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70)
70화포스의 흐름이 향하는 방향은 지금까지 뒤지고 있던 갑옷 부분이 아닌, 기타 분류를 모아 놓은 곳이었다.
로건이 포스를 따라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자, 포스를 이끈 것은 그중에서도 특징적인 구석이 없는, 알 수 없는 재질의 회색 금속 부츠였다.
“이건……?”
아티팩트가 맞기는 한 건지도 잘 모르겠을 정도로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부츠.
하지만 그 부츠를 집어 드는 순간, 손끝에서부터 미미한 진동이 전해지며 로건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막혀 있는 느낌?’
미약하게 퍼트린 포스를 계속해서 흡수하고 있다는 것도, 이 진동도, 특별한 감각을 지닌 그가 간신히 느낄 정도였으니.
어쩌면…….
‘대박이다.’
로건은 막연한 기대감에 즉시 포스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부츠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포스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처음에는 폭포수처럼 빨려 들어가는 포스만큼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내 그 기세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더 거세지기만 하자 안색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포스에 황급히 제동을 걸어 보지만, 부츠가 만들어 낸 흐름이 너무 거세어. 억지로 틀었다가는 오히려 내상을 입을 것 같았다.
대박인 줄 알았는데, 쪽박을 넘어, 함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익!”
로건은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생각으로 아예 최대한의 힘으로 포스를 불어넣었다.
부츠 자체를 박살 내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그런 로건의 안색이 푸르게 변했다가 새하얗게 변해갈 때쯤.
파지직.
머릿속에서 들려온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부츠가 흡수했던 포스를 그대로 다시 뱉어 내기 시작했다.
탈진 직전에 생명수를 들이마신 느낌.
로건은 다시 돌아온 힘을 느끼며 어이가 없는 눈빛으로 손에 들린 부츠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
농락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부츠의 안에서 은밀하게 느껴지는 강력한 힘에 치밀어 오르던 짜증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굳이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로건은 즉시 부츠를 신어 보았고.
‘조금 큰데?’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우웅.
신발이 로건의 포스를 빨아들이며 순식간에 그의 발에 꼭 맞게 줄어들었다.
“허…….”
겉으로 보기에는 무거운 금속 재질이 분명함에도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로건은 이 부츠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신체 순발력, 반응 속도 30% 상승. 3중 공중 도약 가능. 클라이밍(Climbing) 가능. 크기 조절 가능. 자가 복원.
부츠에 모였다 돌아온 자신의 포스가 그 능력을 머릿속에 속삭여 주는 듯했다.
아마도 이 또한 그가 알지 못하는 마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4클래스급 이상의 아티팩트.’
이곳에 남아 있는 어떤 아티팩트보다도 뛰어난 보물.
“허……. 이런 대바…….”
환호성을 지르려는 찰나.
“10분 전입니다.”
통로 밖에서 들리는 기사의 경고.
로건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황급히 창고 밖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그 신발……입니까?”
“그렇습니다.”
“흐음. 측정 등급 1클래스…… 미만? 허? 정말 이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기사가 세상에 다시없을 바보를 보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백작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전해 주십시오.”
로건은 진심을 담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단단하기만 한 금속 부츠라……. 그놈이 그나마 선을 지키는군.”
기사의 보고를 받은 로저 비프로스는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듣고 있던 부하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면 계획을 취소할까요?”
“아니. 그래도 나를 농락한 대가는 치러야지.”
흐릿한 미소는 이내 냉기를 품고 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에게 향했다.
놈이 아무리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한들, 로저 비프로스의 사전에 자비란 없었다.
‘영악한 놈…….’
자신의 생일에 평소 왕래도 없던 검공이 축사를 했다.
그리고 하필 그 자리에 그의 제자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자신이 놈의 수작에 놀아난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저, 그런데 놈이 바로 떠난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희도 바로…….”
“뭐? 흐흐, 역시나 나를 놀려먹으려고 작정을 한 거로군. 그놈…….”
3일이나 남은 파티. 첫날부터 그에게 개망신을 준 자가 아티팩트만 쏙 챙겨서 떠난다?
