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58)
58화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미간에 기다란 검은 뿔이 달린 늑대들 수십 마리가 숲속에서 튀어나와 기사단의 중심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늑대보다 훨씬 빠르고 덩치도 반 배 이상 큰 몬스터.
중하급 몬스터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집단으로 마주할 경우엔 그 이상의 위험도로 분류되는 몬스터 떼의 등장이었다.
“뿔늑대다! 뭉쳐!”
기사들의 대응도 고블린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랐다.
뿔늑대들의 목표가 된 기사들은 순식간에 셋씩 뭉쳐 등을 맞대고는 달려오는 늑대들을 상대했다.
“키이이익!”
“케엥!”
“캬오오오!”
아무리 뿔늑대라도 다수의 기사에게 위협이 될 만한 전력은 아니었다.
무리의 몇이 순식간에 당하자, 개중 덩치가 큰 놈의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뿔늑대들이 기사들을 지나쳐 그대로 후방으로 향했다.
고블린들과는 달리 천이 넘는 인간들을 전혀 겁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것은 늘어선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석궁기마병 전개!”
“하!”
“쏴라!”
병사들이 긴장한 가운데서도 충실히 지시를 따랐다.
하지만 쏟아지는 볼트들은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우우우우우!”
맨 앞에서 달리는 우두머리의 하울링과 동시에 날아들던 화살 비가 확연히 느려지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방향이 꺾이거나 흐트러지는 볼트들은 없었지만, 한 풀 기가 죽은 화살 비는 뿔늑대들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하고 힘없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 짧은 일제사가 지나가는 순간.
이미 놈들은 병사들이 세운 대형의 전방까지 근접해 있었다.
“검병들 정렬!”
“정렬!”
“하나도 흘려보내지 마라!”
뿔늑대의 기세에 질리고 긴장했던 얼굴들이 로건의 고함과 함께 붉게 달아올랐다.
“타아아!”
가장 선두의 빅토르를 필두로 대기하고 있던 검병들이 일제히 검과 창을 휘둘렀다.
그 뒤쪽에선 붉은 눈동자 한 쌍이 그런 병사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으와압!”
“캬오!”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휘둘러지는 창검.
빅토르를 위시한 전열이 뿔늑대의 대장과 맞부딪칠 때.
훌쩍 점프한 나머지 뿔늑대들이 병사들의 대열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뿔늑대 무리의 숫자는 고작 21마리.
하지만 300의 병사들은 대열을 파고든 뿔늑대 무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으아악!”
뿌드득.
한 병사가 검은 뿔에 들이받혀 검을 놓치고 당황하는 사이, 뿔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이 그의 다리에 틀어박혔다.
동료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데도, 당황한 주변의 병사들 대다수는 몸이 굳어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몇몇의 반응은 달랐다.
“뒈져라! 괴물!”
퍼어억.
깨갱!
아직 힘이 부족한 병사의 창은 뿔늑대의 두꺼운 가죽을 완전히 뚫지 못하고 마치 몽둥이로 후려친 듯한 결과만을 남겼다.
그러나 그것은 병사 하나에게 치명상을 입힌 뿔늑대를 주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모습을 본 굳어 있던 병사들이 용기를 얻어 파랗게 질린 모습으로나마 다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로건은 그런 소수의 용기 있는 병사가 없는, 달리 말하면 전원이 몬스터가 뿜어내는 기세에 완전히 눌려 버린 무리 사이에만 뛰어들며 뿔늑대를 처치했다.
촤아악.
“끼이이…….”
털썩.
“너. 너. 너. 빼고 다 뒤로 빠져!”
로건의 살벌한 기세는 몬스터의 피어를 몰아내고 병사들의 다리를 움직이게 해 주었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로건은 연이어 위기에 빠진 병사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소수의 뿔늑대들이 만들어 낸 난전과 그 사이에서 움직이는 병사들의 대응을 하나하나 눈에 새겼다.
사실 로건이 굳이 애쓸 필요도 없었다.
로건 자신이 눈여겨보았던 병사들과 그렇지 않은 병사들의 차이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확실히 잘 싸워.’
괴물 같은 시력을 보여 주었던 트레이는 동체 시력도 괴물 같은지 몬스터의 공격을 한 박자 빠르게 피하고 있었고, 놀라운 청력을 지닌 애덤은 뒤쪽에서 날아든 공격도 피해 내는 기민함을 보여 주었다.
그 밖에도 포스가 조금이나마 쌓인다고 생각한 녀석들은 다른 녀석들에 비해 유독 전투력이 좋았다.
아직은 부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대부분이 감각 테스트 100위 안쪽에 뽑혔던 아이들이었다.
