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61
561화. 실리콘밸리의 일상 (12)
송 가즈키 회장은 회상하듯 말했다.
“워크스페이스는 공유오피스라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손쉽게 계약해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임대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공간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티를 장려해 이용자들끼리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협업을 하거나 사람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기 마련.
공유오피스는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다.
“전 공유오피스야말로 미래의 사무실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죠.”
한때 실리콘밸리에서는 공유경제 열풍이 불었다.
공유숙박, 공유차, 공유킥보드, 공유자전거 등등. 공유오피스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바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그는 워크스페이스 창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150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직후 워크스페이스의 가치는 치솟았다.
송 가즈키 회장은 한때 실리콘밸리의 큰손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때문에 그가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업 가치가 치솟기 일쑤였다.
그러나 상장을 앞두고 숨겨왔던 부실이 터져 나왔다.
원인은 창업자이자 CEO인 체이스 존스의 도덕적 해이였다.
그는 회사 명의로 전용기, 슈퍼카, 호화 리조트를 사들여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자기 소유의 빌딩을 워크스페이스에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그러는 사이 회사 경영은 악화돼 매출만큼이나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그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지분을 계약대로 5억 달러에 매각하고, 이후 5년간 자문료로 2억 5천만 달러를 챙겨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애초에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였습니다.”
공유오피스는 다른 공유경제와는 형태가 조금 다르다.
워크스페이스는 건물을 통째로 빌린 다음, 이를 잘게 쪼개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한마디로 공간을 싸게 임대해 비싸게 임차한다.
공유오피스라고 하니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임대업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 오프라인이라는 것이다.
공유숙박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에어비앤씨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을 중개만 해줄 뿐이다. 이는 공유 모빌리티 에이버 역시 마찬가지. 차를 가진 사람과 이용자를 중개만 해줄 뿐이다.
처음 앱을 만들고 사람을 모으는 게 어렵지, 그 이후에는 100명이 이용하나 1,000명이 이용하나, 고정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초기에는 적자를 보더라도 규모가 커지면 수익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공유오피스는?
고객이 10배 늘어나면, 공간 역시 10배로 늘어나야 한다.
매출이 커짐에 따라 비용이 함께 오르는 구조다.
또 하나의 문제는 카피가 쉽다는 것.
뭐 하나 성공하면 따라 하는 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때문에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특허의 보호를 받거나,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거나, 시장을 선점하는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온갖 조치를 취한다.
코카콜라보다 더 맛있는 콜라가 나온다고 한들, 코카콜라를 이길 수는 없다.
페이스노트보다 더 뛰어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든다고 한들, 페이스노트만큼 사용자를 모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유오피스는 그렇지 않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며, 선점 효과나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워크스페이스가 성공하자, 이를 카피한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장을 나눠먹었다.
어쨌거나 장사만 잘됐으면, 지금처럼 파산 위기에 몰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피스 수요가 줄어들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갈 수 있다는 게 공유오피스의 장점.
오피스 수요가 줄어들자 공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인터넷 기업이라면 서버를 줄이면 그만이지만, 이미 임대한 빌딩은 계약만료 전까지는 줄일 수도 없었다.
아무리 공실이 늘어도 건물주에게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는 고정비용으로 남았고, 이를 워크스페이스가 전부 감당해야 했다.
게다가 하필 워크스페이스가 장기 임대계약을 맺은 타이밍은 빌딩 가격와 임대료가 가장 높았던 시기다.
결국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렇게 빠르게 공유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메타버스 오피스의 확장 때문이다.
* * *
현재 메타버스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첫째는 게임.
그리고 둘째는 오피스다.
전자가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형태라면, 후자는 공급 이전부터 엄청난 수요가 있었다.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데 어느 기업이 마다하겠는가?
판게아 오피스는 두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첫째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판게아 오피스에 접속하여 마치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처럼 업무를 할 수 있다.
어디든 앉아 노트북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사무실 공간으로 들어가 기존에 하던 작업을 그대로 이어서 하는 것이다.
둘째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메타버스 오피스는 각종 사무용 툴을 제공했고, 이는 업무 효율을 증대시켜 인력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었다.
이미 메타버스 오피스에 여러 IT기업이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는 중.
스노우 크래시는 판게아 오피스를 런칭했고, 이는 엄청난 대박을 터트렸다.
대기업의 경우 기존에 해온 방식이 있는 만큼 바로 전환하기는 힘들다.
반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일수록 더욱 빠르게 판게아 오피스를 도입했고, 이러한 흐름이 오피스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공유오피스 시장에 엄청난 타격이었다.
원래 공유오피스의 경쟁 상대는 기존 오피스였다. 그러나 이제는 메타버스 오피스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송 가즈키 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스노우 크래시에 투자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되는군요.”
스노우 크래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알렉스 프레스턴과 롤프 부치는 회사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으니 인수는 불가능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분 투자는 할 수 있었겠지.
내가 인수한 이상 이제는 불가능해졌지만.
“그랬다면 많은 게 바뀌었겠죠.”
