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460
460. 박스오피스 (2)
당연하게도 부자일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리조트는 웬만한 부자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설마 컨티뉴 캐피탈 CEO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컨티뉴 캐피탈은 현재 월스트리트……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모펀드다.
‘그런 곳의 CEO라니!’
다리안은 애니타와의 이혼 소송과 폭로전을 겪으며 자신의 커리어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해변에서 만난 청년의 말 덕분에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바로 술을 끊고 전력을 다해 소송에 매진했다.
결과는 승소였다.
이전까지의 상황을 보면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명예를 회복한 그는 다시 영화계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걸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연기는 다 잘해도 그린 스크린 앞에만 서면 애니타의 얼굴이 떠오르며 공황장애가 일어났으니까.
영화 제작에 있어서 그린 스크린 촬영은 필수다.
따라서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배우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언제까지고 마냥 촬영을 미룰 수는 없으니, 이번 영화에서는 하차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다음 영화에 출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겠지.’
가뜩이나 가정폭력과 소송으로 이미지가 안 좋아졌는데, 개인적 문제로 영화 제작마저 중단시킨다면?
어느 영화사가 그런 배우를 데려다 쓰겠는가?
그런 그를 구원해준 것은 바로 써릴 스크린.
컨티뉴 캐피탈의 자회사인 스노우 크래시와 레전드게임즈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써릴 스크린은 LED스크린과 써릴 엔진을 활용해 배경과 광원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기술이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해도 아무것도 없는 초록색 배경 화면 앞에서 허공을 보며 연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벽에 부딪혀 연기를 그만두는 배우들도 많다.
하지만 써릴 스크린은 실제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배경이 변했고, 빛과 그림자가 따라 움직였다.
덕분에 다리안은 무사히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날 해변에서, 그리고 써릴 스크린으로 또 한번 구원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둘이 같은 사람이었을 줄이야!
* * *
내 정체를 들은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시 후, 디아민디 감독은 놀란 듯 말했다.
“대체 어떻게……?”
“그럼 안 되나요?”
“아, 아니, 안 될 건 없는데…….”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뭐, 그럴 수 있지.
다리안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설마 그날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컨티뉴 캐피탈 CEO였을 줄이야.”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설마 그날 해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우연히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내 말에 그는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영화는 어땠어?”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그럼. 그, 그렇지?”
다리안의 물음에 디아민디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솔직한 감상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난 원하는 대로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최고였어요.”
트리시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봤어요.”
그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우리는 다 함께 요리사가 차려준 저녁을 먹었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경험이다.
어렸을 때부터 보던 무비스타의 집에 초대를 받고, 저녁을 대접받게 될 줄이야. 다 같이 와인을 마시는데, 그는 따로 스파클링 워터를 마셨다.
“와인 안 마셔요?”
“스스로 괜찮아졌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술은 멀리하려고.”
“멋지네요.”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식사가 끝난 뒤, 다리안은 나에게 말했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원래는 다시 만나게 되면, 차고에 있는 차 중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서 가져가라고 하려 했는데.”
그 말에 나와 트리시는 깜짝 놀랐다.
트리시는 재빨리 물었다.
“정말 아무거나 골라도 돼요?
나야 그렇다 치고, 트리시는 왜 은근 기대하는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러하듯 그는 슈퍼카 매니아. 차고에 롤스로이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포르쉐 등이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그가 산 차 중에는 특별 한정판도 있어서, 오히려 새 차보다 가격이 몇 배가 오른 차도 있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 CEO라고 하니, 차로는 어림도 없겠군.”
“…….”
그냥 주면 되지 왜 갑자기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참고로 난 남이 주는 건 사양하지 않는 성격이다.
다리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다짐하듯 말했다.
“앞으로 더 좋은 영화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할게.”
“…….”
아니, 그런 약속 같은 건 필요 없으니, 그냥 페라리 한 대 주면 되는데.
동생이나 가져다주게.
* * *
리버티는 평단과 관객에게 극찬을 받으며, 개봉 첫 주에만 1억 3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10억 달러 돌파를 점쳤다.
물론 주연 배우가 얼마 전까지 가정폭력 논란에 휩싸였었던 만큼 부정적인 여론이 없지는 않았다.
-이딴 영화 무료로 뿌려도 볼까 말까인데, 누가 돈 내고 보냐?
-레알. 돈 내고 볼만한 가치는 1도 없음.
-인터넷에서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서 본 내가 승자!
-이런 거에 돈 쓰지 맙시다~ 배우 버릇 나빠짐.
-피해자는 숨어 지내는데, 가해자는 뻔뻔하게 복귀하다니!!!
-ㅋㅋㅋ 아니,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지, 불법 다운로드 받은 걸 자랑이라고 썼냐?
-아! 보고는 싶은데 돈은 내기 싫다고!