이번에 뽑힌 게 아닌 선임 병사 중에도 그런 이들이 존재했지만, 그들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감각 테스트에서 가까스로 통과한 하위권 중에도 그런 녀석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녀석들의 전투를 면밀히 지켜본 결과 로건은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체력이 아니고 감각으로 뽑아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지만…….’
거기까지는 제국의 병사 선발 기준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로건은 미약하게 포스를 흡수한 녀석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결과 또 다른 사항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저건…… 엄밀히 말해 시력이나 청력 때문이 아니야.’
사각에서 날아오는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거나, 본능적으로 반격할 줄 아는 녀석들.
시각이나 청각이 뛰어난 녀석들 중 그런 녀석들이 많은 것은 당연했지만, 감각 테스트 순위가 낮은 병사 중에서도 그런 놈들이 있었다.
‘발달된 촉각? 아니면 육감이라고 해야 하나? 허…….’
아직은 표본이 많지 않으니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감각에 느껴지는 이들이 실제로도 좋은 자질을 보여 주었다는 사실 그 하나만 머리에 담아 두었다.
그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 일전은 의미가 있었으니까.
병사들의 대형이 더 무너지려 하기 전에 로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클레이튼 님!”
그러자 뿔늑대가 달려들 때부터 마법을 준비 중이던 5서클의 마법사 클레이튼이 응답했다.
“……응답하라, 대지의 힘. 스톤 엣지(Stone edge)!”
쾅!
정확하게 뿔늑대들이 있는 위치에 솟구친 날카로운 돌기둥이 스무 마리의 뿔늑대 중 절반 가까이를 단숨에 죽이고, 나머지 대부분에도 중상을 입혔다.
유일하게 마법을 완전히 피한 대장 뿔늑대 역시.
“우와아압!”
푸우욱.
“캬오오…….”
빈틈을 제대로 노리고 휘둘러진 빅토르의 검이 눈을 파고들면서 그 생의 끝을 고했다.
하악. 하악.
짧은 교전이었지만 상당히 위험했는지, 갑옷의 여러 군데가 짐승의 발톱 모양으로 푹 패어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쉰 빅토르가 몬스터의 사체에서 피 묻은 검을 뽑아내며 보기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본 주변의 병사들까지도 소름이 끼칠 만큼 섬뜩한 모습이었다.
치이익.
빅토르의 검에서 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며 땅을 태우자, 동료 병사들은 무의식적으로 녀석의 주변에서 한 발짝씩 멀어졌다.
하지만 로건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껍질을 벗었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
미래의 오러유저가 그 기본을 완성해 가고 있었으니까.
“잘했다, 빅토르! 몬스터 피는 독성이 있으니 최대한 빨리 닦아 내라. 몸에 닿지 않게 조심하고. 그대로만 해라. 끝난 후에 다시 검술을 봐 주겠다.”
로건의 칭찬에 빅토르를 보는 병사들의 시선이 다시 한번 바뀌고.
그런 병사들의 눈빛을 보며 로건이 외쳤다.
“좀 전에 가장 먼저 도망친 놈들, 다 봐 뒀다! 다음번에도 그런 식이면 재미없을 줄 알아!”
몬스터보다 더한 강자의 서슬 퍼런 살기에, 안색이 눈에 띄게 굳는 이들이 몇몇 보였다.
도망치던 겁쟁이 놈들도 제대로 싸우게 만들면 병사들을 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로건의 시선이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처럼 아군의 병사들을 훑었다.
* * *
그 후로도 기사들이 몬스터를 놓치는 일은 종종 일어났다.
남쪽 숲엔 하급 이상의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극소수의 중급이나 중상급 몬스터들은 격에 맞는 기사단 조장들이나 헤인켈, 패드릭이 직접 나서서 처리했고.
대다수의 중하급 몬스터들도 기사단 수준에서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
쩌어억.
“케에엑!”
기합을 잔뜩 실은 칼질 한 번에 2m가 넘는 거대한 개 머리 인간이 그대로 반쪽이 되었다.
평기사, 앤서니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강렬한 검격으로 몬스터를 도살하며 전율에 몸을 떨었다.
‘짜릿해.’
지난 두 달간 가주에게 죽도록 얻어터지며 배운 검술이 나무 베기에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 그 짜릿한 손맛에 지치기는커녕 점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왕이면 중하급만 계속 나와라!”
“중급도 괜찮아!”
“야. 그건 좀…….”
“닥쳐! 할 수 있어!”
“우와아악! 다 죽여!”
촤악.
쩌어억.
“키에에엑!”
기사들의 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날카로워져 갔다.
그에 반해 병사들의 전투는 점점 힘겨워지고 있었다.
“뒤!”
“조심해!”
“으윽!”
“젠장! 비켜!”
