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414)
414화- ……토벌하라!
– 우와아아아!
커다란 함성과 함께 지평선을 가득 메우며 몰려오는 제국군의 모습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5개의 군단이 추가된 중앙군은 카일 성에 있는 자경단의 숫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으니까.
거기다 선두에 선, 기사로 보이는 이들의 숫자만 해도 거의 2만. 천여 명에 불과한 맥라인 기사들의 물경 20배였다.
그 모습을 보는 빅토리아의 얼굴은 긴장감 속에서도 붉게 달아올랐다.
이럴 수가…….
‘정말 없어!’
돌진해 오는 제국군 병력은 기사, 병사할 것 없이 금룡의 문장이 지워져 있었다.
어젯밤 부산했던 제국군의 움직임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 제국 측에서 마법진의 타깃을 눈치챘다면, 반드시 문장을 지우겠지. 그것도 전투 직전에. 우리가 알아챈다 해도 바로 타깃을 재설정하지는 못할 거라고 짐작할 테니까.
이번에도 폐하의 예측이 맞았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 약화 마법진의 타깃을 아예 없애 버려. 범위 내에 들어오는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도록.
– 폐하! 그랬다간 마정석 소모량이 극심해지는 것은 둘째 치고 아군도 영향을 받습니다! 활력 마법진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 대마법진의 효과 적용은 활력 마법진이 먼저잖아.
– 예? 그,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 일단 대마법진도 연계 마법이니, 활력 마법진의 영향을 받으면 약화 마법진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될 거야. 확인해 봐.
– ……에?
– 타깃을 바꾸는 건 무리여도 아예 없애 버리는 건 바로 가능하지? 쉴드나 아머에 있는 다른 마법사들도?
– 어어…… 예, 가능은 합니다만…….
‘대체 그걸 어찌 아신 걸까?’
고대의 대마법진은 아직도 연구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응용이 가능한 자신조차 아직은 막막하게 여겨질 정도로.
그런데 실제로 적용해 본 결과, 폐하의 장담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재 온 대륙에 세기의 천재로 회자되고 있는 빅토리아로서도 어리둥절할 노릇이었다.
물론 그녀는, 그 정보가 그저 로건이 검신유록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추론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래 봤자, 그것은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조금의 활로가 생긴 것뿐. 이제부터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를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답답해져 왔다.
설마 그것도 폐하의 예측대로 흘러갈까?
– 적들의 가장 큰 약점은 황제다.
– 예?
– 떨어진 사기를 위해 친정을 선포한 황제. 그게 놈의 가장 큰 실책이 될 거야.
– 되게 불안한 말씀이시네요. 설마…….
–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그 황제의 목숨을 노린다.
– 예에!? 우, 우리요? 우리라면 누구를…….
– 아레스 제국의 특성상, 황제가 죽는 순간 제국의 핵심 정책과 전쟁 등 모든 국가적 시스템이 멈출 거야. 그럼 1황자가 다시 황위에 오를 때까지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 폐하!?
– 적어도 이번 전쟁 자체는 끝낼 수 있을 거야.
–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입니다!
– 아니 할 수 있어. 일단…….
두근두근.
‘정말 될까?’
작전의 취지는 이해한다. 다만 약화 마법진이 그대로 먹혀든다고 한들 연사 석궁과 리베라티오가 막힌다면 승산은 한없이 줄어든다.
사실 병력의 숫자로만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군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경단이 제국 중앙군을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망상에 불과했으니.
– 초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쨌건 일단 우리 측 비밀 병기가 길을 열어 줄 거야. 그 후에…….
이제 믿을 것은 폐하의 그 장담뿐이었다.
‘그런데 그 비밀 병기라는 게 대체 뭐지? 설마 우리가 모르는 초인이 있나?’
빅토리아를 비롯한 맥라인군 초인들의 시선이 성벽 중앙에 있는 그들의 군주에게 집중되었다.
