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63
563화. 실리콘밸리의 일상 (14)
스노우 크래시는 워크스페이스가 사용하던 건물로 이전할 계획.
완전히 이전하는 건 아니고 현재의 건물도 같이 쓸 예정이다. 때문에 캐시 볼로드 CFO는 부서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난 시드와 얘기했다.
“세나는 잘 갔어요?”
“응. 너한테도 고맙다고 전해달래.”
“저도 재미있었어요.”
“다행이네.”
그래도 세나가 온 덕분에 시드도 며칠 휴가를 내서 바람을 쐤다.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겠지.
“알렌 에버하트는 어땠어?”
“대단하던데요.”
역시 천재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지.”
세상에 천재는 많다.
찾아보면 알렌 에버하트 정도의 천재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적인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돼.”
알렌 에버하트는 20대에 자신이 창업한 기업을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다.
그의 동료들은 비슷한 인터넷 기업을 창업했지만, 그는 전기차와 로켓이라는 전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가 뛰어들기 전까지 이 두 분야는 시장조차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전재산을 쏟아부은 것은 물론, 일주일을 둘로 쪼개 잠도 제대로 자지 않으며 두 기업을 오가며 일했다.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대박이었을 텐데, 그는 두 기업을 전부 성공시켰다.
티슬라는 전기차를 넘어 모든 자동차회사를 통틀어 최고의 기업이 됐고, 스페이스Z는 민간우주개발 시대를 열어젖혔다.
지금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가 처음 투자했을 때만 해도 모두가 실패할 거라 했고, 실제로도 수차례 망할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걸 극복해냈다.
괜히 인류 최강의 남자가 된 게 아니지.
“AI에 대한 식견도 대단하던데요.”
“그렇겠지.”
알렌 에버하트는 AI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전부터 관련 회사를 인수하거나, 돈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슈퍼컴퓨터와 AI 개발에 돈을 쏟아붓고 있고.
목표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이지만, 이를 활용해 로봇 등 다른 분야로도 뻗어 나가겠다는 계획.
AI는 미래 산업의 핵심.
여기서 주도권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은 AI 경쟁을 위한 질주를 시작했다.
“현재 AI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은 수준이 떨어져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스노우 크래시는 1회차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알렉스 프레스턴과 롤프 부치가 운영했을 때는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현재는 강력한 견제를 받는 중이다.
“…….”
뭐, 주로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긴 했다만.
그러나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시드는 자신있게 말했다.
“어느 AI도 미미르를 따라올 수 없을 테니까요.”
미미르는 세계 최고의 AI 프로그램.
이는 빅테크 기업들을 추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아무리 좋은 무기라고 해도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시드는 미미르의 또 다른 아버지.
난 시드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 * *
전용기는 세나와 소진을 태워 한국으로 보낸 관계로 난 오랜만에 일반 항공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몇 년 전이라면 돈 아낀다고 이코노미석을 탔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만큼 람다 항공 퍼스트 클래스로 끊었다.
그런데 공항 수속 과정에서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1등석이 취소돼 이코노미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예?”
처음에는 직원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
“아니, 왜요?”
“좌석 부족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도 없나요?”
“예. 이코노미석을 타시거나, 다음 비행기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코노미석이 비즈니스석로 승급되는 경우는 봤지만, 1등석이 이코노미석으로 강등되는 건 처음 본다.
오버부킹 때문인가?
항공사는 예약 취소나 변경 등에 대비해 좌석의 110퍼센트까지 예약을 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예약을 너무 받아서 승객을 못 태우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
그렇다 해도 1등석을 오버부킹하는 경우는 없을 텐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약속 시간을 맞추려면 이번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제 와서 다른 비행기를 잡기도 귀찮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환불이나 보상은 어떻게 되나요?”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확인 후 따로 연락이 갈 겁니다.”
“…….”
아니, 그걸 직원이 모르면 누가 알아?
결국 난 다른 승객들 틈에 껴서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다.
생각해보면, 원래 난 이코노미를 잘만 타고 다녔다. 1회차 때 비즈니스를 탄 건 딱 한 번뿐.
그나마도 마일리지 열심히 모아 업그레이드한 거지만.
어쨌거나 평소에는 항상 이코노미를 애용했고, 딱히 불편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뭐야? 왜 이렇게 좁아?”
자리에 앉은 나는 깜짝 놀랐다.
팔걸이 사이에 몸이 끼는 듯했고, 무릎은 앞좌석에 닿을 듯했다.
원래 이코노미가 이렇게 좁았나?
아니면, 그사이 더 좁아졌나?
요즘 먹고 살 만해졌더니, 역체감이 이렇게 클 줄이야.
이제 와서 내리겠다고 하면 안 되겠지?
다행히 시애틀까지는 두 시간밖에 안 걸린다.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옆자리에 사람이 앉았다.
아들과 딸을 둔 부부였다.
남자는 한국어로 말했다.
“당신이 애들이랑 그쪽에 앉아. 내가 여기 앉을게.”
남자는 내 옆에 앉았고, 여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복도 맞은편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난 남자에게 물었다.