고블린이나 그와 비슷한 코볼트까지는 석궁의 사격만으로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나타난 개 머리의 인간형 몬스터 놀, 자이언트 스파이더 같은 놈들은 석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 목재를 나르던 골렘들이 병사들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를 일차적으로 저지하는 장벽의 역할까지 해야 했다.
한나절 내내 이어진 전투.
모두가 지치고 다친 가운데서도 로건은 처음 주목했던 병사들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확실해……. 뛰어난 감각, 그중에서도 뛰어난 촉각이 포스의 재능에 가까워. 이거 테스트를 어떻게 만들지?’
아직은 부족한 표본이지만 가닥을 잡은 느낌이 들었다.
벌써 다음 병사 선발 테스트를 고민하게 할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로건에게는 아주 보람찬 하루였다.
“모두 작업 중지! 오늘은 이만 끝내고 야영을 준비한다!”
물론…….
“우와아아!”
“살았다!”
“이, 이런 건 줄 몰랐어.”
“제, 젠장. 엄마…….”
그의 기분과는 다르게 이제껏 나오지 않았던 훈련 낙오자들이 다수 나올 듯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그중에는 포스의 가능성을 보이는 녀석도 소수나마 섞여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 녀석들 붙잡고 정신머리를 뜯어고칠 시간에 다른 애들을 조금이라도 더 훈련하는 게 나아.’
비교적 안전한 이런 상황에서도 싸움보다 도망을 원하는 겁쟁이는 필요 없었다.
그것마저도 소득이라면 소득이었기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 * *
그러나 모든 것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남부 산맥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 숲 중간 지점에는 천 단위의 놀 무리가 세 부락이나 모여 있었다.
– 내버려 두었으면 곧 맥라인 성을 덮쳤을 겁니다. 중하급 몬스터 3천 마리 이상의 몬스터웨이브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 미리 발견한 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대공자님의 혜안이 놀랍습니다.
– 허…….
뿔늑대보다 훨씬 큰 집단을 형성한 중하급 몬스터 놀.
일반적인 평기사 기준으로 한 번에 두세 마리를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였다.
당연히 헤인켈의 말처럼 미리 발견한 것이 다행이긴 했지만, 로건은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전략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일단 석궁의 보급을 늘리고, 기사들이 유격대로 움직이며 적정 수의 무리를 유인했다.
뒤이어 퍼부어진 병사들의 일점사로 놈들을 차츰차츰 처리해 갔다.
그렇게 하자 병력의 희생은 거의 없었지만, 몬스터 협곡이라 불리는 몬스터웨이브의 시작점까지 싹 정리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훨씬 긴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큰 손해를 본 것은 없었다.
계속된 벌목으로 얻어진 목재들이 끊임없이 맥라인 타운 공사장으로 옮겨졌고, 그에 공사는 탄력을 받아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더구나 생각보다 긴 실전의 시간 동안 로건은 검병의 역할을 여러 번 바꿔 보면서 첫날 얻었던 정보를 시시각각으로 갱신할 수 있었다.
‘확실해. 육감…… 아니, 생존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감각 테스트 200위권이나, 500위권에서도 미약하게나마 포스를 흡수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런 녀석들은 유독 생존본능이 강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악을 쓰며 칼을 휘두르는 놈들.
‘육감과 생존본능. 혹은 투지까지 포함할지도…….’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감이 왔다.
‘당장은 지금 병사들로도 충분하고. 올겨울 내전 시작 이후에…….’
만약 내전에서 예상대로만 성과를 거둔다면, 차후 맥라인은 이 정보를 발판으로 무섭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제국 전쟁까지 남은 기간 동안 기사전력을 폭증시킬 수 있다.’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아, 아냐. 자, 이제 목재도 충분하니 맥라인 타운을 완성해야지. 이제 봄까지 한 달 남았어. 본격적인 개간 이전에 끝내야 해. 가능하지?”
“……알겠습니다.”
하마르의 표정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나오는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말을 꺼낸 로건조차 빡빡하고 무리한 일정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확실히 가능한 일이야? 될 것 같아서 한 제안이긴 한데…….”
“뭐, 저기 마법사 양반들도 있고 댐 공사 때 이후로 인부들의 의욕도 넘칩니다. 식량도 충분히 배급되고 있고, 다 똑같은 규격의 집을 지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도 높아지고 말입니다.”
“타운 중앙에 마탑도 잊지 말고.”
“물론입니다.”
한 번 긴 휴가를 갔다 온 하마르의 대답은 믿음직스러웠고.
‘역시 이 녀석은 몰아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야.’
하마르 굴리는 법에 대한 로건의 깨달음에 확신을 주었다.
그렇게 맥라인 본성보다 규모가 큰 거대한 개척 마을, 맥라인 타운 역시 차츰차츰 기대한 대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