* * * 초반 전투의 흐름은 예측대로 흘러갔다.
연사 석궁과 리베라티오의 폭격은 역시나 적 마법 병단의 바람의 장벽에 가로막혀 2할의 효과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제국의 기사들이 성벽에 올라왔을 때.
그들이 당황하며 무너지는 모습은 맥라인군에 더욱 희망을 주었다.
“으헙!”
“이, 이런!?”
“황제 폐……?”
특히 선두의 기사들은 오히려 지난번보다 더욱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에 사기가 오른 맥라인군은 반대로 더욱 힘을 냈다.
“죽어라, 침략자들!”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킨다!”
“뒈져라!”
성벽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매서운 고함들.
그 모습을 보며 로건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 문제라면 카일 성 내부에 있는 민간인들인데……. 그들까지 모두 약화 마법진의 영향을 받았다가는 정작 적들에게 가해져야 할 힘이 분산될 거야. 아무리 마정석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무리가 있겠지.
– 그건 그렇군요.
– 그렇다고 불꽃 문양을 나눠 주라고 했다가는 그 말이 바로 제국군에게 들어갈 수도 있고…….
– 그거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 뭐?
– 민간인들도 탄창을 나르고 배급을 도와주는 등 나름대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어린애들까지요.
– 허?
– 최악의 경우로 성벽이 무너진다면 그들도 싸우겠다고 나설 거예요. 실제로 이런저런 무기도 준비 중입니다. 또, 그 각오를 다진다고 불꽃 문양을 그린 천을 몸에 두르거나 하는 게 유행처럼 퍼지고 있고요.
가장 걱정했던 건 약화 마법진의 변경에 따른 위력 분산이었지만, 그 문제도 훌륭히 해결되었다.
그러나 기뻐하던 것도 잠시.
‘작전’의 시작을 알려야 할 하먼이 멍을 때리는 순간 로건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엄청나게 솟구친 신성력이 무색하게 그저 멍청하게 서 있는 모습.
– 알겠습니다. 맡겨 두시지요.
그 담담한 답변은 거짓이었을까.
‘설마 진짜 적이라는 건가?’
설마 했던 최악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난 건가 싶어 흠칫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는 아닌 듯했다.
로건의 매서운 눈초리는 정말로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하먼의 표정을 멀리서도 쉽게 읽어 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판단은.
‘……보류.’
아무래도 시작은 자신이 해야 할 듯했다. 신성 오러를 쓰는 초인의 등장을 제국에 알리고 동요를 유발한다는 부가적인 효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스르릉.
‘훨씬 강력하게 가야겠지.’
힘을 아끼려 했건만.
“적이다!”
“적의 왕이다!”
“죽여!”
로건은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제국 기사들을 향해 싸늘한 웃음을 날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휘둘러진 검.
동시에 휘황찬란한 황금빛이 성벽의 일각을 휘감았다.
번쩍.
신검 비전 3식, 대지 가르기.
로건의 애검 룩스에서 솟구친 황금빛 거인의 검이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성벽에 올라서는 제국 기사들을 일시에 썰어 버렸다.
쩌어어어억.
30여 명의 기사가 단말마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오히려 비명을 질러 댄 것은 그 직후에 성벽에 올라선 기사들이었다.
“어……!?”
“으, 으아아악!”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간 사신의 칼날은 약화 마법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으로 그들의 발을 얼어붙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전방의 시선을 한순간에 끌어모은 로건은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전력을 끌어 올렸다.
첫 일격으로 시선을 모으는 것이 본디 하먼, 아니 헤이먼이 해야 할 일이었다면, 그 이후 곧바로 지금의 일격을 쏘아 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었다. 성벽의 좌우에서 압도적인 일격을 선보임으로써 시선을 끌려는 계획이었다.
지금으로선 애초의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그런 만큼 이쪽에 더욱 시선을 집중시키면 된다.
‘할 수 있다.’
