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55)
55화챙그랑.
“허억, 헉. 죄, 죄송합니다!”
거칠어진 숨을 채 고르지도 못한 빅토르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니, 아니야. 다시 한번 해 봐.”
“……예?”
“다시 한번 해 보라고.”
“예, 옙!”
로건은 싱긋 웃으며 바닥을 구르는 검을 들어 녀석에게 건넸다.
‘확실히 대단한 재능이야.’
빈말이 아니었다.
이제 열여섯. 검술을 배운 지 고작 1년.
가장 기본적인 그란디아 왕국 검술을 완전히 몸에 익힌 건지,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를 때도 자신도 모르게 기본자세를 잡고 있었다.
형식을 벗어나는 칼질을 하면서도 보폭은 일정했고, 눈은 가상의 목표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기본 검술이 몸에 완벽히 뱄어.’
더구나 마구잡이로 휘두를 때의 기세가 오히려 정석적인 검술을 쓸 때보다 훨씬 높았다.
빅토르에게는 그러한 기질이 잘 맞는다는 뜻이었다.
귀족 학살자의 천성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녀석의 무술은 여전히 격렬하고 난폭한 쪽이 맞는 것 같았다.
‘내가 검술의 기질까지 파악할 수 있다니.’
빅토르가 변한 만큼 자신 역시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하아압!”
촤악. 스각.
파아앙.
거칠게 몰아치는 난폭한 검술, 저런 스타일의 검술은 절대 혼자서 연습해서는 완성할 수 없다.
‘이제 상대가 필요하겠군.’
그것도 자신처럼 녀석보다 압도적인 강자가 아닌, 수준에 맞는 상대.
즉, 포스유저급은 아니지만, 그에 거의 근접하는 이들.
A급 용병이나 정예 병사들과의 실전과 같은 대련이 필요했다.
“답답하게 느껴지지?”
“…….”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르던 빅토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녀석의 성정대로라면 아니라고 대답하고 그냥 열심히 검을 휘둘렀겠지만.
‘그만큼 본인도 느끼고 있다는 거겠지.’
미래의 오러유저.
그 재능은 다시금 로건에게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다행히도 녀석이 지금 느끼는 답답함을 해결해 줄 방법은 간단했다.
“내일, 맥라인 성을 떠나 테스론에서 병사들을 훈련시킬 생각이다. 아마도 올겨울 내내.”
“……예?”
“따라오거라. 동생에게는 잘 말해 놓고.”
그런데.
“……리아와 같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
이 동생 바보 녀석이 헛소리를 내뱉었다.
“사내들만 득실한 병사훈련소에 여자애를 데려가겠다고?”
“같이 가면 안 되는 겁니까?”
“그게 진짜 동생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같이 가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었다.
평소엔 너무 조숙해 보이는 녀석이 동생만 연관되면 애가 되었다.
남자들, 그것도 사춘기의 혈기 왕성한 남자들이 가득한 곳에 어린 여동생을 데려가겠다니.
‘무슨 사고를 만들려고, 흠…… 가만?’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로건은 처음 생각과 달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데려가자.”
“감사합니다!”
로건은 뛸 듯이 기뻐하는 빅토르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하아…… 이 녀석 참.’
빅토리아가 이 녀석의 컨트롤러가 되는 것은 좋지만 집착이 너무 심했다.
‘이래서는 나중에 무슨 일을 시키든 동생부터 챙기려고 할 수도 있어.’
이참에 그 집착도 조금은 손을 봐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일이 생각대로만 돌아간다면 분명히…….
“하지만 혹시나 문제가 생긴다면 모두 네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 두거라. 네가 자초한 일이다.”
“예!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
“그게 아니지! 빅토리아에게는 따로 일을 시킬 테니 공사는 확실히 구별해라. 동생 없이 아무것도 못 할 녀석이라면 내게 필요 없으니.”
“……죄송합니다.”
대답은 꼬박꼬박 잘했지만, 빅토르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빅토리아. 이리 오너라!”
