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햄버거 상륙 (5)
소진이는 트리시의 소개를 듣고 눈치챘는지 나에게 물었다.
“어! 성이 오코너예요?”
“응. 트리시는 오코너 버거 창업자 숀 오코너의 동생이야.”
“와아!”
역시나 다들 깜짝 놀랐다.
세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아! 그래서 오빠가 줄 안 서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구나. 사장 동생이랑 친해서!”
“뭐……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사장이랑도 친하다만.
“그럼 이번에도 우리 들여보내 주면 되겠다. 그치?”
난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안 될 건 없다만…….”
이런 쓸데없는 일로 오빠를 귀찮게 하다니!
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들처럼 기다려서 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응, 아니야. 하나도 재미없어. 난 바로 먹고 싶어.”
내 동생은 참을성이 없다.
뭐, 크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다.
애초에 오코너 버거를 누가 한국에 들여왔겠는가?
내 말 한마디면 프리패스지.
“그래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응. 해줘! 얼른 해줘!”
그러나 쉽게 해줄 수는 없는 법.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애 버릇 나빠질 우려가 있다. 이미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나빠진 것 같지만.
난 등을 펴고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오빠의 도움이 필요하면, 좀 더 간절하게 부탁하는 게 어떨까?”
세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칫, 뭐래?”
“싫어? 싫으면 나 간다.”
가려는 듯 몸을 돌리자, 세나는 재빨리 내 팔을 붙잡았다.
“워, 원하는 게 뭐야? 애교라도 보여줘?”
“오! 애교 좋네.”
이번 기회에 여동생 애교 한번 구경하자.
세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정말 한세나의 필살 애교를 보고 싶다는 거지?”
애교면 애교지, 필살 애교는 또 뭐야?
“한번 해봐.”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애교도 곧잘 부렸던 것 같다. 다 큰 뒤에는 애교는커녕 짜증만 부렸지만.
세나는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두 손을 가슴께로 모으고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혀짧은 소리를 냈다.
“오빠 나 띠드버거 먹고띠퍼여. 띠드버거! 아, 빨리 띠드버거어!”
“…….”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이걸로 끝이 아니었는지, 세나의 애교(?)는 계속 이어졌다.
“나 띠드 대따 도아하는 거 알디? 내껀 띠드 두당! 아앙, 옵빠 언능요.”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다.
어딘가에서 ‘왜 저래 진짜’라는 남자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다. 속마음 잘 말하는 성격인가?
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 쫌!”
그러자 세나는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옵빠, 지금 나한테 큰소리친 고야? 세나 삐짐. 흥!”
“…….”
팔짱을 낀 채 볼을 부풀리며 삐진 표정을 짓는 여동생을 보니, 가슴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끓어올랐다.
화가 나는 건지, 토가 나오려는 건지, 나조차도 구분이 잘 안 된다.
때려도 되나?
이 정도면 때려도 무죄가 나오지 않을까?
보다 못했는지 소진이가 세나를 말렸다.
“그, 그만해, 세나야.”
다른 친구들도 함께 말렸다.
“아무래도 역효과가 난 것 같아.”
“더 하면 혼날지도 몰라.”
그러나 세나는 못들은 척 더 귀여운 척했다.
“옵빠 세나 띠드버거 사두데요.”
“그만!”
제발 그만!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견디기가 힘들다.
“왜? 애교 보고 싶다며? 띠드…….”
난 손을 뻗어 세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 아니야. 충분히 봤어.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진짜?”
더 보다가는 한씨 집안 남매 둘 중 하나는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
왜 애교라는 단어 앞에 ‘필살’이 붙었는지 알 것 같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런 애교를 봐야 하는지 괴롭고 자괴감이 들어…….
아직 정신적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나와는 달리, 세나는 친구들의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와아아!”
햄버거 하나에 이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아직 애라는 생각이 든다.
난 내가 이따 가려고 예약해놨던 자리를 세나와 친구들에게 빼줬다.
원래 오코너 버거는 따로 예약을 받지 않지만, 나에게는 예약권이 있다.
아직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트리시가 웃으며 말했다.
“미루는 정말 좋은 오빠네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여동생의 애교(?)를 보고도 때리지 않은 것만으로 훌륭한 오빠라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세계오빠연맹’에서 상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
“동생 너무 귀여운데요.”
“……쟤가요?”
이쯤 되면 동생이 아니라 원수가 아닐까?
말을 하던 트리시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아까 계속 말한 띠드버거가 대체 뭔가요? 오코너 버거에 그런 메뉴는 없는데.”
“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띠드’가 들어간 햄버거라고 말해주면 이해하려나?
* * *
한미루는 동생과 친구들에게 오코너 버거를 사주고 떠났다.
한세나와 친구들은 테이블에 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다들 먹으며 새삼 감탄했다.
“설마 한국에서 오코너 버거를 먹게 될 줄이야.”
“진짜 아는 맛이 더 무섭다니까.”
“그래. 이 맛이야.”
“오빠가 남으면 싸가라고 더 시켜놨으니, 두 개씩 가져가면 되겠다.”
현재 오코너 버거는 돈 주고도 사 먹기 힘든 레어템(?).
집에 가져가면 가족들이 좋아할 것이다.
“아까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미루 오빠한테 꼭 고맙다고 전해줘.”
“아까보다 줄이 더 늘어난 것 같아. 기다렸으면 진짜 큰일 날 뻔.”
한세나는 작은 입으로 햄버거를 베어 물며 생각했다.
‘앞으로 먹고 싶을 때면 오빠 앞에서 애교 부려야겠다.’
