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54
554화. 실리콘밸리의 일상 (5)
켄트 더든은 엠페러에게 강한 질투와 분노를 느꼈다.
그 이유는 그의 범죄 수법을 그대로 카피해, 더 수위 높은 사진과 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직접 말을 걸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마, 말도 안 돼.’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사진과 영상은 진짜였다.
나름 이쪽 전문가(?)인 그가 봤을 때도 조금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나를 붙잡기 위해 전부 CG로 만든 가짜였다고?’
절대 잡힐 리 없다고 생각했던 켄트 더든은 FBI에 붙잡혀 호송차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됐다.
설사 그 채팅방이 진짜였다고 해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점이 하나 있었다.
“대체 나를 어떻게 찾은 거지? 텔로그램 아이디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었을 텐데.”
그의 물음에 스미스 요원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굳이 대답해줄 이유는 없지만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 특별히 말해줄게. 범죄 시연을 캡처한 화면에서 상단바가 보였거든.”
“상단바?”
“거기 뜬 알림을 보고 가입자를 확인해 대조했지.”
그 말에 켄트 더든은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뭐……? 내가 잡힌 게 고작 상단바 노출 때문이었다고?”
“바로 그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우리도 힘들었을 거야. 어쩌면 못 찾을 수도 있었을 테고.”
“…….”
켄트 더든은 황당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단바 때문이라니. 그것만 노출시키지 않았어도……. 아니, 알림만 제때 지웠어도…….’
앤더슨 요원은 그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
“너무 억울해하거나 안타까워할 것 없어.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다들 그렇게 잡히니까. 아무리 완벽하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해도 어딘가에서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
스미스 요원은 켄트 더든을 보며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넌 내가 본 범죄자들 중 가장 역겨운 놈이야. 이제까지 수많은 범죄자 놈들을 마주했지만, 이 정도로 혐오감이 드는 건 처음이야. 마음 같아서는 보자마자 총으로 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지. 어째서인지 알아?”
켄트 더든은 쏟아지는 살기에 저절로 몸이 덜덜 떨렸다.
겁먹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켄트 더든은 일부러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당신들은 공무원이잖아. 규정을 벗어나는 행동은 할 수 없지.”
그 말에 스미스 요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자리에서 널 죽이는 건 너무나도 자비로운 행동이거든. 넌 연방 중범죄자들이 갇히는 감옥에서 평생 썩어야 할 거다. 알고 있겠지만 살인범과 갱단, 마피아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도 아동 성범죄자는 인간 취급하지 않아.”
앤더슨 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재소자들은 아동 성범죄자를 죽이고 강간하는 걸 훈장으로 여기지.”
“교도관들이 알아도 제지하기는커녕 모른 척 지켜보고 있을 테고.”
“자해해도 소용없어. 병원에 데려가기는커녕 몽둥이로 두드려 팬 다음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구를 입히고 가둬 놓으니까.”
“아! 먹는 거랑 싸는 건 걱정할 것 없어. 입에 강제로 호스를 꽂아 유동식을 들이붓고, 엉덩이 아래에 양동이 하나 받쳐놓아 줄 테니까.”
두 요원은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잡아 처넣었던 아동 강간범이 어떻게 됐더라?”
“아! 그놈?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설치던 놈이 6개월 만에 침을 질질 흘리며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병신이 됐지.”
“…….”
그제야 켄트 더든은 앞으로 자신에게 닥쳐올 미래를 깨달았다.
인터넷 속에서 그는 황제이고 신이었다.
하지만 흉악범들이 모인 교도소에서는 어떨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사, 살려주세요.”
두 요원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 말은 아껴둬. 앞으로 교도소에서 사귀게 될 친구들에게 실컷 하게 될 테니까.”
“흉악범들이 네놈을 맞이하기 위한 환영회를 준비 중이지.”
잠시 후, 호송차 안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 * *
킹킹을 체포했다는 말에 임시 수사본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서로 얼싸안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킹킹 사건은 최악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
여러 차례 합동수사를 벌였음에도 범죄자를 특정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놈을 FBI가 단독 수사를 벌여 검거한 것이다!
이미 FBI 본부에서는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고, 보도자료를 작성 중이라고 한다.
리드 조사관은 나에게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놈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잡고 싶었던 범죄자를 붙잡아 속이 다 후련하다는 표정이다.
“사건이 잘 해결돼서 저도 기쁘네요.”
킹킹의 정체는 애리조나주 소도시에 사는 27살 청년.
죄목은 아동 음란물 제작, 배포, 소지, 유포, 강요, 협박, 사기, 범죄단체 조직 및 조직 활동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다.
한국이라면 기껏해야(?) 30~40년 형이지만, 미국은 개별 사건의 형을 합산해 처벌할 수 있다.
다 합산하면 600년 형쯤 나오려나?
중간에 사고만 안 치면 627살쯤에는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윌튼 조사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정말로 성공하다니…….”
리드 조사관 역시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처음 계획을 들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실제로 킹킹의 범죄 수법을 모방한 모방범들이 여럿 생겨났다.
그리고 그중에는 킹킹보다 더 유명해진 범죄자도 있었다.
