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92
592화. 화안그룹 (1)
신세기그룹 막내딸 민아름.
유혜경 회장의 늦둥이로 태어난 그녀는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패션 센스로 재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유명했다.
그러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와 오빠가 있는 만큼, 그녀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민아름은 신세기그룹을 떠나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의 투자를 받아 MFW라는 패션회사를 설립했다.
MFW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브랜드에 투자한 다음, 게임과 SNS 등에서 마케팅을 펼쳤다.
이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MFW는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며, 10대와 2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기존 대형 브랜드들마저 MFW 마케팅 기법을 베낄 정도였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별로 나뉜 다른 매장과 달리, MFW 스토어는 편집숍 형태를 띠고 있다.
MFW와 계약을 맺은 회사라면 브랜드와 상관없이 스타일에 맞춰 진열해놓았고, 써릴 스크린으로 쇼룸을 만들어 QR코드를 태그하는 것만으로도 옷을 입은 모습을 확인하거나, 다른 옷들과 비교해볼 수 있었다.
MFW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매장은 항상 사람으로 붐볐다.
그리고 최근에는 뉴욕 소호까지 진출했다.
덕분에 MFW의 가치는 나날이 상승해 현재는 1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 * *
난 회사에서 출근해서 동호 선배와 얘기를 나눴다.
“신기한 일이야. 설마 MFW가 신세기그룹을 다 합친 것보다 커질 줄이야.”
“그러게요.”
컨티뉴 캐피탈이 MFW에 투자한 돈은 1조 원.
하지만 현재 가치는 10조 원을 훌쩍 넘는다. MFW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재벌그룹을 능가할 정도다.
동호 선배는 나를 보며 물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아름이에게 투자한 거 아니야?”
“그럴 리가요.”
내가 돈을 투자하고 초기 콘셉트를 잡아주긴 했지만, 이렇게 잘할 줄은 나도 몰랐다.
능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신세기그룹은 위기라던데. 백화점은 그래도 명품 매출로 버티는데, S마트는 휘청거리는 모양이야.”
통통치킨 덕분에 어느 정도 집객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마트를 살리기는 무리다.
온라인 전환과 프랜차이즈 사업 등 다른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겠지.
“며칠 전 지유랑 만났다면서?”
“네. 여동생이랑 같이 촬영장 놀러 갔다 왔어요.”
“뭐했어?”
“그냥 밥 먹고, 쇼핑하고, 노래방 갔어요.”
“노래방? 어! 좋았겠다. 나도 부르지 그랬어?”
“뭐하게요?”
“뭐하긴. 지유 노래 듣는 거지. 목소리가 힐링 그 자체잖아.”
“그렇긴 하죠.”
덕분에 귀가 호강했다.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는데, 덩치 큰 흑인 남성이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밴슨.
키 190센티에 온몸이 갑옷 같은 근육으로 덮여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뭐 이렇게 큰 사람이 있냐고 생각했는데, 코리 덩컨을 보고 나니 왠지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뒤로 출근을 잘 안 해서, 얼굴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다.
그는 반갑게 말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군요. 미국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잘 지냈어요?”
“물론입니다. 아무래도 전 한국 체질인 모양입니다.”
“그래요? 뭐가 제일 좋나요?”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역시 걸그룹이죠.”
동호 선배는 옆에서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걸그룹이 최고지.”
이전과는 달리 대화는 한국어로 이뤄졌다.
난 혀를 내둘렀다.
“그새 한국어가 엄청 늘었네요.”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선비는 사흘만 못 봐도 괄목상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니…….”
이런 어려운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요즘 방송 출연도 하신다면서요?”
“네. 좀 됐습니다.”
얼마 전부터 외국인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종편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걸출한 입담에 근육질 신체, 그리고 컨티뉴 캐피탈 팀장이라는 스팩이 더해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방송 섭외가 왔을 때도 좋아하는 걸그룹이 게스트로 나온다는 얘기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런칭한 걸그룹 봤습니까?”
“혹시 FXDY요?”
“네. 제가 봤을 때 혜정이 뜰 것 같습니다. 예능감도 있고.”
“오! 저도 딱 그 생각했는데.”
에드워드는 어느새 동호 선배와 걸그룹 토크를 시작했다.
“…….”
걸그룹 때문에 조만간 귀화하겠는데.
우리는 회의실에 모였다.
회의 안건은 MFW의 새로운 프로젝트.
MFW는 패션 외에도 손대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으니, 바로 가상 인간(Meta Human).
원래는 모델로 쓰기 위해 만들었으나, 가상 인간이라는 것을 활용해 여러 게임 속에도 등장시켰고, 아예 인터넷 방송도 진행했다.
처음 안나로 시작한 가상 인간은 남녀를 합쳐 10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안나(Anna), 브리트니(Brittany), 캐시(Cathy), 다정(Dajung), 에밀리(Emily)를 하나로 묶어 K-팝 아이돌로 런칭할 계획이다.
일명 MFW 아이돌 프로젝트다.
현재 이 MFW 아이돌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범석.
그는 직접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맡았다.
회의 자리인 만큼 동호 선배는 김범석에게 존댓말로 물었다.
“잘될 것 같습니까?”
김범석은 자신 있게 말했다.
“음반을 낸 뒤, 게임이랑 패션이랑 연계해 각종 이벤트 진행하고, 이후에 메타버스 콘서트를 열 계획입니다.”
