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Side story (2)
외전 2화. 로니안 맥라인
*전생
“……지독한 놈. 이 꼴이 되어서도 전향하지 않겠다는 건가. 너를 버린 나라가 대체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고문관의 말에 로니안은 오연히 미소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쿨럭!
얼굴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피가 섞인 기침이 터져 나왔다.
“내가…… 전향하면, 네 놈은 바로 내 손에, 죽는다.”
쿨럭쿨럭!
로니안은 연신 기침을 토해 내면서도 꿋꿋이 말을 이었다.
“끄으…… 그걸 알고서도, 그런 말을 하는가?”
“물론. 또 하나의 오러유저가 제국의 품에 안긴다면 나 하나의 목숨이 무엇이 중요할까.”
……미친 새끼.
“그란디아의 마검, 철벽의 요새가 제국의 장군이 된다면 황제 폐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그에 비하면 내 목숨 따위 하찮고도 하찮다.”
고문관의 눈빛에는 진심, 아니 광기가 담겨 있었다. 기사도 아닌 일개 상급 병사가 이런 충성심을 가지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런 놈들을 상대했으니…….’
이미 피폐해진 데다가 썩을 대로 썩은 그란디아가 패망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섭리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물어보지. 전향하라, 로니안 맥라인. 폐하께서는 너의 그 무력을 중히 쓰실 것이다.”
그래도 그가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퉤!
“큭. 이놈이!”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 낸 고문관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당장이라도 손에 든 꼬챙이로 심장을 찌를 것 같은 기세였다.
차라리 그래 주었으면 했지만.
“……대체 왜 이 썩은 나라에 그리 집착하는가. 그 충심을 받아 줄 대상도 이미 타국으로 도망쳤음을 모르는가?”
“크, 크크크.”
충심이라, 충성심이라니.
‘그딴 게 있을 리가 있나.’
그저 더 이상 지킬 것이 없기에 살아 있을 이유도 없을 뿐이다.
그 이유를 구질구질하게 설명하기 싫어, 로니안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지독한 놈.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의 고문관이 다시 부지깽이를 드는 것이 보였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이미 망가진 몸에 감각을 차단하는 것 정도는 이 꼴이 되었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치이이익.
로니안은 자신의 살갗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채 오래전 과거를 회상했다.
언제나처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친 듯이 싸워 왔던 최근의 아수라장이 아니었다.
아주 화목했던 어린 시절.
그때의 기억.
– 형아! 놀아 줘!
– 로니안, 이 녀석. 공부해야 할 시간 아니냐?
– 시러어어! 지겹단 말이야!
– 하……. 그럼 형이랑 같이 잠깐만 노는 거다? 알았지?
– 응! 히히.
엄하기만 한 아버지와 과도한 기대를 품은 어머니 밑에서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형.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천천히 일어난 균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파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 꺼져! 서자 새끼 주제에 어디서 감히……!
그저 내가 이만큼 성장했음을 형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보는 형의 눈빛에는 증오가 어려 있었다.
도대체 왜, 어째서 그렇게 된 것일까.
그 사건 이후부터 미친 듯이 검만 휘둘렀다.
그럴수록 형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질 뿐이었고, 결국 형이 불미스러운 일로 쫓겨나고 말았을 때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 정말 제가 한 짓이 아닙니다. 리이나 저년이……!
– 시끄럽다! 이 망나니 놈이!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그는 형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을 한창 미워할 때, 형의 약혼자가 온 파티에 굳이 참석하고 싶지 않아 숨어 있었더랬다.
그러다 본의 아니게 훔쳐보게 된 백작 영애의 자해쇼.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증언하지 않았다.
‘그때는 형님이 정말 미웠으니까.’
어린 나이였지만, 그 때문에 형을 외면했었다.
그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지 짐작하지 못한 채.
– 아버지!
– 너는 이제부터 내 자식이 아니다!
일이 너무 커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는 오히려 겁이 나서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로니안. 이제 네가 이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다.
– 네 형은…… 아니, 아니다. 이제는 네가 가문을 지켜야 한다.
왜인지 나날이 쇠약해져 가는 아버지의 모습도 지켜보기 힘들다 싶어졌을 때.
