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43
543화. 수니르 모터스 (20)
[컨티뉴 캐피탈, 수니르 그룹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매도!] [록허트 대표, ‘수니르 그룹 부채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3조 루피(350억 달러)’] [엠프티풀 리서치, 수니르 그룹은 주가 조작과 회계 부정의 온상!]컨티뉴 캐피탈과 엠프티풀 리서치가 공동으로 내놓은 리포트에는 수니르 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주가를 부풀렸는지, 어떻게 회사 자금을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렸는지, 어떻게 역외탈세와 회계 부정을 저질렀는지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 리포트에 월스트리트는 발칵 뒤집혔다.
“수니르 그룹 주가의 80퍼센트가 거품이라고?”
“인도 최대 재벌 그룹의 재무제표가 전부 거짓이라니!”
“폭로한 부채 규모가 사실일까?”
“설마 이걸 밝혀내기 위해 수니르 모터스를 일부러 파산시킨 건가?”
“이런 미친…….”
컨티뉴 캐피탈이 인사이트 펀드가 보유한 채권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수니르 모터스가 회생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채권단 협상 과정에서 컨티뉴 캐피탈은 원리금을 전부 달라고 강짜를 부렸고, 결국 구제금융이 중단되며 수니르 모터스는 파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이 모든 게 투자 계획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 투자 대상의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56억 달러를 날리고 시작할 사모펀드가 어디 있겠는가?
어쨌거나 컨티뉴 캐피탈은 그 덕분에 수니르 모터스 최대 채권자로서 파산한 기업의 거래내역을 파헤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컨티뉴 캐피탈은 투자금 일부가 페이퍼 컴퍼니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건 없다.
그러나 이쯤 되자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렇게까지 한 걸 보면 분명 뭔가 있다는 거잖아.’
뉴욕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헤지펀드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 * *
인도는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였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탈중국이 이어지며 그 대안으로 인도가 급부상했고, 인도는 저렴한 인건비와 거대한 내수 시장을 앞세워 기업들을 유치했다.
그리고 그 성장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곳이 바로 수니르 그룹이었다.
수니르 그룹은 불과 5년 사이 50배가 폭등하며 인도 최대의 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매일 같이 주가가 오르다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니르 그룹의 주가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의 공매도로 인해 한순간에 상황이 반전됐다.
[수니르 그룹 8개 계열사 주가, 하루 만에 20퍼센트 넘게 하락!] [수니르 그룹 시총 1,000억 달러 증발!] [인도 증시, 검은 화요일!]공매도가 폭증했고, 수니르 그룹 계열사들뿐 아니라 연관된 기업들까지 줄줄이 폭락했다.
인도 증시 전체가 10퍼센트가량 하락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도 정부는 긴급경제회의를 열었고, 인도증권거래위원회는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이 되자 반등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수니르 그룹주를 중심으로 또다시 폭락하며, 예정됐던 유상증자는 취소됐다.
수니르 그룹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바로 500페이지 분량의 반박자료를 내고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수니르 그룹 대변인은 컨티뉴 캐피탈을 맹비난했다.
“컨티뉴 캐피탈은 거짓된 정보를 퍼트려 주가를 폭락시켜 돈을 버는 사기 집단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 싸우겠습니다!”
인도 주요 언론들은 수니르 그룹의 편에 서서 보도했다.
[수니르 그룹, 건전성에 아무런 문제없어!] [수니르 그룹, 컨티뉴 캐피탈의 리포트를 조목조목 반박!] [컨티뉴 캐피탈이야 말로 공매도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ㅋㅋㅋ 그 말을 과연 누가 믿을까?
-알겠으니까 수니르 모터스 거래내역부터 까보자~
-뉴욕 법원에서 채권자들에게 공개하라고 명령했는데, 당당하면 못 할 게 없지 않나?
-컨티뉴 캐피탈의 주장에 따르면 주가 조작과 횡령, 탈세에 페이퍼 컴퍼니가 연관됐다고 함. 그러니까 수니르 모터스의 장부를 공개해 페이퍼 컴퍼니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없다는 것만 확인시켜주면 됨.
-그런데 왜 안 함?
-ㅋㅋㅋ 왜 안 하겠어? 까면 페이퍼 컴퍼니가 나올까 봐 못 까는 거지.
-ㅎㅎㅎ 근데 법원 명령이면 어쨌거나 까야 하지 않을까?
-이 새끼들 안 까고 끝까지 버틸 듯.
* * *
난 트리시와 함께 센트럴파크를 걸었다.
날씨가 화창해서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여기는 언제 와도 좋네요.”
“그럼요. 뉴욕의 자랑이죠.”
빌딩 숲으로 가득한 곳에 이 정도로 넓은 녹지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인도는 어땠어요? 좋았어요?”
“뭐, 잠깐 있다가 온 건데요.”
나중에 기회 되면 관광 한번 해볼 생각이다.
혹시 모르니 경호원 한 부대쯤은 데리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
“드디어 시작했네요. 전세계 언론들이 컨티뉴 캐피탈의 리포트를 보며 기사 쓰기 바쁜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여유 부려도 되는 거예요?”
그러자 트리시는 가슴을 쫙 펴며 말했다.
