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75
575화. 오버클락2 (3)
통화를 끝낸 다리안 헤럴슨은 웃음을 지었다.
“아이스스톰 파티를 연다고?”
그는 한미루와의 첫 만남을 아직도 기억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욕할 때, 휴양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람이 그를 믿고 응원해주었다.
만약 그때 그 만남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때문에 한미루는 그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그런 친구가 처음으로 개최하는 파티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도와줄 수 있겠군.”
그는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였고, 지금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는 원래 파티광이었다.
그런 만큼 수많은 셀럽들을 알고 있다.
다리안은 바로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다.
‘최고의 파티를 만들어주지.’
* * *
성추문과 개발자들 이탈, 인수 합병, CEO 변경 등으로 인해 아이스스톰 직원들은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버클락2가 대성공을 거두자, 모든 직원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게임이 아니더라도 아이스스톰의 명성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스스톰 직원들은 SW게임즈와의 합병에 대해 우려가 컸다.
SW게임즈가 한국의 작은 게임사인 것도 그렇지만, 인수자금을 댄 곳이 다름 아닌 컨티뉴 캐피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AE의 경우처럼 돈이 안 되는 게임은 가차 없이 폐기하거나, 개발 일정을 멋대로 단축하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강선우와 매트 쿠퍼는 아이스스톰의 문화를 존중해주었고, 정해진 출시일마저 늦추며 더욱 완전한 게임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버클락2의 성공을 본 다른 개발팀은 큰 자극을 받았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질 수 없지!”
“메피스토5를 반드시 성공시키겠어!”
오버클락2 개발팀은 필수 인원만 남기고 다들 장기휴가를 받았고, 다른 게임 개발팀들은 의욕을 불태우며 개발에 매진했다.
이런 와중에 직원들에게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금요일 밤!LA에서 아이스스톰 파티가 화려하게 열립니다.
참석을 희망하는 직원들은 메일을 체크해 주세요.]
사내 공지를 본 직원들은 기뻐하며 강선우와 매트 쿠퍼의 이름을 연호했다.
“우와아!”
“파티! 오우예!”
그동안 남들 놀 때 못 놀았던 만큼 다들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파티가 열린다고 하니, 미혼인 직원들은 재빨리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다.
“어, 난데. 우리 파티 같이 갈래?”
“혹시 금요일 밤에 시간 돼?”
“유명인들도 온대.”
* * *
난 트리시와 통화했다.
[이번 오버클락2 반응 엄청 좋던데요.]“해봤어요?”
[아니요. 전 게임을 잘 몰라서요. 숀은 엄청 좋아 하는 것 같더라구요.]“이번에 아이스스톰 파티를 열기로 했어요.”
[안 그래도 아까 들었어요.]“놀러 올래요? 클럽 안은 취재가 안 되지만, 외부에서 취재만 해도 기삿거리를 꽤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트리시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좋겠지만, 일정이 있어서 못 가요.]“어떤 일정인데요?”
[알렌 에버하트 주변인들 만나기로 했거든요.]“아하!”
전기 집필을 위한 자료조사에 들어간 모양이다.
[파티 열면 예쁜 여자들도 많이 오겠네요.]“아니에요. 직원들을 위해 여는 파티인데요.”
[다리안에게 부탁해 할리우드 스타들과 팝스타들 섭외했다면서요?]“그렇긴 한데, 다들 바쁜 사람들이라 얼마나 올지는 잘 모르겠어요.”
[흐음, 왠지 엄청 많이 올 것 같은데.]“일정 취소하고 놀러오는 건 어때요?”
[으음…….]트리시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아니에요. 일이 먼저죠.]이런 걸 보면 확실히 프로패셔널하단 말이지.
[다음 파티는 뉴욕에서 여는 건 어때요?]“한번 생각해볼게요.”
이번에 해보고 재미있으면 또 해볼까 생각 중이긴 했다.
[궁금하니까 사진 많이 보내줘요.]“알았어요.”
난 이어서 동호 선배와 통화했다.
[뭐!? 아이스스톰이 파티를 연다고?]“네. 인수식이나 행사도 제대로 못 했으니, 이번에 직원들을 좀 격려해 주려구요.”
[나는!? 나도 파티 좋아하는데. 스타들 보고 싶은데.]“한국에서 많이 다니잖아요.”
민아름과 사귀며 재계 파티에 참석하면 됐지, 뭔 미국에서 열리는 파티까지 참석하려고 해?
[아니. 미국은 또 다르지. 누구누구 온대?]“아직 몰라요.”
당일은 돼야 명단이 어느 정도 나올 것 같다.
[아, 가고 싶다. 거기 비행기 타면 금방 아닌가?]“아름 씨는 스케줄 된데요?”
[지금 정신없어서 안 될걸.]“그럼 안 되겠네요.”
[왜? 나만 가면 되지.]“…….”
대체 무슨 욕을 들어먹으려고 이러나?
공범(?)으로 찍히기 전에 빨리 잘라내기로 했다.
“이만 끊을게요.”
“네?”
[연락이 없어서 걱정하는 모양이던데. 한번 연락해 봐.]난 통화를 끝낸 다음, 성윤아에게 전화했다.
[아, 미루 씨.]“잘 지내고 있어요?”
[일하면서 지내죠. 아! 이번에 게임 대박 났다고 들었어요. 선우 씨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줘요.]“알았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한 거예요?]“그냥요.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좋네요.”
[그럼 자주 좀 해요. 대체 한국에는 언제 오는 거예요? 누가 보면 이민이라도 간 줄 알겠어요.]“조만간 돌아갈 거예요.”