영지전이 일어났다.
가문의 영토 절반을 빼앗기고, 카이로스 가문에 기대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게 된 사건.
– 아버지께서 손을 써 주셨어요. 하지만 손해가 막심하다고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으시겠대요. 여보,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예? 으흐흐흑.
영지전에서 얻은 부상으로 자리보전하게 된 아버지. 그 옆에서 울음을 터트리던 어머니.
그 뒤로 가문의 모든 이가 웃음을 잃었다.
모든 것이 어둡게만 보이던 그 시절.
가족도, 가문도, 당연하다 생각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남들이 다 천재라 떠받들어 주던 자신의 재능 하나뿐이었으니까.
오직 검만 보고 산 세월.
다행히 그 세월은 보답받았다.
그란디아의 모든 귀족 가문이 휩쓸린 내전에서도 맥라인은 무시당한 덕분에 오히려 무사할 수 있었고, 내전이 끝나고 나라가 1왕자, 아니 후안 더글라스의 폭정에 시달릴 무렵 오러를 깨닫고 가문을 반파시킨 테스론 가문을 박살 낼 수 있었다.
– 대륙 최연소 오러유저, 로니안 맥라인!
– 그란디아의 자랑!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쁘지 않았다.
손에 넣은 초인의 무력도, 다시 찾은 가문의 성세도 가족들의 웃음을 되찾아 줄 수는 없었으니까.
그때 형님을 위해 증언을 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 애초에 어린 마음에 들뜨지 않고 실력을 숨겼으면, 형이 후계자가 되도록 양보했으면 모든 게 멀쩡했을까.
그리 후회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보내던 차에, 혼란이 시작됐다.
지독했던 내전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제국의 침략.
그것은 그나마 남아 있던 모든 것을 앗아갔다.
– 안 돼!!!
최선을 다해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나는 여기서 죽겠다. 가문의 마지막은 가주가 지켜야지. 하지만 너는 아니다, 로니안!
– 아버지!
-…… 로건이 돌아왔을 때 맞이해 줄 가족은 있어야지. 가라! 어서 가라니까!
반쯤 폐인이 되었던 아버지는 후퇴조차 거부했다.
– 나도 남겠어요, 여보. 마지막은 함께해야죠.
심지어 어머니까지 아버지 옆에 남는 것을 택했다.
–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다.
– 예?
– 형을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모두가 엄하게 키운다며 너희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내 탓이니까. 그리해 줄 수 있겠느냐?
가문도, 가족도 모든 것이 불타 사라졌다.
이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악에 받쳐 검을 휘두르며 제국에 항거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결국 파멸이었다.
‘아니, 형님은 무사하시려나. 그럼 맥라인의 명맥은 남겠지.’
그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린 자, 로니안 맥라인은 더 이상 삶에 손톱만큼의 미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랬기에.
“로니안 맥라인. 마지막으로 묻겠다. 더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으니, 전향이 싫다면 처형이다. 네가 지키려 한 그란디아의 유민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며 죽게 될 것이다. 그것을 원하는가?”
최후의 선포에도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킥.
“웃어?”
“……마음대로 하시지.”
“지독한 놈. 처형식을 준비해라!”
“예!”
끝이 다가왔다는 생각에 오히려 가슴이 후련해졌다.
그리고 지금.
“영명하고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는…….”
길고도 긴 선고문을 들으며 지겹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단두대 밑에 모여든 사람들 속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허름한 로브의 후드 아래 보이는 머리는 갈색, 하지만 아마도 염색일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목구비에, 놀란 듯 크게 떠진 붉은 눈동자는 익숙하고도 그리운 사람의 그것이었으니까.
‘형님……!’
눈이 마주친 순간, 형도 그것을 느낀 듯 움찔하며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반가웠다.
미치도록 반가웠지만, 표현할 수가 없었다.
“……성은을 거부하고 이토록 참담한 죄를 저지른 죄인 로니안 맥라인에게 참수형을 선고한다!”
기다렸던 말이 끝나는 순간이 왜 이리 아쉬울까.
