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76
576화. 오버클락2 (4)
50대 중반의 백인 남성인 그는 나와 선우를 보며 반가워했다.
“드디어 두 분을 만나 뵙게 되네요.”
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는 NS 게이밍 부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인물로 Z박스 유저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존재다.
아마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Z박스 역시 없을 것이다.
“무슨 말씀을. 이런 행사에 제가 빠질 수가 있나요? 아이스스톰은 예나 지금이나 Z박스의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한 식구가 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그는 슬쩍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나서지 않았다면 아이스스톰과 NS는 한 식구가 되었을 테니.
하지만 만약 NS가 인수했다면 이렇게 게임이 잘 나오지는 않았겠지.
“꼭 한 집에 살아야 한 식구인가요? 저희는 가족보다 나은 이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게 SW게임즈는 아이스스톰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Z박스에 지속적으로 게임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내 말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저희도 더 나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선우는 게임 업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사이, 난 프리즈너의 사이먼 라이너스 대표를 맞이했다.
난 그와 악수를 하며 물었다.
“산체스 감독님은요?”
라이너스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작품 구상한다고 집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가끔 그래요.”
좀비네이도를 보면 병맛(?) 감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산체스 감독은 나름 작가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작품에 대해서도 항상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양이다.
“아이스스톰을 인수한 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영상화가 가능한 훌륭한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최근 게임의 영상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여기서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바로 소뉴.
소뉴는 소뉴 픽쳐스라는 영화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자사 게임들을 열심히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영상화를 한다면 어떤 작품이 제일 잘 어울릴까요?”
“그야 월드 오브 워로드죠.”
“잘 안 됐잖아요.”
월드 오브 워로드는 영화로 나온 적이 있다.
애초 시리즈물로 기획됐고, 속편을 찍을 예정이었으나 1편 성적이 애매해서 취소됐다.
“영화로 만든 게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월드 오브 워로드는 치밀한 설정과 방대한 스토리가 매력인 만큼,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어울릴 겁니다.”
“하긴, 그렇죠.”
영화는 러닝타임의 한계로 인해 쳐낸 부분이 너무 많았다.
월드 오브 워로드의 팬이라면 이미 배경지식이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지만, 게임을 안 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뭔 내용인지 이해가 힘들었다.
반면, 드라마로 제작한다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겠지.
“판타지라서 제작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때랑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까? CG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구요. 써릴 스크린을 활용하면 예산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겁니다.”
“흐음.”
라이너스 CEO는 설득하듯 말했다.
“게다가 지금은 OTT 시대이지 않습니까? 드라마라도 잘 만들기만 하면 비싼 값을 지불할 업체들은 널려있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자신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내 말에 그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제가 월드 오브 워로드를 워낙 좋아해서요. 학창 시절 엄청 했었습니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 치고 아이스스톰 게임 안해본 사람을 찾기는 힘든 법이지.
“괜찮은 생각이네요. 조만간 미팅 자리 한 번 마련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게임 업계 유명인들에 이어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다리안 헤럴슨은 코리 덩컨, 벤 브라이언 등과 함께 입장했다.
“이런 파티도 오랜만이로군.”
“다들 와주셔서 고마워요.”
난 코리 덩컨에게 말했다.
“주류 협찬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아이스스톰 팬으로서 내가 영광이지.”
그는 몇 년 전 친구들과 함께 데킬라 회사를 차려 운영 중이다.
브렌드 이름은 카사마나 아녜호.
뜬금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이 주류 사업을 하는 것은 꽤 흔한 일. 이번에 파티를 연다고 하자 그는 바로 협찬해주겠다고 하며 데킬라가 가득 실린 트럭을 보내주었다.
고마워서 파티장 곳곳에 광고판을 세워 주었다.
“오버클락2는 해보셨어요?”
내 물음에 코리 덩컨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 같이 모여서 해봤지. 엄청 재밌던데. 내가 또 실력이 엄청나거든.”
에덴 크레이그는 옆에서 깐죽거리듯 말했다.
“저한테는 안 되더라구요. 제 선에서 가볍게 정리했어요.”
그러나 코리는 솥뚜껑 같은 손으로 에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하하! 이 친구 농담도 참.”
“억! 내 어깨!”
난 엄살을 부리는 그에게 말했다.
“몸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네요.”
“운동하자며 저를 강제로 끌고 다녀서요. 원판 나르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이 잘생긴 얼굴에 몸까지 키우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인 실버스틴은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게임 출시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저 오늘 어때요?”
“잘 어울리는데요.”
레이스가 달린 짧은 원피스.
파티장이라서 그런지 한껏 꾸미고 온 것 같은 모습이다. 클럽 복장을 입으니 색다른 느낌인데.
난 벤 브라이언과 인사를 나눴다.
그의 옆에는 안경을 쓴 인도인이 함께였다.
“라제쉬 나이어입니다. 워터인프라 펀드에 큰 기부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는 벤 브라이언과 함께 비영리단체 워터인프라를 창립한 장본인.
