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50)
50화일주일 뒤.
“타운(Town)? 대형 개척 마을? 주인, 그게 뭔 소리요?”
수문 개통식 이후, 짧은 휴가가 끝나자마자 바로 불려 온 하마르의 표정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그 넓은 평야를 개간하고 농사를 지을 건데, 그 양쪽 끝에 있는 성 근처에 사는 농민들이 어떻게 매일 왔다 갔다 하겠어. 가능하다 해도 시간 낭비야. 아예 평야 가운데 마을을 새로 만들어야지.”
“그러니까 그걸 나한테 맡기시겠다는……?”
“흐음. 건축에는 자신 없나? 하긴, 드워프가 건축도 잘한다는 말은 못 들…….”
“무슨 소리요! 우리 드워프가 무기 만드는 것 다음으로 잘하는 게 건축…….”
“아. 그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아…… 이 썩을 주둥아리…….”
순간적으로 울컥해서 실언을 내뱉고 만 하마르는 이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털썩 주저앉았다.
하마르가 마지막 온정을 기대하며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어 봤지만, 상대는 한번 문 먹이를 놓을 생각이 없었다.
“마을은 십자 형식으로 도로를 깔고 네 구역으로 나눠서 같은 규격의 집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해서 지을 거야. 상주인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일단 영지 인구 절반을 목표로.”
로건은 전생에 보았던 제국 계획도시의 효율성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구역마다 공동 우물을 여러 개 만들고, 공동 화장실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볼일을 보게 할 거야. 남녀 분리해서. 그리고 따로 배수로를 파서 그 오물을 마을 밖으로 처리하는 하수도를 만들 거고.”
로건의 주문은 전체적인 형태에서부터 구체적인 시설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세세했다.
하지만 신나게 설명하는 로건을 보며 하마르는 벅벅 이를 갈 뿐이었다.
“또 어디서 그딴 걸 본 거요?!”
“아, 티나?”
“대체! 어떤 놈들이! 주인에게 자꾸 그 쓸데없는 영감을 불어넣은 거냐고! 평생 여기서만 살았다며!”
그야 미래의 제국 놈들이었지만, 그리 말할 순 없으니 우선은 지난번처럼 어물쩍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꼭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내가 확실히 본 거라서…….”
“아으으으으! 염병할! 미쳐 버리겠네. 말이 그럴듯해서 더 환장하겠고.”
“어? 확실히 그렇지? 내가 봤는데 확실히 위생 상태도 좋아지고, 전염병 예방도…….”
말을 하면서도 하마르의 눈치를 보던 로건이 점점 일그러지는 드워프의 얼굴을 보며 황급히 부언했다.
“일단 설계만 해 주고, 시범 삼아 목조 건물 몇 채만 시공해 주면 진짜 광산 일 끝나는 대로 장기 휴가 줄게. 원하는 만큼 길게. 어때?”
“으으으윽. 진짜 몇 번을 당하는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반쯤 수긍의 말이 떨어지자, 로건은 상큼한 미소를 지어 하마르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게 했다.
“아, 그런데 그런 정도 규모면 들어가는 목재만 해도 장난이 아닐 텐데 그 목재 수입할 방법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트리탄에서도 그 정도 물량은 쉽지 않을 건데……”
머리를 굴리던 하마르가 나름대로 회심의 반격을 날렸다.
“목재? 남쪽에 있지 뭐, 석궁처럼 형태 가공 원자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쪽이요?”
그 말에 로건이 맥라인 성 창문으로 보이는 울창한 산맥, 그 아래의 무성한 나무들을 가리켰다.
“설마 몬스터 숲……?”
로건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황당한 소리에 하마르가 뭐라고 반박해 보려 했지만.
“당장은 지반 공사만 해서 기초적인 시범 가옥만 만들어 두고, 그다음에 조달 가능한 목재로 천천히 공사를 시작할 거야. 겨울에 신입 병사들 훈련 끝나는 대로 저거 싹 베어서 조달하면 차후에도 목재는 문제없겠지. 넌 그전까지 푹 쉬다가 오면 돼. 광산만 끝나면.”
