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59
559화. 실리콘밸리의 일상 (10)
난 트리시와 함께 실리콘밸리에 왔던 때를 떠올렸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여동생을 본 숀은 깜짝 놀랐다.
그때 나도 잠깐 여동생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면 어떨지 생각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세나는 신났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오게 됐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시드가 놀러 오라고 비행기표 보내줬어. 오빠 놀래켜 주려는 거니까 미리 말하지 말라고 했고.”
물론 시드가 직접 비행기표를 끊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비서에게 시켰겠지.
세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빠, 나 많이 보고 싶었다며?”
“……내가?”
이게 무슨 말이야?
“왜 모른 척해? 내가 가장 소중하다며? 시드한테 들었어.”
“아…….”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날 것 같다.
그저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 얘기가 이렇게 와전될 줄이야!
“너 학교는 어쩌고?”
“지금 방학 중이야.”
“…….”
대체 뭔 놈의 대학이 이렇게 방학이 길어?
세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포니테일을 한 귀엽게 생긴 여자애도 함께였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오빠.”
“어. 안녕, 소진아. 잘 지냈어?”
“네네.”
K-팝 페스티벌 때 만난 이후로는 처음이다.
“다른 둘은?”
“아! 예진이랑 유경이요?”
“응.”
“급하게 정해지는 바람에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왔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세나와는 달리, 소진이는 토끼 같은 눈을 크게 뜬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 여기 스노우 크래시 맞죠?”
“응.”
소진이는 내 뒤에 서있는 시드를 가리켰다.
“이분은 시드 루카스고…….”
세나는 놀란 듯 물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유명하니까. 기사에도 나오고.”
“기사? 시드가 기사에 나왔어?”
“으응.”
시드는 다른 스타 CEO들처럼 언론 노출을 활발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기사를 통해 이름과 얼굴 정도는 알려졌다.
보고 바로 알 정도면 소진이는 경제 기사 같은 걸 잘 챙겨보는 모양이다.
소진이는 나를 보며 물었다.
“오, 오빠는 대체 정체가 뭐예요?”
“정체?”
“네. 지난번 할리우드 스타들과 알고 지내는 것도 그렇고, 지금 스노우 크래시에 계신 것도 그렇고. 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하긴.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지.
물론 내 여동생은 바보라서 전혀 이상하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지만.
여기까지 알게 된 마당에 더 이상 숨기기는 힘들다.
난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컨티뉴 캐피탈 CEO야.”
소진이는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었다.
“네? CEO요? 컨티뉴 캐피탈 CEO는 데이비드 록허트잖아요.”
그것까지 알고 있다니.
얘는 평소에 뉴스만 보며 사나?
“공동 CEO야.”
“아…….”
실제로는 컨티뉴 캐피탈이 내 소유고, 데이비드 록허트는 월급 사장이지만…… 여기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고작(?) 공동 CEO인 것으로 밝힌 것만으로도 소진이는 큰 충격에 빠졌다.
“컨티뉴 캐피탈이라니…… 진짜요?”
“진짜야.”
“어떻게요?”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얘기하자면 길다.
하루에 하나씩 얘기해도 500일쯤 걸리지 않을까?
세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왜 그래? 뭔데? 뭔데?”
“방금 들었잖아. 미루 오빠가 컨티뉴 캐피탈 공동 CEO라고.”
“컨티뉴 캐피탈이 뭔데?”
“몰라?”
세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처음 들어봐.”
“…….”
내 여동생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
사실 레드록이니, 릴가드니, 화이트로드니 같은 유명 사모펀드와 투자회사도 아는 사람만 알지, 관심 없는 사람은 잘 모른다.
그러니 컨티뉴 캐피탈이 뭔지 모를 수도 있지……가 아니라, 대체 어떻게 모를 수 있어!?
컨티뉴 캐피탈은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전세계에서 온갖 사건을 일으켰다.
사마라 회장 탈출 사건, 페이스노트 공매도, 페더 공매도, 요코하마 일렉트론 인수전, 게임스타트 폭등 사태, 수니르 모터스 파산과 수니르 그룹 공매도 등등.
이 중 한국과 관련된 투자도 한둘이 아니다.
한정그룹 해체, LD스튜디오 폭락, GL케미칼 공매도, GL엔텍 폭등 사태, 모카뱅크 폭락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특히 GL엔텍 사태 때는 뉴스에서 하루 종일 컨티뉴 캐피탈에 대해 떠들어댔을 정도다.
그런데 대체 왜 처음 들어?
소진이는 차분하게 설명해주었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 제일 잘나가는 투자회사야.”
“응?”
세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소진이는 답답한지 귀에 대고 뭐라고 속닥거렸다.
그러자 세나는 깜짝 놀랐다.
“우와! 진짜? 우리 오빠가 그 정도라고?”
“응응.”
세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마, 말도 안 돼. 게임 산다고 내 세뱃돈 뺏어가고, 내가 사다 놓은 디저트 몰래 먹어놓고 안 먹었다고 우기고, 맨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서 엄마한테 등짝 맞고, 집에서 방구석이나 긁던 우리 오빠가!?”
“…….”
내가 언제 그랬니?
혹시 얘 나 말고 다른 오빠가 있나?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시드는 나를 보며 말했다.
“혹시 제가 잘못한 건가요?”
이제는 한국어도 곧잘 하니 무슨 얘기인지 다 알아들은 모양이다.
“아니야. 잘못은 무슨.”
시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저 놀러 오라고 하니 한달음에 미국까지 달려온 한세나가 잘못일 뿐.
그러고 보니…….
“세나를 부른 건 니가 생각해낸 거야?”
