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09
609화. NDY 인베스트먼트 (2)
천덕유.
젊은 시절부터 대부업, 다단계, 기획부동산 등 여러 사기를 벌이며 전과 15범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사기를 칠 만큼 치고 돈도 꽤 벌었지만,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좀 더 큰물에서 놀아야 해.’
그래서 그는 주식시장으로 발을 뻗었다.
그가 보기에 한국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었다.
인수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사 KNC인터내셔널의 대표가 된 그는 바로 주가 조작을 시작했다.
콩고에서 인수한 폐광산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코발트가 매장되어 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
외교부가 광산의 실체를 공인해주며 소문은 사실로 둔갑했고,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며 미친 듯이 폭등했다.
마무리까지는 딱 한 걸음이었다.
호재 공시를 낸 다음 고점에서 주식을 전부 팔아치우고, 돈을 챙겨 한국을 뜰 생각이었다.
그런데…….
직전에 모든 것이 발각되며,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며칠만 시간이 있었으면 1천억 원을 벌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이가 갈렸다.
‘대체 어떤 놈이 폭로한 거지?’
그는 제보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당시 폭로에는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내용들이 여럿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내부 배신자를 의심하고 찾아보았지만,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그의 작전을 눈치채고 인터넷 언론에 제보했을까?
어쨌거나 작전은 실패했고, 천덕유는 체포돼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비자금을 만들어 놓은 덕분에 전직 판사와 검사로 구성된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할 수 있었고, 5년 형을 받았다.
천덕유는 교도소 안에서도 쉬지 않고 새로운 계획을 구상했다.
‘이제 예전과 같은 방식은 힘들어.’
그는 어리석은 일관성을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전과 같은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더욱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
‘단기간에 주가를 상승시키면 금융당국이 금방 눈치챌 거야. 그러니 시총이 별로 크지 않고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을 골라 통정매매와 자전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주가를 올리는 거야. 적자 기업이 아닌, 내실이 있는 기업들을 고르면 주가 상승을 매출 증가와 향후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포장할 수 있겠지.’
하지만 현재 영어의 몸인 관계로 직접 주가 조작을 주도하기는 힘들었다.
때문에 사위인 백상철에게 자신의 인맥을 소개해주고, 초기 자금을 밀어주었다.
“자네만 믿겠네. 이번 일 잘 끝나고 나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면회를 온 백상철은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인어른.”
* * *
천덕유에 대한 얘기를 들은 동호 선배는 혀를 내둘렀다.
“그럼 옥중에서 주가 조작을 지시한 건가?”
“그렇겠죠.”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이지.
교도소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왠지 나도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은 여타 주가 조작과는 달리 CFD에 다단계 방식까지 결합됐다.
이런 걸 보면 역시나 사기도 쳐본 놈이 잘 치고, 주가 조작도 해본 놈이 잘한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신고할 거야?”
“아직은 추측일 뿐이니, 자료를 좀 더 모아보죠.”
“어떻게?”
“그건 저한테 맡기고, 선배는 할 일이 있어요.”
“내가 할 일? 뭐?”
난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뭐긴 뭐겠어요? 작전 세력 뒤통수쳐서 돈 벌어야죠.”
* * *
난 다시 지유를 만났다.
“지난번에 정창민이 말했다던 그 투자 있잖아.”
“네.”
“관심 있는 척하고 추가로 자료를 좀 달라고 할 수 있어?”
“네. 해볼게요. 아! 그러고 보니 투자설명회에 오라고 했어요.”
“그래?”
이쯤 되자 지유도 슬슬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다.난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NDY 인베스트먼트는 주가 조작 세력일 가능성이 커.”
내 말에 지유는 깜짝 놀랐다.
“주가 조작이요?”
“응.”
난 이제까지 알게 된 사실들을 얘기해주었다.
“어! 그럼 정창민 선배님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뭐……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겠지.”
엄밀히 따지면 정창민이 직접 주가 조작에 가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거액을 투자한 것도 모자라, 주가 조작 세력을 위해 열심히 투자 홍보를 하고 다녔다.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다.
최선의 방법은 지금이라도 매도하는 것.
인증서와 매매 계좌가 담긴 핸드폰을 넘겼다지만, 본인이 직접 신분증 들고 증권사에 찾아가 매도 요청을 하면 그만이다.
물론 수익을 낸다고 해도 범죄수익으로 몰수당하겠지만, 그래도 원금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걸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정창민에게 얘기하면, 주가 조작 세력 역시 눈치를 챌 가능성이 높다.
“괜히 부담되거나 하면 안 해도 돼.”
그러자 지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주가 조작이면 더욱 잡아야죠!”
* * *
정창민.
데뷔 27년 차의 배우이자 가수.
10대 시절 데뷔한 그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을 맡아 흥행을 시켰고, 예능에서도 맹활약했다.