“한국인이세요?”
내 물음에 그는 반색했다.
“맞습니다.”
“저도 한국인입니다. 여행 중이신가 보네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가족여행 중이에요.”
“좋네요.”
애들은 이제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와 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다.
오빠는 여동생의 좌석벨트를 매주었다.
“비행기에서는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응, 오빠.”
나이 차이가 나는 남매를 보고 있자니,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내 여동생도 저 때는 엄청 귀여웠는데…….
세나는 잘 도착했으려나?
남자는 나에게 물었다.
“혼자 여행 중이신가요?”
“아니요. 출장 때문에요. NS에 가는 길입니다.”
“아! NS.”
“예. 사티아 샤말란 CEO와 약속이 있어서요.”
내 말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렇군요.”
“…….”
농담 아닌데.
어차피 할 일도 없기에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김대식.
하는 일은…….
“어! 유성전자에서 일하세요?”
“네.”
여기서 유성전자 직원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럼 혹시 유재호 회장님도 본 적 있나요?”
“네. 구내식당에서 밥 먹다가 한번 봤어요. 갑자기 오신 바람에 모두가 깜짝 놀랐었죠.”
“오!”
한국인은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더니.
비행기 안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들어찼다.
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데,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다.
남자 승무원 두 명이 다가와 김대식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주셔야겠습니다.”
김대식은 황당해하며 물었다.
“뭐가 잘못됐나요?”
“좌석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규정에 따라 보상해드릴 테니,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안 됩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요.”
“거부한다면 강제로 끌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
그가 안 나가겠다고 하자 공항경찰까지 달려들어 김대식의 몸을 붙잡고 억지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우리 아빠 놔줘요!”
“자, 잠깐. 제발 이러지 마세요!”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아내는 승무원들을 말렸다.
몇몇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그 장면을 찍었다.
“…….”
이건 또 대체 무슨 상황인가?
방금까지 나와 대화하던 사람이 무슨 범죄자처럼 질질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멈춰!”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집중됐다.
난 당당하게 승무원에게 말했다.
“제가 대신 내리겠습니다. 그러니 그분을 놔주세요.”
* * *
결국 난 비행기에서 내렸다.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알렌 에버하트가 현피 뜨러 전용기 타고 날아왔을 때만큼이나 황당한 상황이다.
“죄송합니다. 괜히 저희 때문에…….”
내 옆에는 김대식과 가족들이 서 있었다.
그들이 여기 있는 이유는 다 같이 사이 좋게 쫓겨났기 때문.
으음, 설마 다 같이 쫓겨날 줄이야.
“그보다 몸은 괜찮으세요?”
“예. 전 괜찮습니다.”
“…….”
안 괜찮아 보이는데.
승무원들이 강제로 끌어내는 바람에 옷은 찢어졌고, 뿔테안경은 다리가 부러졌다. 때문에 그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여자애는 울다 지쳤는지 훌쩍거렸고, 오빠가 안아서 달래주었다.
1등석이 이코노미석으로 바뀌질 않나, 그 이코노미석에서 쫓겨나질 않나.
이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더 어이없는 건 수화물은 안 내려줘서 그건 그대로 날아갔다는 거다.
어차피 시애틀로 갈 생각이니 거기서 받으면 그만이지만.
“잠시만요.”
난 컨티뉴 캐피탈 비서실에 연락했다.
“여기 샌프란시스코 공항인데,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전용기 있나요?”
[알겠습니다.]지시한 지 5분도 안 돼서 답변이 왔다.
[확인해서 바로 예약했습니다. 이륙 신청해놓았으니, 게이트로 이동하셔서 탑승하시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난 김대식과 가족들에게 말했다.
“저랑 함께 가시죠.”
* * *
방금 비행기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따라 터미널로 이동한 김대식과 가족들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자, 잠깐. 이거 전용기 아닌가요?”
“네. 방금 빌렸어요. 같이 타고 가시죠.”
“저희는 그만한 돈이 없는데.”
“그냥 타셔도 됩니다. 공짜니까요.”
“예? 정말입니까?”
“네. 어차피 가는 길인데요. 저 혼자 타나 4명이 더 타나 그게 그거잖아요.”
당연하게도 전용기는 처음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살면서 전용기를 타볼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마 일평생 없을 가능성이 높다.
비행기에서 쫓겨났을 때만 해도 여행을 완전히 망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이런 호화 전용기를 타게 될 줄이야!
아내는 그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여보. 이거 정말 타도 되는 거예요?”
“그, 글쎄.”
걱정하는 부부와는 달리 아이들은 신나서 뛰어다녔다.
“아빠! 이 비행기 너무 신기해요!”
“엄마! 의자 푹신푹신해!”
그는 아이들을 타일렀다.
“조용히 있어야지.”
한미루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다른 승객도 없는데요. 마음껏 소리 지르고 뛰어다녀도 돼요.”
김대식은 지금 상황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대체 누구기에 이런 비싼 전용기를 바로 빌린단 말인가?
“뭐 하시는 분인가요?”
그러자 한미루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미국에서 작은 사업을 하나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