“아니요. 형한테 고마워서 뭔가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니까, 자기를 불러달라고 해서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
역시 한세나가 원흉이구나!
우리 순진한 시드를 감언이설로 꼬드기다니.
시드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형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난 재빨리 말했다.
“조, 좋아.”
“정말요?”
“물론이지. 좀 놀랐을 뿐이야.”
“다행이네요.”
내 말에 시드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
얘 사회성을 어떡하지?
세나는 계속해서 감탄했다.
“우와! 우와! 우리 오빠 굉장해!”
그 모습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제 알겠니, 동생아?
네 오빠가 이렇게 굉장한 사람이란다.
“오빠.”
“왜?”
“나 배고파.”
“…….”
여기까지 왔으니 어쩌겠나?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고.
“일단 밥 먹으러 가자.”
“응.”
난 나가는 길에 소진이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그런데 아까 세나한테 뭐라고 설명한 거야?”
“아! 오빠가 알렌 에버하트보다 더 대단하다고 말했어요.”
“…….”
알렌 에버하트는 무슨 전투력 측정기야?
* * *
실리콘밸리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빅테크 기업들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였다.
난 경호원과 가이드를 대동한 채 세나와 소진이를 데리고 실리콘밸리를 관광시켜주었다.
“여기가 엔플 사옥이야.”
세계 최대 기업답게 엔플 본사 사옥은 크고 아름다웠다.
난 입구에서 세나와 소진이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나?”
“입구까지는. 방문객을 위한 견학 코스가 마련되어 있지만, 워낙 인기가 좋아서 미리 신청해야 해.”
뭐, 내가 얘기하면 그냥 들여보내 줄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소금 뿌리며 쫓아내던가.
“나 엔플 좋아하는데. 스마트폰은 역시 엔폰이지.”
난 세나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보며 물었다.
“뭐야? 너 언제부터 엔폰 썼어?”
“무슨 말이야? 쓴 지 한참 됐는데.”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
“엔폰 쓰지 말고 코스믹폰 쓰도록.”
“왜? 난 엔폰이 좋은데.”
“…….”
엔플은 앱마켓 수수료를 30퍼센트씩이나 처받는 아주 나쁜 놈들이란다.
소진이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들어보였다.
“전 코스믹폰 써요, 오빠.”
난 엄지를 치켜세웠다.
“훌륭해. 참고로 구블 역시 앱마켓 수수료를 많이 뜯어가니, 결제시에는 코스믹스토어나 웹을 이용하도록.”
“네네.”
세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오빠도 옛날에는 엔폰 썼으면서. 대학생 때 공부해야 한다며 부모님 졸라서 엔북도 샀고.”
“…….”
그때는 엔플과 이렇게 싸우게 될 줄 몰랐지.
소진이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혹시 탐 키튼 CEO도 만나보셨어요?”
“응.”
“와아!”
그러자 세나가 물었다.
“그럼 알렌 에버하트도 만나봤어?”
“응.”
“우와! 나도 만나고 싶어.”
“만나서 뭐하게?”
“그냥. 재미있는 사람이잖아.”
“재미있긴 하지.”
그래도 이쪽과는 나름 친한 편이다.
이어서 페이스노트 본사도 방문했다.
“나 린스타그램 좋아하는데. 오빠가 말해서 안에 구경 좀 하면 안 돼?”
난 고개를 저었다.
“여기랑도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럼 구블은?”
“거기랑도 별로.”
투위터라면 얼마든지 구경시켜줄 수 있지만, 거기는 정작 볼 게 없다. 저번에 보니까 쓰레기통도 제대로 안 치웠던데.
해고한 청소부가 아직 안 돌아왔나?
세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대체 오빠는 왜 다 사이가 안 좋아?”
“그건…….”
그동안 내가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지.
생각해보니 사방이 다 적이다.
나중에 보복당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티슬라 본사 가보면 안 돼? 가보고 싶은데.”
초창기 티슬라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거기는 텍사스에 있어.”
“그럼 나중에 데려가 줄 거야?”
“너 하는 거 봐서.”
“…….”
* * *
실리콘밸리를 충분히 둘러본 다음, 이어서 샌프란시스코도 관광하기로 했다.
마침 퇴근 시간인 관계로 차로 이동하려면 길이 막힌다.
그래서 야경도 볼 겸해서 아예 헬리콥터를 띄웠다.
헬멧을 쓴 세나와 소진이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나 헬리콥터 처음 타 봐. 좀 무서운데.”
“걱정할 것 없어. 그냥 자리에만 앉아있으면 돼. 안전벨트는 절대 풀지 말고.”
소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많이 타보셨나 봐요.”
“…….”
아니. 사실 나도 처음이야.
헬리콥터 내부가 이렇게 시끄러운지 처음 알았다. 이래서 헬멧을 쓰고 무선으로 대화하는 거구나.
헬리콥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동안 샌프란시스코 야경은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에서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다.
난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다리를 가리켰다.
“저기가 골든게이트 브릿지. 금문교야.”
세나와 소진이는 스마트폰을 들고 연신 사진을 찍었다.
“야경 너무 예쁘다.”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한 시간가량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비행한 헬리콥터는 바로 호텔 옥상의 착륙장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무사히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하는데 호텔 지배인이 다가와 정중하게 말했다.
“가족분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서비스로 샴페인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지배인은 직접 샴페인을 따라주었다.
세나는 새삼 감탄하며 말했다.
“우리 오빠, 진짜 어마어마하구나.”
“어마어마는 무슨.”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됐어도 오빠는 내 오빠지?”
난 피식 웃었다.
“그럼.”
아무리 얄미워도 동생은 내 동생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