그 순간 튀어나오려 하는 형의 모습을 보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 그대로 계십시오, 형님. 가문의 명맥을 이어 주십시오.
마음의 소리가 닿았을까.
허리춤의 검을 잡은 채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형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래. 이거면 됐다.’
마지막에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보았으니, 더 이상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
하지만 왜 눈물이 흐르는 걸까.
“흥. 이제 와 후회해도 늦었다, 마검.”
“흐, 흐흐흐. 좋은 날이야. 좋은 날…….”
“……미친놈.”
문득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다.
가족 모두가 화목했던 그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습니까, 형님?’
소리 내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대답은 들을 수 있었다.
눈물에 흐릿해진 눈을 들어 다시 본 얼굴.
자신과 닮은 붉은 눈에도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으니까.
‘……이것으로 충분해.’
마지막 순간에나마 형제의 뜻이 통했으니.
로니안은 솟구치는 그리움과 미련 속에서 밝게 웃었다.
“웃어?”
“크, 크하하하하.”
“미친 새끼! 어서 빨리 처형하라!”
강제로 눕혀진 몸.
그 위에 떨어지는 칼날.
스각.
아릿한 마지막 통증이 느껴질 때.
‘보중하십시오, 형님.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로니안은 끝까지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최후를 맞이했다.
*현생번쩍 눈을 뜨는 순간, 주변으로 회오리치던 주황색 오러가 하나도 남김없이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그 강대한 오러가 남긴 여파만으로도 주변의 마나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고오오오오.
그 고요한 소란 속에서 로니안은 승격의 기쁨을 조용히 음미했다.
‘드디어 오러마스터. 이게 형님이 보셨던 세계구나.’
몇십 년 전이라면 전설에나 있을 법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지만, 이미 현 세상에는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신인이 있었다.
오러마스터를 뛰어넘어 신인의 경지에 다른 사람.
그리고 오러마스터에 도달하는 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가르침을 내려 준 사람.
바로 그의 형, 로건 맥라인이.
자연히 그 가르침을 따라가면 언제고 도달할 것이라 생각했던 경지이니만큼, 따라오는 감상은 대단한 위업을 이루었다는 성취감보다는.
‘이번에는 빅토르 녀석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 줄 수 있겠는데? 크크.’
……라는 즐거운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영혼이 성장하는 그 순간 보았던 알 수 없는 심상들이 다시 떠올랐다.
– 보중하십시오, 형님.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떠올린 생각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느낌.
분명히 자신이 겪은 적이 없는데도 겪었던 것만 같은 기시감.
이것은 아마도.
“……형님께서 말씀하셨던 전생인가.”
말을 내뱉은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임을.
‘형님조차 모르고 있었던 일이 있었구나.’
전생의 자신이 남긴 상념에 승격의 기쁨도 잊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데.
“누가 라이벌 아니랄까 봐. 비슷한 순간에 경지에 오르는구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맥라인 제국의 공작이자 황제의 동생이 쓰는 연무장에 소리도 없이 나타난 사람.
그게 가능한 사람은 이 제국에 단 한 명뿐이었다.
“형님!”
“축하한다, 로니안.”
뒤를 돌아보자 이십 년 전부터 모습이 변하지 않은 형이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이젠 나도 주름이 하나둘 생기고 있건만.’
하지만 그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신이자,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온갖 패악을 저질렀던 9대신을 차원 밖으로 추방한 절대자였으니까.
“그래도 깨달음의 단초를 얻었다고 100일이나 폐관 수련을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 혼자 기원제 준비를 한다고 시달린 제수씨가 아주 뿔이 나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 각오 단단히 하거라.”
피식 웃으며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오늘따라 유난히 반가워서, 로니안은 자신도 모르게 형을 와락 끌어안았다.
“어우, 사내자식이 징그럽게 왜 이래? 꺼져, 이놈아!”
“하. 하하하! 좋은 날 아닙니까!?”
“수염이나 깎아라. 이렇게 나가면 아서도 널 못 알아보겠다. 아들한테 아저씨 누구세요 소리 들으면 충격이 클걸?”