다른 이의 입에서 나올 소문이 걱정되기 이전에, 스스로가 참을 수 없을 만큼 모욕적이었다.
“그에게 확실히 전해. 죽이면 안 되지만, 티 안 나게 병신을 만들어 놓으라고. 그리고 그놈의 검이랑 아티팩트는 반드시 회수해 오고.”
“……알겠습니다.”
* * *
“누가 내 욕을 하나?”
갑자기 한쪽 귀가 간질거리는 것을 느낀 로건이 중얼거렸다.
비프로스를 떠난 후부터 미친 듯이 말을 달린 지 반나절이 지났다.
내일이면 이제는 맥라인의 땅이 된, 옛 실반 영지의 경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추적자가 있더라도 이 정도까지 쫓아오진 않겠지.’
설마 형식상으로나마 환송을 받으면서 떠난 손님이 죽어라 말을 달려 질주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때문에 로건은 간단히 지핀 모닥불 아래 나뭇잎을 깔고 누워 이번에 얻은 부츠를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뭘까?’
어찌 이런 물건이 그리 파묻혀 있었는지.
왜 로저 비프로스는 이 물건의 비밀을 알아보지 못했는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연달아 꼬리를 물었지만,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본다 한들 부츠가 입을 열어 대답해 줄 리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참…….”
크기 변환에 신체 능력 증폭. 공중 도약에 클라이밍까지.
단순히 1서클의 마법이 네 개 부과된 아티팩트라 해도 3클래스에 준하는 아티팩트로 취급받았다.
거기에 더해 부츠가 가진 추가 효능을 생각하면, 그보다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이상의 가치를 가진 보물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흐흐. 어찌 되었든 대박이야.”
생각지도 못한 복이 절로 굴러 들어온 느낌이었다.
너무 거저 얻은 행운이 부담스럽고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아니야. 좋은 게 좋은 거지.’
사용법이나 익혀 보자는 마음으로 로건은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은 추론을 접고 다시 부츠를 신었다.
파아악!
한순간에 도약한 몸이 허공을 딛고 세 차례나 방향을 바꾸고. 훨씬 가벼워진 몸이 질풍처럼 숲을 가로질렀다.
“와하하하하!”
일정한 힘을 더해 주는 것도 아닌 30%의 비율로 속도를 증폭해 주는 부츠의 효능은, 한순간에 경지가 오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흥이 솟아오른 로건은 룩스를 뽑아 들고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그렇게 시작된 달밤의 체조.
끝없이 이어진 황금빛 검무는 로건이 신발의 효능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 생각한 뒤로도 몇 시간이 더 지나고서야 간신히 멈추었다.
“좋아. 아주 좋아!”
룩스를 얻은 다음 곧바로 이런 보물을 얻게 되다니.
자신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 같았다.
‘네 이름은 이제 풍신의 부츠다.’
로건은 그 흐뭇한 마음을 간직한 채 좌정을 하고 명상에 들어갔다.
원하는 대로, 아니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은 후련한 마음은 집중을 쉽게 만들었다.
고요해진 정신은 적응 훈련으로 피로가 쌓인 신체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의식은 확장과 수축을 거듭하며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수면을 대신하는 명상 수련.
이제는 이것이 정말로 편안한 휴식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살기?!’
섬뜩한 기분이 든 로건은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서쪽을 응시했다.
‘설마 추적자가 여기까지?’
로건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검을 뽑아 들었다.
다행히 룩스의 은빛 검신도 어두운 밤하늘 밑에서는 그 빛을 뽐내지 않았다.
회복이 채 끝나지 않은 몸이었기에 감각도 조금 둔해진 듯했는데, 다행히 적은 숨을 생각이 없었다.
“감각이 예민하군.”
억지로 변조한 듯한 목소리에 로건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내 서쪽 수풀을 뚫고 네 명의 복면인이 나타났다.
잠행하는 용병들이나 쓸 법한 칠흑같이 검은 가죽 갑옷,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빈틈없는 복면.
“그렇게 하고 다니면 답답하지 않아? 비프로스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꽤 힘들었을 텐데.”