이미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을 모양새라 하마르는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허허……. 그리고 다시 마을 공사에 참여하고?”
“에헤이, 그 뒤에 장기 휴가 약속한다니까. 듣자 하니 광산 개발도 곧 끝난다며? 적어도 한 달은 쉴 수 있겠네. 어때? 완벽한 계획이지?”
“으으으…….”
인정하기 싫었지만 하마르가 듣기에도 그럴싸한 일정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노예 신분이 아닌가, 사실 강제로 굴려진다 해도 할 말 없는 신세였다.
“맥라인 타운. 그 마을이 이제 맥라인 영지의 중심이 될 거야. 영지민의 절반이 살아갈 곳이니 어쩌면 성보다도 번화할지 모르지. 네가 이 영지의 미래를 만드는 거라고.”
“그러니까 왜 내가 그걸…….”
“마법사들도 도와줄 거야. 해 줄 거지? 응? 최선을 다해 줘.”
“악마…….”
하마르는 한탄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과 3주 후.
“역시 하마르야.”
거대 개척 마을, 일명 맥라인 타운의 설계도와 시범 가옥이 완성됐다는 보고를 들은 로건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그가 가장 기다렸던 소식도 같이 들려왔다.
“공자니이이이임!”
쾅!
집무실의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드웨인이 뛰쳐 들어왔다.
“뭐야? 왜?”
“하마르가, 아니 하마르 그분이! 그 금광에서 이제 채굴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갈을 보내 왔습니다!”
드웨인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로건은 바람처럼 집무실을 나섰다.
가문 도약의 근간이 될, 자금의 근원지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이제 모든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질주하는 몸이 점점 빨라졌다.
“고, 공자님. 저도 같이……!”
뒤에서 울리는 애절한 목소리 같은 것에는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 * *
“금광에서 보기 드물게 나오는 금덩이입니다. 보통은 광물 사이에 소량 분포되어 추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벌써 이런 게 나오네요.”
하마르가 내민 손톱만 한 금덩이를 보는 드웨인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로건 역시 뿌듯한 눈빛으로 얼굴에 피곤이 가득한 하마르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 많았어! 정말 많았어! 하마르 네 덕분에 이 영지가 살아나고 있는 거야!”
진심이 담긴 격찬이었지만 정작 하마르는 그저 뚱한 표정이었다.
“이제 채굴 작업 잘 되게 만들어 놓았으니, 저는 쉽니다?”
“아…… 하하하. 그런데 지금부터 얼마나 채굴할 수 있지?”
하마르가 눈을 피하는 로건을 수상쩍다는 듯이 바라봤지만, 일단 대답은 해 주었다.
“예측한 대로, 한 달에 금 1t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매장량도 지금으로서는 추측이 안 되고, 적게 잡아도 10년은 갈 것이라는 게 내 예상입니다. 그러니 이제 난 쉽니다?”
“1t이라…… 그럼 그게…….”
하지만 로건은 또다시 어색하게 말을 돌렸다.
“어이, 주인? 야, 주인 놈아! 내 휴가는? 눈 피하지 말라고!”
“크흠. 그게 타운 공사도 이제 시작이고, 석궁도 더 만들어야 하는 데다 기사들 무기도…….”
“……그냥 날 죽여! 날 죽이라고! 사람이라는 게 양심이 있어야지! 못 해! 안 해! 그냥 죽여!”
벌게진 두 눈을 한껏 부라리며 그대로 드러누운 하마르가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 모습 전에도 본 것 같은데…….’
왜인지 모를 데자뷔를 느끼며 로건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끄응.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로건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창 전쟁을 대비하는 때였기에, 드워프인 하마르가 필요한 일은 끝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더할 핑계가 없었다.
‘차후에 다른 드워프도 구해 봐야 하려나…….’
하마르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벌써 몇십 배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쉬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저대로 가다가는 또 저번처럼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 약속대로 휴가 줄게. 한 달은…….”
“우와아아악! 주인! 날 찾지 마! 한 달 동안 잘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마르가 괴성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질렀다.
‘한 달은 너무 기니까 2주만 쉬라고 하려 했는데.’