네 사람은 감자튀김을 먹으며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그런데 미루 오빠랑 같이 온 여자 너무 예쁘지 않았어?”
“진짜. 키도 크고 볼륨도 엄청 있고. 딱 백인 미녀라는 느낌이던데.”
“안경도 엄청 잘 어울리더라. 되게 똑똑해 보임.”
아무래도 서양인이다 보니, 확실히 한국인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외모도 외모인데, 본인은 미국 유명 언론사 기자에 오빠는 오코너 버거의 사장이다!
조유경이 물었다.
“소진이랑 같이 홍대에서 봤던 언니도 엄청 예뻤다며?”
“응. 오빠 증권사 다닐 때 직장 동기였대. 이름이 윤아였나?”
“가수 지유랑도 알고 지낸다며?”
“응. 꽤 친한 사이 같았어.”
박예진은 혀를 내둘렀다.
“미루 오빠 주변에는 예쁜 사람들이 엄청 많네.”
“그러고 보니…… 혹시 우리 오빠, 여자들한테 인기 있는 건가?”
한세나의 말에 조유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미루 오빠는 돈도 많고, 착하고, 멋있잖아. 주위에 여자가 많을 수밖에. 안 그래, 소진아?”
“으응.”
정소진은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힝! 오늘 오빠 볼 줄 알았으면 예쁘게 꾸미고 나오는 건데.’
* * *
신세기그룹.
그룹의 창업자는 고 유명훈 유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유혜경.
유명훈 회장은 계열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며 막내딸에게는 유통업을 해볼 것을 권했고 이를 지원해 주었다.
처음 유혜경이 유통업에 뛰어든다고 할 땐 많은 사람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곱게 자란 그녀가 과연 기업을 경영할 만한 능력이 되겠냐는 것이다.
여기서 유혜경은 놀라운 선택을 했다.
바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운 것이다.
회장은 그녀지만 이는 명목상 회장일 뿐. 실제 업무는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부회장에게 전부 맡겼다.
이런 경우 실제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로 조금도 터치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일임했다. 대신 업무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여기에 유성그룹의 지원이 더해지며, 신세기그룹은 빠르게 성장했다. 어느덧 백화점, 마트, 쇼핑몰, 면세점, 프랜차이즈 등에서 리테그룹과 경쟁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유혜경은 본인이 직접 경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자식들에게는 후계자 교육을 확실하게 시켰다.
현재 장남인 민기진은 전무로, 장녀인 민예진은 상무로 일하고 있었다.
오빠의 사무실에 온 민예진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오코너 버거 인기가 엄청나네.”
민기진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우리가 가져왔어야 했는데. 설마 화안 쪽에 빼앗길 줄이야.”
“허민웅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봐야겠지. 덕분에 허민웅이 화안그룹 내에서 입지가 더 강해진 모양이야.”
미국 내에서 인기를 생각했을 때 오코너 버거의 흥행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작부터 가능성을 알아챈 민기진은 직접 오코너 버거 본사에 찾아가 창업주들과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했다.
그가 공을 들인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세기그룹이 유통업의 강자라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이미 유통의 주도권은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창업한 지 10년도 안 된 큐팡은 한국의 다른 유통업체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덩치가 커졌다.
사람들은 직접 물건을 사러 오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했고, 마트와 쇼핑몰의 매출은 나날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백화점은 명품 판매 덕분에 간신히 매출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이렇다 보니, 백화점이 명품 브랜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명품 브랜드들은 입점 조건으로 낮은 수수료와 화려한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심지어 직원 파견마저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여러 방법을 궁리했다.
오프라인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단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 뭘까?
바로 맛집이다.
옷과 화장품을 전부 인터넷에서 사는 사람이라도 골목길에 있는 유명 맛집에는 직접 찾아가 몇 시간씩 줄을 선다.
때문에 민기진은 전국에 유명하다는 맛집을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오코너 버거의 사업권을 따내,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시킨다면?
이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테고, 이는 방문객 수와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테고.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민예진은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름이만 제대로 했어도 우리랑 계약했을 것 같은데. 대체 아름이 얘는 얘기를 한 거야, 만 거야?”
계약 성공을 위해 민예진은 막냇동생에게 슬쩍 부탁했다.
민아름은 컨티뉴 캐피탈과 함께 일하고 있고, 한미루는 물론 이동호와도 가깝게 지냈다. 만약 민아름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분명히 계약을 따낼 수 있었을 것이다.
“글쎄.”
민기진과 민예진은 연년생이지만, 반면 민아름과는 스무 살이 넘게 차이 났다.
때문에 두 사람은 민아름이 경쟁자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막냇동생이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아 MFW라는 회사를 만든다고 하자,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금액은 무려 1조 원!
이중 민아름의 지분은 무려 30퍼센트.
단순 계산해도 3천억 원을 공짜로 받은 셈이다.
민기진은 사업 개요를 보고 좀 당황했다.
신생 브랜드에 투자하는 거야 그렇다 치자.
메타버스니, 게임이니, 가상 인간이니…… 패션이 게임 속으로 들어가고, 게임을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아바타가 입을 옷을 팔겠다니.
‘이런 게 될 리가 없잖아.’
그런데 됐다!
여기에 가상 인간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나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MFW는 이전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브랜드를 홍보했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오죽하면 니케나 빈스 같은 기업들이 MFW를 따라 블록밸리에 홍보게임을 만들고, 가상 인간을 내놓았을 정도다.
MFW가 투자한 패션 회사들은 매출이 폭증했고, 연신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MFW는 이제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회사가 됐고,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를 넘을 거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이는 신세기그룹 전체의 시가총액보다도 큰 액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