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86
586화. 게임(탓)은 정신병 (7)
난 동호 선배와 민아름, 그리고 성윤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대화 주제는 역시나 게임 규제였다.
동호 선배가 말했다.
“정치권 압박이 장난 아니네. 시위도 엄청 하고. 대회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중단할 거면 시작도 안 했죠.”
민아름과 성윤아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 이유는 MFW와 드림 파이낸셜 모두 게임 관련 매출이 크기 때문.
민아름이 물었다.
“선거 끝난 뒤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걱정할 것 없어요. 후폭풍은 저쪽이 감당해야 할 테니까요.”
내 말에 세 사람은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윤아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조만간 NS가 한 달 안에 마장 계정과 Z박스 계정 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할 거예요.”
“……네?”
역시나 다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장은 마이 크래프트를 만든 스웨덴 게임사예요. 10년 전쯤 이 게임사를 NS가 인수했죠. 당시 마장이 규모가 작은 인디 게임사다 보니 계정 보안에 여러 문제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를 Z박스 계정으로 통합해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사실 대회 개최는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
메인은 이쪽이다.
민아름과 성윤아가 말했다.
“마이 크래프트는 애들 게임이잖아요.”
“맞아요. 임창식 캠프에서 건전한 게임의 예로 들기도 했잖아요. 그걸로 홍보 영상도 만
들었던데.”
동호 선배가 물었다.
“그 게임이 이번 일과 무슨 관련이 있는데?”
“놀랍게도 관련이 있어요.”
“……응?”
“한번 들어봐요.”
난 이번에는 다른 얘기를 꺼냈다.
“한국의 게임 규제 중에 셧다운제라는 게 있어요.”
10년 전쯤, 정치인들은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며,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온라인게임 접속이 자동으로차단된다.
동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거지 같은 규제지. 그것 때문에 e스포츠 대회 도중 경기가 중단되는 일도 있지 않았나?”
“그랬죠.”
하필 출전자가 고등학생이라서 대회 도중 접속이 차단됐다.
당시 당황한 해외 중계진이 셧다운제가 뭔지 찾아보고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고, 게임스파크가 뽑은 ‘e스포츠 가장 황당한 순간 베스트10’에서 당당하게 3위를 차지했다.
“셧다운제를 대표 발의한 사람이 진송이 아닌가?”
“맞아요. 그리고 강화하고 열심히 실행한 건 천인순이구요.”
낳은 엄마와 키운 엄마랄까?
섯다운제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여러 조사로 입증됐고,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 법’으로 부르며 조롱했지만……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게임 규제로 남아있다.
“이 셧다운제는 콘솔 게임에도 적용됩니다.”
콘솔 게임 중에는 온라인을 지원하는 게임이 있는 만큼, 콘솔 역시 당연히 이 법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콘솔 플랫폼 업체는 먼저 한국을 다른 지역과 분리하고,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중 온라인 플레이가 되는 게임과 아닌 게임을 나누고, 이 중 멀티가 되는 게임의 미성년자 계정의 접속을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차단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딱 한 나라 때문에 이런 귀찮은 일을 할 이유가 없죠. 게다가 한국은 콘솔 게임 시장 규모가 별로 크지도 않으니까요.”
그래서 콘솔 게임 업체들은 좀 더 쉬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건 바로…….
“미성년자는 가입하지 못하고, 성인만 가입할 수 있게 만들었죠.”
이용자들이 성인이면 굳이 셧다운제에 대한 시스템을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
이는 NS와 소뉴뿐 아니라, 아이들 게임이 위주인 린텐도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청소년이 콘솔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 계정을 사용해야 한다.
“물론 이건 한국만 그렇습니다. 외국에서는 미성년자들도 얼마든지 계정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왜냐하면 셧다운제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한국만 실시하는 게임 규제니까.
“자, 그럼 이제 아까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죠. NS가 마장 계정과 Z박스 계정을 통합하는데, 한국에서는 성인만 Z박스 계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성윤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럼 아이들은 계정을 못 옮기는 거예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히 접속도 못 하구요. 건전하고 교육적인 아이들 게임이 성인용 게임이 되는 거죠. 바로 그동안 게임 규제를 부르짖던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셧다운제 때문에요.”
이걸 보면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지금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고 있
는지 깨닫게 되겠지.
* * *
NS는 1년 전부터 마장 계정을 Z박스 계정으로 이전할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독려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30일이라는 기간을 제시하며 계정 통합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글로벌 정책인 만큼, 한국 역시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 이 발표가 나왔을 때만 해도 한국의 마이 크래프트 게이머들은 이에 대해 별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대해 한국 게이머들이 문의하자 NS는 공식적인 답변을 발표했다.
[……셧다운제는 전세계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실시하는 제도이므로 이에 맞춰 개별적인 운영 정책을 수립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셧다운제가 존재하는 한 Z박스에 미성년자 계정을 허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용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해진 기간 안에 계정 이전을 완료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소식에 한국은 난리가 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애들 계정을 못 만든다는 건데?”
“그럼 이제까지 데이터는 전부 날아가는 건가?”
“일단 부모 계정으로 옮기라고?”
