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46)
46화클레이튼과 골렘 학파를 전력으로 편입시키려던 욕심은 망상으로 끝났을지라도, 당장의 공사에서 보이는 위력은 굳이 가성비를 따져 볼 필요도 없이 최고였다.
클레이튼의 거대 골렘이 있으니 굳이 위험하게 인부들을 같이 동원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사실상 가장 큰 부분을 혼자 처리하다니…….’
클레이튼이 개중 특별한 이라 하더라도, 5서클 마법사의 인건비가 왜 그리 비싼 것인지 로건은 새삼 체감할 수 있었다.
비슷한 경지로 취급되는 최상급기사와 생산력 면에서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칼질만 아는 기사 따위…….’
속으로 기사에 대한 악평을 늘어놓던 로건은 문득 자신도 그 기사 따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 기침에 반응하듯, 다시금 폭음이 울렸다.
꽈아아아아아앙!
우르르르르릉.
다시금 천지를 뒤엎는 듯한 굉음이 울리고.
고오오오.
그 가운데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대한 괴물의 움직임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히이이익!”
“엄마야!”
“나 집에 갈래!”
“테드! 저놈 잡아! 저놈 식구가 몇인데. 야 이놈아!”
클레이튼의 골렘이 만들어 낸 살풍경한 광경에 애써 모은 인부들이 기겁하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여전히 허탈한 눈빛을 하고 있던 드웨인도 있었다.
“가, 가주님께 알려야…….”
벌벌 떠는 드웨인과 인부들의 모습에 로건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터널 공사는 클레이튼만 있어도 충분하겠어.’
굳이 인부를 투입할 필요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하마르. 수로 파는 일에 인부 전부 데려가. 터널 공사에 남겨 놓을 필요 없겠어.”
현재 로건의 공사 계획은 이쪽의 터널 및 댐 공사가 계획한 대로 실행되었을 시, 그 물을 개간할 황무지 전체로 흐르게 할 개수로 공사 두 부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동원된 8천 명의 인부를 터널과 수로 공사에 나누어 투입할 예정이었는데, 계획을 수정해도 될 것 같았다.
‘생각보다 완공이 빨라지겠어.’
기분 좋은 예감에 로건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데.
“……예!”
정신을 놓고 골렘을 보던 하마르가 조금 늦게 로건의 말을 이해하고 인부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것은 인부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수, 수로?”
“물이 어디 있다고?”
“하라면 하기야 하겠지만…….”
“말이 되나?”
“괜한 산에 구멍을 뚫고, 땅은 왜 뒤집어 까고…….”
“에이. 뭐가 그리 말이 많아. 돌 나르는 거보단 낫잖아. 안 그래? 거기다…….”
우르르릉.
여전히 굉음이 울리는 암벽 쪽을 본 영지민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돌아섰다.
영지민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아무리 아군이라고 해도 마법사가 만든 괴물을 어찌 겁내지 않을 수 있을까.
20m가 넘는 거인이 실수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이었다.
“우리는 땅이나 파자고, 자신 있지?”
“그럼!”
좌우 너비만 40km가 넘고, 추정 넓이는 대략 80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생각되는 거대한 황무지에 같은 간격으로 수로를 파는 일.
8천 명의 인부들이 동원됐어도 해내기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 순간 그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 *
“가주님! 영주님! 패드릭 님! 아, 쫌!”
쾅! 쾅! 쾅!
굳게 잠긴 문을 두드리는 드웨인의 손길은 다급해 보였다.
우르르릉.
아련하게 들려오는 천둥소리 같은 소음은 그 손길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었다.
“대공자님이 영지를 폭파하고 있다니까요!”
그의 음성은 이제 애처롭게까지 느껴졌다.
쾅! 쾅!
“문 좀 열어 주…….”
벌컥.
“로건이 뭘 어쨌…….”
뻐어억.
힘차게 문을 두드리던 손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살가죽을 파고들었다.
생소한 타격감에 고개를 들어올린 드웨인은 한쪽 눈두덩이에 주먹이 박힌 채 자신을 쏘아보는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흐아아악!”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은 드웨인은 기묘한 비명과 함께 펄쩍 뛰어오르며 뒤로 물러났다.
