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61)
61화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구나.”
“예.”
흐뭇한 미소를 지은 아버지의 말에 로건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병사들 훈련은?”
“치안을 위해 차출된 이들을 제외하고는 고강도의 훈련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재능이 있어 보이는 이들 300여 명은 따로 뽑아서 임무 없이 훈련만 시키고 있습니다.”
“……기사로 만들 재목이 300명이나 된다고 받아들여도 되겠느냐?”
“예.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사 훈련에 관심이 없는 드웨인은 그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손뼉을 칠 뿐이었지만, 부자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헤인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병사가 훈련을 충실히 따라준다는 전제하에 튼튼한 병사를 뽑아 10년을 미친 듯이 굴려도 포스를 각성하고 기사의 자격을 얻는 이는 백에 하나 정도였다.
단순 계산으로는 1,500명의 병사 중에 기사가 될 녀석은 열다섯 명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로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스무 배에 달하는 인원을 말하고 있으니, 그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주군은 그런 말도 안 되는 답변에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리 가문이 잘 돌아가고 있어도 그렇지, 그 정도면 망상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었다.
헤인켈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입을 벌렸다 다물기만을 반복했다.
그런데 대공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갔다.
“훈련은 지금 제도를 유지하고, 매년 주기적으로 병사들을 계속 확충해 나갈 생각입니다. 말과 무구도 매년 보강하구요.”
“공자님! 그건…….”
“아니, 왜요?! 이 평화로운 시기에 그런 돈 낭비는 절대 반대입니다!”
헤인켈이 뭐라 나서기도 전에 웃고 있던 드웨인이 돌연 눈에 불을 켜고 나섰다.
‘미스릴. 미스릴 사건의 반복이야. 과소비는 습관. 막아야 한다!’
헤인켈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드웨인을 바라보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영주도 안색을 굳혔다.
“……전쟁이라도 할 셈이냐?”
“때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전쟁 아닙니까. 전 그렇게 배웠습니다.”
난 그런 걸 가르친 적이 없는데.
패드릭은 목구멍까지 솟아오른 말을 억지로 한 번 삼켰다.
대신 냉철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현실을 지적했다.
“지금 우리 가문은 한창 발전하고 있는 시기다. 과한 병력 확충은 주변 가문에 도발로 느껴질 수 있음이야.”
“그렇습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영주님.”
그 말에 헤인켈이 고개를 끄덕였고, 드웨인은 로건이 보라는 듯이 연신 엄지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어차피 부러 도발하지 않아도 도발 당할 놈들입니다.”
로건의 괴상한 소리에 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
“뭐?”
“맥라인 타운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황야가 평야로 변했습니다. 실반과 페레타. 두 곳 모두 과한 세율로 인해 탈주하는 농민도 많은 영지입니다. 그 욕심 많은 놈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그들이 쳐들어올 것으로 생각하느냐?”
“예.”
자신만만한 로건의 대답에, 바로 반론이 터져 나왔다.
“실반이건 페레타건, 우리를 쉽게 보지는 못합니다! 기존의 우리 병력만 해도 놈들 영지 하나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공자님이 잘 모르셔서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끼리 견제하기도 바쁜 놈들입니다. 제대로 된 명분 없이는 쳐들어오지도 못합니다!”
헤인켈과 드웨인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 이미 계획을 세워 둔 로건은 물러설 수 없었다.
“단장의 말은 두 영지가 힘을 합치면 우리를 능히 이길 것이라는 말로 들리는데?”
“아, 아니, 예전에 그랬다는 말이지요. 지금이야 그 무기도 있는데…….”
“놈들은 그걸 모르지. 그리고 명분은 이미 넘치도록 있어.”
“예?”
어찌 보면 귀족 간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명분을 언급하자, 모두의 시선이 로건에게로 집중되었다.
“유민들, 많이 받았잖아. 그들 중 페레타나 실반에서 온 애들이 몇이나 될 것 같아? 내가 그놈들이라면 좋은 핑계가 될 것 같은데.”
그 말에 집무실 안에 있던 모두의 안색이 확 변했다.