하지만 벌건 두 눈과 턱밑까지 내려올 듯한 눈 밑의 그늘을 보니, 그 말을 했다가는 정말 칼이라도 휘두를 것 같았다.
‘뭐 그간 다른 일도 해야 하니까. 일단 벌여 놓고 하마르가 한 달 뒤에 수습하게 만들면 되지.’
로건이 하마르가 알면 기겁할 생각을 하며 말을 삼키는 사이, 하마르는 그 짧은 다리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놀려 산 아래로 사라졌다.
반드시 쉬고야 말겠다는 그 강철보다 단단한 의지를 드러내는 번개 같은 움직임에 로건이 헛웃음을 짓고 있는데.
“우와아아악!”
또 다른 괴성이 바로 등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뭐, 뭐야?!”
“1억 골드!!”
“뭐?”
“그 거짓말 같은 말이 정말이었다니! 한 달에 1톤의 금이라면 1년이면 1억 골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쪼그려 앉아 계산을 끝낸 드웨인의 환호성이었다.
“이제 우리 영지는 살았어요! 아무 눈치 안 봐도 된다는 겁니다!”
로건의 몸을 잡고 흔드는 드웨인의 눈에는 광기까지 엿보였다.
“그, 그렇게 좋아?”
“당연하죠! 장비든, 식량이든, 무슨 문제건 이제 모두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푸하하하하!”
지난번 금광에 대한 소식만으로도 발광하듯 좋아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격한 반응도 이해는 갔지만, 더 흥분하기 전에 적당히 식혀 줄 필요가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돈이 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
“무슨 헛소리세요! 돈이 해결 못 하는 건 없습니다! 그건 돈이 모자라서일 뿐이에요!”
“…….”
드웨인은 아무래도 완전히 돌아 버린 듯했다.
회까닥한 행정관의 눈을 정상으로 만들려면 일반적인 설득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로건은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금광, 가문 소유가 아니라 내 것이라는 건 알지?”
“……예에?”
“금광, 내 소유라고. 가문 소유가 아니라.”
“네? 그, 그게 무슨? 에이, 공자님. 농담도.”
역시나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모양이었다.
‘아니, 모른 척하는 거겠지.’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상기해 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전후 보상으로 받은 사유지잖아. 잊었어?”
“……그런 보상을 받으셨던가요? 에이, 전 기억에도 없습니다. 이 좋은 날에 왜 재미도 없는 농담을 하시고 그러십니까.”
표정을 보니 어쩌면 진심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로건은 슬슬 무서워졌다.
그래서 부정하지 못할 증거를 들이밀었다.
“맞거든? 여기 서류.”
로건이 품속에서 꺼내 팔랑팔랑 흔드는 종이 쪼가리를 본 드웨인의 눈동자가 차츰 초점을 찾기 시작했다.
“아, 아아……. 어흑…….”
행복한 백일몽에서 깨어난 듯, 또렷해진 눈동자에 곧 습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어, 어흑. 서, 설마. 공자님, 그 돈을 또 혼자 알아서 쓰시겠다는 건 아니죠? 설마 그럴 리는…….”
“에이, 그러지는 않지. 가문을 위해 쓸 거야.”
조금 농담을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저 덩치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볼 것 같았다.
“그, 그렇죠? 확실하신 거죠?!”
“그래. 단, 내 마음대로 말이야.”
다시 환해지려던 드웨인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래도 세금 조로 가문에 3할은…….”
충성심 깊은 재무행정관이 조울증에 걸리기 전에 그를 달랠 만한 말을 꺼내려는데.
“하아……. 뭐, 공자님이라면 알아서 잘하시겠죠.”
드웨인은 갑자기 모든 것을 달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댐인가 뭔가 하는 공사도 잘됐고……. 이제껏 공자님이 우겨서 나빠진 것은 없으니까요. 믿겠습니다.”
로건은 그의 말에 무작정 좋아할 수만도 없었다.
클레이튼에 이어서 드웨인까지 자신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긍정적이었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은 좋지만 무언가 자신에게 과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라 조금은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러니 좋은 분위기를 탄 김에 무리수를 던져 두기로 했다.