좀 전에 전력을 다해 대지 가르기를 펼치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며칠 전부터 어렴풋한 예감은 들었지만, 확신이 없기에 수뇌부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일.
그랬기에 적의 기세를 꺾을 퍼포먼스라고만 언급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오러마스터의 경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 그의 실력은 몇 주 전 검혼을 베었을 때와는 또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을 세상에 확실히 보여 줄 때였다.
쿵.
로건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순간 얼어붙은 시선들 사이로 다시 한번 황금빛 오러가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아 올랐다.
평상시라면 불필요한 힘 낭비에 불과한 퍼포먼스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장을 압도하는 기세를 만들어 낸 오러의 폭증.
그와 함께 재차 휘둘러진 로건의 검 끝에서 거의 성인 장정만 한 지름의 황금빛 구체가 튀어나왔다.
신검 비전 6식, 근원 가르기(根源斬).
‘변식, 만상붕괴(萬象崩壞).’
한때는 작은 성의 성벽을 허물어트렸던 일격이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담고 그대로 전면으로 쏘아졌다.
“으아압!”
“헙!”
“차압!”
직전의 기세에 얼어붙었던 제국 기사 중 일부가 황급히 무기를 들어 올렸다.
항거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진 초인 중의 초인의 힘을 여실히 느끼면서도 투지를 보이는 이들.
그들의 용기는 가상했지만, 정작 황금빛 구체는 그런 그들을 쌩하니 지나쳐 곧장 성벽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어!?”
“……!?”
“뭐야!?”
죽음을 각오한 기사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순간.
로건은 성벽 아래,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거대한 마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노린 것은 적의 마법 병단이 만들어 낸 바람의 장벽.
아무리 존재의 근원, 즉 본질을 베어서 물질 자체를 먼지보다 작은 존재로 분쇄해 버리는 비기라고는 해도, 한 사람의 힘이다. 수천 명의 마법사가 전력을 다한 대마법을 분쇄하는 것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건의 생각은 달랐다.
‘층분히 가능해!’
수천 대 일의 힘 대결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힘 자체를 분쇄하기보다는 수천 명의 마법사가 뿜어낸 서로 다른 마나를 조율시키는 흐름을 끊어 내는 것.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이미 오러유저의 한계를 반쯤 넘은 로건의 영혼이 거대한 대마법의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의 전력이 실린 일격이 신검 비전의 본질을 따라 ‘그 흐름의 본질’을 직격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허공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퍼져 나갔다.
힘겹게 성벽에 오르려던 제국의 기사나 병력들이 그 충격파에 휩쓸려 다시금 지상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아아악!”
“끄아아악!”
성벽 위에 있던 맥라인군도 제자리에서 나뒹구는 것은 피할 수 없었지만, 당연하게도 그 충격은 성벽에서 떨어진 제국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충돌의 가장 큰 피해자는 최전방의 기사들이 아닌, 최후방의 마법사들이었다.
“커헉!”
“이, 이럴 수가!”
“이게 무슨!?”
제국군의 후방에서 마법진을 형성하며 대마법을 지탱하던 마법사 중 천여 명이 일순간 피를 토하며 혼절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자신에게도 전달되는 반발력을 황급히 끊어 낸 삭풍의 마도사가 기겁하여 전장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최전방에서는 쩌렁쩌렁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마법을 깨트렸다! 적을 폭격하라!”
그 목소리와 함께 다시금 솟구치는 거대한 황금빛 오러.
그 오러의 주인이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은 맥라인 병력의 사기를 극도로 끌어 올렸다.
“우와아아!”
“국왕 폐하!”
“침략자들을 죽여라!”
맥라인군은 너 나 할 것 없이 다시 석궁을 쏘고, 붉은 돌을 집어던졌다.
파바바박.
콰콰콰쾅!
“으아아악!”
“사, 살려 줘!”
다시 시작된 폭격이 성벽 밑의 제국군을 초토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