“……그건 또 무슨 저줍니까?”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로니안은 바로 오러를 동원해 수염을 깨끗이 밀어 버렸다.
안 그래도 한창 같이 놀아 줘야 할 나이의 늦둥이 아들 생각도 나던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형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음?”
“그…… 말씀하셨던 전생 이야기 말입니다.”
“아, 그건 왜?”
“……아셔야 할 게 있을 것 같습니다.”
로니안은 씁쓸한 표정으로 긴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전생의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중심으로.
그런데.
피식.
“그렇구나.”
“……그게 끝입니까?”
“내가 너에게 한 짓만 했을까.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됐다. 형제간에 그런 거 가지고 일일이 미안해할 필요 없다. 더구나 이젠 없던 일 아니냐? 좋은 날이니 좋은 생각만 해. 간만에 밥이나 같이 먹던지.”
제국의 황제, 현인신이라 불리는 이답지 않은 초탈한 모습.
그 익숙한 모습에 로니안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그 뒤를 따랐다.
“오신 김에 조카한테 축복도 좀 내려 주고 가시죠.”
“어허! 태어날 때 해 줬으면 됐지.”
“그래도요!”
“안 돼. 요새 힘 딸려. 제국 정리하느라 인과력도 부족한 판에.”
“에이, 조카 사랑은 삼촌 아닙니까.”
“아까부터 징그럽게 왜 이럴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이…….”
“하하하.”
일순간 느꼈던 전생의 서글픔은 현생의 평범한 대화만으로도 깨끗이 씻겨 내려갔다.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깨달음을 줬다.
오러에 관한 깨달음이 아니라 삶에 관한 깨달음을.
‘현재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어.’
오러마스터에 이른 초인은 신인의 경지에 다다른 형의 뒷모습을 보며 새삼 그렇게 다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는 살짝 흐릿해지려 하는 형의 모습을 보며 안색을 확 굳힐 수밖에 없었다.
오러마스터의 감각이 착각을 일으킬 일은 없다.
그렇다면.
“형님!? 지금……!”
“아, 또 미끄러질 뻔했네. 쯧. 별거 아냐. 신경 쓰지 마.”
“미끄러진 게 아니지 않습니까!? 확실히 존재가 흐려졌는데!”
“차원에서 미끄러질 뻔했다는 거다, 이놈아. 그럼 그렇게 돼.”
“예?!”
차원에서 미끄러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네 녀석이 아서 축복 좀 해 주라며! 그러다 그런 거다. 더 이상은 진짜 안 돼! 알았지?”
“형님, 대체 그게 무슨……?”
형의 얼굴에 쓴웃음이 맺혔다.
“신으로서 현세에 남은 자의 부작용이다. 지금은 그렇게만 알아두면 돼.”
“그게 뭐…….”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너를 비롯한 소중한 인연들이 나를 세상에 묶어 두고 있으니까 말이야. 얼른 가자. 귀여운 조카 얼굴이나 보게.”
“형님…….”
“웃어, 이 녀석아. 나쁜 일도 아니니까.”
“나쁜 일이…… 아닙니까?”
“그래. 신은 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 한다는 섭리의 흐름일 뿐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희’가 있는 한 난 떠나지 않아. 그러니 이 순간을 즐기자, 로니안. 전생의 너와 내가 꾸었던 꿈처럼. 화목한 가족답게. 알겠지?”
빙긋 웃는 형의 얼굴을 따라 전생의, 그리고 현생의 로니안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맥라인 제국 인물전>• 로니안 맥라인
현인신 로건 맥라인 황제의 동생으로 제국 성립 시 공작의 지위를 얻었다.
제국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동방왕의 지위를 얻은 오러마스터. 맥라인 제국 건국 초기, 오러마스터 중에서도 빅토르 세이안 대공과 더불어 최강을 다투던 강자로 불렸다.
부인, 루이사 아세리안 역시 대마도사의 위에 오른 초인 부부. 그들의 아들 아서 맥라인은 후일 황실에서 나와 아레스 가문의 시조가 된다. 바로 초마검사(超魔劍士) 바론 아레스의 증조부.
*제국의 반역자 ‘바론 아레스’ 편에 별도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