영지가 발전하는 모습에 취해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그제야 인식한 것이었다.
“아, 아니 그런 걸 예상하셨으면 막으셨어야죠!”
드웨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로건은 여전히 얄미워 보일 정도로 태연했다.
“막을 이유가 있나. 안 그래도 노동력이 부족한 판에.”
“그래도 전쟁의 빌미가 될 수…… 공자님 서, 설마……?”
“……애초에 전쟁을 원했던 거냐?”
드웨인의 표정이 파랗게 질려 가는 순간, 패드릭이 굳은 얼굴로 물었고.
“어차피 치워야 할 적들입니다. 놈들이 먼저 억지를 부려 준다면 구실 삼기에 좋지요.”
깊게 가라앉은 눈빛의 로건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공자님!!”
“허. 어찌 이런…….”
“하아…….”
한순간에 집무실의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미친놈을 보는 듯한 시선이 로건에게로 몰렸다.
헤인켈이나 드웨인이 차마 뱉어 내지 못한 욕을 구겨진 얼굴로 대신 표현했고, 패드릭은 그들보다는 직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미리 의논이라도 했어야지!”
“의논했으면 반대하셨을 것 아닙니까.”
뻔뻔한 대답에 모두가 다시금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끌어안았다.
패드릭 역시 갑자기 올라오는 두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권한을 너무 빨리 넘겼나.’
그가 그렇게 자책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던 때였다.
“영주님!”
문이 벌컥 열리며 시종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실반과 페레타에서 사절이 온답니다! 도망친 영지민들 문제로 논의할 게 있다고…….”
너무나 공교로운 타이밍에 전해진 소식에, 방 안의 분위기가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자. 이미 일은 벌어졌네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지 대책을 의논해 볼까요?”
로건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 * *
“오! 리할트 님이시오?”
“그렇습니다. 그쪽이 헤밀 님?”
“그렇소이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젊은 분이 이런 중한 임무라니, 대단히 능력 있는 분인가 보군요.”
“그럴 리가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죠. 저야말로 실반 영지의 실세를 만나 영광입니다.”
호위 기사 셋에 시종 열다섯.
관례상으로 따져도 최소한의 규모로, 양측 사절단 모두 구성이 같았다.
사실상 협박을 하러 가는 사절단이기에 그 초라한 규모가 불안할 법도 했지만, 인사를 나누는 두 중년인의 얼굴에는 걱정의 빛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느긋하게 대접이나 한번 제대로 받아 보십시다.”
“설마 눈치 없게 냉대하지는 않겠지요.”
“하하하. 생각이란 게 있다면 그럴 리가 없지요. 통신도 미리 보냈는데.”
오히려 조금은 들뜬 기색까지 보이는 이들.
그들을 호위하는 기사들의 표정 역시 여유롭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음날, 테스론 성을 지나쳐 천천히 옛 황무지에 들어서자,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허어. 정말로……?”
“전체가 푸르군요. 밀 새싹 같은데…….”
“이럴 수가.”
그들의 감탄처럼,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들판엔 푸르른 녹초가 가득했다.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싯누런 모래바람만 불던 황야가 이리 변하다니.’
지금은 시야에 들어오는 누런 색이라고는 저 멀리 보이는 장벽 비스름한 것밖에…….
“어, 어어? 헤밀 공. 저, 저 멀리에 저거 뭐 같소이까?”
“토성…… 같군요. 호오. 어느새 저런 크기의 토성을.”
듣고 있던 이들이 모두 놀라서 흙벽을 바라보았다.
“저게 성이라고?”
“아니, 아무리 토성이라도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저렇게 큰…….”
일행은 할 말을 잃은 채 동쪽으로 다가갔고, 가까워져 오는 마을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마를 탄 수십의 사람들을 본 소작농들이 일제히 길을 비키는데, 그 사이로 동서를 잇는 거대한 돌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로라니…….”
너비 5m는 될 듯한 널찍한 포장도로가 푸르른 밭을 가로지르며 저 멀리 토성을 향해 반듯이 나 있었다.
