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85)
85화
“대공자님께서 맥라인 성을 지나셨답니다!”
“그래? 금방 도착하겠군.”
보고를 들은 패드릭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영지의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요즘.
그 모든 것을 이뤄 낸 아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을 리 없었다.
딱 하나 걸리는 것은 가문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비프로스의 동향 정도였지만, 아직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뭐, 그조차 아들의 스승 덕분이지만.’
아들은 그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수도로 갔다.
과연 어떤 답을 준비해 왔을까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조금 늦으실 듯합니다.”
“음?”
“마차를 타고 오고 계신답니다.”
“말이 아니라 마차? 왜? 짐도 없을 텐데.”
“그거야 저도 잘…….”
맥라인 성부터 미친 듯이 말을 달려온 전령이 식은땀을 흘렸다.
하나 굳이 비상 상황도 아닌데 고생한 병사에게 따질 일도 아니라, 패드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도통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생각이 자꾸만 아들에게로 흘러갔다.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따뜻한 아버지였다고.’
자조 어린 쓴웃음이 나왔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마차라……. 손님이라도 데리고 오나?’
그렇다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
패드릭은 하던 업무를 덮어 둔 채 빠르게 집무실을 나섰다.
밖에서는 이미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공자님께서 곧 돌아오신대.”
“손님을 데려오신다는데?”
“가 보자!”
어느새 소문이 퍼졌는지, 자신의 추측과 비슷한 소리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가솔들.
영주인 자신은 여기 있고 특별히 지시한 것도 없는데, 영주관이 온통 시끌벅적해지고 있었다.
묘한 상황이었지만 패드릭은 그 번잡함이 기꺼웠다.
‘당장 자리를 물려줘도 문제는 없겠구만.’
왠지 모를 뿌듯함에 패드릭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 *
“충! 성!”
“수고.”
타운의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과 간단히 인사한 후 마차 문을 닫는 로건의 귀에 감탄성이 들려왔다.
“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한데요?”
“지은 지 얼마 안 된 곳이니까요.”
겉으론 겸양의 말을 했지만, 로건의 입꼬리는 어느새 슬쩍 올라가 있었다.
“이게 다 저희 공자님 계획으로 이뤄 낸 거라니까요. 멋지지 않습니까, 공녀님?”
“대단해요, 공자님. 우리 아가씨가 짝은 잘 선택했다니까!”
짝짜꿍이 잘 맞는 두 시종이 번갈아 가며 조잘댔다.
어찌 보면 주인들의 대화에 멋대로 끼어든 무례였지만, 로건과 에일렌은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맥라인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어진 두 시종의 노력 덕분에 그나마 이런 이야기라도 주고받게 된 것이니까.
그런 모습을 본 로건이 피식 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녀님, 공자님. 영주관에 도착했습니다.”
마부, 헨리의 음성이 들리고 마차의 문이 열렸다.
“음?”
마차에서 내린 로건의 눈에 아버지와 가신들을 포함한 대규모의 인파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얼굴이 굳어졌지만, 다들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래.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시간이 있어.’
순간 긴장했던 마음을 다독인 로건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을 보며 마주 웃어 주었다.
“다녀왔습니다.”
자연히 맞이하는 인사가 돌아올 차례였지만,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데도 한마디 인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의아해하던 로건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의 뒤쪽으로 쏠린 것을 보고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탁.
“여기가 맥라인이군요.”
가벼운 감탄사와 함께 마차에서 내리는 한 사람.
별다른 문양이 새겨지지는 않은, 전신을 감싼 ‘갑옷’을 입고 가볍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맥라인의 붉은 머리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밝고 윤기 있는 긴 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와 아름다운 푸른 눈을 가진 그 사람은 분명 ‘여자’였다.
– 대공자가 여자를 데려왔다.
지켜보는 모든 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와, 예쁘다.”
“누굴까?”
“뻔하지.”
웅성웅성.
잠시 이어진 침묵을 깨며 인파 여기저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가장 앞에서 패드릭이 조금 커진 눈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잘 돌아왔다, 로건. 그런데 저 아가씨는 누구시냐?”
그렇게 질문하는 그의 얼굴에는 벌써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여자에게는 관심도 없는 줄 알았더니.’
그래서 일개 남작에 불과한 자신이 건방지게 아들의 스승이라는 것 하나 믿고 무려 검공에게 부탁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알아서 잘하는데 괜한 오지랖이었군.’
갑옷이 조금 눈에 걸리기는 했지만, 먼 길을 오려면 여자도 무장할 수 있는 일이었다.
패드릭은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는 아들의 연인이 되어 버린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그 기대치를 멋지게 충족시켜 주었다.
“제 약혼녀, 에일렌 플로이드 공녀입니다.”
“오!!”
“대공자의 약혼녀라고?!”
“대박!”
웅성웅성.
삽시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고, 패드릭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들의 약혼녀를 바라보았다.
