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464)
464화 30만 대군의 절반이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나머지 절반은 원래의 군주를 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배반자(?)들을 응징하듯 쏟아지는 푸른 유성은 서쪽 벌판을 아예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꽈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우르르르릉.
“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신벌이다!”
“살려 줘!”
상충되는 명령에 세뇌가 깨어지며 정체성을 찾은 제국 병사들의 비명이 들판을 가득 메웠다.
그 참혹한 광경을 보며 넋이 나갔던 맥라인의 병사들은 이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푸른 유성 몇 줄기를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십여 줄기의 유성 중 네 가닥이 여전히 루스펠하임의 성벽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북쪽 성벽과 남쪽 성벽에 한 줄기씩이.
그리고 주력군이 포진된 서쪽 성벽엔 두 줄기가.
심지어 하나하나가 웬만한 저택만 한 크기의 덩어리였다.
“아, 안 돼!”
“젠장!”
“신이시여!”
그 유성의 다른 줄기들이 벌인 파괴의 향연이 이제 자신들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끔찍한 최후를 직감한 병사들 대다수가 두 눈을 질끈 감는데.
– 캬아아아아아아아!
소름 끼치는 괴성과 더불어 유성들을 향해 검붉은 빛줄기가 쏟아졌다.
“어!?”
무슨 상황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병사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네 줄기의 유성 중 북쪽과 남쪽을 향했던 두 줄기의 유성이 그 검붉은 빛줄기와 충돌해 허공에서 폭발했다.
번쩍.
콰아아아앙!
그리고 서쪽 성벽으로 떨어지던 두 줄기 유성은, 갑자기 튀어나온 붉은빛과 주황빛, 그리고 회색빛이 섞인 가느다란 빛살이 성벽에 부딪히기 직전에 요격했다.
– 꽈아아아아아앙!
우르르르릉.
여파만으로 성벽이 흔들리는 충격과 그 번쩍이는 빛 사이로.
– 아우우우우우우!
신수의 자손이자 마수의 왕이 황혼이 깃든 하늘을 배경으로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웬만한 사람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삼두 늑대와 그 곁에 선 초인들.
그들의 그림자가 성벽 위 병사들의 눈에 박혀 드는 순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 신수다!”
“군단장님들이다!”
“우와아아!”
위기의 극복은 다시금 사기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우리가 이긴다!”
“제국을 박살 내자!”
“쏴!”
“던져!”
혼란에 빠진 제국군에 대한 공세는 더욱더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난장판.
제국군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광경을 본 제국 기사단 역시 성벽 바로 앞에서 둘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본진으로 돌아가 황제를 지키려는 이들과, 기존의 명령대로 성벽을 공략하려는 이들.
그렇게 혼란에 빠진 적군 기사단을 본 맥라인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집중적으로 포화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꽈아앙!
쾅!
파바박.
“박살 내라!”
“제국을 끝장내자!”
“다 죽여!”
붉은 돌과 쿼렐의 집중호우.
“이런 빌어먹을!”
콰콰콰콰쾅!
전신에서 오러를 뿜어내 제게로 쏟아지는 쿼렐과 리베라티오를 쳐 낸 서부 1군단장 그렉 패더슨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전군 성벽을 먼저 점령한다!”
포스를 가득 실은 음성이 전장의 폭음 속에서도 제국 기사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말을 4군단장 필레스 델피오네가 받았다.
“폐하께서는 신인이시다!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한다!”
군단장 중 가장 서열이 높은 그렉과 제국 여군들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필레스의 말은 허둥대던 제국 기사단을 빠르게 진정시켰다.
물론 그렇다 한들 전황이 어두운 것은 그대로였다.
서방 10국과의 전쟁 중에 소모되고도 1만 명이 넘게 남은 서부 기사단은 분명 막강한 전력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타국의 군단을 몇 개라도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막강한 초인들과 신무기가 버티고 있는 맥라인군은 그들만으로 이길 수 없었다.
그저.
“우리가 길을 만들면 폐하께서 승리를 가져오실 것이다!”
얼마 전 다시 등장한 황제가 보여 주었던 퍼포먼스를 믿을 뿐.
사실 그렉의 명령은 억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제국의 기사들에게 있어 황제에 대한 충성심은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었으니, 그 무모한 믿음은 금세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공격하라!”
