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72
572화. 람다 항공사 (5)
이 상황에 대해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김대식과 그 가족들이다.
한미루는 시애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그에게 말했다.
“제가 반드시 복수를…… 아니, 배상을 받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배상이요?”
“전 그냥 환불만 받으면 되는데…….”
“에이, 그 정도로 되나요? 부당한 대우를 당했으니 그에 마땅한 합의금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 얼마나 될까요?”
“제가 생각하는 최소 금액은 100만 달러입니다.”
“헉! 100만 달러!”
100만 원도 큰돈인데, 100만 달러라니!
‘10억이 넘잖아!’
직장인에게는 꿈만 같은 액수다.
“일단 변호사부터 선임하죠.”
“어…… 그 미국 변호사 비용은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비용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할 테니까요.”
이미 큰 도움을 받은 만큼 그가 시키는 대로 변호사에게 협상을 위임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 사태가 얼마나 커질지 상상도 못 했다.
김대식이 가족들과 시애틀과 라스베거스, 시카고 등을 차례대로 관광하는 사이.
이 사건은 미국 내는 물론 한국 언론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뤘고, 람다 항공사는 마치 비행기 추락 사고라도 난 것처럼 휘청거렸다.
어느새 그는 유명인이 되었다.
한국 내에 있는 회사 동료와 친척, 지인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 정도였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도 전화가 걸려 왔다.
[김대식 씨 되십니까?]핸드폰에서는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남자가 영어로 말을 하고 여성 통역사가 한국어로 통역하는 식이었다.
“네. 맞는데 누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람다 항공사 CEO 아놀드 피셔입니다.]“예? 누구라구요?”
[람다 항공사 CEO 아놀드 피셔입니다.]김대식은 영어로 말했다.
“그냥 영어로 하셔도 됩니다.”
[아! 영어를 하시는군요. 다행입니다.]“네. 그런데 진짜 람다 항공사 CEO세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보상과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통화를 하면서도 잘 믿기지가 않았다.
‘진짜 CEO가 직접 연락해 사과를 하고 있다고?’
아놀드 피셔 CEO는 몇 차례 진심 어린 사과를 한 다음 말했다.
[혹시 한미루 씨가 물어보면 제가 연락해서 사과했다고 말씀해 주시기를 꼭 좀 부탁드립니다.]“네.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그의 아내가 물었다.
“누구예요?”
“어, 음…… 람다 항공사 CEO라는데.”
아내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응? 진짜?”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아. 미루 씨가 사과하라고 얘기한 모양인데.”
그의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여보, 대체 그 사람 정체가 뭐예요?”
“나도 몰라.”
김대식은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인을 떠올렸다.
비행기에서 쫓겨나자 바로 전용기를 빌려서 출발시킨 남자.
그때는 그냥 돈 많은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이상인 듯했다.
‘아니, 그래서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 * *
보이콧이 이어지며 람다 항공사의 주가는 연일 폭락했고,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게다가 정치권은 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
결국 아놀드 피셔 CEO는 직접 사과에 나섰다.
이번에는 페이스노트에 몇 줄 올리는 것이 아닌, 기자들을 불러놓고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번에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대해 강제 하기 당한 승객들과 다른 모든 승객들께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의 잘못이며,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못된 점들을 바로 잡겠다고 고객과 직원들 모두에게 약속드립니다.”
이전에 변명으로 일괄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압도적인 사과였다.
기자들은 일제히 질문을 던졌다.
“구체적인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아놀드 피셔 CEO는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답했다.
“직원들의 행동과 오버부킹 상황에 대한 대처, 승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지난번 사과문에서 해당 직원들이 적절하게 대처했다며 칭찬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동일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직원들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해당 직원들은 현재 대기 발령 중이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승객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 접촉해 합의 중에 있습니다.”
“어째서 해당 승객에게 하기를 요청했는지 밝혀졌습니까?”
“그 부분은 매니저가 규정을 어기고 임의로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오버부킹을 중단할 계획은 없습니까?”
“그 부분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CEO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서 사과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별로 좋지 못했다.
-ㅋㅋㅋ 이전 사과문에서는 승객 탓하더니.
-자리를 재배치했을 뿐이라며?
-쫄리니 이제야 제대로 사과하네.
-사과에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
-응. 늦었어. 돌아가~
-이 정도 사과했으면 된 거 아님?
-되긴 뭐가 됨? 정작 오버부킹 안 하겠다는 말은 끝까지 안 하는데.
-결국 또 초과 예약받아서 승객 내쫓겠다는 건데.
-얘들은 답이 없음. 법으로 규제하는 게 최선임.
-의회는 뭐 하고 있냐? 의원들 놀고 있냐?