그러자 킹킹은 참지 못하고 튀어나와 자신이 원조라며 범죄 수법을 자랑했고, 이번처럼 상단바 노출 때문에 붙잡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모방범이 나타나기 전, 텔로그램 가짜 채팅방을 만들어 바로 검거한 것이다.
이 방법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텔로그램 가짜 채팅방을 운영하냐는 것이다.
아무리 함정수사라 해도 정말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채팅방에 유포할 수는 없는 노릇.
다행히 로키 덕분에 이 문제가 해결됐다.
실제와 다름없는 가짜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낸 덕분에 킹킹을 낚을 수 있었다.
리드 조사관은 혀를 내둘렀다.
“다시 봐도 놀랍습니다. CG로 만든 가짜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저 역시 진짜라고 믿었을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개인 컴퓨터가 아닌, 클라우드에서만 쓸 수 있죠.”
그렇게 제한한 이유는 바로 지금처럼 법에 저촉되는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정치인들의 가짜 연설 장면을 만들거나, 연예인의 얼굴을 포르노와 합성하는 것도 가능하니, 범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환호하는 가운데, 한 요원이 소리쳤다.
“자, 잠시만요! 국장님 전화입니다!”
그 말에 회의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는 나에게 전화기를 내밀었다.
“국장님께서 한 대표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저랑요?”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스터 한. FBI 달튼 브릿랜드 국장입니다.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뭘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미국 시민은 아니지만.
[미스터 한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싶습니다.]난 겸손하게 말했다.
“저보다는 루카스 CEO에게 수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이번 작전에 스노우 크래시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말이 잘 통해서 좋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알겠습니다, 국장님.”
* * *
수사가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FBI 요원들은 다시 짐을 싸서 떠났다.
난 시드와 리드 조사관과 윌튼 조사관과 따로 자리를 가졌다.
리드 조사관은 우리를 보며 말했다.
“최근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늘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앞으로도 로키를 계속 수사에 활용해도 되겠습니까?”
“함정수사에 이용할 계획인가요?”
“그렇습니다.”
함정수사는 크게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나뉜다.
한국의 경우 전자는 합법이지만 후자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서는 웬만해서는 다 합법.
“함정수사에 페이크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다고 하면 관련 범죄 자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와 성매매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이게 진짜인지 함정인지 의심부터 하게 될 테니까.
난 시드를 보았다.
“어때?”
“형 생각은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럼 그렇게 하죠.”
내 말에 리드 조사관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킹킹에 대한 조사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예.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뭔가요?”
“범죄 관련 자료와 다른 피해자들 관련 자료가 전부 스마트폰에 있는데, 비번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사기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범죄자의 스마트폰 비번을 푸는 것.
피고인에게 스마트폰의 암호를 제출하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란다 원칙에 의해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스마트폰 암호는 수사기관이 알아서 풀어야 한다.
리드 조사관은 이를 갈듯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고무호스 암호분석법이라도 쓰고 싶습니다.”
“아…….”
세상에는 수많은 암호분석 기법이 존재한다.
이중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많이 쓰인 암호분석 기법이 바로 고무호스 암호분석법(Rubber-hose Cryptanalysis).
고무호스가 없던 시절에는 다른 용어로 불렸겠지만…… 아무튼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고무호스로 묶어서 거꾸로 매달거나, 고무호스를 휘둘러서 때리거나, 고무호스를 코에 꽂아서 물을 틀거나 등등.
이렇게 하면 입에서 암호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지금도 제3세계에서 많이 쓰이는 암호해독법(?)이지만, 미국에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어떻게든 자력으로 풀어야 한다.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예. 지금으로서는 엔플의 협조를 받아야 합니다만…….”
“엔플은 협조 안 해주기로 유명하죠.”
암호해독법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건(비공식적으로 쓰이는 고무호스 암호해독법을 제외하면) 바로 부르트 포스(Brute force).
일명 키 전수조사(Exhaustive key search)다.
뭔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그냥 노가다로 조합 가능한 모든 키를 다 대입하는 것이다.
네 자릿수 잠금이라면 0000부터 시작해 9999까지 일일이 넣어보는 것. 이러면 무조건 열린다.
“경우의 수가 얼마나 되죠?”
“숫자만으로 했다면 100만 개, 문자를 섞었다면 560억 개의 조합이 나옵니다.”
이걸 일일이 넣어보면 되지 않겠냐 싶지만, 틀릴 때마다 입력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10번 연속으로 틀리면 내부 자료들이 전부 삭제되도록 설정을 해놓았다.
“그럼 불가능하겠네요.”
그러자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시드가 말했다.
“가능해요.”
“응?”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어떻게?”
“간단해요. 비번이 걸린 데이터를 클라우드상에서 무한히 복제하고, 그 무한히 복제한 데이터에 일일이 비번을 넣어보는 거죠. 그렇게 하면 풀리게 되어 있어요.”
“…….”
말로 하니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게 그렇게 간단할 리 없다.
데이터를 대체 어떻게 복제하는 건데?
리드 조사관이 재빨리 물었다.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네. 제가 해봤어요.”
난 당황해서 물었다.
“그걸 왜 해봤어?”
시드는 당연하지 안냐는 듯 말했다.
“되나 안 되나 궁금해서요.”
“아…….”
얘는 그게 대체 왜 궁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범죄자의 엔폰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