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Side story (14)
외전 14화. 에일렌 플로이드 (1)
*전생
– 계집애가 기사라니! 절대 안 된다! 3백 년 가문의 역사에 똥칠을 할 셈이냐!
아버지의 뜻은 완고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아버지를 이해해 보려 했지만, 그리고 설득해 보려 했지만.
– 여자가 포스를 각성해 봤자 뭐 얼마나 강하겠소. 한 손으로 상대해 주리다. 아, 아가씨는 무기를 쓰셔도 되오.
개소리를 지껄이던 마지막 맞선 상대.
‘그런 놈도 기사라고…….’
그 머저리를 한 손으로 패 준 다음부터는 자신이 수련하는 것만 봐도 진절머리를 내는 터라,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뭐 포기한 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 같았지만.
– 저는 결혼 따위엔 관심 없어요!
그렇게 통보할 때 자신을 보던 아버지의 슬픈 눈동자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대체 여자의 행복이란 게 뭔데!?’
왜 여자는 기사가 될 수 없는가.
옆 나라인 아레스 제국엔 여자 기사단까지 존재한다는데.
“대체 왜!!”
쿵!
쩌저적.
홧김에 후려친 주먹 한 방에 연무장의 돌벽에 금이 갔다.
기사들에 비하면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자신도 엄연한 포스유저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만.
“아, 아파…….”
맨손으로 돌을 박살 낼 정도는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에일렌은 쓰라린 손을 붙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아픈 것이 손인지 마음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 * *
시간이 흘러 에일렌은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돼. 제국으로 가야겠어.’
이 나라에선 자신의 꿈을 이룰 방법이 없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아니 가문을 벗어나 세상으로 뛰어들 용기를 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그녀는 가출을 단행했다.
“아가씨…… 돌아오시는 거죠?”
“……미안해, 라일라.”
자신이 이대로 떠나면 몸종인 라일라는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길 바라며 서신을 남겨 놓았지만, 미안한 마음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더는 내가 너무 힘들어.”
“알아요, 아가씨. 꿈 꼭 이루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돌아오시고요.”
시집은 언제 갈 거냐며 닦달하던 몸종, 아니 친구가 이제는 눈물을 훔치며 몰래 배웅해 주었다.
그 눈물이 가슴속에 콱 틀어박혔다.
“반드시 돌아올게.”
“네. 믿어요, 아가씨.”
울고 있는 친구를 보며, 그녀는 반드시 꿈을 이룰 것이라 다시금 다짐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 * *
“아까 내 돈 받아 갔잖아요!”
“어허, 내가? 언제!? 이 아가씨가 지금 생사람을 잡네!”
성을 벗어나기 무섭게 사기꾼이 나타났다. 제국으로 가기 위한 마차와 마부를 구하려 했을 뿐인데, 그 마부라는 자가 시침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신분패를 대지 못한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가발이나 변장이 너무 어설펐을까?
그도 아니면 돈을 너무 많이 줬나?
“증거! 증거를 대 봐! 애초에 어디 출신인데?”
당장이라도 쳐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바로 가문의 기사들에게 붙잡힐 터였다.
“다, 당신……!”
이걸 죽여, 살려?
분노와 당혹감 속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구원자가 나타났다.
“증거는 없지만 증인은 있지. 내가 아까 봤거든.”
골목에서 튀어나온 붉은 머리 청년의 목소리였다.
“어이, 형씨. 상관 말고 꺼지시지?”
마부가 인상을 구기며 청년을 협박했지만, 청년은 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허리춤의 검집을 두드리며 마부를 향해 다가갔다.
“굳이 상관해야겠다면?”
“하. 이런 씨…….”
청년이 싸늘하게 웃으며 검을 뽑아 들자, 마부의 얼굴이 점점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대충 봐도 충분히 단련된 몸에, 검을 쥐는 자세도 안정적이었다.
‘포스유저는 아닌 거 같은데…….’
스릉.
자연스레 검을 뽑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용병이라는 티가 확실히 났다.
뒷골목 사기꾼이나 양아치가 감당할 수 없는 자라는 느낌이.
그렇다고 한낱 마부가 갖기에는 너무 큰 돈뭉치를 품에 안고 경비대에 신고할 수는 없으니.
“하, 하하. 아가씨, 내가 차, 착각을 했네. 요새 자꾸 깜빡깜빡해서.”
마부, 아니 사기꾼은 자기가 언제 고함을 질렀냐는 듯 태도를 바꾸며 돈주머니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저는…….”
“됐어. 남 속이려는 작자가 싫었던 것뿐이니까. 그게 남자든 여자든.”
감사 인사를 하려는데, 용병의 반응이 너무 차가웠다. 아니, 차가운 수준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흠칫할 정도로 혐오감이 어린 표정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다가서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느낌.
– 변장을 해도 이렇게 예쁜데…… 몸조심하세요, 아가씨. 특히 남자는요!
변장을 도와준 라일라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면, 지금도 꽤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외모일 텐데도.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덧붙인 말도 이상했다.
‘남자든 여자든? 여자를 싫어하나……?’