그들을 본 로건이 불쑥 떠보며 물었지만, 그들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죽이지만 마라.”
뒤쪽에 서 있던 복면인의 입이 떨어지자마자, 앞선 복면인 중 하나가 로건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귀찮게 이렇게까지…….”
은근한 분기가 느껴지는 음성.
대장인 듯한 복면인은 목소리를 변조해 숨겼지만, 부하는 그럴 생각도 없어 보였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게 누군지 생각할 틈은 없었다.
눈앞으로 불쑥 다가온 검은 번화한 대도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롱소드였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매서운 기세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상급기사! 역시 추적자였군.’
가까워진 순간 확연히 느껴지는 상대의 기세에 로건이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휘둘렀다.
쾅!
“억?!”
굉음과 함께 상대의 칼이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복면인을 곧바로 따라붙은 로건이 주저 없이 검을 내질렀다.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기회가 있을 때 죽인다.’
가장 먼저 나선 놈이 상급기사라면 나머지는 최소 이놈보다 강한 자들이라는 뜻이다.
방심하고 있을 때 한 놈이라도 줄여 놔야 했다.
하지만.
스각!
“윽!”
회심의 일격은 아쉽게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검이 날아오자마자 균형을 잃은 기사가 그대로 뒤로 굴러 버린 것이었다.
제대로 헛손질을 한 로건의 인상이 일그러질 때.
“……모두 함께 잡아라!”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인지한 적 대장의 고함과 함께 놈을 제외한 나머지 복면인 둘이 일시에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로건의 몸 주변에서 한 줄기 바람이 일었다.
챙! 챙!
콰앙!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폭음.
로건은 상급기사 둘의 공격을 연달아 튕겨 내고, 뒤이어 달려든 처음 복면인의 공격까지 여유 있게 받아 내었다.
원래대로라면 힘겹게 버티는 것이 고작일 상급기사 세 명의 협공.
그런 이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것은 적들이 살수를 자제하고 있는 덕분이기도 했지만, 확연히 달라진 몸의 움직임 덕분이기도 했다.
‘확실히 대단해.’
로건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풍신의 부츠에 다시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 더 예민해진 감각과 30% 더 날렵해진 몸놀림.
그것만으로도 전투력은 1.5배 이상 증가했다.
가뜩이나 동급에서는 비교도 안 되는 효율을 자랑하는 로건의 신체 능력이 등급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그것을 상대하는 기사들이 못 느낄 리 없었다.
“살수를 허용해 주십시오!”
“저희만으로는 무리입니다!”
고요한 한밤의 숲을 울리는 복면인들의 음성에 여유는 없었다.
부하들에게 맡기고 상황을 지켜보려 했던 대장은 방어에 급급한 부하들의 모습을 보고는 이를 부드득 갈며 움직였다.
“창피하게…….”
슬그머니 움직이는 듯하던 복면인이 일순 사라지더니, 네 명의 인원이 어지럽게 얽힌 전장의 뒤쪽에서 불쑥 솟아났다.
그러고는 외형은 평범하지만 2m에 가까운 새하얀 은빛의 포스가 솟구쳐 있는 장검을 휘두르며 로건의 후방을 가로로 양단해 왔다.
콰아아아앙!
“큭!”
본능적으로 뒤에서 날아오는 검격을 받아친 로건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세 명의 기사가 로건을 노렸다.
그러나.
촤악!
스각!
“이게 무슨!”
“이, 이놈이?”
“헙!”
허공을 딛고 연달아 방향을 바꾼 로건의 움직임에, 상급기사들의 공격은 연달아 허공을 찌를 뿐이었다.
“흥!”
로건은 손목을 털며 충격을 해소한 뒤, 자신의 뒤를 공격한 적의 대장을 향해 냉소를 보냈다.
“월광의 기사가 기습으로 얻어진 이름이었나 봅니다, 플란츠 경.”
‘빌어먹을, 최상급기사가 이런 지저분한 일을 직접 하러 오다니.’
분노 섞인 그 말에 달빛에 은은히 빛나던 은빛 포스블레이드가 미미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