난 회의를 지켜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가상 아이돌 시장은 향후 엄청나게 성장한다.
민아름은 가상 인간이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바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난 입을 열었다.
“메타버스 콘서트는 물론이고, 실제 콘서트도 기획해보세요. 현재 기술이면 VR이나 AR 콘서트도 얼마든지 가능할 테니까요.”
* * *
다음 날.
난 오랜만에 인천으로 향했다.
부모님 집에 가기 전에 먼저 산업단지 안에 있는 병진공업 본사에 들렀다.
사장 아들이라고 하자, 직원들은 친절하고 깍듯하게 사장실로 안내해주었다.
“어서 와.”
아버지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박용진 부사장님은요?”
“박 부사장은 지금 해외 출장 가있어.”
“그렇군요.”
난 아버지와 앉아서 얘기를 나눴다.
“집에 자주 좀 와. 니 엄마가 걱정이 많아.”
“네.”
내가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세나는 당연히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바로 나에게 연락해 사실을 확인했다.
난 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머니 반응은 어땠어요?”
“깜짝 놀랐지. 왜 진작 말 안 했냐고 일주일 내내 잔소리 들었고.”
“으음.”
고작(?) 공동대표라는 사실만으로 이런 반응이라니.
컨티뉴 캐피탈이 내 소유라는 것을 알면 기절해 병원으로 실려 가실지도 모른다.
역시 이 사실은 당분간 비밀로 하는 게 좋겠지.
난 아버지와 함께 공장을 둘러보았다.
풍력 부품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수소 엔진까지도 발을 뻗고 있다.
이제는 수소 산업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예전에는 공장과 사무실이 붙어있는 작은 건물 하나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차를 타고 둘러봐야 할 정도로 커졌다.
참고로 R&D센터는 서울에 따로 있다.
그 구멍가게 같던 병진공업이 이렇게 성장한 걸 보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전부 아버지가 그동안 열심히 발로 뛰었기 때문……은 아니고, 박용진 부사장이 잠도 안 자고 일했기 때문이다.
뭐, 유능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 역시 사장의 능력이다. 내가 데이비드에게 본사를 맡겨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그렇다고 아버지가 일을 안 한 건 아니다.
매일같이 열심히 출근해서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휴일에도 공장에 들를 정도니까.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미국에는 여기보다 더 큰 공장을 짓고 있어.”
난 농담처럼 말했다.
“이러다가 저 재벌 2세 되겠는데요.”
“하하!”
병진공업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온 기업.
아버지에게는 또 하나의 자식이나 다름없다.
그런 기업이 쑥쑥 커가는 모습을 봐서인지 아버지의 얼굴은 10년 전보다도 훨씬 좋아 보였다.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회사가 망해서 넘어간 뒤, 아버지는 힘없이 집에 앉아만 계셨다.
구부정한 등이 못내 안쓰러웠는데…… 회춘이라도 한 것처럼 정정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힘들진 않으세요?”
“힘들긴. 재밌기만 한데.”
평생 써도 다 못 쓸 돈이 있는 재벌들이 악착같이 일하는 이유는,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이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종업원이 늘고, 매출이 늘고, 이익이 늘어난다.
어떻게 보면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걸 현실에서 하고 있는데, 재미가 없을 리가 있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나중에 회사 물려받을 생각은 없고?”
“네.”
나야말로 얼른 은퇴해서 놀고먹고 싶은 마음뿐이다.
회귀빨(?) 다 떨어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런할 생각이다.
박수 칠 때 잽싸게 떠나면, 모두가 나를 천재 투자자로 기억하겠지?
아버지는 웃음을 지었다.
“허허, 다른 집 자식들은 서로 회사를 물려받으려고 싸운다는데, 우리 집은 그럴 걱정은 없겠구나.”
말투에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평생을 키워온 기업인 만큼, 은퇴 이후에도 자식이 물려받아 계속 키워나가기를 바라신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물려받지 않는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
잠깐…….
순간, 나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요즘 세상에 여자라고 경영권을 물려받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약 한세나가 병진공업 경영을 맡으면 어떻게 될까?
“…….”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해서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다.
병진공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무슨 죄야?
난 아버지를 붙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경영권 세습은 절대 안 됩니다, 아버지. 은퇴 이후에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고 약속하세요.”
아버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미루야. 약속하마.”
* * *
집에서 어머니 잔소리를 실컷 듣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나는 밤늦게 약속장소로 향했다.
바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와있던 허민웅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어이, 브로.”
난 맞은편에 앉았다.
“잘 지냈어요?”
“뭐, 바쁘게 지내고 있지.”
사장이란 자리가 놀려면 한없이 놀 수 있지만, 반대로 일하려면 한없이 일할 수 있다.
우리는 술잔을 부딪쳤다.
“결국 정권이 바뀌었네. 앞으로는 어떻게 되려나?”
“큰 변화는 없지 않겠어요?”
“그럼 다행인데.”
아무래도 신산업은 기존 산업에 비해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기 마련.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수소 경제의 추진 속도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난 허민웅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평소 까불거리던 모습과는 달리, 오늘은 왠지 좀 침울해 보였다.
허민웅은 술을 몇 잔 마신 다음 말했다.
“알겠지만, 요즘 그룹 상황이 심상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