어쨌건 독특한 남자의 반응.
백작 가문이라는 배경을 빼더라도, 외모만으로도 온갖 사내들의 음심 어린 눈길을 받아 왔던 그녀로선 생소한 경험이었다.
“아, 아무튼 감사합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그 용병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귀족가 아가씨 같은데, 예의는 바르군.”
그 말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티가 났던가?
당혹스러운 마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용병이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장거리 여행에 마부만 고용하는 바보짓 말고 용병을 고용해. 그게 훨씬 안전하거든. 길드의 보장이면 좀 전 같은 양아치도 거의 없으니까 말이야. 돈은 충분한 거 같은데?”
그 말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충고 감사합니다.”
“그럼 난 이만.”
“저, 저기 도와주셨는데 보답이라도……!”
그 고함이 마음에 들었을까.
피식 웃은 용병이 돌아서며 다시 한마디를 남겼다.
“혹시 용병 길드에서 누구 소개로 왔냐고 묻거든 로건이라고 해. 최근에 이 일대에서 활동을 좀 해서 신용을 쌓아 놨거든.”
세상에 나선 후 맞닥뜨린 첫 시련은 그렇게 호의 어린 도움으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의 시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 *
플로이드 영지에서 제국 동부의 대도시 루스펠하임으로 향하는 길은 대충 잡아 석 달은 되는 여정.
그 여정은 꿈을 좇아 가문에서 도망친 귀족가 아가씨에게 현실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작게는 물가에 대한 인식이나 상거래의 방법부터, 크게는 홀로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것까지.
그녀는 한평생 해 본 적 없는 일을 용병들의 도움으로 하나둘씩 배워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고용된 용병 중 일부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가씨, 이제 솔직히 말씀해 주시죠. 어디 가문 출신이신지.”
“그런 거 아니에요.”
“에이, 행동을 보면 다 티가 나는데.”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떠보려는 자도 나타났고, 거의 한 달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확실해, 뭔가 큰 죄를 지은 거야.”
“아니면 시집가기 싫어 도망친 거 아닐까?”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그러니까 귀족 가문의 아가씨인데, 마음에 안 드는 놈이랑 결혼하게 돼서 도망친 거 아니냐, 이거지.”
“야. 차라리 죄를 지어 도망쳤다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냐?”
“저 새끼는 로맨스 소설을 너무 많이 봤어.”
“어느 쪽이든 재밌겠는데? 그럼 우리가…….”
“야, 인마. 그러다 진짜 귀족이면 큰일 나.”
불쾌하게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그녀의 귀에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포스유저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이들의 경솔함 덕분이었다.
‘이자들이……?’
불쾌했지만, 어차피 몇 달 보고 말 인연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당장은 야영이나 생필품 구입, 잡스러운 자들에 대한 경계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치솟는 짜증을 애써 억누르던 에일렌은 문득 자신을 도와줬던 붉은 머리 용병, 로건의 말을 떠올렸다.
‘그래, 사람이 아니라 길드는 믿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그럼 길드는…….”
“그래 봤자 귀족에게 쫓기는 도망자야.”
“그래. 길드가 무슨 상관이야?”
“우리끼리 일단 재미 좀 보고…… 알지? 흐흐.”
그 마지막 기대마저 깨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도망자라…….’
도망자는 맞지만, 저들이 기대하는 그런 류의 도망자는 아닐 터인데.
용병들이 칼을 든 무뢰한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아, 물론.
‘그 로건이라는 사람은 빼고.’
그날 밤.
결국 사달이 벌어졌다.
자고 있던 그녀의 천막으로 접근하던 십수 명의 용병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붉은 포스가 담긴 검이었다.
“끄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자, 잘못했습니다, 아가씨!”
“요, 용서를…….”
에일렌은 자신의 천막으로 숨어들려던 용병 13명을 단숨에 제압했다.
그 과정에 팔을 베거나 사지 몇 군데를 부러트렸지만,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혹시나 용병 길드에서 책잡혀서 꼬리를 밟히면 곤란하니까.’
대신 다시는 용병 일을 할 수 없게 불구를 만드는 선에서 그친 것이다.
“……계약은 여기서 해지하지요. 불만 있으신 분?”
“끄으으으.”
제대로 대답할 힘이 남은 자가 있을 리 없었다.
* * *
다행히 처음 몇 달간의 경험 덕에, 혼자서 길을 떠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기사급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개수작을 부리는 놈들의 패턴을 파악한 후에는 큰 곤란을 겪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보수적인 그란디아에서 그녀가 중급에 다다른 포스유저라는 것을 짐작할 양아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제국, 루스펠하임의 시장이라는 대머리는 정체를 밝힌 그녀의 망명 요청을 이상하게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윗분’께 드릴 성의가 부족했는데, 아가씨 생각은 어떤가? 혹시 귀한 분께 시집가고 싶지 않은가? 그럼 망명이 문제가 아닌데…….”
에일렌은 단숨에 검을 뽑아서 대머리의 목을 치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아 냈다.
