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55
555화. 실리콘밸리의 일상 (6)
킹킹이 엔폰 비밀번호에 문자를 섞어놓았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숫자로만 해놓아 바로 풀 수 있었다.
역시나 스마트폰 안에서는 각종 범죄 증거와 여죄가 쏟아져 나왔다.
리드 조사관은 우리에게 말했다.
“스마트폰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추가로 기소할 겁니다.”
“그렇군요.”
현재 밝혀진 것만 해도 500년 형 이상이 확정인데, 여기서 수십 년 더 추가돼봐야 크게 달라질 게 있나 싶지만…… 그래도 끝까지 찾아내서 반드시 처벌해야지.
“또한 KK 채팅방에 들어갔던 인원들도 전부 조사 중입니다. 그 방에 들어간 모두가 공범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입니다.”
킹킹이 운영한 KK 채팅방은 어쩌다 실수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초대 코드를 받고 신원을 인증한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다.
그리고 채팅방 회원들이 보낸 인증 사진들은 킹킹의 스마트폰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인원만 해도 수백 명.
이미 영장 받아 싹 다 체포에 들어갔다.
미국은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매우 센 만큼, 채팅방 참여자들 역시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놈들까지 싹 다 체포하기 위해 일부러 킹킹 체포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사회의 안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하다.
윌튼 조사관은 재빨리 말했다.
“엔폰 비번 푸는 프로그램을 저희도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할 줄 알았다.
사실 스마트폰 비번을 풀어주는 업체들은 이미 여러 곳 있다.
보통 한 번 의뢰하는 데 1,000달러 이상 들고, 시간도 길면 몇 달씩 걸린다.
반면, 스노우 크래시는 하루 만에 풀어냈다.
그러자 NSA뿐 아니라 다른 연방 수사 기관들 역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기회에 수사 기관들을 상대로 클라우드 서비스 영업에 나섰고, 수사 성과를 본 모두가 큰 관심을 나타냈다.
리드 조사관은 나와 시드를 보며 말했다.
“이걸로 잘 끝났군요.”
“고생 정말 많으셨어요.”
리드 조사관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협력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뭘요. 도움이 됐다니 저야말로 기쁩니다.”
* * *
[(WST) 디지털 성범죄자 킹킹 검거!](전략)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로그램을 통해 유포한 킹킹이 경찰에 붙잡혔다.
FBI는 그동안 텔로그램 KK 채팅방을 개설하고 운영한 킹킹을 잡기 위해 집중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수개월 전 텔로그램 활동을 접고 흔적을 지운 바람에 한동안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이에 FBI는 킹킹을 끌어내기 위한 함정 수사를 기획했다.
일명 ‘끌어당김의 법칙’이라 명명한 작전 덕분에 킹킹을 끌어내 긴급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킹킹의 정체는 27살 백인 남성 켄트 더든으로 밝혀졌다.
FBI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번 체포 작전에 스노우 크래시의 협조가 매우 컸다고 밝히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중략)
또한 FBI는 스노우 크래시의 도움으로 엔폰의 비번을 푸는 데 성공했고, KK 채팅방에 입장한 참가자와 영상 소지자들에 대한 신원을 밝혀내 437명을 검거했다.
FBI는 이런 범죄가 생겨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며, 향후에도 관련 수사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킹킹의 체포는 미 전역에 큰 뉴스였다.
곳곳에서 아동 성범죄자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거센 시위가 열렸다.
-이야! 가짜 채팅방을 만들어서 붙잡다니.
-이건 킹킹으로 아이텐티파이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데.
-ㅋㅋㅋ 끌어당김의 법칙~
-그거 듣고 빵 터짐.
-진짜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
-범행 수법 보니 악랄하기 그지없던데, 이 새끼 사형 안 되나?
-안타깝게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안 저지름.
-사형 반대합니다. 이런 새끼는 연방교도소에서 평생 고통받아야 함.
-ADX 플로렌스로 보내라!
-(속보) 흉악범들 킹킹 환영회 준비 중!
-800년 형쯤 예상~
-그런데 대체 엔폰 비번은 어떻게 풀었지?
-뭐야? 엔폰 비번 절대 안 풀린다고 자신하더니.
-ㅋㅋ 엔플 보안도 뭐 별거 없네.
* * *
[(속보) 아동 성범죄자 킹킹 긴급 체포!] [킹킹, 27세의 백인 남성 켄트 더든으로 밝혀져!] [수사기관 합동 작전, KK 채팅방 참가자 정보 확보해 일제 검거!]CNN과 폭스뉴스 등에서는 재빨리 이를 속보로 내보냈고, 관련 기사와 후속 보도 역시 계속 쏟아졌다.
킹킹의 머그샷과 신상이 공개됐고, 일부 황색언론들은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국이었다면 킹킹이라면 모를까 채팅방 참여자들까지는 공개하지 않았겠지만…… 미국은 그딴 거 없다.
체포한 전원의 머그샷이 언론과 대중에 공개됐다.
이런 건 한국도 좀 보고 배워야 할 텐데.
난 오랜만에 선우와 통화했다.
[대체 킹킹은 어떻게 잡은 거야?]“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퍼졌어?”
[한국에서도 비슷한 범죄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스노우 크래시는 대체 어쩌다 그 일에 끼어든 거야?]난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선우는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엄청 재미있었어.”
살면서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FBI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은 깨끗하게 정리해놓고 있어?”