“지금 장난해?”
마이 크래프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패키지 게임.
그리고 블록밸리와 함께 아이들이 가창 많이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애들 게임을 애들이 못 하게 생겼다!
* * *
[(WST) 마이 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성인용 게임이 된 사연은?] [(게임스파크) 셧다운제로 인해 벌어진 한국의 마이 크래프트 미성년자 이용 불가 사태!]WST와 게임스파크가 관련 기사를 내며, 이 일은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외국 게이머들은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셧다운제라고? 저런 머저리 같은 법이 있어?
-노스코리아는 원래 저런 규제를 하는 나라잖아.
-맞아. 거기는 공산 독재국가야. 모든 걸 규제한다고.
-아니, 노스 코리아가 아니라 사우스 코리아야.
-뭐? 사우스 코리아라고?
-사우스 코리아는 선진국이잖아. 그런데 저런 멍청한 법을 시행 중이란 말이야?
-한국에서 게임은 술, 마약, 도박과 함께 중독 물질로 취급받아.
-이번에 칼부림 사건이 벌어지자 게임 중독 때문이라며, 게임 중독자들을 국가가 관리한대.
-뻥 좀 작작 쳐라. 대가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그런 ㅂㅅ같은 공약을 내는 인간이 있을 리가…… 어! 이게 왜 진짜?
-그런데 한국에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알렌 에버하트는 관련 기사를 리투윗하며 연달아 투윗을 올렸다.
[하하하! 정치인들은 항상 나를 웃게 만들어! 셧다운제라니. 대체 어떤 멍청한 놈들이 저런 법을 만들었을까?] [난 아들을 옆에 앉혀놀고 오버클락2를 하는데. 이걸로 처벌받을까 봐 너무 무서워~] [카타나로 10킬 중. 오우! 내 안의 살인마가 깨어나면 어떡하지?]* * *
[(속보) 계정 통합 작업이 끝나면 마이 크래프트 미성년자 이용 불가!] [마이 크래프트, 아이들은 이용 못 하나?] [교육 현장에서 혼란 발생 우려!]기사가 쏟아지고, 선거 캠프로 문의와 비난이 쇄도했다.
임창식은 박성주에게 호통을 치듯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마이 크래프트랑 셧다운제가 무슨 관계라고?”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습니다. 어떨게 된 일이냐면…….”
박성주는 열심히 상황을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한참 동안 설명을 들은 임창식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아니, 미성년자도 Z박스 계정을 만들 수 있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다른 나라는 그렇게 한다며?”
“한국에서는 안 됩니다.”
“어째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셧다운제 때문에요.”
“NS에서는 뭐라는데?”
“셧다운제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 셧다운제를 누가 만들었는데?”
“당시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긴 했는데, 대표 발의한 사람이 진송이입니다.”
“……응?”
임창식은 게임 중독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게임 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좋은 게임과 나쁜게임으로 나누는 정책을 펼쳤다.
이 중 좋은 게임의 예로 든 것이 바로 마이 크래프트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아이들에게 인기인 데다가 각총 교육에서도 활용돼 부모들도 좋아하니까.
그래서 마이 크래프트를 활용해 홍보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게임이 성인용 게임이 되게 생겼다니!
단지 게임을 못 하는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비난은 그동안 게임 규제를 입법한 정치인들에게 쏟아질 것이다.
또한 이번에 게임 규제 공약을 내놓은 후보에게도…….
‘어쩐지 컨티뉴 캐피탈과 관련이 있다고 했을 때부터 불안하다 했는데!’
임창식은 분노해 소리쳤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죄, 죄송합니다.”
어쨌거나 사태는 벌어졌으니, 빨리 수습을 해야 한다.
“진송이 지금 어디에 있어?”
“라디오 방송에 인터뷰하러 갔습니다.”
“뭐!? 당장 불러와!”
* * *
SBC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한 진송이는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 크래프트게임의 청소년 이용 제한 방침은 어디까지나 해당 게임사의 게임 운영 정책에 의한 것입니다. 이는 아주 나쁘고 잘못된 행태입니다!”
“NS 측의 답변을 들어보면 계정 통합은 글로벌 정책이라고 하던데요. 다만 셨타운제로 인해 한국에서는 미성년자가 박스 계정을 만들 수 없을 뿐이라고.”
아나운서의 말에 진세연은 발끈했다.
“지금 셧다운제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이게 게임사 문제지, 왜 셧다운제가 문제라는 겁니까?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셧다운제가 효과가 있든 없든,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하든 그건 알 바 아니다.
그녀가 대표로 입법한 법인 만큼 무조건 효과가 있다고 우겨야 한다.
“게임은 정신병이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심각한 정신 질환입니다! 이는 우리의 숙원 사업이라구요!”
진세연 아나운서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숙원 사업이요? 게임 규제가 사업이라는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보좌관님의 의견인가요, 아니면 임창식 후보님의 의견인가요?”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게임 규제 공약을 밀어붙이기 힘들어질 거야.’
그리고 규제를 하지 않으면 게임 중독 사업을 확대하고, 게임사들에게 기금을 걷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진송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임창식 후보님의 의견이자 캠프의 공식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