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20
20화. KNC인터내셔널 (3)
점심시간.
강선우는 개발팀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 앉아 밥을 먹었다. 젓가락을 깨작거리자 옆에 앉은 차수연이 물었다.
“왜 안 먹어요?”
“입맛이 별로 없어서요.”
아침도 안 먹었지만 여전히 식욕이 별로 없다.
그래도 오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식사를 하는데, 박건휘가 식판을 들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까 보니까 10퍼센트 넘게 하락하던데요.”
“예.”
안 그래도 그거 보고 나서 입맛을 상실했다.
떨어지는 주식을 보고 있자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선우 씨가 산 주식에 대해 제가 분석을 좀 해봤는데요.”
‘굳이?’
박건휘는 차수연을 비롯해 다른 직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PER과 PBR이 완전 엉망이에요. ROE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래도 요즘은 PER이나 PBR같은 전통적인 지표보다 PDR이라는 지표도 활용하는데, 업종 자체가 멀티플을 많이 주기가 힘들어요. 애초에 증권사 컨센서스가 없는 주식에 대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롱 포지션으로 접근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행위예요.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리스크 관리거든요.”
“그렇군요.”
강선우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개잡주라고 말하면 될 것을 이런저런 용어 갖다 붙이느라 애쓴다, 애써.’
박건휘는 짐짓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신용까지 끌어다 써서 샀는데 계속 폭락 중이라니.”
그 말에 다른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
“정말요?”
“어떡해요?”
“많이 위험한 건가요?”
박건휘는 조언해주듯 말했다.
“주식투자의 격언 중 하나가 절대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는 거예요. 특히 신용거래는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나 다름없어요. 주가가 떨어져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일단 증권사에서 증거금을 채워 넣으라고 연락 오고, 못 채워 넣으면 바로 반대매매에 들어가요. 그럼 계좌는 깡통이 되는 거죠.”
다른 직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요?”
“그럼 계좌가 0원이 되는 거예요?”
박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죠. 최악이 뭔지 알아요? 대량의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가 더 폭락하면 돈을 더 물어내야 해요. 제가 미래투자증권에서 일할 때 그런 경우를 가끔 봤어요.”
그 말을 들으니 가뜩이나 없던 입맛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강선우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건휘는 계속해서 신용거래의 위험성에 대해 떠들어댔다.
주식 얘기다 보니 다들 밥을 먹다 말고 집중해서 얘기를 들었다.
한 직원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어떤 주식이에요?”
“글쎄. 케이 뭐였다고 들었는데. 선우 씨, 그 주식 이름이 뭐라고 했죠?”
그러자 다들 강선우를 쳐다보았다.
‘알면서 일부러 물어보나?’
강선우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KNC인터내셔널이요.”
“아, 맞다! 해외자원사업인지 뭔지 한다는 기업이었죠. 이게 글로벌 사업한다고 하면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리스크가 커요. 현지 회사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일도 많고.”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직원이 물었다.
“며칠 떨어졌으면 다시 반등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건휘는 일부러 크게 웃었다.
“하하! 제가 분석해보니까 이번 하락은 단순조정이 아니라 폭락의 전조일 가능성이 커요.이유 없이 오른 주식은 떨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정확히는 원래 주가로 되돌아가는 거죠.조만간 하한가 맞아도 이상하지 않을걸요. 당장 매도하는 게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길이에요.”
“당장 팔라구요?”
강선우의 물음에 박건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주식투자에 있어서 고수와 하수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손절이에요. 고수는 손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반면, 하수들은 손실이 확정되는 걸 두려워서 항상 손절 타이밍을 놓쳐요. 다 본전 생각 때문이죠. 저 같으면 당장 전량 매도한 다음 KNC인터내셔널 같은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을 거예요. 손실은 다른 주식으로 만회하면 그만이니까요.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리지만 우량주 장기투자가 수익률이 가장 좋아요. 저라면 유성전자나TK텔레콤, SG에너지 같은 시총상위주들에…….”
박건휘는 계속 주식에 대해 떠벌렸고, 강선우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졌다.
‘미루한테 지금이라도 팔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전화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핸드폰을 보고 확인하던 한 여자 직원이 놀란 듯 소리쳤다.
“어! 이, 이거…….”
“왜 그래요?”
다들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선우 씨가 산 주식 말이에요.”
“제 주식이 왜요?”
‘그새 또 폭락했나? 설마 거래정지 된 건 아니겠지?’
놀라는 그에게 직원이 말했다.
“방금 상한가 쳤는데요.”
“……예?”