졸지에 눈두덩이를 얻어맞은 패드릭이 짤막한 감상을 토해 냈다.
“……허.”
“죄, 죄송…….”
“……허허허.”
“시, 실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주님.”
“밤낮으로 수련에 매진한다고 했는데, 이런 방심을……. 허허, 아직도 많이 부족하구나. 드웨인, 자네가 나를 일깨워 주는군.”
“아, 아니.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 그렇겠지.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눌까?”
“예? 저도……요?”
“그럼.”
덜컥.
끼이이익.
제발 열어 달라고 소리치던 조금 전과는 달리, 드웨인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비스듬히 열리는 문이 마치 지옥문처럼 느껴졌다.
트리탄 영지의 철목으로 만들어진, 1m가 넘는 폭의 육중한 문의 안쪽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지금은 가주 전용 연무실이지만 한때는 포로를 잡아 고문하는 고문실로 쓰였다더라는 소문이 드웨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저, 저는 굳이 들어가지 아, 않아도 괜찮……”
“괜찮아. 들어와.”
패드릭의 재촉에 드웨인이 어쩔 수 없이 연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이익.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소음을 내며 닫히는 문을 본 드웨인은 다시 한번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밖에서 피가 튀면 안 되니까.”
닫히는 문틈 사이로 옆 사람에게도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빈 복도를 울리고.
쾅.
“가, 가주님?!”
굳게 닫힌 두꺼운 문밖으로 비명 같은 목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그날 이후.
맥라인 재무행정관 드웨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살로 앓아누워 한동안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다.
* * * ‘흐음. 아버지가 이상하게 조용하네. 역시 철혈검과 비전이 특효약이었나?’
드웨인이 난리를 쳐도 몇 번을 쳤을 테니 한번 나와 볼 만도 한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 반응이 없으면 더 좋지.”
그렇게 로건이 흐뭇하게 웃는 순간, 그가 서 있는 지면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르르릉.
뒤늦게 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위 인부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자. 다시 들어가!”
“하마르 님이 나오시면 무너진 암벽부터 치워!”
로건의 주변으로 얼굴에 검댕이 가득한 인부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새로 들어간 댐 공사가 아닌, 전부터 진행되던 광산 공사 현장이었다.
테스론 성에서 몰래 인부들을 동원했기에 맥라인 본성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가장 큰 자금원이 될 공사가 붕괴 스크롤이 도착함과 동시에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댐은 클레이튼이 있고, 광산은 하마르가 맡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로건이 한참을 흐뭇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의 앞으로 먹물처럼 시꺼멓게 물들어 있는 드워프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오. 하마르, 수고 많았…….”
“으아아악! 더는 못 해! 차라리 날 죽여!”
“음?”
“나는 쉬지도 못하냐? 나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냐고! 왜 나만 이렇게 개고생을 하는 건데?!”
로건은 난동을 부리는 드워프를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짐짝처럼 운반됐다고?”
“조랑말밖에 못 탄다고, 저기 저 흉악한 인간이 날 강제로 묶어서 말에 싣고서 터널과 이곳을 왕복시켰단 말이오!”
“아…….”
“주인이 시켰다던데? 내가 물건인가? 짐이야? 어?! 이젠 말이라면 신물이 나! 조랑말도 못 타겠다고!”
‘하마르가 양쪽을 빨리 왕복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하긴 했는데.’
광산을 지키던 용병대의 대장 카이의 뻘쭘한 얼굴을 보자 일이 어떻게 된 노릇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자신을 보자마자 이가 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해심 많은 주인은 노예의 하극상을 웃으며 받아넘겼다.
“그래, 그래. 네가 수고가 많아. 그러니 앞으로는 네가 다 맡아서 관리해. 진척 상황만 나한테 보고해 주면 되겠다.”
“……뭐요?”
홧김에 로건이 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두 공사장의 자재와 부족한 부분을 찾아 일일이 채워 넣는 로건의 일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영지의 대공자가 지켜본다는 것이 인부들에게는 상당한 동기로 작용하는지, 그가 볼 때와 안 볼 때의 노동력 차이가 꽤 컸다.
그것을 따로 챙겨서 보강하려면…….
“지, 지금 잡일까지 전부 다 나한테…… 허, 허으.”