“좋아. 그럼 광산 공사도 성공적으로 끝났겠다. 새로 시작한 개척 마을 공사도 쭉쭉 밀어붙여. 하마르가 휴가 끝나는 즉시 가속도 붙일 수 있게.”
“예. 준비하겠습니다.”
맥라인 영지 최고 인재의 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겨우내 이어질 막노동을 예약해 놓고.
“거기서 살겠다는 사람들부터 개간 우선권을 줄 거야. 공고 준비됐지?”
“예. 바로 하겠습니다.”
아버지나 가신들과 한마디 논의도 없이 결정한 개간권 관련 사항을 밀어붙였으며.
“병사 모집도 시작해서 겨울쯤에 훈련 시작할 거야.”
내친김에 주 전력도 아닌 정규 병력을 충원할 계획까지 늘어놓았지만…….
“예. 물론 알고 있습니다.”
“……아. 진짜.”
로건이 말이 끝나는 족족 즉답을 하던 드웨인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자신을 날카롭게 쏘아보는 로건의 시선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당신이야말로 갑자기 왜 그래?”
“뭘 말이죠?”
“왜 갑자기 이렇게 순순히 나오냐고.”
“할 만한 일이니까요.”
드웨인의 눈빛은 또랑또랑하게 빛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사사건건 자신의 계획에 반대하던 기억은 전혀 없다는 듯이.
‘진짜 왜 이래? 불안하게…….’
영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있으니 굳이 자신이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로건은 그냥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말을 이어 갔다.
“아,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최대한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 알지?”
“알지요. 비프로스나 칼리아, 변경백들이 알면 난리가 날 테니까요.”
“그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소문이 나겠지만, 가능한 한 늦게 알려지는 게 좋아.”
본격적으로 금이 채굴되면 이제 뭔지도 모르고 광석만 캐던 인부들도 그것이 금광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왕국에 단 네 개뿐인 금광이 다섯 개가 되는 대사건이니만큼, 수천 명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다.
“네. 당연한 말씀입니다. 알아서 조치하겠습니다.”
‘진짜 적응 안 되네…….’
볼수록 어색한 드웨인의 싹싹한 태도에 로건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일단 전부 저지르고 보자고.”
설령 아버지가 수련을 끝내고 나와서 반대한다고 한들, 이미 저질러진 다음이면 뭘 어쩌겠는가.
벌써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영주 대행의 배짱은 한계를 모르고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아버지께서 나오셨다고?”
한창 계획을 짜고 공고를 만들려는데 예상보다 빨리 대행 자리를 내어놓게 생겼다.
로건의 인상이 절로 찡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예. 의관을 정리하신 뒤 집무실로 오시겠답니다. 대공자님께 직접 보고를 받으시겠다고.”
“끄응. 일주일만 더 있다 나오시지.”
“……뭐가 걱정이십니까?”
“병사 모집에 개척 마을 개간권이랑 세금 감면까지 공표한 다음에 나오셨으면 못 뒤집을 텐데.”
“흐음. 설마 가주님이 반대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까?”
“당연한 거 아냐? 쓸데없는 짓 한다고 하실 게 뻔한데.”
“허…….”
“왜 그런 눈으로 보지?”
“아닙니다. 뭐, 지켜보면 알겠죠.”
댐 공사와 광산 공사의 성공 이후 계속된 드웨인의 묘한 반응은 이미 익숙해졌기에 무시했다.
그보다는 아버지의 반응이 문제였다.
‘우기고 봐야지 뭐. 현재 영지민들 반응도 좋고.’
지난 석 달간, 가주의 부재로 로건이 영주 대행을 맡았다는 사실은 가문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러 알려지는 것을 막은 것도 아니었는데 지금껏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였다.
강제 동원이 아닌 식량을 대가로 주기는 했지만, 영지민들에게 노역을 시킨 것도 영지 내에서 화제가 될지언정 비판받지는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그는 황무지에 물이 흐르게 만든 역사의 주인공으로 현재 두 성 영지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 제 뜻을 고수하는 것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래, 까짓것 한번 부딪혀 보자!’
로건은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