송 가즈키 회장은 나에게 물었다.
“워크스페이스에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마 대답을 알면서도 묻는 것이겠지.
난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의 투자는 무의미합니다. 지금은 비용을 줄이는 게 최선입니다.”
워크스페이스는 그동안 투자를 받은 돈으로 빌딩을 사들여 사옥을 짓고, 사업 확장을 위해 더욱 많은 빌딩을 임대했다.
그러나 현재는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사옥마저 팔아야 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워크스페이스 본사인 이곳에서 이렇게 만난 이유 역시 바로 그 때문.
이 빌딩의 가격은 약 3억 달러.
현재 워크스페이스 시총보다 높은 금액이다.
뭐, 어차피 70퍼센트가 대출이지만.
투자 가치가 크지는 않지만, 지금 스노우 크래시는 사무실 확장이 필요하다. 그러니 적당한 매물이 있다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 * *
[(WST) 워크스페이스 파산 위기, 강력 구조조정 시작](전략)
경영난에 직면한 공유오피스 업체 워크스페이스가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직원의 40퍼센트인 4,000여 명을 해고했고, 보유 자산 매각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를 공실 중인 빌딩으로 이전하고, 사옥은 스노우 크래시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약 3억 달러로 알려졌다.
(중략)
한때 워크스페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현재는 메타버스 오피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워크스페이스는 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유동성과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 임대 비용 절감을 위해 향후 10개월 동안 기존 임대계약을 수정 협상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워크스페이스 파산 우려가 커지며 주가는 또다시 30퍼센트가 폭락했다.
주가가 9센트 수준까지 떨어지자 워크스페이스는 주식을 40대 1 비율로 병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와아! 그 잘나가던 워크스페이스가 이렇게 망하네.
-ㅅㅂ 워크스페이스 주식 샀다가 폭망함ㅜㅜ
-한때 공유오피스 엄청 인기였는데…….
-지금도 대도시에 워크스페이스 간판 단 건물들이 즐비함. 안에 들어가 보면 텅텅 비어있지만.
-이제 대세는 판게아 오피스지.
-집이나 카페에서도 똑같이 일할 수 있는데, 굳이 공유오피스를 쓸 이유가???
-한 번도 안 써본 기업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기업은 없다!
-ㅋㅋㅋ 워크스페이스 본사 사옥을 스노우 크래시가 사들이네.
-스노우 크래시는 상장 안 하나?
-상장하면 무조건 달려가서 산다!
* * *
난 세나와 소진이, 그리고 시드를 데리고 놀러 나왔다.
이 중에서는 내가 제일 연장자.
이러고 있으니 무슨 애들 인솔해서 소풍 온 선생님 같은 느낌이다.
세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일이면 한국 돌아가네.”
“돌아가야지.”
어서 돌아가서 나 대신 부모님께 효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나 그냥 미국에서 살면 안 되나?”
“응?”
얘는 귀화라도 할 생각인가?
“미국 너무 좋은 것 같아. 나 아무래도 미국 체질인가 봐.”
“…….”
난 세나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얘는 아무리 봐도 한국 체질이 맞다.
소진이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오빠. 덕분에 재미있게 놀았어요. 매번 이렇게 신세만 져서 어떡하죠?”
난 손을 내저었다.
“감사는 무슨. 얘랑 놀아줘서 내가 더 고맙지.”
그나마 세나 옆에 소진이가 있어서 안심이다.
더 놀다 가면 좋겠지만, 개강이 코앞이라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지금 몇 학년이야?”
“올해 4학년이요.”
“오! 내년이면 졸업이네.”
“네.”
“졸업하면 뭐하고 싶어? 대학원?”
“아니요. 취직해야죠.”
“생각해놓은 곳은 있어?”
내 물음에 소진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에 들어가고 싶어요.”
“응?”
말해놓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이며 변명하듯 말했다.
“워, 원래 투자회사에 취직하고 싶었거든요. 그중에서 컨티뉴 캐피탈이 최고잖아요.”
“뭐, 실력만 있으면 안 될 것도 없지.”
“정말요?”
“그럼.”
학벌이 전부는 아니지만, 강서대 경영학과면 지원 자격은 충분하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세나가 말했다.
“그럼 나도 오빠 회사에 취직할까?”
“아니.”
넌 안 돼.
냉철한 투자자는 혈육의 정 따위에 이끌리지 않는 법.
그런데 사실 성공한 사업가가 가족과 지인들 데려다 앉히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다.
알렌 에버하트만 해도 티슬라 이사회에 자기 동생 앉혀놓았고.
세나는 시드에게 말했다.
“다음에 한국에 놀러 오면 내가 안내해 줄게.”
“응. 갈게.”
“진짜?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홍대 가볼래?”
시드랑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도 재주다.
그 모습을 보며 소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둘이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에 난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절대 안 돼. 난 허락할 수 없어.”
그러자 소진이는 살포시 웃었다.
“푸훗! 역시 오빠는 세나를 엄청 아끼네요.”
“……응?”
아니, 우리 시드는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