‘능력 위주라더니 제국도 말뿐이었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정작 바로 나타난 그 ‘윗분’, 검은 머리 검은 눈의 황자는 그녀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호, 그란디아의 귀족 출신이라. 요새는 참 많이도 넘어오는군. 마침 잘됐어.”
마침?
아니, 그전에 많이?
“거기다 그 나이에 포스유저 중급이라. 우리 제국은 언제나 능력 있는 인재를 환영하네. 시장의 말은 신경 쓰지 말게…… 경.”
그 ‘경(sir)’이라는 단어가 시장이 안겨 준 불쾌감과 황자에 대한 의구심을 단숨에 녹여 버렸다.
하지만 그 제국에서 기사의 작위를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가 익힌 검술은 어설펐으며, 육체 능력 역시 꾸준히 체계적으로 훈련해 온 제국의 여기사들을 감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가문에서 독학만으로도 포스를 깨닫고, 눈으로 배운 검술로 허접한 기사를 때려눕힐 정도의 천재적인 재능이.
그녀는 고작 2년 만에 루스펠하임의 모든 여기사를 능가하는 무력을 쌓았고, 그에 걸맞은 공훈도 쌓았다.
그러다 마침내.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수련생 에일렌에게 기사의 작위를 내린다.”
공식적인 인정과 함께 정식 기사가 되었다.
‘이젠 아버지도 인정해 주시겠지.’
그란디아에 내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다행히 가문은 중립을 지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작위를 얻은 기념으로 받은 첫 휴가에서 당당하게 고향으로 향했다.
아버지에게 자신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꿈을 이루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가문이 있는 영지에 다가갔을 무렵,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다.
“들었어? 플로이드 백작가가 2왕자 진영에 참여한다던데?”
“뭐?”
“이제 와서 왜?”
“나야 모르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전쟁과 상관없는 도시들로 우회하여 움직이는 와중에 들려온 소문에, 그녀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버지가? 왜?’
백작가라고는 하지만 수도 정계에 영향력이 있을 뿐, 영지의 무력 자체는 자작가 수준이 될까 말까 한 가문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에 걸음을 서둘렀지만, 그녀가 가문에 도착한 순간에는 이미 익숙한 성이 불타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안 돼!”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전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으아악!”
“적이다!”
“기사, 상급 기사다!”
붉은 포스를 전신에 두른 채 거침없이 뒤에서부터 파고든 상급 기사의 검격은 살벌했다.
왕국의 정예와는 거리가 먼 1왕자파의 자코반 자작, 타르본 자작, 코멜 자작군의 경계를 뚫고 내성문 앞까지 어렵게나마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막 뚫리기 시작한 내성의 문 앞에서, 그녀는 쓰러진 가문의 기사들을 대신하여 좁은 길을 막아섰다.
‘이미 늦었어…….’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들이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소란스러워지긴 했지만, 이미 가문의 끝이 다가왔다는 건 그녀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쓰러진 기사 또한.
“누, 누구……?”
“나예요, 제퍼슨 경!”
“……아, 아가씨?”
피투성이가 된 지인과 길게 인사를 나눌 틈은 없었다.
“대체 왜! 왜 끼어든 거예요, 이 무의미한 전쟁에!”
에일렌은 이미 적의 피로 흥건히 물든 검을 바깥으로 겨누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고함을 질렀다.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답이 돌아왔다.
“2, 2왕자 측에서, 아가씨가 서쪽으로 간 행적을 아, 알고 있다고…….”
쿨럭!
묵직한 기침 뒤에 힘을 잃어 가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 아가씨가 나오는 영상구를 보여 주면서, 행방을 알려 주겠다고…… 신변을 보호해 주겠다고 협력을 요청해 왔습니다.”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저, 저희도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려 했지만, 큰 세력이 작정하고 숨기기라도 한 것처럼 아가씨 소식만 알 수가 없…….”
뒷말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나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에 칼끝이 흔들렸다.
온갖 잡념이 끼어들려는 순간.
-뭐 하고 있어! 길을 뚫어!
자신의 등장에 얼어붙었던 적 병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녀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이미 주변에 보이는 모든 아군이 쓰러진 상황.
‘내가, 내가 막아야 해.’
이를 악문 그녀는 뒤쪽의 아군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를 부탁한다. 길은 내가 막겠다! 어서 가!!”
그리고 그날.
그녀는 무려 100명 이상의 기사를 베어 넘기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안 돼!!!
한때는 원망했던, 그리고 내내 그리워했던 이의 비명이 저 멀리서 들려왔다.
‘아버지?!’
왜 도망치지 않으셨을까.
돌아보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힘도 없었다.
“아, 아버지. 죄, 죄송…….”
말 그대로 심장이 터질 때까지 검을 휘두른 그녀는 이미 한계였다.
그란디아의 여자로 태어나 제국의 기사가 되기까지.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에일렌 플로이드, 어쩌면 그란디아의 문화를 바꿀 수도 있었던 천재 여기사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그런 그녀가 역사에 남긴 것은.
무너진 가문에 피어난 강철의 장미. 에일렌 플로이드.
그란디아 역사에 보기 드문 ‘여기사’라는 한 줄의 인물평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