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71
571화. 람다 항공사 (4)
NS가 나서자 다른 기업들도 속속들이 람다 항공사를 규탄하며 회사 차원에서의 대응을 시사했다.
[스노우 크래시, 람다 항공사 보이콧!]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피터 테일러 회장, 인종차별로 밝혀질 경우 람다 항공사와 제휴 종료하겠다 선언!] [레전드게임즈, 블록게임즈 직원 출장 시 람다 항공사 이용 안 할 것!] [게임 업계, 람다 항공사 보이콧 선언 이어져…….] [람다 항공사, 창립 100여 년 만에 최대 위기!]보이콧에 나선 기업들 중에는 컨티뉴 캐피탈과 관련 있는 기업들이 많았다.
다들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에 의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혹시라도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서비스 관련 기업들은 즉시 매뉴얼을 점검하고, 직원 교육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쫓아낸 한국인이 컨티뉴 캐피탈 임원이었다는데?”
“그래? 난 CEO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컨티뉴 캐피탈을 건드렸다는 거 아니야?”
“미친놈들인가? 하필이면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설마 베이커 회장이 팔아치운 것도 그것 때문인가?”
“이거 아무래도 쉽게 끝나지 않겠는데.”
“지금이라도 공매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몇몇 투자사들은 서둘러 공매도에 나서며 람다 항공사의 주가는 또다시 미끄러져 내렸다.
* * *
데이비드가 말했다.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군요.”
“그만큼 항공사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죠.”
그러니 한번 불을 붙이니 활활 불타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 움직임도 심상치 않군요.”
“그러게요.”
그 이유는 얼마 전 내가 마크 필립스 상원의원과 통화하며 슬쩍 얘기를 흘렸기 때문.
난 비행기에서 쫓겨났을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지금 생각해도 분노가 끓어오른다.
만약 1회차 때 이런 일을 당했다면, 방바닥만 때리며 분을 삭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컨티뉴 캐피탈 CEO.
이런 악덕 기업은 공매도로 응징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회사로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인의 이름을 들은 나는 웃음을 지었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돈이 많아야 하나 보네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번 받아보죠.”
난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람다 항공사의 CEO 아놀드 피셔입니다.]“반갑습니다. 한미루입니다.”
그는 바로 말했다.
CEO가 직접 연락해 사과하다니!
그의 말과 행동에서 엄청난 진정성이 느껴지…… 지는 않았다.
“혹시 김대식 씨에게도 이렇게 사과하셨나요?”
[네?]“저야 그나마 제 발로 걸어 나갔지만 김대식 씨는 끌려 나갔습니다. 그쪽이 훨씬 심한 피해와 모욕을 당했으니, 사과해야 한다면 김대식 씨와 그 가족들에게 먼저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그건…….]“혹시 제가 컨티뉴 캐피탈 CEO라서 저에게만 사과하시는 건 아니죠?”
[아, 아닙니다. 그 승객분께도 사과드릴 생각이었습니다.]“직원에 대한 징계 처리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네…… 그 부분도 조속히 처리할 예정입니다.]왠지 내가 말 안 했으면 슬쩍 넘어가려 한 것 같은데.
“좋습니다. 한번 믿고 기다려보겠습니다.”
* * *
마틴 솔티스.
그는 람다 항공사에서 20년 동안 일했고, 얼마 전 캐빈 매니저(Cabin Manager)로 승진했다.
캐빈 매니저가 하는 일은 항공기의 서비스와 안전을 책임지는 것.
그에게는 지시를 따르지 않는 승객을 제압해 구속하거나, 비행기에서 내리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이번 일 역시 그런 여러 사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처음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그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 측에서도 별 얘기가 없었다.
아놀드 피셔 CEO는 고객에게 사과를 전하면서도 오히려 직원들의 대응을 칭찬했다.
그런데…….
갑자기 항공사 최악의 서비스 사건이자 인종차별 사건으로 번지며, 대중의 관심이 점점 집중됐다.
언론사에서 내보내는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에이튜브와 SNS 등에는 모자이크 안 된 영상이 퍼져나갔다.
처음 에이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어느새 3천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패러디 영상들도 속속 올라왔다.
심지어는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기도 했다.
승객들은 사진을 찍거나 말을 걸었다.
“어! 인종차별한 그 승무원 맞죠?”
“우와! 우리도 질질 끌고 가서 내동댕이치는 거 아니야?”
“아시아인만 내쫓는다고 들었는데, 흑인은 괜찮죠?”
“혹시 오버부킹이면 말씀해 주세요. 쫓겨나기 전에 제 발로 내릴게요.”
일부 승객들은 인종차별주의자와 함께 있는 게 불쾌하다며 홈페이지에 클레임을 걸기도 했다.
회사 측에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를 포함해 강제 하기 사건에 연루된 승무원들을 전부 비행에서 배제했다.
승무원들은 그에게 말했다.
“어떡하면 좋습니까?”