여러 재능이 넘치는 만능 엔터테인먼트지만, 그를 최정상으로 올려놓은 것은 바로 가수로서의 재능이었다.
출시한 앨범마다 큰 성공을 거뒀고, 셀 수도 없을 만큼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했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상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모르거나, 그의 노래를 안 들어본 사람들이 드물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한국 한정.
외국에서 그의 인기는 없다시피 했다.
그가 처음 활동했을 당시 해외 진출은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였다.
그러다가 일본과 동남아 시장이 열렸고, 지금은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어느새 K-팝은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사실 해외 진출은 정창민의 꿈이었다.
현재 K-팝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아이돌.
음악도 발라드가 아닌 댄스다.이에 정창민은 자신이 직접 기획사를 차려 보이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실제로 가수, 작곡가, 매니저 중에서 기획사를 차려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여럿이었다.
남들이 한 일을 그가 못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올라잇 엔터테인먼트를 차리고, CM8이라는 보이그룹을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기획사를 차려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가 생겼고,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정창민은 그동안 번 돈을 전부 투자했지만 데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데뷔하려는 그룹들이 줄을 지어 대기 중이었고, 음악방송에 한 번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데뷔 전 에이튜브와 SNS 등을 통해 멤버와 콘셉트를 먼저 공개했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심지어 정창민이 직접 여러 예능에 출연해 자신이 몇 년간의 노력을 쏟아부어 만든 보이그룹이라고 열심히 홍보하고 다녔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기란 쉽지 않았다.
멤버를 교체하고 콘셉트를 변경하다 보니, 데뷔는 점점 늦어졌고 투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때 정창민은 지인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백상철.NDY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자문사의 대표였다.
그는 만난 자리에서 그의 기획사에 2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었다.
백상철은 정창민에게 말했다.
“전 정창민 씨의 팬입니다. 이번 기회에 인연이 닿게 돼서 다행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친한 동생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되나?”
“예. 저도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백상철과 정창민은 어느새 형님 아우 하는 사이가 됐다.
이후, 정창민은 백상철이 개최한 자선파티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본 백상철의 인맥은 놀라웠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병원장, 변호사, 정치인 등등.
이들 대다수는 백상철의 투자사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정창민은 27년 동안 연예계 생활을 했다.
사실 연예계만큼 사기꾼이 많은 곳도 드물다.
그가 만나본 사기꾼은 한둘이 아니었고, 같이 활동하던 동료 연예인 중에는 사기꾼에게 당해 재산을 날린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정창민은 그동안 기획사뿐 아니라 여러 사업을 해왔고, 사기에 당할 만큼 어리숙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수익을 직접 눈으로 보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백상철이 직접 투자를 권유했다면 조금이나마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투자와 관련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정창민이 먼저 말을 꺼냈다.
“백 대표. 혹시 나도 좀 투자를 할 수 있어?”
“형님께서요?”
그런데 백상철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저희는 신규 투자를 잘 받지 않습니다. 딱히 투자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구요. 단기 수익을 노리시는 거라면 다른 투자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백상철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정창민은 더욱 몸이 달았다.
“그러지 말고 좀 부탁할게.”
“투자를 하신다면 얼마나요?”
“여유 자금을 다 넣으면 40억 정도는 될 것 같아.”
“저희 투자사가 원금을 보장해드리긴 하지만, 수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익이 날까?”
“초기에 투자하신 분들은 대여섯 배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투자하시는 분들은 두세 배 정도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두, 두세 배?”
“네. 저희는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편이라서요.”
그런데도 두세 배의 수익이 난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투자하려면 어떻게 하면 돼?”
“먼저 증권사에서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고, CFD 거래를 열어야 합니다. 그다음 회사에 스마트폰과 인증서를 넘겨주시면 됩니다.”
정창민은 백상철이 시킨 대로 증권사에 계좌 잔고의 소득을 증명해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었고, CFD 거래가 가능한 계좌를 열었다.
그리고 매매 계좌와 인증서가 담긴 스마트폰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40억 원이 있던 그의 계좌 잔고는 순식간에 불어나더니, 수익이 10억 원, 20억 원이 찍혔다.
그리고 한 달 만에 50억 원의 수익을 냈다.
정창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다니!’
그동안 열심히 앨범 내고, 방송 출연하고, 행사를 뛴 게 허무할 정도였다.
이 돈이면 얼마든지 아이돌을 키워서 세계 시장에 내보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의 기획사인 올라잇 엔터테인먼트가 SOT나 GY, 하이퍼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로 발돋움할 수도 있을 것이다.
NDY 인베스트먼트에는 다른 투자사에는 없는 특이한 규칙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 경우, 수익의 10퍼센트를 유치한 사람이 받을 수 있다는 것.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때부터 정창민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