이미 이것만도 그들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난 상황인데, 반나절을 더 달려 도착한 그 토성(?)은 입구에서부터 그들을 경악하게 했다.
“정지!”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도로를 따라 달려 도착한 토성의 문 앞은 3m 정도 되는 흙벽으로 이루어진 만큼 그리 넓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향해 말을 거는 병사들의 모습에 자꾸 눈이 가는 것은, 토성의 성문이 초라해서만은 아니었다.
“기사……가 아니네요. 갑옷에 문장이 없는 걸 보니.”
“예. 그런데 일반 병사한테 저런 무장이라니. 맥라인이 진짜 돈을 많이 벌긴 벌었나 봅니다.”
하프 플레이트 메일에 각반과 건틀릿. 허리춤에 매인 검과 들고 있는 창까지.
웬만한 기사의 무장이라 해도 믿을 만한 장비를 입은 병사들의 모습은 규모가 짐작이 가지 않는 이 토성만큼이나 놀라웠다.
그 탓에 본의 아니게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자니, 병사들이 당황한 얼굴로 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조금 떨어져서 안쪽으로 무언가 신호를 보내고 있던, 불꽃 문양을 새긴 갑옷을 입은 기사가 다가왔다.
“맥라인의 기사 디그롬입니다. 손님분들은 방문 목적을 말해주십시오.”
기사의 시선이 헤밀과 리할트의 뒤에 있는 깃발로 향했다.
불꽃 속에 교차된 장검의 깃발과 불꽃 위를 날고 있는 매의 깃발.
귀족의 행차임을 밝히는 특이한 문양이었기에 다짜고짜 겁박할 수는 없었다.
물론 하려고 해도 이 초라한 병력으로는 기사가 여섯이나 포함된 사절단을 막을 수 없었겠지만.
‘이토록 거대한 규모의 토성을 만들어놓고 성문에 배치한 병력이 고작 기사 하나와 병사 다섯이라니.’
리할트는 토성을 보고 조금이나마 긴장했던 자신이 우스워졌다.
“역시 병력 규모는…….”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웃음 짓는 헤밀과 눈을 맞춘 리할트는 그의 입에서 쓸데없는 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말을 끊었다.
“우리야 좋지요.”
병력은 약하고 가진 것은 많은 이웃 영지.
이 얼마나 매력적인 먹잇감인가.
“실반 자작령과 페레타 자작령의 사신이외다. 맥라인 남작님께 향하는 전갈을 가져왔소이다.”
그러니 일단은 정중하게 간을 보면서 시작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리할트의 말에도 딱딱하게 굳어 있던 기사의 표정은 풀어질 기미가 없었다.
“두 자작령에서 무슨 일로…….”
“이미 통신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소. 자세한 것은 남작님을 뵙고 말씀을…….”
“일개 기사가 사절단의 앞을 막겠다는 건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수 있겠나!”
쯧.
부드럽게 구슬려 내부 사정이나 좀 알아보려 했는데 초를 쳐 버리는 헤밀의 외침에 리할트는 혀를 찼다.
그렇다고 그를 제지할 명분은 없었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기사가 한 걸음 물러섰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왜 저자세로 나가냐고 시위하는 듯한 헤밀의 오만한 표정.
그것을 보며 리할트는 또 한 번 혀를 찼지만, 굳이 트러블을 만들 필요는 없었기에 군말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초라한 성문을 지나자 그 안에 보이는 풍경은 리할트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십자로 나뉜 거대한 대로를 중심으로 사방에 일정하게 지어진 집과 처음 보는 시설들은, 비록 냄새가 좀 나는 것도 있었지만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유명한 대도시만큼 세련된 멋은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의 도시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캬하하. 나 잡아 봐라!”
“이 씨! 이번엔 니가 술래라고!”
“내가 두 번 했으니까 너도 두 번 해야지!”
“얘들아, 높으신 분들이야. 거기로 가면 안 돼!”
그늘진 구석 없이 밝은 얼굴의 영지민들.
실반 남작령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환한 얼굴들이 리할트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서민들답지 않게 유독 깨끗해 보여서일까.
‘신기하군.’
