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13
613화. NDY 인베스트먼트 (6)
개인투자자 1,400만 명 시대.
이들 중 상당수는 뉴스와 공시만이 아닌, SNS와 에이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때문에 금융 정보를 전달하는 핀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졌다.
박찬서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예전부터 종토방, 단톡방을 운영하던 그는 에이튜브 채널을 개설해 종목을 추천해주었다.
채널명은 ‘박찬서의 시장 보기’.
나름 명쾌한 분석과 성실한 방송 덕분에 그는 58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대형 에이튜버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찍은 종목들마다 폭등하며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고, 구독자가 20만 명 넘게 증가했다.
그는 몇 달 전 지인의 소개로 백상철을 만났다.
백상철은 그 자리에서 1억 원의 현금과 함께 롤렉스 시계를 건네주며 홍보를 맡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는 NDY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하는 종목들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기회라 생각한 박찬서는 재빨리 해당 종목들을 매수하는 한편, 자신의 에이튜브 채널에서는 물론이고 여러 투자 채널에 출연해 해당 종목을 추천했다.
“딱 이 세 종목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디디데이터, 린텍, 천년헬스케어. 제 말 듣고 투자하신 분들 중에서 100퍼센트 이상 수익이 안 난 분이 없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전망도 좋고, 훌륭한 기업입니다. 더 늦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니까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당장 사세요. 한 주 살 거 두 주 사세요.”
유성전자나 GL엔텍 같이 시총이 수십, 수백조 원 되는 대기업은 핀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시총이 작고 유통량이 적은 주식은 다르다.
개인투자자들이 달려들어 매수하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가가 오를수록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더욱 커지는 만큼, 그는 더욱 열정적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실제로 그 주식들은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그의 방송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조만간 정리해야지.’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충분히 수익을 낸 만큼 이제는 매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 리포트가 공개된 순간 분위기가 반전됐다.
[추천하신 종목들이 주가 조작이라는데 진짜인가요?] [인플루언서와 에이튜버들이 돈 먹고 추천하는 거라고 하던데.] [선행매매한 다음 개인 투자자들 꼬드겨서 비싼값에 떠넘기는 거라고.] [혹시 주가 조작 세력과 연동되어 있는 건 아니죠?] [박찬서 님 영상만 보고 매수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대답 좀 해주세요!]올라오는 기사들을 본 박찬서는 깜짝 놀랐다.
“NDY 인베스트먼트가 주가 조작 세력이라고?”
내심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거액을 주며 매수 추천을 맡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매도할 때 미리 알려준다고 했는데, 설마 이런 일이 터질 줄이야!’
이대로라면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박찬서는 긴급 라이브 방송을 켰다.
해당 종목들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한둘이 아닌 만큼, 순식간에 2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박찬서는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
“자기들이 공매도 걸어놓고 작전 세력의 주가 조작이라고 리포트 내는 게 말이 됩니까? 이렇게 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누가 이익을 보게 됩니까? 바로 컨티뉴 캐피탈만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런 게 바로 주가 조작입니다. 대체 금융당국은 뭘 하고 있습니까? 당장 컨티뉴 캐피탈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하십시오!”
그는 컨티뉴 캐피탈에 대한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구독자들에게 대응 방법을 지시했다.
“해당 종목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실한 기업입니다. 모두 게임스타트 사태 봤죠? 공매도 세력은 주가가 폭등하면 손실을 입게 되고, 공매도한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합니다. 숏스퀴즈가 일어나면 주가는 몇 배 더 폭등할 수 있습니다. 안 팔면 안 떨어집니다. 팔지 않고 버티면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익을, 컨티뉴 캐피탈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겁니다! 투자자분들 힘드신 거 압니다. 하지만 절대 팔지 말고 끝까지 버티세요. 그럼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개미는 뭉치면 강하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장 열리자마자 내 주식부터 내던져야지. 남들보다 1분 1초라도 먼저 팔아야 해!’
한 명이라도 그의 말을 믿고 팔지 말아야, 그가 주식을 팔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진다.
* * *
투자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오전 9시가 되자 장이 열렸다.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재성홀딩스 -29.99%
명광 -29.97%
JBC -29.92%
두올증권 -29.99%
매림지주 -29.92%
디디데이터 -29.97%
SOR홀딩스 -29.97%
린텍 -29.99%
티니퍼시픽 -29.95%
천년헬스케어 -29.95%
컨티뉴 캐피탈이 주가 조작으로 언급한 10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했다.
주식시장에서 하한가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10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로 떨어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일제히 매도가 쏟아지며 하한가에 수십, 수백만 주씩 쌓였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야! 올 하한가!
-리포트 하나로 10개 종목을 폭락시켰네.
-안 팔면 안 떨어진다며?
-근데 모두가 팜 ㅎㅎ
-핀플루언서들 어제 다들 팔지 말자고 난리 치던데. 영상 올리고, 문자 돌리고, 타톡방에 공지 올리고~
-ㅋㅋㅋ 팔지 말하고 한 놈들이 가장 먼저 내던졌을 듯.