“오! 어서 오게 공녀. 내가 바로 공녀의…….”
“그리고 맥라인 기사단에 새로 영입할 인재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단장이 될 패드릭 맥…… 뭐?”
“에일렌 플로이드 공녀. 제 약혼녀이자, 기사단에 영입한 새로운 인재입니다.”
“어. 허허. 내가 요새 귀가 좀 안 좋아서…… 다시 말해 주지 않겠니, 아들?”
“기사단에 영입할 인재라고 했습니다. 약혼녀이기도 하지만요.”
“약혼녀 겸 기사? 허허. 내 귀가…… 허어. 드웨인, 지금 로건이 뭐라고 한 거지?”
패드릭이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드웨인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공자님이시군요.”
“뭐?”
“갑옷 입은 아가씨를 보는 순간 분명히 정상적인 일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 팍! 왔거든요. 암요! 대공자님이 하시는 일인데.”
“허어…….”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패드릭의 표정이 멍해지는데.
“플로이드 가문의 에일렌입니다. 며느리로서, 기사로서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버님.”
“대체 무슨……?”
에일렌의 맑은 목소리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그의 심사를 완벽하게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뭔 말이야?”
“공자님 약혼녀는 약혼녀인데.”
“기사……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몰라.”
지켜보던 주변 인파의 소란이 커지자, 패드릭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가만. 플로이드라면…… 플로이드 백작가?”
“예, 맞습니다.”
“백작가의 공녀가 약혼자……까지는 좋은데, 기사단?”
“예. 기사단에 입단시키겠습니다.”
“그러니까. 네 약혼녀를 기사단에 입단시…… 대체 그게 무슨 헛소리냐?!”
거의 비명 같은 패드릭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사방을 울렸다.
“허허. 헤인켈 경, 이게 가능한 겁니까?”
“전례가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다만?”
“공자님이 하겠다고 하시면, 누가 막겠습니까. 우리 영지에서.”
기사단장 헤인켈이 드웨인의 질문에 허탈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 난감한 표정에 드웨인이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두드릴 때.
뒤늦게 달려온,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드워프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인간 여자, 도망쳐라. 뭔지는 몰라도 속고 있는 거야, 쯧쯧.”
애꿎은 처자 인생 제대로 꼬이는구나.
하마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차다가 로건과 눈이 마주치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 거리에서 들릴 리가 없는데.’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어색하게 표정을 감추는데.
다행히 영주의 바로 옆에서 갑자기 박수 소리가 터지며 ‘악마’의 시선이 돌아갔다.
짝짝짝.
“환영합니다! 형수니…… 윽. 어, 어머니?”
“로니안. 지금은 네가 나설 때가 아니란다.”
패드릭은 제 어미에게 볼을 꼬집힌 작은 아들을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바라보다, 다시 큰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듯한 한마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로건은 그 복잡한 감정을 모르는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 담담하게 답했다.
“들으신 대로입니다. 재능이 넘치는 인재라서요.”
“여잔데? 그것도 약혼녀인데?”
“그래서 약혼한 것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재원이니까요.”
“재원?! 허허. 어이가…… 가만, 허? 확실히 포스가…… 허허. 대단하긴 대단한데, 그래도…….”
에일렌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포스가 패드릭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족 가문의 처녀를 어찌 기사로 만들어! 그것도 약혼녀를!”
“안 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네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게로구나. 허허. 이를 어찌…….”
헛웃음이 나올 지경인 패드릭의 옆에서, 드웨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공자님이 무슨 생각이 있으시……지 않을까요?”
“저게 이해가 된다고, 드웨인? 뭐야, 지금 이 상황 나만 이상해?”
“……뭐, 로건 공자님이 하시는 일이니까요.”
“허으으. 답답하구나. 로건! 나와 따로 얘기 좀 해 보자꾸나. 지금 네가 하는 말이 얼마나…….”
패드릭이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하며 대화를 이어 가려 했지만, 로건은 여지를 주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아, 잘 도착했다고 플로이드 백작가에 연락을 드려야 합니다. 아버지도 같이 가시죠.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뭐?”
패드릭은 여전히 정신이 반쯤 나간 채 얼떨결에 통신실로 끌려 들어갔다.
* * * [그래. 잘 도착했구나. 건강은 괜찮고?]
“겨우 일주일밖에 안 지났어요. 아버지.”
[이 애비는 그 일주일이 한 달 같…….]“맥라인 남작님도 듣고 계세요!”
[크흠. 아. 아아. 맥라인 남작……님? 처음 뵙겠습니다. 로버츠 플로이드입니다.]“백작님. 처음 뵙겠습니다. 패드릭 맥라인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연락드리게 되어 솔직히 조금 얼떨떨한 마음인지라, 제 표정이나 태도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허허.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문 간의 중대사인데, 아이들 의견이 워낙 강경하여 먼저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먼저 연락하시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하하. 아닙니다.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특별히 반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요. 그런데 좋은 일은 좋은 일이고, 제가 조금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여식께서 기사를 하겠다고…….”
