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페더 (10)
렌츠 대표는 평소 언론 인터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한 이후에는 다르다. 그는 CNN, NBC, 폭스뉴스 할 것 없이 여기저기 출연해 페더 자산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페더의 자산을 확인했다는 HMA 케이맨은 유령회사입니다. 케이맨 제도로 직접 찾아가 보니 그저 응대 직원 한 명만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인증한 자료는 믿을 수 없습니다. 또한 공개한 자산 내역을 보면 현금과 미국 국채는 10퍼센트 미만이고, 나머지는 기업 채권과 어음, 그리고 암호화폐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는 표시 가격과 실제 가치가 다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에 페더 리미티드 측에서도 역시 강하게 대응했다.
페더 리미티드는 렌츠 대표를 뉴욕 검찰에 고소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기업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공매도를 한 회사들에게 수십 번 고소를 당했던 만큼, 렌츠 대표는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원래 사기꾼들은 할 말이 없으면 고소를 합니다. 마음껏 고소해 보십시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테니까요.”
* * *
컨티뉴 캐피탈은 PN 프로토콜을 확보한 페더를 시장에 쏟아냈고, 페더 측은 쏟아지는 매물을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아예 시장 붕괴를 예측하고, 페더가 아니라 반트코인과 알트코인을 타겟으로 잡고 숏포지션을 취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휘청거렸다.
반트코인이 8만 달러를 돌파하며, 시장 전체가 최고점을 경신 중이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시장의 전망은 엇갈렸다.
[반트코인 4만 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어] [엘더리움 3000달러 이하로 하락시, 디파이 상당수가 청산 위험] [마이크로하우스 CEO, 반트코인 10만 달러 갈 것. 지금은 저가 매수 기회] [베너스 형제, 페더의 예치금은 충분. 공매도는 무의미한 짓] [SEC 로먼 의장,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서부 개척 시대와도 같아.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멜빈 캐피탈, 잘못된 규제는 신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언론들은 연일 특집 기사를 내보냈고, 토론회가 열렸다.
이름이 좀 알려진 투자자들은 다들 언론에 나와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한국과는 다르게 해외 투자자들은 대부분 페더를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다들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다가 정말로 페더 박살 나는 거 아니야?
-예치금 부족하면 태환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데.
-걱정할 것 없습니다. 페더는 달러 만큼이나 안전합니다.
-아니, 그럼 달러로 가지고 있어야지. 난 차라리 수수료 내더라도 달러로 바꾸련다.
-설마 페더 갖고 있는 호구 없재?
-아, 나 현금으로 빼기 힘든데. 차라리 반트코인을 사야 하나?
-ㅎㅎ 페더가 맛 가면 반트코인이라고 멀쩡할 것 같냐?
-어쨌거나 지금은 일단 빼는 게 맞을 듯.
-페더가 방어에 성공하면 다시 돌아오겠음.
-형, 같이 가~
* * *
난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뭐하다니?“
[페더 공매도한다며? 이것 때문에 내 친구들 난리 났어.]“왜?”
[동기 중 암호화폐 투자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니까.]“아, 맞다. 그랬지.”
선우는 한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하이스트를 나왔다. 그런 만큼 주변에 암호화폐에 관심있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쪽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가 봐. 동기 중에는 비트업에서 일하는 애도 있고, 암호화폐 분석하는 앱 만든 애도 있어.]그 말을 들으니 뭔가 생각나는 게 있었다.
“니 동기 중에 암호화폐 만든 애도 있지 않았나?”
“아…….”
그놈이 원흉이었구나!
그런데 이 자식은 좋은 투자 정보가 있으면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지, 굳이 그걸 함께 하자고 나에게 권했고, 그 결과…… 또다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래서 정말로 페더가 위험하다는 거야?]“응. 조만간 박살 날 거야. 혹시 주변에 암호화폐 투자하고 있는 애들 있으면 빼라고 해.”
[걔들이 내 말을 들을까?]“…….”
뭐,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지.
암호화폐 시장은 24시간 돌아가는 만큼, 직원들은 3교대로 시장을 모니터링했다.
데이비드와 나는 퇴근도 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있었다.
30분 단위로 리포트가 만들어져 올라왔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군요.”
“얼마나 더 버티겠어요?”
1차 세계대전 직후.
그때까지만 해도 영국은 아직 대영제국의 향수에 취해있는 상태였고, 당당하게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자 프랑스는 신나게 파운드를 가져가서 영국의 금을 빼먹었고, 결국 영국은 금태환을 중단시켰다
영란은행의 삽질에는 이렇게 깊은 역사가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결론은?
빼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빼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레너드 창의 재산을 3천억 달러로 추정하는 모양이더군요.”
세계 1위 부자라는 게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페더의 예치금이 얼마든, 그의 개인 자산만으로도 우습게 방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레너드 창의 모든 자산은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이뤄져 있어요.”
페더, 반트코인, 거래소…… 이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 중 하나만 무너져도, 모든 게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결국 시장의 신뢰가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의 싸움이로군요.”
현대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은행의 지급준비율이 7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지만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그 뒤에 있는 중앙은행, 그리고 중앙은행 뒤에 있는 국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 시장에 신뢰라는 게 존재할까요?”
* * *
레너드 창은 실시간으로 페더의 매도량을 모니터링했다.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페더의 페깅이 무너지면, 거래소인 코인맥스, 더 나아가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다.
때문에 그는 안간힘을 다해 방어에 나섰다.
디페깅을 막기 위해서는 쏟아지는 물량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페더 측이 보유한 현금이 고작 발행량의 3퍼센트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금은 순식간에 소진됐고, 페더 측은 보유자산 처분에 나섰다.