-근데 욕은 하고 싶다고! ㅎㅎ
그러나 흥행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관객들은 현실과도 같은 CG에 열광했다.
리버티의 흥행으로 인해 언론들은 써릴 스크린에 대해 다시 주목했다.
그전에 좀비네이도3가 최초 써릴 스크린으로 찍은 영화로 대박을 치긴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B급 영화.
그러나 리버티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컸다.
[리버티 배우들, 써릴 스크린에서 연기 선호!] [디아민디 감독, 써릴 스크린 덕분에 제작비 및 제작 기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써릴 스크린, 그린 스크린을 완벽하게 대체!]써릴 스크린은 이제 업계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분위기였다. 제작사들은 앞다퉈서 써릴 스크린을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써릴 스크린을 활용해 찍은 또 하나의 작품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 *
탁동식 감독.
그는 넷플레이 독점 드라마 ‘방과 후 생존활동’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에 넷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드라마를 공개했다.
제목은 ‘세븐 라운드’.
박한수라는 남자는 술자리에서 우연히 스마트폰 하나를 줍게 된다.
걸려온 전화와 문자를 보고 게임에 참여하기만 하면 100만 원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는 바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 보니 낯선 섬이었다.
모인 사람은 총 200명.
이곳에서 일곱 개의 경기가 펼쳐진다.
첫 게임은 서바이벌로 정해졌다. 200명은 랜덤으로 청팀과 백팀으로 나눠졌고, 각자 페인트총을 받아들었다.
1라운드에 걸린 상금은 무려 10억.
100명이서 나누면 인당 무려 1천만 원이다.
룰은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이 살아남은 팀이 이기는 것.
이기면 1천만 원을 받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양측은 치열하게 교전을 벌였다. 페인트볼을 맞은 이들은 자동으로 사망 처리되며 탈락했다.
제한 시간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총 112명. 이중 63명이 청팀으로 박한수가 속한 팀이 승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게임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사망처리된 사람은 주취 측에 의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살됐다.
그제야 이 상황이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가려 했다.
처음에 멍청하게 굴던 박한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흐름과 룰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연희라는 금발 소녀와 말을 더듬는 청년을 만나게 되고, 그 뒤로는 팀이 되어서 함께 다니며,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잔혹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데다가 아무래도 배틀로얄이라는 비주류 장르다 보니, 흥행에 대해서는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세븐 라운드는 넷플레이를 통해 공개하자마자 한국과 미국에서 1위를 찍었다.
처음에는 반짝 인기에 그칠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입소문을 타며 일본과 동남아 등 원래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지역들뿐 아니라, 유럽,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까지 전부 휩쓸었다.
무려 96개국에서 1위로 올라섰고, 공개 일주일 만에 시청시간 5억 시간을 돌파했다.
이는 넷플레이 역사상 최단기간의 흥행 기록이었다.
심지어는 중국에서도 비공식 1위를 찍었다!
비공식인 이유는 넷플레이는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 또한 전세계 불법 다운로드 1위로 올라섰다.
특히 미국에서의 흥행이 심상치 않았다.
미국에서 흥행하는 드라마는 당연히 미국 드라마. 그 외에는 영국이나 호주 등 영어권 작품들이다.
한국 드라마가 잠깐 인기를 끈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러나 세븐 라운드는 달랐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연출, 특이한 미장센과 어우러지는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더해지며, 문화적 현상이라 할 정도로 열풍을 불러왔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세븐 라운드를 봤다고 인증했고, 시청자들은 에이튜브와 톡틱 등에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렸다.
리딧에는 ‘세븐 라운드 리딧’ 게시판이 만들어졌고, 이곳에서 세븐 라운드의 각종 설정과 인물관계, 그리고 향후 전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당연히 주연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폭발했다.
-아! 세븐 라운드 존나 재밌네~
-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다음 시즌이 없다는 게 화난다 ㅜㅜ
-주인공 처음에는 개찐따 같다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성장하는 모습이 멋있음.
-박한수는 다른 한국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아! 허지훈이라고 원래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임.
-연희는 누군가요? 금발 여자. 에이튜브 같은 데서 본 것 같은데.
-지유라고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입니다.
-가수라고? 그런데 연기를 저렇게 잘해?
-와우! 한국인은 저게 되는구나.
-지유 너무 예쁨ㅜ
-엉엉~ 절 가지세요~
* * *
난 탁동식 감독에게 전화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미국에서도 세븐 라운드의 인기가 엄청나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는 얼떨떨하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잘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갑자기 글로벌적인 관심을 받게 되니, 당황할 만도 하지.
난 농담처럼 물었다.
“역시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기를 잘했죠?”
[물론입니다.]원래는 우리가 아닌 넷플레이의 투자를 받으려 했다.
그랬다면 저작권은 넷플레이에 귀속됐겠지.
그러나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덕분에 드라마의 저작권은 탁스토리와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가 공동으로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더 큰 수익배분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