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06
606화. 넷플레이 (2)
파이브시즌스 호텔에서 넷플레이와 콘텐츠 협회가 공동 주최한 간담회가 열렸다.
라드 헤링턴 CEO는 이 자리에 참석해 콘텐츠 제작자들과 기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헤링턴 CEO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좋은 이야기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는 힘을 가졌다고 믿습니다. 한국은 그 믿음을 입증한 곳입니다. 한국의 콘텐츠는 엄청난 힘을 가졌습니다. 아름다운 장면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은 전세계인의 마음을 장악했습니다. 또한 한국에는 훌륭한 배우들과 위대한 감독이 많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콘텐츠로 제 마음을 사로잡을지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초창기 넷플레이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건 아시아권 공략을 위함.
그런데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북미와 남미, 유럽 등에서도 통했다.
특히 세븐 라운드의 세계적인 성공은 한국 콘텐츠 전반에 대한 관심과 시청 시간 증가로 이어졌다.
이제 한국은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가 됐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저렴한 제작비.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미국이나 영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
헤링턴 CEO는 향후 투자 계획도 밝혔다.
“넷플레이는 그동안 한국 제작사들과 함께 성장했고,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는 향후 5년 동안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입니다.”
30억 달러는 이제까지 넷플레이가 한국 시장에 투자한 금액의 두 배 이상이자, 단일 기업 콘텐츠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대규모 투자 소식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거렸다.
정치권은 재빨리 숟가락을 얹었다.
새정치당은 금양섭 대통령이 투자를 유치했다고 치켜세웠고, 우리국민당은 남궁석이 대통령일 때 이미 투자가 내정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며, 각자의 공으로 돌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컨티뉴 캐피탈, 한국 콘텐츠 제작에 50억 달러 투자 발표!](전략)
넷플레이의 30억 달러 투자 계획에 대해 제작사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넷플레이의 투자를 받으면 IP는 넷플레이에 영구히 귀속된다. 콘텐츠가 얼마나 흥행하든 제작사가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 또한 시즌2나 스핀오프 제작 역시 전부 넷플레이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잘못하면 한국 콘텐츠 산업이 넷플레이의 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넷플레이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슈퍼갑의 위치에 올라선 지 오래다.
넷플레이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웬만해서는 손실이 날 우려가 없다.
반면, 국내 토종 OTT들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렇다 보니 제작비가 큰 영화와 드라마는 넷플레이 투자만 바라보고 있고, 넷플레이가 내미는 조건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세븐 라운드 같은 작품이 또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넷플레이 30억 달러 투자는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넷플레이의 투자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컨티뉴 캐피탈 한국지사 역시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 동안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컨티뉴 캐피탈은 이미 다수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CG 제작 분야의 최강자이다.
레전드게임즈의 게임 엔진인 써릴 엔진5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써릴 스크린은 CG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해, 제작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써릴 스크린은 그린 스크린을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탁동식 감독은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 확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세븐 라운드를 제작할 당시 넷플레이와 컨티뉴 캐피탈 양사에서 투자 제안을 받았다. 컨티뉴 캐피탈을 택한 이유는 IP를 공동으로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IP 활용에 대한 우선권 역시 제작사에게 있어서 제작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이때 넷플레이에 IP를 넘겼다면, 지금과 같은 수익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IP는 문화 산업의 원천기술이다. 프랑스의 경우 OTT 투자 콘텐츠의 IP 독점을 3년으로 제한해, 해당 기간이 끝날 경우에는 제작사에 IP가 돌아갈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법이 전무하다.”
이 소식에 시장은 또다시 들썩였다.
-ㅋㅋㅋ 넷플레이 30억 달러 투자 얘기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컨티뉴 캐피탈이 50억 달러 지름.
-미쳤네. 진짜 컨티뉴 캐피탈이 돈이 많긴 하구나.
-50억 달러면 컨티뉴 캐피탈에게는 푼돈임.
-제작사들은 넷플레이와 경쟁할 만한 투자사가 생겼다고 반기는 중.
-컨티뉴 캐피탈 투자를 받는 게 IP를 넘기지 않아도 되니 훨씬 유리하지.
-만약 세븐 라운드가 넷플레이 독점작이었으면 탁동식 감독은 한 푼도 못 챙겼을걸. 그런데 IP를 확보한 덕분에 1천억 넘게 벌어들임.
-이제부터 콘텐츠 투자 경쟁인가?
-넷플레이 똥줄 좀 더 타야 할 듯.
* * *
난 탁동식 감독과 통화했다.
