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34
534화. 수니르 모터스 (11)
라시드 빈 아부 바크르 알사우드.
아부 바르크 국왕의 다섯째 아들인 그는 쿠데타를 일으켜 사촌형을 몰아내고 왕세자로 책봉되었다.
이후, 그는 사우디의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해, 사우디 최고 권력자로 올라섰다.
사우디는 전세계에 몇 안 남은 절대왕정국가.
따라서 이곳의 왕세자가 가진 권력은 일국의 대통령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라시드 왕세자는 사라에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물었다.
“한미루가 실패했다고 들었는데.”
“아직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 몰랐어요.”
“러시 펀드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인물인데, 관심이 없을 리가.”
PIF와 컨티뉴 캐피탈은 반반씩 투자해 러시 펀드를 설립했다.
자본금을 PIF가 컨티뉴 캐피탈에 빌려주는 형식이었으니, 사실상 돈은 PIF가 전부 투자한 셈이다.
러시 펀드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넥스트로젠,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티슬라, 유성전자, NS 등의 지분을 매입해 글로벌 펀드로서 명성을 떨쳤다.
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사우디 왕실이지만, 한미루의 조언은 투자 결정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손실액이 얼마나 되지?”
“56억 달러예요.”
엄청난 손실이다.
그러나 손실액보다 더 놀라운 것은 실패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신기한 일이로군. 그가 실패하다니.”
사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니?”
“연락을 해보니 다른 계획이 있는 모양이던데요.”
“그래?”
라시드 왕세자는 한미루와의 첫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군주로서의 교육을 받아왔고, 사람 보는 눈을 익혔다.
때문에 상대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판단은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한미루에 대해서는 판단이 힘들었다.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라시드 왕세자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재미있단 말이지.”
* * *
데이비드는 얼마 전 있었던 한미루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수니르 모터스 회사채를 매입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채권단 협상을 통해 이익을 내려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얼마를 받아낼 수 있을지, 협상 전략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한미루는 전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원리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죠.”
“…….”
데이비드는 당황했다.
“수니르 모터스가 파산할 경우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한미루의 태도에서 그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수니르 모터스를 파산시키는 게 목적입니까?”
“네.”
데이비드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니르 모터스가 파산하면 56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텐데요.”
“당장은 그렇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어떻게 말입니까?”
“수니르 모터스 파산에는 수니르 그룹의 책임이 크죠.”
“경영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횡령 배임에 대해서는 물을 수 있지 않겠어요? 이거 한번 보세요.”
한미루는 자료를 하나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수니르 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고, 회계 부정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데이비드는 신중하게 그 리포트를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갔다.
“여기 적힌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는 겁니까?”
“네.”
그는 한미루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꽤 심각한 내용이군요. 그러나 증거가 없을뿐이지 다들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증시 퇴출 사유 아닌가요?”
“미국에서라면 그렇겠죠.”
“인도에서는 아니라는 건가요?”
“회계를 조작하고 주가를 부풀리는 것은 신흥국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분식회계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심심하면 한 번씩 터지는 일이다.
그러니 신흥국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정경유착, 부정부패, 주가 조작, 회계 부정이 전부 사실이라고 해도 수니르 그룹사들 주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는 힘듭니다.”
“어째서요?”
“그러한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으니까요.”
“개도국 디스카운트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인도의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수니르 그룹이 아난드 정권과 밀착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투자자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아는 것과 공식적으로 밝혀지는 건 차이가 크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를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도 정부가 수니르 그룹의 회계 부정에 대해 제대로 조사할 리 있겠습니까?”
그러자 한미루는 다른 의견을 냈다.
“미국에서 조사한다면요?”
“어떻게 말입니까?”
“멜리엇 매니지먼트가 벌인 아르헨티나 국채 사태 기억해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때는 2001년.
아르헨티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채권가격은 폭락했고, 기회라고 생각한 헤지펀드들은 액면가의 20퍼센트 수준에서 이를 매수했다.
멜리엇 매니지먼트 역시 당시 3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였다.
이어진 채무 상환 협상에서 채권자의 93퍼센트는 채권금액의 30퍼센트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때 합의에 응했다면 멜리엇과 헤지펀드들은 투자금의 50퍼센트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합의를 거부하고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돈을 받아내는 과정은 길고도 험난했다.
멜리엇과 헤지펀드들은 국채 원리금을 받아내기 위해 세계 곳곳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자산에 압류를 걸었다.