자신이 나타났을 때부터 한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보고 있던 빅토리아가 쪼르르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자그마한 아이가 창백한 안색으로 연신 머리를 조아리자 로건은 머리가 아파 오는 듯했다.
“끄응. 그런 것 없다.”
호의를 베풀어도 아직은 경계심이 먼저인 것은 남매가 똑같았다.
‘어쩌면 저 녀석이 동생과 같이 가겠다고 하는 이유도…….’
로건은 헛헛한 마음에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댈 곳이 서로밖에 없는, 힘들게 살아온 아이들.
지난 1년의 세월 동안 충분히 마음의 위로를 받았길 기대했건만, 아직은 너무 과한 바람이었던 같았다.
“겨울 동안 테스론 성에 갈 것이다. 너희 오빠는 훈련을 위해 병사들과 움직일 것이니, 너는 배식 담당 시종들과 동행하거라. 알겠지?”
“예!”
대답 싹싹한 것 하나는 오빠보다 나은 것 같았다.
리아가 짐을 챙기기 위해 사라진 후.
“동생이 그리 소중하더냐?”
문득 든 호기심에 로건이 슬쩍 물었다.
스스로 저지른 잘못으로 가족에게 미안해하며 평생을 후회했던 것이 전생의 자신이었다.
로건은 그 한을 다시 남기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빅토르가 동생을 위하는 마음은 그것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았다.
“유일한 가족이니까요.”
로건의 고민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답은 쉽게 나왔다.
단순히 혈연관계에서 오는 본능이라는 것일까.
“흐음. 그게 전부?”
로건이 반문하자 이번엔 조금 망설이던 빅토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때문에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로건의 말문을 막았다.
“리아는 저 때문에 부모를 잃었습니다. 저는 리아를, 하나 남은 가족을 지켜야 합니다.”
빅토르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고.
굳이 고개 숙인 녀석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 로건은 괜히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의 죄를 씻기 위해서 뭐든지 하겠다.
가족을,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걸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애정과 한이 버무려진 그 복잡한 감정을 로건 자신만큼 잘 이해하는 이가 또 있을까.
문득 던진 질문이 씁쓸한 사실을 알려 주었고, 또한 새롭게 각오를 다지게 해 주었다.
“그래. 힘내자.”
‘우리 둘 다.’
로건은 아직은 한참 어린 또 다른 자신을 보며 그저 어깨를 두드려 줄 수밖에 없었다.
* * * 50명의 병사와 300여 명의 용병대가 호위하는 500명의 지원자, 아니 이제는 훈련병들.
그들과 함께 테스론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은 느릴지언정 안정적이었다.
용병대와 병사들이 준비한 천막과 야영 도구는 그리 좋은 물건이 아니었지만, 야영을 생전 처음 해 보는 이들의 눈에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로건은 훈련병들에게 따뜻한 스튜를 손수 퍼서 담아 주며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나는 능력 있는 이라면 신분에 상관없이 중용한다. 그러니 노력해라. 노력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라. 능력만 갖춘다면 너희가 신분이, 출신이 어떻건 간에 기사로 만들어 주겠다.”
어쩌면 단순한 겉치레와 싸구려 음식들일 뿐이었지만.
아직은 순진한 나이의 지원자들은 자신들의 주군이 보인 자그마한 호의에 쉽게 감동했다.
또한 이들 중 대다수가 기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과 상관없이, 로건의 옆에 당당히 서 있는 빅토르가 소작농보다 못한 노예라는 말이 퍼지며 그들의 의욕을 북돋웠다.
– 기사가 되자.
이런 결심이 훈련병들의 가슴에 단단히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특히나 힘든 맥라인의 농가 중에서도 유독 어려운 집안 출신의, 다른 이들에 비해 작고 초라한 이들.
새로운 기준으로 뽑힌, 로건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아이들의 각오는 더욱 강렬했다.
– 반드시…….
“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각오를 다지는 작은 목소리와 꼭 쥔 작은 주먹.
아직은 스튜가 담긴 나무 그릇조차 버거워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하나같이 뜨거웠다.