“반응은 어떤가요?”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넷플레이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니까요. 무엇보다 IP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가장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세븐 라운드는 드라마가 성공할 경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이걸 보며 다들 IP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겠지.
“헤링턴 CEO의 제안은 들었나요?”
[네. 액수를 들으니 눈에 휘둥그레지더군요.]라드 헤링턴 CEO가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세븐 라운드 시즌2 계약 때문.
세븐 라운드를 비싼 값 받는 것에는 별문제가 없다.
넷플레이가 가장 우려하는 건 세븐 라운드 시즌2가 경쟁사의 독점 콘텐츠로 넘어가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거액을 제시하는 중이니까.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협상 권한을 일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당장 받는 금액은 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탁동식 감독은 내 말에 동의했다.
[거액에 마음이 좀 흔들리긴 했습니다만, 팀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모든 콘텐츠는 제값을 받아야 하니까요.]* * *
난 동호 선배와 함께 회사에 찾아온 50대의 백인 남성을 만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드 헤링턴입니다.”
“어서 오세요. 이동호입니다.”
“반갑습니다. 한미루입니다.”
그는 넷플레이의 창업자이자 CEO.
온라인 DVD 대여점으로 시작한 넷플레이를 세계 최대 OTT이자 거대 미디어 왕국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동호 선배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은 처음이신가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다시 와도 좋은 곳이네요.”
난 그에게 말했다.
“얼마 전 DVD 대여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동안은 상징적으로 남겨두고 있었는데, 이용자도 줄고 서비스 유지에 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중단했습니다.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실시했던 서비스를 중단하니, 왠지 시원섭섭한 느낌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반납하지 못한 DVD에 대해서는 고객들에게 가지라고 안내했습니다.”
만약 기존 서비스만 계속 고집했다면, 한때는 미국 최대 DVD 대여점 프랜차이즈였던 메가버스트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춰 변화했기에 지금과 같은 성장이 가능했다.
설립된 지 30년도 안 된 온라인 DVD 대여 회사가 100년 전통의 콘텐츠 강자인 다즈니와 엎치락뒤치락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죽하면 넷플레이 성장에 위협을 느낀 다즈니는 자신들의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고, 자체 OTT 다즈니 플러스를 런칭했다.
안타깝게도 넷플레이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는 중이지만.
역시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체 투자로 제작한 독점작. 괜히 OTT 업체들이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 게 아니다.
동호 선배가 말했다.
“이번에 3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셨더군요.”
“그렇습니다. 넷플레이에게 있어서 한국은 매우 중요합니다. 놀랍도록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만들지 기대가 매우 큽니다. 제법 큰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네요.”
넷플레이의 30억 투자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컨티뉴 캐피탈의 50억 달러 투자 발표가 나오자 아무래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컨티뉴 캐피탈로 쏠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초를 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실제 그런 의도도 없지는 않았고.
난 그를 보며 말했다.
“저희 역시 콘텐츠 시장에 매우 관심이 큽니다. 1차적으로는 한국 콘텐츠를 시작으로 향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라드 헤링턴 CEO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컨티뉴 캐피탈에서 새로 OTT를 출시할 생각입니까?”
“아니요.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OTT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넷플레이, 다즈니 플러스, AMZ프라임, 엔플TV, HOB맥수, FULU 등등.
국내만 해도 여러 OTT가 난립해있지만 이 중 수익을 내는 건 얼마 안 된다.
넷플레이와의 격차 역시 점점 벌어지는 추세고.애초에 콘텐츠 산업은 돈만 쏟아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설마 다즈니, AMZ, 엔플이 자본이 부족해 넷플레이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겠는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서비스하려면 그만한 노하우가 필요한 법이지.
또한 락인 효과가 있는 만큼, 새로운 OTT가 나오더라도 넷플레이에서 옮겨가기는 힘들 것이다.
중요한 건 경쟁에서 이긴다고 해봐야 먹을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영화, 드라마 시장이 아무리 크다 한들 게임 시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희는 그저 제작을 지원하고 IP를 확보할 뿐입니다. 이를 넷플레이를 비롯한 여러 OTT 회사들에 공급할 수 있겠죠.”
다시 말해 콘텐츠 제공업자(Content Provider) 역할을 하겠다는 것.
물론 여전히 넷플레이의 투자를 받고 싶어 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작사들이 좀 더 나은 조건으로 넷플레이와 협상할 수 있겠지.
반면, 넷플레이 입장에서는 그만큼 조건을 높여줘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콘텐츠가 제 값을 받고 서비스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