“훗! 저야 미리 써놨으니까요.”
이게 가능한 건 나에게 미리 정보를 들었기 때문.
컨티뉴 캐피탈의 공매도는 인도 최대의 재벌에 대한 공격인 만큼, 전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연하게 가장 난리가 난 곳은 인도다.
하지만 인도의 주요 언론은 전부 재벌과 연관되어 있는지라, 컨티뉴 캐피탈에 대한 비난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수니르 그룹이 낸 반박자료 읽어봤어요?”
“대충은요.”
귀찮아서 다 읽지는 않고 요약본만 봤다.
데이비드의 말에 따르면 페이지만 많았지, 제대로 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수니르 그룹 측에서는 컨티뉴 캐피탈의 주장에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던데.”
기본적으로 공매도 리포터는 정황 증거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한 매장에서 커피를 몇 잔 팔았는지는 포스를 보는 사장만이 알 수 있다.
외부 사람이 그걸 알려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매장 방문객 숫자를 체크해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는 파산한 수니르 모터스의 최대 채권자니까.
“그렇게 원한다면 증거를 찾아줘야죠. 안 그래도 계속해서 뉴욕 법원을 통해 수니르 모터스의 거래 내역 공개를 압박하는 중이에요. SEC에도 제소했구요.”
수니르 그룹 입장에서는 공개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을 테니, 상당히 난감할 것이다.
트리시는 몸을 슬쩍 내 쪽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그래서 수니르 그룹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흠, 글쎄요.”
만약 이게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주주들에게 집단 소송이 걸리고, 관련자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계열사들이 줄줄이 상장폐지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이 벌어진 곳은 신비의 나라 인도.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엠프티풀 리서치의 리포트 공개 이후, 수니르 그룹은 잠시 폭락했지만 금세 반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니르 모터스가 파산하고 뉴욕 법원에 소송이 걸리는 등, 그때와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뭐, 뿌린 대로 거두지 않겠어요?”
* * *
[(WST) 아누팜 수니르 회장, 자산 700억 달러 증발!](전략)
수니르 그룹 측의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폭락은 나흘째 이어졌다.
계속된 주가 폭락으로 인해 아누팜 수니르 회장의 자산 역시 단기간에 700억 달러가 증발했다.
한때 전세계 슈퍼 리치 순위에서 티슬라 CEO와 엎치락뒤치락하던 아누팜 수니르 회장은 이제 ‘역사상 가장 빠르게 자산을 잃은 슈퍼 리치’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그의 순위는 20위 밖으로 밀려났고, 이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극적인 몰락이다.
컨티뉴 캐피탈은 아누팜 수니르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요청하며, 수니르 모터스 파산의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했다.
(중략)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니르 그룹은 아직 부채 규모와 회계 부정에 대한 지료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인도 증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 *
수니르 그룹주의 주가는 오를 때만큼이나 빠르게 떨어졌다.
여덟 곳의 주요 계열사가 전부 폭락했고, 일주일도 안 돼 그룹사 시총 절반이 날아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니르 그룹은 인도 재계 1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다시 티티 그룹에 내주었다.
아누팜 수니르는 앤틸리스의 집무실에서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주가를 바라보았다.
그가 처음 수니르 그룹을 물려받았을 때만 해도 인도 10대 그룹에 끼지 못했다.
인도는 사업을 하기 어려운 곳이다.
공장을 하나 짓더라도 온갖 규제가 얽혀있고, 법적 분쟁이 일어났다. 관료들은 타성에 젖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뇌물을 요구하는 일이 잦았다.
그는 수니르 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권력과 친해지는 게 필수라고 여겼고, 당시에는 무명 정치인인 마누 아난드를 지원했다.
단지 동향에 동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누팜 수니르는 마누 아난다라는 정치인에게서 성공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아누팜 수니르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마누 아난드는 마하라슈트라주의 주총리가 됐고, 이후에는 인도 총리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수니르 그룹은 본격적인 날개를 달았다.
아난드 총리가 외국 순방을 갈 때면 항상 수니르 회장도 동행했고, 국책 사업을 줄줄이 따냈다.
여기에는 아누팜 수니르의 강력한 추진력도 한몫했다.
권력을 등에 업은 그는 규제와 분쟁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수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일도 수니르 그룹이 나서자 일이 척척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든다’며 그를 칭찬했다.
아난드 정권이 들어선 뒤, 수니르 그룹은 인프라 산업을 독점하다시피하며 승승장구했다.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쉽게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냈고, 쉽게 국영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했다.
그렇게 아누팜 수니르는 자신만의 거대한 왕국을 구축했다.
뭄바이 한복판에 우뚝 선 앤틸리스는 그 상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왕국이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었다.
고공행진하던 주가는 한순간에 폭락했고, 유상증자는 전면 취소됐다.
그리고 그가 가진 부는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었다.
대체 이 모든 일을 누가 계획했을까?
아누팜 수니르 회장은 얼마 전 만난 한국인을 떠올렸다.
“한미루…….”
첫만남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자존심을 숙이고 먼저 손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그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지금 그의 왕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나섰다.
아누팜 수니르 회장은 이를 갈았다.
“이 개자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