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지분을 올려주세요 (2)
난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인수비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첫째는 기업 자체의 가치를 낮추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핵심 프로그램에 대해 지적재산권 위반 소송과 함께 사용금지가처분 신청 같은 걸 하고 언론에 알리면 기업가치가 낮아지기 마련이다.
“둘째는요?”
“인수할 지분 자체를 줄이는 겁니다. 100퍼센트 지분을 다 인수하는 것에 비해80퍼센트만 인수하면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죠.”
어차피 시드는 나와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따라서 쿨라우드를 인수하고 나면 시드에게 지분을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드가 지금 두 사람에게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받아낸다면? 그만큼 인수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란 말이지.
데이비드는 나에게 물었다.
“왜 하필 20퍼센트입니까?”
“그 이상 달라고 하면 그냥 나가라고 하지 않겠어요?”
“제 생각에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는 것 같은데요.”
역시 눈치챘구나.
“생각하고 계신 거 맞을 거예요.”
요구가 통과되면 시드의 지분율은 20퍼센트로 올라간다. 이는 지분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
“그쪽에서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협상은 아쉬운 쪽이 지는 거라면서요?”
시드는 쿨라우드를 떠나도 아쉬운 게 없지만, 쿨라우드는 많이 아쉽다. 결국 시드를 붙잡기 위해서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렉스와 롤프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지 않아 시드가 그만둬도 상관없다. 그때는 내가 쿨라우드를 인수해 시드를 CEO 자리에 앉히면 되니까.
어느 쪽이든 시드와 나 둘 다 손해 볼 것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난 일단 전화를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통화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귀에 욕부터 박혔다.
[시발! 너 뭐하는 새끼야?]굳이 자기소개를 듣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한테 전화한 걸 보면 명함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전화 받자마자 욕이라니.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닙니까?”
[예의? 남의 직원 빼가려는 새끼가 예의를 따져?]“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사실 롤프 부치는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하다. 그는 카메라 앞이나 공식석상에서도 거침없이 화를 내고 욕을 했다.
일반인이 성격이 안 좋으면 욕먹기 딱 좋다. 하지만 천재는 그것도 개성으로 인정받기 마련이지.
[대체 시드한테 뭔 헛소리를 한 거야?]“그저 회사를 차려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니가 뭔데 남의 직원에게 그런 제안을 하냐고?]“그러면 안 됩니까?”
[뭐?]“시드가 영원히 쿨라우드에서 일하겠다고 서약한 것도 아니고. 받아들이고 말고는 어차피 당사자의 선택 아닌가요?”
[이 사기꾼 같은 새끼가!]“사기꾼이요?”
진짜 사기꾼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누가 사기꾼인지는 지켜보면 알겠죠.”
[시발! 너, 내가 절대 가만히 안 둬!]“좋을 대로 하세요.”
어차피 나도 가만히 둘 생각 없으니까.
난 더 이상 들을 것 없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데이비드가 물었다.
“누굽니까?”
“롤프 부치요.”
대충 예상했다는 듯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전화해 난리치는 걸 보니 어지간히 아쉬운 모양이네요.”
* * *
롤프의 얘기를 전해들은 알렉스는 깜짝 놀랐다.
“컨티뉴 캐피탈에서 시드에게 회사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그렇다니까. 처음부터 시드를 빼 갈 목적으로 접근했던 거였어.”
알렉스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제대로 한 방 먹었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미루와 데이비드는 이전까지 시드를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고 그에게 접근하여 회사를 차려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일까?
“그 데이비드라는 새끼가 판을 짠 것 맞지?”
“아마 그렇겠지.”
설마 그 동양인 청년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은 아닐 것이다. 그저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이겠지.
“그 한국인 새끼가 돈을 대고 있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뭐? 그럼 그 새끼는 뭔데?”
첫 만남에서 위화감을 느낀 알렉스는 한미루에 대해 조사를 좀 알아봤다.
상대가 미국인도 아닌 한국인이지만, 다행히 프레스턴 그룹을 통하니 어느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다.
“한국대 경제학과 출신. 한국에서 DA증권이라는 IB에 다니다가 사모펀드 부실을 폭로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온 모양이야.”
“사모펀드 부실?”
“프리머스 사태라고 있었어.”
프리머스 펀드 사기 사건은 미국에서도 뉴스로 나올 정도의 일이었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웬만큼은 알고 있다.
‘그걸 일개 신입사원이 알아채고 폭로하다니.’
사기라는 게 막상 밝혀지고 나면 누가 저런 것에 속았나 싶은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모두가 속고 있는 상태에서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집안은 어떤데?”
“나오는 게 없는 걸 보면 그냥 평범한 집안인 것 같아.”
“뭐야? 그럼 개털이라는 거야?”
“아마도.”
“그런 놈이 대체 어떻게 미국에 와서 데이비드와 손을 잡은 건데?”
“그게 의문이야.”
그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데이비드가 한미루를 미국으로 부른 걸까, 아니면 한미루가 데이비드를 찾아온 걸까?’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컨티뉴 캐피탈의 자본금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도 의문이다. 700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한 것은 그만한 자본이 있기 때문일까?