[하아아…….]패드릭은 나름대로 조심스레 운을 띄운 것이었지만, 통신구 너머에서 즉각적인 한숨이 터져 나왔다.
뒤에서 지켜보던 로건과 에일렌이 움찔할 정도의 깊은 한숨이었다.
[……그것도 잘 부탁, 크흡. 드리겠습니다, 사돈.]“아버지. 설마 울…….”
“사돈. 설마 반대하시는데 이 아이들이 우기는 겁니까?!”
패드릭이 에일렌의 말을 끊고 나설 정도로 반색하는데.
[허락하기로 했습니다. 제 딸이 워낙 원하는 것이라서요. 하지만 곱게 자란 딸입니다. 부디…….]“하하하. 아닙니다. 굳이 사돈께서 원하시지 않는데 관례를 깨트릴 필요는 없겠지요. 제가 어련히 알아서…….”
“아버지!!”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고함에 패드릭이 황당한 표정으로 예비 며느리를 바라보는데.
[……제가 원한, 크흠. 일입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돈.]누가 봐도 원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백작이 말을 바꿨다.
“허어?”
패드릭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아들 커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양심은 있는 듯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예비 며느리와는 달리, 아들은 얼굴 가득 뻔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들으셨다시피, 백작님께서도 허락하셨습니다. 아버지.”
“일단…… 그건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꾸나.”
패드릭이 굳은 얼굴로 논점을 바꾼 뒤, 대화의 진행은 빨라졌다.
그리고 불과 30여 분 뒤.
[감사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좋은 날을 잡아 연락드리겠습니다. 실제로 얼굴을 뵐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요.]“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통신이 끝났다.
지지직.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난 통신과는 달리, 통신실에는 한동안 적막이 감돌았다.
“백작께서 따님이 기사가 되는 것을 허락하셨다고 한들, 나는 여전히 반대다.”
패드릭이 떠나기 전 남긴 한마디가 가만히 서 있던 두 남녀의 한숨을 만들어 냈지만.
그들은 이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방을 나섰다.
* * *
“그래도 한고비는 넘겼네요.”
“멀리까지 오느라 피로가 쌓이셨을 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에요. 공자님이야말로 애쓰셨어요.”
“날이 언제 잡힐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계획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로건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실제로 별 탈 없이 그런 날이 올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내전의 시작, 그리고 그 전후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그것이 만들어 낼 후폭풍은 편안하게 식을 올릴 여유 따위는 남겨 놓지 않을 테니까.
다행히 그런 사실을 모르는 상대도 그다지 그쪽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예.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기사단이라니. 드디어…….”
약혼보다는 전혀 다른 쪽에 관심이 쏠린 모습.
로건은 무의식적으로 그 모습이 왜인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생각을 떠올리고서는, 스스로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 차려. 지금 이럴 때냐!’
짝!
“……공자?”
스스로 뺨을 때리는 로건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 에일렌.
그 모습을 보며 어색하게 웃은 로건이 황급히 말을 돌렸다.
“하하. 그럼 훈련은 언제부터 참여하실 생각입니까? 그래도 일단 며칠 쉬시고…….”
“떠보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일 바로 시작하죠.”
에일렌이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대답했고.
로건은 그 완고한 모습에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재능도 넘치고, 각오도 확실했다.
하지만 로건은 모든 게 잘 풀리리라고 확신할 수만은 없었다.
‘그것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에일렌의 도전.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로건 자신의 도전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잘해야 두 달. 그 사이 마지막 정비를 마치고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때까지 에일렌이 적응하지 못한다 해도 기다려 줄 수는 없었다.
“그럼 이제 저는 기사단 숙소에 있게 되는 건가요?”
“……거기까지는 좀 어렵겠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기사들이 곤란해할 수도 있는 터라.”
“그건 좀 아쉽네요.”
“대신 연무장에서 가까운 방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과하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니 딱히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정석대로 해내면 좋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강철의 장미’를 피워 내면 되었다.
로건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미리 생각해 둔 방으로 에일렌을 안내했다.
* * * 본 사람이 많았던 만큼, 에일렌에 관한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다만.
“대공자님께서 또 이상한 일을 시작하셨다는데?”
“뭐? 무슨?”
“기사단에 여자를 데려왔대. 그것도 귀족 여자! 약혼녀를!”
“우와! 그리고?”
“응? 그리고는 무슨? 기사단에 약혼녀……!”
“그게 끝이야?”
“어?”
“난 또…… 다시 산이라도 뚫으신다는 줄 알았지.”
“아…….”
“별거 아니네. 밥이나 먹어.”
“……그러네.”
누군가의 걱정보다는 훨씬 파급력이 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