“영상이 하도 퍼져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지경이에요.”
“전 지금 인종차별주의자로 찍혀서 파혼하게 생겼습니다!”
마틴 솔티스는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왜 다들 나한테 그래?”
“매니저님께서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그저 매니저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
‘아니 시킬 때는 아무 말 없이 따르더니!’
어쨌거나 그가 책임자고 지시를 내린 것은 사실이다.
파혼하게 생긴 승무원은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스스로 내리겠다는 지원자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모두를 다 내쫓아 이 지경으로 만든 겁니까?”
“그건…….”
마틴 솔티스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승무원들은 가족들이 있어서 안 내리겠다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동양인이 벌떡 일어나 자신이 내리겠다고 당당하게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니 마치 자신들이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원자가 나섰다고 그만뒀다면, 그 동양인은 다른 승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걸어 나갔을 것이다.
‘그 꼴이 보기 싫어 그냥 다 같이 내쫓았는데…….’
이렇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며칠 후, 사내 감사팀 직원이 마틴 솔티스를 찾아왔다.
담당자는 그에게 그날의 사건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하기할 대상으로 해당 승객을 고른 겁니까?”
“그냥 복도 쪽에 앉은 승객 중 아무나 골랐습니다.”
“회사 매뉴얼에 따르면, 먼저 지원자를 뽑고, 지원자가 없으면 항공권을 가장 늦게 구매한 승객이나 가장 저렴하게 구매한 승객, 또는 뒤늦게 탑승한 승객 중 골라서 내리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그렇긴 한데 임의로 고르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대신 내리겠다는 지원자가 나타났음에도 어째서 해당 승객, 가족, 지원자까지 전부 하기시킨 겁니까?”
마틴 솔티스는 변명하듯 말했다.
“그건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비행 도중 항의할 경우 모두가 곤란해졌을 테니까요.”
그러자 담당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항의가 걱정돼서 전부 비행기에서 내쫓았다구요? 하긴, 항공기에 타지 않으면 항의도 못 하겠군요.”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담당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피해자들이 아서&해리슨 로펌을 선임했습니다. 회사뿐만 아니라 물리력을 행사한 승무원들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합니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저쪽에서는 지금 이 상황을 인종차별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인종차별은 아닙니다!”
“그들이 아시아인인 게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아, 아닙니다.”
“다른 직원들의 얘기는 좀 다르던데요. 그동안 하기 승객으로 주로 아시아인을 골랐다고 하고, 미국 항공기에서는 미국인이 우선이라는 얘기를 자주 하고 다녔다는데…… 본인이야 어떤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인종차별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 뭐라구요!? 지금 제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겁니까?”
“해당 승객을 끌어낸 거야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대신 내리겠다는 지원자가 나타났음에도 가족들까지 전부 내쫓았다는 것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됩니다.”
“…….”
그는 대화에서 뭔가를 느꼈다.
‘설마 직원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려는 건가?’
일명 꼬리 자르기다.
매뉴얼을 어긴 것은 사실이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마틴 솔티스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대체 뭘 잘못했습니까? 다들 그렇게 해서 그런 건데…….”
“잘못이라…… 혹시 대신 내리겠다고 한 그 승객이 누구인지는 아십니까?”
당연히 알 리 없다.
“누굽니까?”
대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컨티뉴 캐피탈 CEO입니다.”
“……예?”
그는 나름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고, 때문에 컨티뉴 캐피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컨티뉴 캐피탈 CEO는 데이비드 록허트인데…….”
“공동 CEO라고 합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컨티뉴 캐피탈 CEO가 대체 왜 이코노미석에 탑승합니까?”
“기사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원래는 일등석을 예매했는데, 비행기 기종이 변경되는 바람에 이코노미석으로 강등됐습니다.”
마틴 솔티스는 당시 자리에서 일어났던 동양인 청년을 떠올렸다.
당당하게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하는 모습이 왠지 배알이 꼴려서 내쫓았는데…….
‘그 사람이 컨티뉴 캐피탈 공동 CEO라니!’
이제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이해가 됐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 CEO를 건드린 바람에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끌어낼 때 말을 해 주던가! 알았으면 안 내쫓았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회사 규정을 어긴 만큼 마땅한 징계가 내려질 겁니다.”
“예? 징계요?”
담당자는 차갑게 말했다.
“예. 매뉴얼에도 없는 과도한 대응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았습니까? 아시겠지만 지금 회사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아!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언론과 접촉하지 않기를 권고합니다. 잘못된 발언으로 회사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때는 감사팀이 아니라 법무팀이 나서게 될 테니까요.”
“…….”
무려 컨티뉴 캐피탈 CEO가 관련된 사건이다.
징계를 받는다면 감봉 몇 개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공식적인 사유야 어떻든 간에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만약 해고를 당한다면?
다른 항공사는커녕 일반 회사 취업조차 힘들 것이다.
아니, 아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마틴 솔티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내 인생은 이제 끝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