* * *
[미국 하원 교통인프라 위원회, 미국 주요 항공사 최고경영진을 불러 항공사 약관 및 고객 서비스 정책에 관한 청문회 개최!] [미국 4대 항공사 경영진 소환!] [라몬 하원의원, ‘이번 일을 계기로 항공업계의 부당한 관행들을 확인했다. 각 항공사가 고객 서비스에 관심을 쏟도록 추가 규제와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 [오버부킹, 수화물 운송료, 예약 변경과 취소 시 수수료 등, 고객에서 불리한 약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원에서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자, 이 소식에 다른 항공사 CEO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빌어먹을! 이 미친놈들이 대체 컨티뉴 캐피탈을 왜 건드린 거야?”
“젠장! 우리는 대체 무슨 죄야?”
“사고는 람다 항공이 치고! 욕은 다 같이 먹고!”
“주가 어떡할 거야!?”
* * *
항공은 정부 규제를 강하게 받는 산업이다.
하원이 청문회를 열고 새로운 규제안마저 나올 거라는 소식에 항공주들이 또다시 미끄러져 내렸다.
람다 항공사의 주가는 고점 대비 30퍼센트가 하락했고, 다른 항공사들 역시 평균적으로 20퍼센트가량 하락했다.
데이비드는 나를 보며 물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이 정도면 됐네요.”
수익을 보니 왠지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게 금융치료인가?
람다 항공사는 업계 1위.
이 정도 사건으로 망할 곳은 아니다.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는 빠져나올 때.
“슬슬 청산하죠. 브릿지월드 항공사만은 제외하고요.”
* * *
[(속보) 브릿지월드 항공 파산 신청!](전략)
그동안 경영난에 시달리던 브릿지월드 항공이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갔다.
미국 항공업계 4위인 브릿지월드 항공은 최근 항공업계 사정 악화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람다 항공사의 인종차별 논란으로 인해 항공사 서비스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며, 브릿지월드 항공 역시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예정되었던 유상증자가 취소되며, 결국 파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산보호신청으로 7만 명에 이르는 직원의 감원 및 임금삭감, 보유 항공기 처분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브릿지월드 파산보호신청에 대해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기고 있다.
(중략)
실제 파산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존 항공사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브릿지월드 항공을 인수할 만한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세타 항공이 손꼽혔다.
* * *
크리스토퍼 로무.
그는 비행기에서 만난 한 사람으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
주한미군의 정비사로 근무했던 그는 전역 후 한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러나 은인의 도움 덕분에 지금은 항공기 정비회사를 차렸고, 큰돈을 벌어들였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 학자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집도 더 큰 곳으로 이사했다.
출근해서 일을 하던 그는 기사를 보고는 깜짝 놀라 한미루에게 전화했다.
“브릿지월드 항공이 파산했다는데. 혹시 알고 있나?”
[네. 저도 기사 봤습니다.]사실 항공사가 파산하든 말든 투자한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가 이렇게 놀란 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 그때 내가 받은 평생 무료 비즈니스 탑승권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음, 못 쓰게 되겠죠.]“뭐!?”
[그래서 제가 열심히 여행 다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아, 아니. 그때는 여행을 갈만한 상황이 아니었어.”
생활비도 없는 판에 여행은 무슨 여행인가?
그래서 그동안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이제 좀 살만해져서 여행을 다녀볼까 했는데, 항공사가 파산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이제는 돈도 잘 버시잖아요.]“그렇긴 한데…….”
크리스토퍼는 울상을 지었다.
동반자까지 쓸 수 있는 평생 무료 비즈니스 탑승권이다.
가치로 따지면 10만 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됐다.
통화를 끝낸 크리스토퍼는 중얼거렸다.
“그래. 아쉬워할 것 없지. 생각해보면 원래 내 것도 아니었으니.”
그 탑승권은 한미루가 그에게 양보한 것.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설마 이렇게 될 줄 알고 양보한 건 아니겠지?”
* * *
통화를 끝내자 트리시가 물었다.
“누구예요?”
“아! 지인이에요.”
종종 연락하는 친구 같은 사이다.
트리시는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복수하니 속이 시원해요?”
“그럼요.”
원래 이런 건 참으면 병난다.
사람이 하고 싶은 건 하며 살아야지.
“합의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50만 달러 받고 끝내기로 했어요.”
트리시는 입을 쩍 벌렸다.
“그렇게 벌고도 50만 달러를 더 받아 냈다구요?”
난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투자는 투자고, 합의는 합의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김대식과 가족들은 100만 달러, 그리고 나는 50만 달러에 합의했다.
세금은 그쪽에서 처리하기로 했으니, 실제 합의금은 더 많은 셈이다.
“부럽다…….”
“에이, 부러울 것까지야.”
“금액을 들으니 비행기에서 끌려 나가고 싶어질 정도네요.”
“그렇긴 해요.”
한국이었다면 할인권 몇 장 던져준 다음 합의하기 싫으면 소송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으니까.
이래서 미국이 좋은 나라지.
“이제는 어떻게 할 거예요?”
“다시 LA로 가야죠.”
내가 복수를 하는 사이 오버클락2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혹시 이번에도 거지같이 만들어서 출시하면 강선우를 마음껏 비웃어 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