하마르의 혀가 분노로 꼬이는데.
“힘내! 정말 약속한다. 공사 끝나면 푹 쉬게 해 줄게!”
푹 쉰다는 것이 저승에서 푹 쉬게 해 준다는 건가.
아니면 그 푹이 칼침을 푹 놔 달라는 건가.
분노에 찬 어지러운 상념들에 하마르가 말도 꺼내지 못하는 사이, 가엾은 노예를 있는 대로 쥐어짠 가혹한 주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고.
그제야 하마르의 입에서 분노에 찬 고함이 터졌다.
“야 이 개 같은 @#%&@%…….”
* * * ‘광산은 전생보다 빨리 개발될 것이 확실하고. 댐이 좀 불안하긴 한데…….’
고심하던 표정의 로건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잘될 거다. 잘돼야 한다.’
만약 황무지 개간에 실패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어디에 소문이 어떻게 나건 말건 모든 여력을 쥐어짜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부디 계획이 성공하여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기길 바라며, 로건은 댐의 실패와 성공 두 가지 상황을 다 고려해서 미래의 계획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결심을 굳힌 로건은 영지 유일의 아티팩트, 통신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사 자재는 차질없이 전달될 것입니다. 기존에 거래하던 목재도 있으니 월 10만 골드로 쉽게 합의 봤습니다. 아무튼, 광산도 만들고 개간도 하고 나면 영지가 확 달라지겠네요. 저도 한 번 가 보긴 해야 하는데.]“그래. 잘했다. 내년에는 너도 이리 와야지.”
[또 그러시네요. 내년이라…… 도대체 뭘 보시고 하시는 말씀인지……. 어차피 물어도 대답 안 해 주시겠죠?]“아니. 이제는 말해 줘야지. 위험한 일이니.”
[예?]“내가 검공가에 갔을 때 좀 안 좋은 얘기를 들었거든.”
당연히 로건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할 이야기를 위해서 필요한 거짓말이었다.
[……무슨 안 좋은 얘기요?]“주변에 듣는 사람 없지?”
[마탑의 보안은 확실하지요. 아무리 대지의 마탑이 망해 간다 해도…….]“왕실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
[예? 그, 그럼?!]로건이 조심스레 던진 말에 필립의 표정이 확연히 굳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꽤 큰일인 거 같아. 장사하면서 왕실 쪽에서 나오는 소문을 좀 알아봐.”
전생의 기억으로는 내년 겨울에 왕이 급작스레 사망하면서 내전이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하급 용병이었던 로건이 들은 정보가 정말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확실한 것은 왕이 죽었다는 것뿐이었다.
만약 그가 들었던 이야기처럼 왕이 급사한 것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그 전에 무슨 징조가 있을 것이다.
‘정말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면 전생 그대로 일어나겠지만, 아니라면 시기가 틀어질 수도 있어.’
테스론과의 영지전 때와 마찬가지로 원인 모를 이유로 내전의 발생 시기가 바뀌어서는 안 되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그 시기라도 확실히 알아야 했다.
‘그래야 맞춰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맥라인 가문이 왕국의 판도를 뒤집을 전쟁을.
“녹스에게 부탁할 필요는 없어. 비용도 과하게 부를 테고 괜히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 귀족들 상대하면서 조금씩 찔러나 봐. 그거면 충분해. 최대한 몸 사리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알겠습니다. 허, 이게 무슨…….]그리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음에 할 말을 위한 디딤돌이기도 했다.
“지금 임포릭 순이익에서 공사 자재비와 식량 구매, 마탑에 보내는 돈을 제하면 얼마나 남지?”
[예? 음…… 180만 골드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그럼 비상금으로 50만 정도 남겨놓고 창과 검, 그리고 갑옷도 여유 되는 대로 사서 보내.”
그 말에 필립의 인상이 더욱 썩어 들어갔다.
[왕실의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한 겁니까?]“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지. 아무튼, 이번 겨울까지 1,500명이 완전히 무장할 수 있는 양으로 무구를 보내 줘.”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닌 거군요.]“장난이겠어? 그러니까 최대한 분산해서 따로 사서 모아. 돈은 좀 더 들어도 되니까.”