[그나저나 비행기에서 쫓겨났다는 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아, 그게 얘기하자면 좀 길어요.”
[한번 해줘요. 저 긴 얘기 좋아해요.]“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한동안 웃고 떠들었다.
* * *
미국 서부의 대도시 LA.
뉴욕이 미국 금융의 중심지, 실리콘밸리가 미국 IT산업의 중심지라면, LA는 미국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가 이곳에 있고, 수많은 게임사들이 이곳에 몰려 있다.
권위 있는 대중문화 시상식과 게임 컨벤션 등이 이곳에서 열렸다.
부자와 스타가 많은 동네인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종류의 파티가 열렸다.
그런데 이 중 한 파티가 파티 피플(?)들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아이스스톰 파티’였다.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직원들을 위한 파티를 연다는데.”
“강선우 CEO, 매트 쿠퍼 CEO를 비롯해 블록게임즈 대표들과 레전드게임즈 탐 스콧 CEO도 온대.”
게임업계 유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거라는 얘기에 게임 개발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서 다리안 헤럴슨과 코리 덩컨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팝스타들도 참석한다는데.”
“다리안 헤럴슨이 지인들을 초청하고 있대.”
유명인은 유명인을 부른다.
잘 모르는 파티라도 이름을 알 만한 셀럽이 참석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왠지 가보고 싶어지기 마련.
스타들이 온다는 소식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관심을 나타냈다.
“나는 안 불러주나?”
“나도 아이스스톰 게임 좋아하는데.”
“한번 가보고 싶은데.”
“누구한테 연락하면 되지?”
* * *
금요일 밤.
어둠이 내려앉자 LA의 클럽과 파티장들은 불을 밝혔다.
파티가 열릴 나이트클럽 내부에는 아이스스톰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곳곳에 놓였다.
개중에는 악마와 외계 괴물 등도 있어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곳곳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함께 검, 방패, 도끼, 총 등의 소품도 마련해 놓았다.
입구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한쪽에는 취재진이 진을 쳤다.
외부 취재만 허용되고, 클럽 내부는 취재 불가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팝스타들의 참가 소식에 주변에 팬들이 몰려들었다. 호텔 측에서는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직원들을 투입해 질서를 정리했다.
호스트는 매트 쿠퍼 CEO가 맡았다.
쿠퍼 CEO는 레드카펫 앞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오버클락2를 홍보하는 한편, 도착하는 손님들을 맞이했다.
이윽고, 호텔 입구에는 고급차들이 줄을 지어 들어왔고, 기자와 팬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난 선우와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넌 가서 인터뷰 안 해? 니가 잘한 덕분이라며?”
선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에이, 그거야 그냥 해본 말이고. 아이스스톰의 영광은 아이스스톰이 가져가야지. 매트 쿠퍼 CEO가 주목받아야 다음 게임 개발도 수월해질 테고.”
“오…….”
제법인데.
어느새 개발자뿐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마인드도 탑재한 모양이다.
선우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LD스튜디오에서 일할 때만 해도 유명 게임 개발자들이 모인 파티 한번 가보는 게 꿈이었는데. 설마 이런 파티를 직접 열게 될 줄이야.”
난 생색내듯 말했다.
“이거 준비하느라 힘들었어.”
“알아.”
“돈도 많이 썼고.”
“알았어.”
“나니까 해주는 거야.”
“알았다고.”
“감사하게 생각해.”
“응. 고마워.”
“이런 친구가 세상이 어디 있냐? 넌 진짜 친구 잘 만난 줄 알아야 해. 나 같은 친구 만나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도 부족해.”
선우는 버럭 소리 질렀다.
“알았으니까 생색 좀 그만 내, 임마!”
“훗! 이제 시작인데, 뭘 그만해?”
참고로 파티 비용은 아이스스톰이 아닌, 컨티뉴 캐피탈이 낸다.
호화 파티다 보니 비용은 100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런 게 바로 기마이(?)지.
잠시 후, 유명인들이 속속들이 클럽 안으로 입장했다.
먼저 온 건 블록게임즈의 찰스 그리핀과 켄 어틀리.
찰스의 옆에는 한 여성이 함께였다.
다름 아닌 피오나 해리슨 변호사.
원래 아서&해리슨 로펌에서 일하던 그녀는 찰스와 결혼하며, 블록게임즈 법무팀에 합류했다.
“딸을 낳으셨다고 들었는데,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임신했을 때 딸일 것 같다던 찰스의 생각이 맞았다.
찰스는 묻지도 않았는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여주었다.
“우리 낸시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네.”
딸 자랑 그만.
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베일리 씨는요?”
켄이 말했다.
“루퍼스 그 친구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서요. 축하한다고 전해달래요.”
아무래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파티는 안 좋아하는 모양이다.
레전드게임즈의 탐 스콧 CEO는 컬럼비아에서 날아왔다.
그는 매트 쿠퍼와 강선우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잘 지내고 계시죠?”
그는 나에게 서운하다는 듯 말했다.
“아이스스톰과 블록게임즈는 자주 가시는 것 같은데, 어째서 저희 회사에는 안 오시는 겁니까?”
그야 레전드게임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으니까.
거기까지 갈 일이 있어야 말이지.
“일하시는 데 방해될까 봐요.”
“무슨 말씀을. 한 대표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갈게요.”
컨티뉴 캐피탈이 투자한 곳 외에도 또 한 명의 게임 업계 유명인이 등장했다.
다름 아닌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