그 얘기를 들은 박건휘는 피식 웃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아까만 해도 10퍼센트 넘게 폭락하고 있었는데.”
“아니에요. KNC인터내셔널 맞아요.”
그녀는 보란 듯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것을 본 다른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와! 진짜네.”
“오우! 상한가!”
“선우 씨 좋겠다!”
“아까 얼마나 샀다고 했죠?
“완전 대박이네요!”
박건휘는 당황했다.
“어, 이 왜 진짜…….”
하지만 정작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투자한 장본인이었다.
계좌를 확인한 강선우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헉! 내 주식 왜 이래?”
순간 잘못 봤나 해서 눈을 비볐다.
그런데 다시 봐도 상한가가 맞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10퍼센트 가까이 떨어지던 주식이 갑자기 상한가로 돌아선 것이다.
상승폭으로 치면 40퍼센트가 넘는다!
순식간에 그동안의 손실을 복구한 것은 물론이고 10퍼센트 넘게 수익으로 돌아섰다.기쁘긴 한데 의문이 들었다.
‘이거 왜 오르는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상한가다.
강선우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쳤다.
“오예! 상한가!”
그러고는 박건휘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방금 뭐라고 했어요? 당장 전량 매도하고 쳐다도 보지 말라고 했던가요?”
직원들은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하한가 칠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손절하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
박건휘는 당황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 그게…….”
아는 척 열심히 떠들어댔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대체 이딴 쓰레기 주식이 왜 상한가를 치는 거야?’
박건휘는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자세히 보니 아까는 없던 공시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응? 코발트 광산?”
* * *
스마트폰의 보급과 전기차 시장의 확대 등으로 배터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배터리의 원자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중 가장 크게 오른 원자재는 코발트.
톤당 2만 달러 수준에 머물던 코발트 국제시세는 수급 불안으로 인해 수년 사이 5만 달러 넘게 폭등했다.
이렇다 보니 코발트를 ‘푸른 황금’이라고 부르며 기업들은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자재들이 그러하듯 한국에서는 채굴되지 않으며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인수한 광산에 코발트가 매장되어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보고서를 낸 곳은 네덜란드의 국제자원탐사연구소.
빈센트 반 호른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발트 추정 매장량은 무려 100만 톤.이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놀랍게도 이 광산을 보유한 회사는 한국의 한 중소기업.
바로 KNC인터내셔널이다.
[KNC인터내셔널, 코발트 광산 확보!] [매장량 100만 톤 추정. 세계 최대 규모] [한국 해외자원 탐사 중 역대급 잭팟!] [외국인들 발표 미리 알고 있었나? 몇 주 전부터 대량 매수]공시와 기사가 뜨자 종목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저게 진짜야?
-진짜면 대박 아니야?
-외국인들은 이미 정보 알고 2천 원 밑에서부터 사들였습니다.
-어쩐지 외국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어!
-ㅅㅂ 외국인들 정보력 보소.
-지금도 외국인들 매수주문 터지네요~
-요즘 코발트 시세 미쳤던데. 100만 톤이라고?
-ㅋㅋㅋ 저게 말이 되냐?
-네덜란드 연구소 교수가 보고서까지 냈다잖아.
-지금 코발트 얼마임?
-톤 당 4만 6천 달러입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지금 이 순간부터 영혼의 풀매수 들어간다!
-니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주식이 아니야. 매수 대기물량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매수가 30만 주 넘게 쌓여있음. 지금 주문 넣으면 저거 다 처리되고 나서 거래됨. 근데 미쳤다고 지금 팔겠냐?
-내일은 상 풀릴까요?
-ㄴㄴㄴ 10연상 각 날카롭다.
-주주님들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사고 싶다~ 나도 사고 싶다~
-가즈아! 코발트 가즈아!
소폭 하락하던 주가는 순식간에 상한가로 치솟았다.
상한가에 수십만 주의 매수대기 물량이 쌓였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기사와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회사에 있는 선우에게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상한가 치네.]“내가 말했잖아. 호재가 있을 거라고.”
[그게 이거였어?]“응.”
목소리를 보니 신난 모양이다.
하기야 떨어지던 주식이 갑자기 폭등했으니 신날 만도 하지.
사실은 나도 좀 신난다. 아까 소리치며 잠깐 뛰어다녔다.
[언제 팔 거야?]“팔긴 뭘 팔아? 이제 시작인데.”
[그래? 나 지금 다시 일하러 가야 하니까 이따 전화할게.]“전화하지 말고 일이나 해. 퇴근하고 나서 얘기하자.”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