‘대체 어디서 자본을 대주고 있는 거지?’
정보가 너무 모자라다.
투자에서 정보는 생명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자가 항상 우위를 점한다.
자신은 상대의 정보를 잘 모르는데, 어째서인지 저쪽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거나 일은 벌어졌으니 수습을 해야 한다.
“설득은 해봤어?”
롤프는 고개를 저었다.
“몇 번이나 해봤는데 소용없었어. 지분 15퍼센트를 추가로 주지 않으면 무조건 그만두겠대.”
“이상하군. 시드는 돈 욕심이 없는 거 아니었어?”
돈 욕심이 있었다면 진작 뭔가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드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지금 가진 지분도 회사를 떠날까 봐 걱정돼 떠넘기듯 준 것이다. 본인은 달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롤프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러니까 그 새끼들이 애한테 헛바람을 불어넣었다니까!”
알렉스 역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았다.
“화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시드가 회사를 나간다고 하니 다른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어. 일부는 시드를 따라갈 것 같은 분위기야.”
처음에는 고졸에 어리다고 무시하는 듯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시드만 보며 따르고 있었다.
롤프는 일화를 하나 떠올렸다.
사업 초기에 갑자기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일이 있었다. 야밤에 벌어진 일이라 급한 대로 롤프와 직원들이 출근해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애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필이면 시드는 자느라 연락이 되지 않았고, 그동안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다행히 간신히 연락이 됐다.
롤프는 바로 회사로 오거나 컴퓨터를 켜서 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시드는 자다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기 귀찮다며 오류가 뭔지 물어보더니 입으로 코드를 수정했다.
모든 직원들이 한 시간 넘게 달려들어도 고치지 못한 걸, 자다 깨서 전화로 해결한 것이다.
알렉스가 물었다.
“시드가 없어도 쿨라우드가 지금처럼 돌아갈까?”
롤프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시드는 모든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 시드가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진 않아. 하지만 시드가 없으면 지금처럼 잘 돌아가진 않겠지.”
쿨라우드가 지금처럼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낮은 비용에 고객사들의 요구를 맞춰줬기 때문이다.
당장 비슷한 매출의 다른 기업의 경우 직원이 1000명이 넘는다. 쿨라우드가 90명의 직원으로 같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미네르바, 그리고 시드 루카스.
이 두 가지 덕분에 다른 회사 인력의 10분의 1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람을 덜 뽑으면 인건비와 관리비가 절감된다. 원가절감 덕분에 비용을 더 낮춰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더 많은 고객사는 또다시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실제로 쿨라우드는 초창기에 비해 20차례나 비용을 낮췄다. 이는 AMZ의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시드가 없는 상태에서 과연 이 전략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냥 나가는 것만 해도 문제인데 경쟁자가 되는 건 더 큰 문제야. 시드가 미네르바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알렉스의 말에 롤프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충분히 가능할걸.”
시드만큼 클라우드 산업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옆에 있을 때 든든한 아군만큼 적이 되면 골치 아픈 존재도 없다.
“시드는 천재야.”
“나도 알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천재가 아니야.”
옆에서 지켜본 롤프는 시드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아이작 뉴턴이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또는 엘런 튜링이나 리처드 파인만 같은 세기의 천재가 아닐까?’
지금도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의 천재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성장 속도였다.
처음 면접을 보러 온 시드를 봤을 때만 해도 잘 가르치면 쓸 만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그래서 뽑았다.
그런데 일한 지 1년 만에 그를 뛰어넘었다.
롤프는 아직도 미네르바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시드는 보자마자 그것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만약 시드가 없었다면 창업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롤프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시드의 재능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자신이 그 이상의 천재가 될 수 없다면, 계속 밑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전에 있던 회사에서 시드를 데리고 나왔다.
“지금도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천재인데, 더 무서운 건 성장 속도야.”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성장이 둔화되기 마련이다.
100미터 달리기를 예로 들면, 재능과 노력이 있는 이들은 10초 안까지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0.01초를 줄이기 위한 전쟁이 펼쳐진다.
“그런데 시드는 달라. 마치 오늘이 첫날이라는 듯 끝없이 성장하고 있어.”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몇 년 더 지나면 완전히 괴물이 되겠군.”
상장 이후에는 기업 상황에 대해 공시를 해야 하고, 그럼 시드 루카스의 가치를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어차피 퇴사 금지 조항이었던 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그 전에 추가로 스톡옵션을 부여할 생각이었다.
알렉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기껏해야 2~3퍼센트를 생각했는데 15퍼센트라니.’
현재 쿨라우드의 기업가치는 최소 1000억 달러.
지분 0.1퍼센트만 준다고 해도 실리콘밸리의 천재란 천재들은 다 달려올 것이다. 하지만 그들 100명이 온다고 해도 시드 한 명만큼의 역할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두 사람은 시드 루카스의 가치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시드를 회사에 붙잡아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그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스는 이를 갈듯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조치를 취해야겠지.”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평생 쿨라우드를 위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