-근데 아무도 못 팔게 됐네. 꼴 좋다~
-저 새끼들도 전부 조사해 봐야 함.
-수사 시작하면 줄줄이 잡혀들어갈 듯.
* * *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창민 역시 주가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하한가라는 것을 처음으로 맞아보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계좌에 생각이 미쳤다.
‘내 돈은 어떻게 됐지?’
그러나 계좌와 인증서가 담긴 스마트폰을 투자사 측에 넘긴 만큼, 당장 확인할 수가 없었다.
정창민은 계좌를 개설했던 증권사에 전화를 해보았다.
본인인증을 거치고 나자 증권사 직원이 연결됐다.
그런데 직원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안 그래도 전화드리려고 했습니다. 증거금이 40퍼센트 이하로 떨어져서 추가증거금을 넣으셔야 합니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추가증거금을 넣지 않으면 반대매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반대매매요?”
[계좌에 있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겁니다.]“얼마를 더 넣으라는 겁니까?”
[14억 3천만 원입니다.]정창민은 당황하며 말했다.
“100퍼센트 이상 수익이었습니다. 하한가라고 해도 고작 30퍼센트 떨어졌을 뿐일 텐데요.”
[CFD는 하락할 때도 레버리지가 적용됩니다.]“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직원은 추가 증거금을 넣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미 가진 현금은 전부 투자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갑자기 10억이 넘는 큰돈을 무슨 수로 마련한단 말인가?
“그, 그럼 지금이라도 팔 수 있나요?”
[주문은 넣을 수 있지만, 하한가라서 매도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정창민은 기가 막혀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단 전화를 끊고 바로 백상철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걸고 문자를 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제발 좀 받아라…….”
NDY 인베스트먼트 직원들에게 연락을 해보자, 다행히 그의 팬이라고 했던 직원 한 명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출근했더니 대표님과 다른 사람들 모두 싹 사라지고 없어요. 회사도 엉망이고. 대체 무슨 일이죠? 이거 진짜 작전인가요?]“…….”
그 물음에 정창민은 말문이 막혔다.
그걸 알아보려고 전화한 건데, 자신에게 물으면 뭘 어쩌라는 건가?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백상철 어디 있어!?) (내 돈 내놔!) (이 사기꾼놈들아!) 자, 잠깐만요. 이렇게 밀고 들어오시면 안 돼요! 당장 나가세요!]이어서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아마도 분노한 투자자들이 회사로 몰려간 듯했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보려는데, 먼저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그의 권유로 투자한 친한 후배였다.
정창민은 해명을 위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그러자 평소 그를 깍듯하게 대하던 동생은 다짜고짜 쌍욕을 퍼부었다.
[형님, 저한테 사기 친 겁니까? 이거 다 사기라며? 처음부터 그놈들과 한패였어요? 세상에 할 게 없어서 후배를 주가 조작단에게 소개해?]“무슨 말이야? 주가 조작이라니! 그건 어디까지나 컨티뉴 캐피탈의 허위 주장이야. 절대 작전 같은 건 없다고…….”
[지금 금융위가 조사에 나섰는데, 작전이 아니라고?]“응?”
정창민은 책상에 놓인 모니터를 보았다.
거기에는 속보가 떠있었다.
[(속보) 금융위, NDY 인베스트먼트 주가 조작 수사!] [주가 조작 관련 혐의점 포착! 거래소 해당 종목들에 대해 투자주의 경고!] [정말로 작전 세력의 주가 조작인가?]순간, 정신이 멍해졌다.‘진짜 주가 조작이라고?’
“민석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 좋아하시네.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야?]“일단 진정해.”
[야, 이 사기꾼놈의 새끼야!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골프채를 들고 가서 네놈 머리통을 날려버리겠어!]차마 듣기조차 힘든 욕이 쏟아졌고, 정창민은 전화를 끊었다.
그 뒤로도 핸드폰이 계속 울렸지만,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숨을 돌리며 생각을 정리해 보려는데, 그럴 틈도 없이 직원들이 들어와 보고했다.
“언론사에서 정말로 주가 조작에 가담했냐고 물어보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직원과 멤버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회사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CM8 스케줄은 전부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몸에 힘이 쭉 빠진 정창민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건 말도 안 돼.”
백상철을 만난 건 지인의 소개.
그 자리에서 그는 정창민이 만든 기획사에 20억 원을 흔쾌히 투자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에게 호감과 신뢰를 가졌다.
NDY 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건 그저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투자설명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건 도움을 받은 만큼 자신도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뿐이다.
‘그런데 주가 조작 세력이었다고?’
그것도 모르고 투자설명회에 따라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연설을 했고, 동료 연예인들에게까지 투자를 권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익은커녕 투자금마저 날리게 생겼다.
‘내가 대체 왜 그랬지?’
마치 몇 개월 동안 뭔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창민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난 몰랐는데……. 진짜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