그 시선의 다수는 빅토르를 향해 있었고, 그것은 로건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빅토르를 굳이 데려온 이유 중 하나였으니까.
‘어쩌면 생각보다 더 확률이 높아질지도.’
또 하나의 위기가 멀지 않은 지금.
가문의 미래를 받쳐 줄 기둥이 조금 더 든든해지는 느낌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 * * 테스론 성에서 로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불과 반년 전, 전 군주와 그 자식을 참살하고 영지민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징집병을 학살한 자.
그리고 춘궁기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식량을 풀고, 황무지에 풀이 돋게 만든 기적의 주인공.
하지만 둘 중 어느 존재로 그를 받아들이건 간에, 실제로 로건을 마주한 이들의 반응은 매한가지였다.
바로 경원(敬遠)하여 다가오지 않는 것.
테스론 성 외곽의 마을부터, 맥인보다 두 배는 크고 넓은 성의 안쪽에서도.
마주하는 모든 영지민들이 불꽃의 깃발과 로건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숙이며 피해 갔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 내성의 문 앞에서 마주한 벡터는 기억 속 모습과 전혀 다른 태도로 그를 맞이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공자님. 식사를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보고를 먼저 받으시겠습니까?”
90도로 숙인 허리. 가늘게 찢어진 뱀눈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은 여전했지만, 적의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벡터. 많이 변했군.”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황당한 어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입죠.”
“그럼 예전에는?”
“저는 마님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제 목숨의 주인은 그분이시니까요.”
“호오. 어머니의 잘못으로 돌리겠다는 말인가.”
“원한이 남으셨다면 저의 목을 치십시오.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정말?”
스르릉.
사양하지 않고 검을 뽑자, 결연한 목소리와는 달리 이마에 흥건한 식은땀과 달달 떨리는 손이 보였다.
하지만 항상 교활하게 주변을 훑어보던 눈동자가 이 순간만큼은 미동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 일로 마님께 누가 되는 일만 없었으면 합니다. 저 하나로 잊어 주십시오.”
그 모습을 보며 로건은 피식 웃으며 검을 집어넣었다.
과거의 악감정은 남아 있더라도, 새어머니를 향한 벡터의 충성심은 진짜였다.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 줘.”
칼질 대신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손길.
반백의 중년인은 쓰러질 듯 비틀거렸지만, 표정만큼은 바로 환하게 밝아졌다.
“어어, 똑바로 서야지. 누가 보면 내가 진짜 세게 친 줄 알겠어.”
“죄, 죄송합니다. 긴장이 풀려서…….”
“쯧. 이대로 밥 먹었다가는 체하겠어. 보고부터 받지.”
“알겠습니다.”
다행히 벡터는 생각보다 유능했다.
“자금 상황은…….”
“영지민들의 상태는…….”
“그리고 병사모집에 관한 처리는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벡터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에 다음날, 테스론의 훈련병을 뽑는 일도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하아. 진짜 감각 쪽으로 재능이 있는 인원은 여기도 250명 정도인가. 뭐, 당장 석궁기마병은 필요하니까. 그리고…….’
제국은 확률이 높은 방법을 찾아냈을 뿐, 포스를 각성하는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밝혀 낸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재능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포스유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로건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테스론에서도 500명의 훈련병을 뽑았다.
* * *
그렇게 뽑힌 1,000명의 훈련병.
다행히 테스론에 지어져 있는 병사용 숙소는 기존 병사를 포함한 1,5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수용하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했다.
생전 처음 보는 단체 숙소에 익숙하지 않은 표정들, 그리고 어린 나이.
한자리에 모인 훈련병들은 분위기가 좋은 쪽도 있었고.
“난 롬. 앞으로 잘해 보자.”
“나는 테스야. 그래, 잘 부탁해.”
좋지 않은 쪽도 있었지만.
“야. 뭐야? 사과 안 해?”
“네가 길을 막고 있었잖아.”
“뭐 인마?!”
“마, 말려!”
낯선 환경에 놓인 젊은 피들은 어느 쪽도 쉽게 잠들기 어려웠다.