물론 일부 눈에 거슬리는 광경도 있었다.
자신들 일행이 가진 깃발을 보고 몸을 숨기는 소수의 영지민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영지에서 도망친 탈주민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선택이 이해가 갈 정도로, 이곳은 정말 좋아 보였다.
‘확실히 빼앗을 만하겠어.’
리할트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앞선 기사를 향해 넌지시 운을 떼었다.
“멋진 곳이군요, 디그롬 경. 웬만한 성보다 나아 보입니다.”
“예? 아…… 그렇습니까.”
헤밀과는 다른 정중한 태도 때문일까. 디그롬은 그에게 작게나마 미소를 보였다.
“누가 이런 생각을 떠올렸는지 모르지만, 참 멋진 시도 같군요.”
그 모습에 조금 더 그의 기분을 띄워 줄 만한 칭찬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게 대공자님 덕분이지요.”
“예?”
“이 타운을 만들고 황무지를 개간하는 일 모두 우리 대공자님의 머리에서 나온 일입니다.”
“허…….”
맥라인의 대공자라면 이제 잘해야 스물 언저리 아니던가?
황당한 마음에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져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거의 비슷했다.
– 우리 대공자님은 영민하고 용맹하시며 영지의 발전을 이끄시는 위대한…….
‘질린다. 이 새끼…….’
정보 좀 얻어 볼까 했는데 나오는 게 전부 아부라니.
이놈도 참 사회생활 열심히 하는구나 싶어 리할트는 그냥 더 이상의 질문을 포기했다.
차라리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정보가 더 정확할 듯싶었다.
그렇게 주변을 훑어보는데, 헤밀의 거만한 말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저 냄새 나는 도랑은 뭐지? 왜 굳이 저런 걸…….”
길을 따라가는 와중 보이는 작은 수로와 그곳에 흐르는 오수(汚水).
전반적으로 깨끗한 이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지만.
“하수도?!”
그것이 뭔지 아는 리할트에겐 정신이 번쩍 드는 광경이었다.
“음. 알아보시는군요. 예, 저것 역시 대공자님 생각이시죠.”
헤밀이 못마땅한 듯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기사였지만, 그 어조에서는 자부심이 뚜렷이 느껴졌다.
물론 리할트에게는 조금 다르게 들렸지만.
“그…… 참 대단하시군요.”
“예, 그럼요. 대공자님은 정말 대단하시죠.”
‘아니. 너 말하는 거야. 꼭 출세해라……. 쯧쯧.’
대공자가 저런 걸 직접 고안해 냈을 리가 있나.
폭군 밑에 등용된 자신도 그가 안 보는 데서는 이렇게까지 아부를 해 대지 않았다.
리할트는 기사의 투철한 아부 정신에 다시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타운의 시스템이 훌륭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란디아 왕국의 성은 이미 지어진 지 수백 년이 넘는 성이 대다수였기에, 제국의 대도시에선 백여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상하수도 시설을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알면서도 돈이 드니 굳이 하지 않는 귀족들도 많았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성은 오물투성이에 악취가 진동하기 마련이었다.
아카데미에서 행정학을 공부한 리할트가 가장 먼저 도입하고 싶었던 것 역시 바로 오수를 처리하는 하수도 시설이었다.
물론 제반 비용을 들은 영주가 단칼에 거부하기는 했지만.
‘하수도가 있는 도시에선 질병이나 전염병 발병률이 훨씬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있지.’
그런데 이 거대한 토성에 그런 선진 시설이 적용되어 있다니.
‘뭐, 이것으로 확실해졌군.’
맥라인은 어디선가 떼돈을 번 것이 분명했다.
이 평야도, 타운을 감싼 토성도, 그 하수도 시스템도.
당장은 돈을 쏟아부어야 할 뿐,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좀 과한 요구를 해도 되겠어.’
리할트가 편한 마음으로 머리를 굴리다 보니, 어느새 맥라인 타운을 관통한 길이 끝나 가고 있었다.
서문과 비슷한 모습의 동문을 지나자마자 저 멀리 오래된 고성, 맥라인 성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