는 근력으로 연신 붉은 돌을 집어 던졌다.
쎄에에에에엑.
슈슈슉.
콰콰콰콰쾅!
“아악!”
“끄아악!”
적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한 폭격은 확실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적들의 후방에서 푸른 빛이 번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진격해 오는 적의 머리 위쪽에 거대한 바람의 장벽이 생겨났다.
콰콰콰콰콰쾅!
퍼부어지던 쿼렐의 8할 이상이 흐트러지고, 리베라티오의 폭발 역시 6할 이상이 바람의 장벽에 막혀 사라졌다.
“이때다! 진격하라!”
“물러서지 마라!”
“진격하라!”
피해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순간, 제국군의 지휘관들은 하나같이 목이 터져라 병사들을 독려하며 진군에 박차를 가했다.
그 사이를 파고들며 희생자를 내고 있는 것은 오직 ‘붉은 오러’가 실린 화살뿐이었다.
하지만 기사급 중에서도 지휘관들만 노리던 치명적인 사신의 손길은, 4군단장 드렉슬러 리트만이 성벽을 밟고 허공으로 솟구치는 순간 모조리 그에게 집중되었다.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자, 활쟁이!”
“누가 할 소리!”
쾅, 쾅!
두 초인의 충돌을 시작으로 하나둘 성벽을 딛고 뛰어오르는 제국의 기사들.
그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한 가지 말뿐이었다.
– 적들의 약화 마법진은 이제 무용해질 것. 겁먹지 말고 돌진해라.
무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내려온 지시를 믿지 않는 이는 없었다.
그것 때문에 자랑스러운 금룡의 문양까지 박박 문질러 지우지 않았던가.
– 이 수모를 갚아 주겠다.
그렇게 각오한 제국 기사들의 기세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그런데…….
탁.
“억!”
“이, 이게.”
“그대로!!?”
“그대로다! 적 마법…… 아악!”
성벽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일찍이 겪은 바 있는 탈력감이 다시 전신을 휘감았다.
마법이 무력화되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국의 기사들은 그 믿음의 무게 이상의 날벼락을 맞이해야 했다.
“죽어!”
푸우욱.
“꺼져라, 침략자들!”
팍.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의 창과 기사들의 검이 성벽에 올라서는 제국 기사들을 차례로 난도질했다.
설상가상으로 4군단장 드렉슬러 리트만 역시 방심하고 있던 탓에 허벅지에 붉은 화살을 맞아 버렸다.
“이, 이런. 이게 어찌…….”
“죽어라.”
그런 그의 앞까지 접근한 부르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붉은 화살의 비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
콰콰콰콰.
“오, 부르델. 시작이 좋군.”
성벽의 가장 전면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루터는 거대한 워해머로 제국 기사 셋을 동시에 으깨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이내 번개 같은 속도로 눈앞에 나타난 갈색 머리의 초인을 본 순간 지체 없이 그를 향해 돌진했다.
“오랜만이다, 얍삽이. 그새 나라를 팔아먹었냐!? 문장도 지우고!”
“이런 빌어먹을!”
제국 동부 3군단장, 블레이크 이븐도어는 터질 것 같은 속을 애써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무용해질 것이라던 말과는 다르게, 익숙하게 전신을 휘어 감고 포스를 약화시키는 마법의 힘은 여전했다.
황제 폐하의 지시로 이뤄진 작전이 이렇게 엇나가다니.
‘대체 참모부나 정보부는 뭘 한 거야? 폐하께서 이런 실수를 하시게 만들고!’
분노가 들끓었지만, 생각을 길게 이어갈 틈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 주마!”
어느새 거대한 망치, 그리고 그 안에 이글거리는 불꽃 같은 오러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으니까.
콰아아아앙!
“큭!”
실수다.
저 무식한 망치를 정면으로 받아 버리다니.
일순간 주르륵 밀리는 몸과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에 블레이크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자신의 가장 큰 약점으로 적의 강점을 상대한 것이다.
“크하하하! 뒈져라!”
득수를 한 상대의 무기가 다시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와중에 다행이라면, 그에게 원군이 있다는 것이었다.
꽈아아아앙!
“블레이크 경, 이전처럼!”
2군단장 지펜 트레이가 거창으로 워해머의 각도를 비틀며 외쳤다.
그 말뜻은 분명했다.
이 끈적끈적하게 전신을 옭아매는 마법진 안에서라면 둘이 힘을 합해야만 저 거인을 감당할 수 있다.
작전이 틀어지는 일이었지만,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지난번과는 달리 바람의 장벽이 제국군을 보호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아마도.
‘그렇겠지요, 밀레스 경?’
다만, 사망한 제이미 길란 대신 북부 원정군의 사령관이 된 밀레스 말핀에게로 시선이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이미와 멜빈의 원한을 갚겠다!”
벌게진 눈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밀레스.
거대한 낫을 다루는 그 특이한 초인의 모습을 잊지 않았기에 검공은 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셋이 덤볐다가 혼자 살아남은 놈이 겁도 없이 단신으로 덤빈다?
황당했지만, 그는 이내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황제 폐하 만세!”
놈의 옆에서 광신도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달려드는 기사 다섯 명의 기세가 일순간 엄청나게 증폭되었다.
평범한 기사 수준에서 한순간에 한계를 초월한 수준으로.
‘초인?’
검은 투구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검에서 솟구치는 검붉은 힘은 분명…….
오러였다.
“하!?”
오러유저가 이렇게 흔했던가?
검붉은색 오러는 또 뭐고?
순간적으로 상식에 혼돈이 오는 와중에도, 검공은 쏟아지는 공격 대부분을 본능적으로 피해 냈다.
‘이놈들 다섯쌍둥이라도 되나?’
하나같이 비슷한 각도, 비슷한 속도로 쏟아지는 검격들이 너무나도 유사하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유난히 붉게 빛나는 거대한 낫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꽈아아아앙!
그그그그극.
“크하하하! 검공, 오늘이 당신의 제삿날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굳이 입을 여는 밀레스.
이전과 다른 모습에 기이하게 번들거리는 눈까지, 도무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에 눈살이 찌푸려지던 찰나, 다시 사방에서 검붉은 오러가 쏟아졌다.
‘잡생각은 금물.’
우우우웅.
오러유저 여섯이라면 한없이 집중해도 모자라다.
그리 생각한 순간 검공의 몸이 붉은 번개가 되어 쏟아지는 공세의 틈을 갈라 갔다.
번개 쫓기(Lightning Chaser).
그가 추구하는 속도 무술의 극치. 최고의 절기가 발휘되며 그의 몸이 일순간 최대로 가속했다.
그렇게 그의 검이 검은 기사 중 하나를 찢어발기려던 순간.
“어림없다!”
거대한 낫이 또다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검은 기사 대신 자신이 죽겠다는 것처럼 빈틈을 훤히 드러낸 채로.
그에 검공이 일순간 드러난 허점을 놓치지 않고 검을 찔러 넣는데.
푸우욱.
“같이 죽읍시다, 검공.”
복부가 꿰뚫린 밀레스가 그의 검을 붙잡으며 히죽 웃었다.
동시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검은 기사들의 몸이 갑작스레 부풀어 올랐다.
“황제.”
“폐하.”
“만세!”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폭음이 성벽 한구석을 무너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