“성벽을 점령하라!”
그렉을 필두로 다시 진형을 정비한 제국 기사들이 성벽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카셀 마탑의 마도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삭풍의 마도사와 마도병단은 황제와 함께하고 있으니, 그쪽은 나와 빅토리아에게 맡겨라. 나머지 초인들은 서열대로 군단장들을 상대하라!]로건의 메시지를 들은 검공의 눈썹이 무언가를 느낀 듯 꿈틀거렸다.
‘……여유를 잃으셨다.’
아무리 초인들에게만 전하는 메시지라고 한들, 최근의 로건이라면 영파를 개별적으로 컨트롤해 각기 다른 내용을 전했을 것이다.
아마도 전투 시작 때의 그 엄청난 불덩어리를 없앤 일격과 지금 제국군을 반전시킨 이변의 여파인 듯했다.
‘확실히 승기는 가져왔지만.’
불안감이 들었다.
이미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 제자이자 군주의 무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나마 영혼의 힘을 다루게 되면서 확장된 감각으로, 들판을 뒤집어 버린 저 푸른 유성들과 그 주인이 가진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폐하께서는 그 첫 일격에 특성을 쓰셨을 것이다. 그리고…….’
황제가 저런 마법을 또 쓸 수 있다면, 전세가 다시 급격히 역전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황제는 분명 말도 안 되는 경지에 올랐다.
조금 전 수십 개의 유성 중 하나를 튕겨 내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나마도 다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해내지 않았던가.
애초에 저런 마법을 연달아 쓸 수 있는 존재가 있는데, 군대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다.
‘아니, 아닐 거야. 또 쓰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 굳이 군대를 이끌고 온 것일 터였다.
그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검공은 불안감을 애써 달래며 성벽을 오르기 시작한 제국 기사들에게 정신을 집중하려 했다.
정확히는 뭉쳐서 달려오기 시작한 5명의 적 군단장들에게.
‘오러유저 상급이 둘, 중급이 셋.’
다행히 걱정될 만큼 막강한 자는 없었다.
서부 군단장 중에서도 상급은 저 1군단장과 4군단장인 여기사뿐이라고 들었다.
우선은 그 둘부터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1군단장은 내가 맡는다. 그리고 혈화는 약속대로 왕비님께서…….”
“검공, 저는 폐하에게 가 봐야겠어요.”
지금은 엄연한 전시 상황.
명령을 내리는 와중에 튀어나온 반대 의견은 당혹스러웠지만, 차마 호통을 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붉은 머리의 왕비는 어쨌거나 그의 윗사람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왕의 상태에 대한 그녀의 추측 또한 틀리지 않을 것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짐작이 갔다.
부부이니만큼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크르르.”
자꾸만 왕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신수, 티르 역시 콧잔등으로 왕비의 등을 미는 꼴이 빨리 그쪽으로 가자며 재촉하는 모양새였다.
“……필레스 델피오네를 우리 여군의 상징이신 왕비님께서 꺾는 것이 아군의 사기를 높이기에도 좋다고,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왕비님도 동의하셨고요.”
“하지만 삭풍도, 카셀 마탑의 마도사들도 보이지 않아요. 저들뿐이라면 제가 빠져도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사 출신으로서 군율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을 왕비가 자꾸만 딴소리를 한다.
흔들리는 푸른 눈이 자신을 직시하는데, 옆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저 역시 로건 폐하에게 가 봐야겠소이다. 내 소명은 제국군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카셀 마탑이니.”
헤이먼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신검.
검공은 그 역시 영혼의 힘을 다루는 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언가 나와 다른 걸 느꼈을 수 있다.’
막연하게 느꼈던 불안감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
흐.
‘군주가 계획보다는 직감대로 행동하니, 신하들도 그리되는가.’
한숨이 나왔지만, 혹시나 폐하가 잘못되는 것보다는 낫다.
‘전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검공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십시오.”
“감사해요!”
한순간 표정이 밝아진 에일렌이 그대로 남편이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바로 그 뒤를 따르는 신수와 헤이먼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검공은 이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곳은 우리가 정리한다. 혹시 부족하다 느끼는 사람?”