“다들 조용히 안 해!”
“쳐 자지 않으면 내가 강제로 재워 준다!”
선임 병사들과 교관의 단속에도 훈련병들의 숙소는 잠들지 못한 이들로 가득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의 기상나팔 소리에 부랴부랴 연병장에 집합한, 어설프게 뭉쳐 선 이들 반수 이상이 벌건 눈이었다.
그리고 그런 한심한 꼴을 본 총교관 카이는 엉망인 대형은 지적할 생각도 없는지, 단상 위에서 다짜고짜 첫 번째 훈련을 지시했다.
“내성벽 기준으로 다섯 바퀴. 가장 늦게 들어온 백 명은 두 바퀴 추가다.”
카이가 대뜸 던진 말에 얼기설기 모여 있던 훈련병들의 표정에 황당함이 어렸다.
“예?”
“뛰어!”
“갑자기 무슨…….”
“뛰, 뛰자!”
어리둥절한 가운데에서도 한 명이 뛰기 시작하자 반응은 빨랐다.
훈련병들이 우르르 몰려 둘레가 5km에 육박하는 내성벽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다섯 바퀴 도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고려하지 못한 채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 이들.
한 시간여가 지나, 한 바퀴를 돌아온 즈음부터 비틀대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헥. 헥.”
“하악. 하악.”
“흐으으읍!”
대다수의 뜀박질은 걷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변해 갔으며, 다리가 풀리는 것을 넘어서 눈이 풀린 이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중에 단 한 명.
푸른 머리카락에 적청의 오드아이를 가진 소년은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이 무리의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저, 저놈은 뭐야?”
“그, 그. 노예…….”
“고, 공자님의?”
다른 이들이 지쳐 비틀거릴수록 점차 벌어지는 거리.
빅토르의 선전은 뒤를 따르던 이들을 자극했다.
‘저 노예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할 건 뭐야.’
‘질 수 없어!’
풀려 가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고, 비틀거리던 다리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이 오버 페이스로 인한 후유증으로 차후에 좀 더 고생할지는 몰라도, 당장은 훈련병 전체가 마법에라도 걸린 듯 빅토르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빅토르 효과……. 로건 님의 말씀대로군.’
훈련병들을 감독하기 위해 같이 뛰고 있던 카이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로건과 카이가 지금 훈련병들에게 보고 싶은 것은 강인한 체력이 아니었다.
그저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것 하나면 족했다.
그렇기에 첫 번째 훈련은 더 이상 뛰는 것을 포기한 이가 백 명이 된 네 바퀴째에 바로 중단되었다.
“포기하거나 쓰러진 놈들은 일어나는 대로 다시 추가 두 바퀴다. 이번에도 못 하겠다면 그놈은 그냥 집으로 간다. 알겠나!”
그 말에 힘들어 주저앉은 이들의 안색이 새파래지고.
힘겹게 버틴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허억, 허억. 살았다.”
“후아, 말…… 시키지 마.”
“쿨럭. 쓰으읍. 후아아.”
“저, 저 괴물.”
모두가 주저앉은 가운데, 오직 한 소년만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을 풀어 주고 있었다.
무리한 운동 뒤에 바로 쉬는 것보다는 몸을 풀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쯤은 다른 이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 해도 한계를 쥐어짜는 훈련 후에 바로 실행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달리 말하면, 다른 훈련병들에겐 한계를 자극하는 이 훈련이 빅토르에게는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았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리고 로건은 연병장에서 멀리 떨어진 내성 집무실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먼 거리를 뛰어넘어 빅토르의 표정과 신체 상태를 샅샅이 훑었고.
그 결과 로건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확실히 포스가 스며들고 있는 거야. 멀지 않겠어.’
빅토르가 훈련 중 각성하게 된다면 함께한 병사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노예도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병사들에게 그 무엇보다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노예라는 신분은 빅토르의 천재성을 가리기에 충분할 테니까.’
지금 빅토르에게 다가가는 저 녀석이 보여 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