그런 무기를 한 번에 사들이면 쓸데없는 주목을 받을 수도 있었다.
로건의 말에 필립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지만, 상인의 본능인지 그는 이 상황에서도 딴지를 걸었다.
[그런데 1,500명분이요? 제가 알기로 맥라인 가문의 기사는 100명이 채 안 되는 거로 아는데요?]“기사들이 쓸 게 아니야. 병사들한테 줄 거지.”
그 말을 듣자마자 필립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병사들을 전부 완전 무장시킨다고요?! 진짜로 돌으셨습니까?!]상인의 본능이 불안감을 눌러 버린 것인지 방금까지의 심각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에, 로건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제대로 제련된 금속 창과 검, 전신의 급소를 감싸는 체인 메일과 겉에 입을 금속 갑옷까지.
아무리 기본 무장이라도 좋은 품질의 무구라면 1인당 거의 1000골드의 거금이 깨졌다.
“거기다 말도 그만큼 필요해.”
그렇게 되면 예산은 두 배.
즉, 지금 로건은 겨울까지 적어도 300만 골드에 가까운 돈을 투자해 병사들에게 기사급 무장을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래 봤자 병사들이 기사들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 돈이면 기사들 무구나 만드세요!]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이런 말을 들어 마땅할 소리였다.
현재 전쟁의 주력은 초인인 기사들과 마법사였다.
이 순간에도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기사의 꿈을 꾸는 기사 수련생들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규 병사라고 한들 그저 기사단의 뒤를 받치는 보조 병력에 불과했다.
그런 병사들을 무장시키기 위해 큰돈을 쓰겠다?
[바보짓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효율적으로 쓰셔야죠! 무기 하나 만들어서 일반 병사들 싹 쓸어 버린 적도 있는 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로건의 생각은 또 달랐다.
‘지난 전쟁에서 영지민이 너무 많이 죽었어.’
회귀한 직후 처음 치러진 전쟁.
나름의 준비로 쉽게 이겨 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일반 병사들의 죽음이 많았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테스론이 징집병까지 대거 동원한 탓이긴 해도, 그 때문에 영지의 올해 예상 소출량이 확 줄어들었다.
물론 가장 큰 비중은 로건과 용병대에 의해 죽은 테스론 성의 남자들이었지만.
‘그러니까 더욱 징집병 동원은 최소로 해야 해.’
앞으로의 전쟁이 계속해서 그렇게 징집병을 소모하는 전쟁이 되게 해선 안 되었다.
그것은 결국 제 살을 깎아 먹는 자폭이나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본격적으로 제국 전쟁이 벌어지면 제대로 된 장비도 없는 징집병은 그야말로 화살받이 이상의 의미가 없고.’
그러니 기사와 정규병을 최대한 강화해야 했다.
‘일단 기사 수련생을 비롯한 정규 병력을 더 뽑고…….’
당연히 정규 병력 중 가장 죽기 쉬운 일반 병사들의 무장을 강화해야 했다.
내전에서 맥라인 가문이 과거의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결정은 그것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잘못된 일 있었어?”
[……없었죠.]그러니, 필립의 반론을 그간의 성과를 근거로 가볍게 눌러 주었다.
“그럼, 해야지?”
[거참. 하아. 알겠습니다.]“소문도 조심해서 알아보고, 무구도 잘 처리해 줄 거라 믿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돈지랄…….]“두 번은 안 봐준다?”
[옙! 티 안 나게 구매해 보겠습니다. 대신 사람을 써서 일을 진행하면 돈이 좀 더 들 수는 있습니다. 심하면…….]“괜찮아. 이제 돈은 충분하다. 그보다는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
[그러시다면야. 충분합니다.]“좋아.”
광산을 통한 자금 마련과 댐 건설을 통한 식량 확보, 그리고 병사들의 무장 개선까지.
도약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 드웨인이 찾아왔다.
“이제 공사 현장에 직접 안 가신다고요?”
“음?”
그동안 미뤄 둔 개인 수련을 재개해 볼까 하고 생각한 순간 들이닥친 드웨인.
“그렇다면 미뤄 놓으신 영주 대행 업무를 하셔야지요.”
“……아. 뭐, 그래야지.”
그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인 것이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