[청소업체가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잘 들어가지도 않는데.]“설마 요즘도 회사에서 먹고 자?”
[거의 그렇지.]“일이 그렇게 많아?”
[일도 일이지만 시차 때문에.]클라우드 덕분에 장소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같이 일할 수 있게 됐지만, 아무리 클라우드라고 해도 시차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미국에서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이면 한국은 밤.
제때제때 보고를 받고 업무를 지시하려면 밤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낮에는 또 회사 일을 해야 하고.
이렇다 보니 잠도 낮밤으로 끊어서 잔다고 한다.
“…….”
얘는 어째 1회차 때에 비해 더 힘들게 사는 것 같은데.
“게임 제작은 잘돼가?”
[뭐, 어떻게든 해나가는 중이야.]SW게임즈는 판타지아 테일즈R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출시한 지 꽤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판타지아 테일즈R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MMORPG.
오히려 서비스 국가가 늘어나며 이용자와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스스톰은 오버클락2 출시 준비 중.
원래 PvP 모드만 먼저 출시하려고 했던 걸 출시를 미뤄가며 PvE 모드를 추가했다.
이쪽은 매트 쿠퍼 CEO가 매달린 덕분에 어떻게든 된 모양이다.
“다행이네.”
PvP 모드만 냈다가는 팬들에게 엄청 욕먹었을 텐데.
[한국은 언제 와?]“이쪽 일 끝나면.”
[실리콘밸리에서 대체 뭘 하는데?]“뭐하긴. 열심히 일하고 있지.”
[니가 무슨 일을 해? 일은 시드가 다하잖아.]“…….”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 뭔가를 하고 있다.
나 없으면 누가 직원들에게 햄버거를 사다 주나?
* * *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몰려있다.
대다수는 망하지만, 그중 일부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 그 후에도 여전히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투위터 역시 그중 하나다.
차를 타고 투위터 본사 앞에 도착한 나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미팅실로 향했다.
투위터는 알렌 에버하트 인수 이후 직원 절반 이상이 잘리는 등 큰 혼란을 겪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
그곳에는 한 남자가 먼저 와있었다.
그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어이, 친구. 오랜만이야.”
“그런가요?”
생각해 보니 이번이 두 번째 만남.
하도 자주 연락을 해오니, 오랜만에 만났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잘 지냈어요?”
“그럼.”
그는 투위터 CEO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다. 여전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맡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앉아서 얘기를 나눴다.
“인도 공장 문제는 어떻게 됐나요?”
“놀랍게도 조건이 확 좋아지더군. 이전까지만 해도 인도산 부품 사용과 현지 업체 투자 등 온갖 조건을 내걸었는데 말이야. 조만간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야.”
“잘됐네요.”
알렌 에버하트는 웃음을 지었다.
“전부 네 덕이지. 선물이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데, 필요한 거 없어?”
“없어요.”
“사이버트론 줄까?”
“됐어요.”
“아니, 사양하지 말고.”
“…….”
안 받아! 안 받는다고!
지금 있는 차도 안 타고 다니는 판에, 받아봐야 어디에 쓰겠는가?
뭐, 티슬라 매니아라 할 수 있는 한세나는 좋아하려나?
쓸데없는 대화를 하는 사이,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정장을 입은 중년의 한국인.
다름 아닌 유성그룹 유재호 회장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어서 오십시오, 유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두 남자는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보면 알겠지만 둘은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 사교 모임과 행사장 등에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서 난 유재호 회장과 인사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
“잘 지내셨죠?”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주주로서 든든하네요.”
내 말에 알렌 에버하트는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넌 티슬라 주주기도 하고, 유성전자 주주기도 하네.”
“그렇죠.”
참고로 컨티뉴 캐피탈이 직접 투자하는 건 아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합작 투자펀드인 러시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
현재 보유량은 티슬라 8퍼센트, 유성전자 9퍼센트다.
참고로 알렌 에버하트는 티슬라 지분 14퍼센트를 보유하고 있고, 유재호 회장은 유성전자 1.6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 계열사를 통해 17퍼센트를 추가 보유 중이다.
어쨌거나 러시 펀드는 단일 펀드로는 티슬라와 유성전자 최대주주라 할 수 있다.
난 농담처럼 말했다.
“다들 저한테 잘 보이셔야 할 겁니다.”
두 사람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만난 이유는 자동차용 반도체 때문.
과거 자동차는 엔진으로 움직이는 기계였다. 그러나 현재는 바퀴 달린 전자기기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숫자 역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는 적으면 수십 개, 많으면 100개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그렇다면 티슬라 차량은 몇 개가 필요할까?
놀랍게도 딱 4개다.
이게 가능한 것은 센터콘솔에 위치한 통합제어장치가 모든 차량 기능을 제어하기 때문.
반면, 다른 자동차회사들의 차량은 제어장치가 각 파츠별로 흩어져 있다.
그렇다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왜 이렇게 하지 않는 걸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티슬라는 자체 차량용 OS를 만들고 이를 위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한다. 반면,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협력업체에서 만든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 작동 역시 제각각으로 이뤄진다.
둘째는 통합제어장치를 설계하고 만드는 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OS를 개발하고 칩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설계와 생산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
티슬라의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게 입증된 만큼,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소수 반도체의 통합제어 방향으로 전환 중이지만, 적어도 1~2년은 걸릴 전망이다.
유재호 회장이 말했다.
“요청하신 대로 미국 공장에 티슬라 전용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설치하겠습니다. 또한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IT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을 해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