뛰어난 펀트매너저이기도 하다.
“기부하신 돈을 인도에 투자하는 것에 대래 혹시 원하시는 방향성이나 조언이 있을까요?”
난 단호하게 말했다.
“제 의견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전 전적으로 워터인프라를 믿으니까요.”
그러자 라제쉬 나이어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사실은 인도 시장에 대해서는 쥐뿔도 아는 게 없어서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다리안이 말했다.
“아! 친구들이 더 왔나 보군.”
코리 덩컨도 소리쳤다.
“헤이! 다들 와서 인사해!”
그러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얼굴만 봐도 이름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사람들이었다.
커크 맥도널, 개리 스크랙, 롤 워커, 이언 캠벨, 헨리 버크너, 엠마 젠킨스, 더그 가튼버그 등등.
난 깜짝 놀라 말했다.
“아니, 이 사람들을 다 어떻게 부른 거예요?”
그러자 다리안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부탁 좀 했지. 별로 어렵지 않았어.”
유명인이 모이는 파티에는 유명인들이 몰리는 법. 그리고 유명인들이 몰린다는 얘기를 들으면, 더 많은 유명인들이 몰리고.
그맇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섭외가 이어진 모양이다.
“그리고 다들 아이스스톰의 팬이거든.”
코리는 나에게 사람들을 소개해주었다.
“이쪽은 빌 스미스. 알지?”
빌 스미스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네. 안녕하세요.”
키 크고 잘생긴 흑인이다.
핏이 딱 떨어지는 정장에 가죽 컨버스 스니커즈를 신었다.
그 역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할리우드 스타. 원래는 래퍼이기도 해서 그쪽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빌 스미스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친구들을 좀 데려왔는데.”
그의 뒤에는 금목걸이, 온갖 보석이 박힌 반지와 시계, 금으로 도금하고 주먹만 한 보석이 박힌 지팡이 등의 아이템으로 무장한 흑인들이 서있었다.
갱단 같은 포스를 뿜어내는 이들은 웨스트사이드를 주름잡는 유먕 래퍼들이다.
난 레게머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쓴 흑인 남성과 통통한 체격에 깻잎머리를 한 흑인 여성과 인사했다.
래퍼 부부로 유명한 오픈셋과 키디큐다.
오픈셋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키디큐는 흘러내릴것 같은, 그리고 속옷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얇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런 옷을 입고 다녀도 LAPD가 안 갑아 가나?
키디큐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초대해 줘서 감사해요.”
“저야말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남편이 옆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손톱이 손가락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손톱은 아니겠지만 잘못 잡았다가는 손바닥에 구멍이 날 것 같다.
대체 이런 손톱을 달고 어떻게 생활하는 거지? 세수도 못 할 것 같은데.
그녀는 선우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저희 딸이 ‘니더스에 어서오세요’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저도 두 분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
나와 선우는 손목이 아프고 손바닥이 닳도록 사람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선우는 나에게 슬쩍 말했다.
“야, 이거 너무 많이 부른 거 아니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LA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에 사는 유명인들은 다 불러 모은 것 같다.
* * *
파티 포스트인 매트 쿠퍼 CEO는 인사를 하러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클럽을 한 바퀴 돌고 온 그는 감격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이스스톰을 위해 이런 파티까지 열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동안 열심히 하셨잖아요. 놀 땐 놀아야죠. 직원들 반응은 어때요?”
“최고입니다. 하나같이 즐기는 중입니다.”
모두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파티 여느라 쓴 돈이 아깝지가 않다.
어째서 부자들이 돈 써가면서 파티를 여는지 알 것 같다랄까?
그래, 돈은 이렇게 쓰는 거지.
쿠퍼 CEO는 다시 인사를 하러 갔고, 난 파티 구경을 했다.
다른 스케줄이 있거나, 쉬거나 자러 일찌감치 돌아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아서 늦게까지 파티를 즐겼다.
선우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우리 예전에 같이 클럽 갔던 거 생각나지 않냐?”
“아! 그 홍대 클럽. 니가 여자 많다고 해서 갔었는데 완전 남탕이었지.”
“그래도 여자들 좀 있긴 했어. 말 걸 때마다 다 까였지만.”
그렇게 놀란 애들이 커서 LA에서 파티를 개최할 정도면 성공했다고 봐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나콘다 같은 팔뚝이 어깨에 휘감겼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같이 한잔하지.”
고개를 돌려보니 나와 선우를 합쳐놓은 것보다 큰 남자가 뒤에 서 있었다.
벌써 꽤 마셨는지 술 냄새가 풀풀 풍겼다.
“술 많이 마셨어요?”
코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같이 기쁜 날은 마셔 줘야지.”
그는 나와 선우를 테이블로 끌고 갔다.
그곳에는 에덴 크레이그와 제인 실버스틴 등이 있었고, 다리안은 다른 곳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코리는 자신이 만든 카사마나 데킬라를 잔에 가득 따라 주었다.
“자! 치어스!”
마실 땐 마셔야겠지?
난 잔을 부딪치고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