“없습니다.”
“충분하지요.”
“넘칩니다.”
“맡겨 두십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빅토르와 로니안, 루터와 위켄, 부르델까지.
다른 쪽 성벽에서 자신들의 병력을 지휘 중인 타국의 초인 라틴과 구스타프를 빼더라도 최상급 하나, 상급 둘, 중급 셋이다.
서부 군단장들을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는 전력이었다.
“부르델 자네는 원거리에서 모두를 보조하고, 나머지는 지목한 상대를 맡아라. 가능한 한 빨리 끝장내도록.”
“예!”
만전을 기한 맥라인의 초인들은 이내 흩어져 성벽 위로 솟구치는 제국의 군단장들을 맞이했다.
* * * 턱.
그렉은 성벽에 올라서자마자 몸에 가득하던 포스의 일부에 제약이 걸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리 당황스럽진 않았다. 리갈에서 신인의 면모를 드러낸 황제 폐하는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셨으니까.
그와 군단장을 비롯한 초인들, 그리고 최상급기사들에 이르기까지, 마법진을 무효화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지급해 준 것이다.
비록 그 숫자는 백여 개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가진 이들이 제국의 최정예라는 것이 중요했다.
우웅.
아티팩트를 발동하는 즉시 포스를 속박하는 힘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렉은 일부러 비틀거림을 ‘연기’했다.
“으윽!”
다가오는 맥라인의 초인, 검공이 눈앞의 적이 마법진의 영향을 받는다고 착각하여 방심해 주길 바라면서.
그리고 그 연기가 통한 듯,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검공의 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점점 더 빨라지기만 했다.
‘와라.’
자신 역시 오러유저 상급의 극에 달했다.
최상급이라 알려진 검공이라도 방심하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옆구리나 팔 정도는 내어 주고 목숨을 취한다.’
첫 공격에서 끝장을 본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는데.
‘음?’
다가오는 검공의 몸이 계속해서 가속하더니, 이내 흐릿한 붉은 오러의 잔영만이 남았다.
그의 초인적인 시력으로도 실체를 좇을 수 없는 속도.
‘이런!’
머리칼이 쭈뼛하게 서는 순간.
꽈르르르르릉.
벼락이 치는 소리와 함께 그렉은 목 부근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열기를 느꼈다.
붉은 벼락.
그것이 그렉 패터슨이 살아서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피의 꽃이라는 이명을 가진 필레스 델피오네 역시 그렉과 비슷한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니, 모든 군단장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맥라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제국 초인의 수.
그러니 적의 방심을 노려 단숨에 승부를 보자는 작전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붉은 머리, 붉은 눈의 젊은 기사가 제게로 다가왔을 때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로니안 맥라인.’
적국 왕의 동생이자 또 다른 천재 오러유저.
그리고 추정되는 경지는 최소 오러유저 중급.
최대라 해 봤자 상급일 테니 본래도 그녀의 상대가 될 자는 아니었다.
‘검공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오히려 안전하게 전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 좋았다.
“윽!”
부러 움직임이 둔한 것처럼 연기하며, 다가오는 로니안이 속도를 늦추는 것을 확인한 필레스가 속으로 웃는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선 적의 손에서 십수 미터짜리 주황빛 거인의 검 ‘7개’가 솟구쳐 올랐다.
‘무슨!’
경악하며 뒤늦게 온몸에 힘을 끌어 올려 보지만.
꽈아아아아앙!
필레스가 서 있던 공간 전체를 난도질하는 주황빛 거인의 검들은 조금의 여유도 두지 않고 그녀의 전신을 으스러트렸다.
서부 전선에서도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 제국 서부 군단의 군단장, 5명의 최후는 대동소이했다.
그중에서도 3군단장 다코타 알렌은 회색빛 오러의 구슬에 적중당해 신체의 일부도 남기지 못한 채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나마 2군단장 테리 가드윈과 7군단장 알렉스 보위만만이 거인과 바람의 오러유저를 상대로 분전했지만, 그조차 붉은 오러의 화살들과 협공에 분사하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돼.”
“군단장님들이 저렇게 쉽게…….”
붉은 돌과 석궁의 폭격을 극복하고 성벽에 올라선 제국 기사들의 사기는 빠르게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