심지어 가나에 입항한 아르헨티나 군함 세 척을 압류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경제위기를 겪는 국가를 상대로 끝까지 원리금 받아내겠다며 군함까지 압류하는 게 정당하냐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멜리엇 매니지먼트는 ‘그럼 실컷 돈 빌려놓고 갚을 때가 되니 디폴트를 내서 빚을 70퍼센트나 깎아버린 아르헨티나가 정당하냐’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15년 만에 75퍼센트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며, 멜리엇은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신규 국채의 경우 75퍼센트 이상의 채권자들이 채무조정에 합의하면, 소수 채권자들도 무조건 합의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을 정도다.
한미루는 계속해서 말했다.
“당시 멜리엇 매니지먼트와 헤지펀드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달러 채권이었기 때문이죠.”
만약 페소였다면 국가가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냈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달러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 갚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제가 매수한 것 역시 달러 표시 채권이죠.”
이 회사채는 애초에 인사이트 펀드를 대상으로 발행한 BW.
수니르 모터스는 연구소 설립을 위해 달러가 필요했고, 인사이트 펀드는 애초에 달러로 투자하는 만큼 양쪽의 니즈가 맞아들었다.
이러한 달러 표시 채권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발행 기업은 굳이 외환시장을 거칠 필요 없이 쉽게 달러를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는 환차손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채권의 관할 법원은 어디일까요?”
인도 내에서 루피로 발행한 채권이라면 관할 법원은 당연히 인도다.
그러나 달러 표시 채권은 미국에서 발행하는 만큼 관할 법원은…….
“뉴욕이죠.”
“맞습니다.”
인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소송은 그렇지 않다.
“수니르 모터스가 파산하면, 뉴욕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겁니다. 수니르 모터스에서 있었던 주가 조작과 회계 부정을 파헤치고 들어가면 수니르 그룹을 털 수 있지 않겠어요?”
“…….”
데이비드는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한미루를 보았다.
한참 후, 그는 입을 열었다.
“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 * *
난 1회차 때 타임라인을 정리해보았다.
먼저 수니르 모터스는 채권단 협상을 무사히 끝내고 구제금융을 받아 회생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반년 후.
엠프티풀 리서치는 수니르 그룹에 대한 공매도 리포트를 낸다.
100쪽짜리 리포트에는 주가 조작, 회계 부정,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의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수니르 그룹은 책 한권 분량의 반박자료를 내며 맞섰다.
엠프티풀 리서치의 저격은 정확했다.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니르 그룹사들 주가가 폭락했지만…… 이내 불꽃 같이 반등했다.
그 이유는 데이비드가 말한 대로다.
신흥국 시장의 재무제표는 믿을 게 못된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투자한 것인 만큼, 리포트의 사실 여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수니르 그룹은 글로벌 기업이 아닌, 인도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겨우 헤지펀드의 리포트 하나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일소될 리 있겠는가?
인도 정부의 강력한 비호를 받고 있는 만큼, 이후의 영업 역시 별 문제없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수니르 모터스가 파산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를 회계 부정을 터는 기회로 삼는다면?
두 가지 사건을 머릿속으로 연결하니 하나의 길이 보였다.
현재 인도 증시에 상장된 수니르 그룹사의 시총을 전부 합치면 약 33조 루피.
대략 4000억 달러 규모다.
내 얘기를 들은 동호 선배는 놀라며 물었다.
[자, 잠깐. 그러니까 수니르 모터스 파산시켰다고? 수니르 그룹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려고?]“그런 거죠.”
동호 선배는 기가 막히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뉴욕 법원에 압류 소송을 걸 거예요.”
[수니르 그룹을 상대로?]“일단은 아누팜 수니르 회장 개인을 상대로요.”
[……응?]* * *
[(WST) 컨티뉴 캐피탈, 뉴욕 법원에 수니르 모터스 채권 관련 압류 소송 제기!](전략)
컨티뉴 캐피탈이 보유한 수니르 모터스 채권은 160억 달러 규모로 최대 채권자 지위다.
록허트 대표는 수니르 모터스의 파산 책임이 수니르 그룹과 아누팜 수니르 회장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니르 모터스는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아누팜 수니르 회장이 회사 운영을 좌지우지할수록 만들었다. 또한 회사 운영 과정에서 다수의 횡령 배임 혐의를 포착했다. 아누팜 수니르 회장은 수니르 모터스가 ’수니르‘라는 상표명을 쓰는 것에 대한 대가로 8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챙겼고, 연구소와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개인회사에 1,700만 달러를 지급했다. 또한 수니르 모터스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세탁과 탈세를 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를 추적 중이다.’
록허트 대표는 횡령과 배임으로 빠져나간 돈은 회사로 돌려놔 채권자들에게 배상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법원에 수니르 모터스의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동시에 아누팜 수니르 회장의 미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를 신청했다.
여기에는 LA 베벌리 힐스의 대저택과 맨해튼 어퍼이스트 타운의 펜트하우스, 그리고 한 대의 헬기와 두 대의 요트가 포함됐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