일단 미국 국채부터 팔아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 역시 금세 소진됐다.
급한 대로 코인맥스의 자금을 빌리는 형식으로 방어에 투입했지만, 얼마나 더 버틸지는 알 수 없었다.
“반트코인부터 매각해!”
“알겠습니다.”
몇 년 전 암호화폐 시장은 한 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거품이 꺼지며 3만 달러 넘게 치솟았던 반트코인 가격은 3천 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때 코인맥스 역시 큰 위기에 몰렸다.
이를 살린 것은 바로 페더였다.
그는 담보 없이 페더를 발행했고, 이를 활용해 자전거래를 하며 반트코인을 사들였다. 덕분에 거래량은 상승했고, 반트코인 가격 역시 올랐다.
시장에서 반트코인이 줄어들며 가격이 올랐고, 대신 페더가 풀렸다. 풀린 페더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이 상승하며, 다른 암호화폐들 역시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담보 없이 페더를 발행했지만, 그걸로 반트코인을 매수한 덕분에, 반트코인이라는 담보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 페더 리미티드가 보유한 반트코인은 약 58만 개.
무려 450억 달러 규모였다.
방어를 위해서는 이를 매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레너드 창은 이를 악물었다.
‘진작 매도해 비중을 줄였어야 했는데.’
이제까지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반트코인의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시장 전체가 흔들렸고, 시장에는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의 매도가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큰 충격을 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페더 리미티드가 매도에 나서자 반트코인은 8만 달러가 깨진지 얼마 되지 않아, 6만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같은 금액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을 매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전이었다면 10개를 팔아야 했다면, 이제는 13개를 팔아야 한다.
매도량이 증가하자 가격은 더 내려갔고, 가격이 더 내려가니 더 팔아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체 어떤 새끼가 반트코인을 이렇게 파는 거야?
-페더가 팔고 있는 모양인데!
-미친 새끼들 아니야? 페더 방어하겠다고 반트코인을 쏟아내면 어쩌자는 거야?
-이러다가 50K도 깨지겠는데 ㅜㅜ
-레너드 창 이 개새끼야!
-창 형 왜 이래?? 우리 이러지 말자~
-제발 그만 팔아! 이러다가 다 죽어!
놀란 투자자들은 일제히 반트코인을 내던졌고, 이는 반트코인 가격을 더욱 끌어내렸다.
그러자 이는 또 다른 사태를 불러왔다.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라는 말이 있다.
금융계에서는 악순환이 맞물려서 증폭되는 현상을 뜻한다.
페더의 방어를 위해서는 반트코인을 팔아야 했다. 문제는 모든 암호화폐의 가격이 반트코인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반트코인 가격이 떨어지자, 알트코인들 가격이 함께 떨어졌다. 그리고 알트코인의 하락은 다시 반트코인 하락을 불러왔다.
반트코인은 5만 달러로 하락했고, 3조 달러가 넘었던 암호화폐 시총은 이제 2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시장 규모가 축소되자 페더의 수요는 더욱 줄어들었고, 매도와 함께 태환 요청이 줄을 이었다.
원래 450억 달러의 반트코인은 막상 팔기 시작하자 300억 달러도 건지기 힘들었다.
반트코인 매도만으로는 몰려드는 태환 요청과 매도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 때문에 보유하고 있던 기업 어음과 채권 역시 급하게 매각에 나섰다.
* * *
미국에서 벌어진 페더 공매도 사태는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다오그룹.
자산 규모로 중국 건설사 1위이자, 세계 120위에 있는 기업이다.
다오그룹은 그동안 중국의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은 2선 도시와 3선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붐이 일었다.
신도시 개발에는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갔고, 중국의 부동산 회사들은 개발비를 대부분 차입에 의존했다.
다들 대량의 어음을 발행했고, 금리는 나날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분양을 해서 회수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초호황이었던 만큼 분양만 하면 완판됐고, 쉽게 돈을 회수했다.
부동산 회사들은 더 많은 차입해 더 많은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었다.
집값은 너무 올랐고, 이미 살 사람들은 다 산 상태였다. 미분양은 점점 쌓였고,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오그룹은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해 부채는 한계 수위까지 치솟았고, 중국 정부마저도 경고에 나섰다..
다오그룹의 부채는 1조8천억 위안. 이는 3천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액수였다.
하지만 왕샤오커 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멈출 수가 없었다.
‘이번 개발만 성공하면 돼.’
다오그룹은 현재 허허벌판에 사상 최대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 중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막대한 부채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를 위해 다오그룹은 새로 어음을 발행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기업 어음 시장에 갑자기 2000억 위안에 달하는 건설사들의 어음이 대량으로 쏟아진 것이다.
그중 3분의 1이 다오그룹이 발행한 어음이었다.
기존 어음이 할인돼 쏟아지는 판에 새롭게 발행한 어음이 팔릴 리 없었다.
일반적인 상품은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어음은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든다.
어음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매수 수요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처음 5퍼센트 수준이었던 할인률은 어느새 20퍼센트를 넘어섰다.
만기까지만 들고 있으면 매년 10퍼센트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할인율이 20퍼센트니, 실제로는 30퍼센트를 벌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쉽게 사지 못했고, 가격은 더 떨어졌다.
어음이 소화가 되지 않자 시장에서는 다오그룹 파산설이 흘러나왔고, 모든 차입이 막혔다.
왕샤오커 회장은 입을 쩍 벌렸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
* * *
자금 확보에 실패한 페더 리미티드는 1,000만 달러 이상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던 태환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0.99달러에서 유지되던 페더의 가격은 0.75달러까지 떨어졌다.
페깅이 무너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