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15
615화. NDY 인베스트먼트 (8)
각 증권사마다 손실액을 회수하느라 분주했다.
“고객들이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다들 손실액에 대한 입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거래한 게 아니니, 책임지지 않겠다고 합니다.”
“민사소송을 하든 압수수색을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신용거래와 CFD 거래를 한 이들 모두 손실액 배상을 거부했다.
“아니, 이런 위험이 있는지 모르고 투자했어?”
“약관에 원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벌었으면 증권사에 그 돈 달라고 했을 거 아니야? 그런데 잃으니 못 내겠다고?”
그러나 주지 않겠다고 하면 당장은 방법이 없다.
이러다가 정말 증권사가 손실을 떠안게 생겼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는 컨티뉴 캐피탈에 대한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또 컨티뉴 캐피탈이야!?”
“대체 이놈들은 얼마를 해먹은 거야?”
“미리 언질이라도 주든지!”
그동안 컨티뉴 캐피탈이 한국에서 벌인 일을 생각하면, 증권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을 터트린 것이다.
심지어는 해당 종목만이 아닌, CFD 비율이 높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도 공매도를 했다!
증권사들이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안는 판에 컨티뉴 캐피탈의 수익이 2조 원은 넘을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 * *
[NDY 인베스트먼트 주가 조작 사태로 본 한국 증시의 후진성]컨티뉴 캐피탈 리포트로 촉발된 한국 증시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네 종목은 4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주가가 4분의 1토막 났고, 그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은 10조 원에 달했다.
주가 조작 정황이 다수 발견되며 금융당국과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인 만큼, 향후 얼마나 더 피해가 커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작전 세력은 1년 넘는 기간 동안 병원장, 연예인 등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은 다음, 투자자 명의의 스마트폰 수백 대를 확보해 자전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들은 수백 명을 거래에 참여시키고, 유통 물량이 적은 우량주를 정해 일정 목표액까지 조금씩 상승시켰다.
여기에는 CFD 계좌를 활용해 매수 주체를 숨기고, 외국인이 매수하는 것으로 위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날린 것도 모자라, 오히려 추가 손실액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배상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들은 수천억 원의 손실을 대신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부주의를 탓하기에 이번 사태는 증권사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CFD와 신용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리스크 관리에는 소홀했다.
이렇게 CFD 판매가 늘어난 것은 자산 기준이 5억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낮아져서 일반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허들이 낮아졌고, 증권사들이 그동안 경쟁적으로 판촉을 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인 CFD는 펀드나 다른 상품을 파는 것에 비해 수수료가 10배 이상 높다.
이러한 높은 수수료 덕분에 일부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증거금 기준을 완화해주기도 했다.
또한 한국 증권사들이 최근 6개월 동안 발간한 기업 리포트 1만여 건을 분석해보면 매수의견을 추천한 리포트가 전체의 80퍼센트를 넘었고, 매도의견을 제시한 의견은 단 9건에 불과했다.
사태가 벌어지기 3개월 전부터 몇몇 주식 에이튜버들은 해당 종목이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는 영상을 올렸고,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주가 조작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동안 증권사들은 이상 급등을 보면서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는 금융당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난 정부에서 발의한 각종 주식시장 선진화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지목하기도 한다.
GL엔텍 물적분할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던 남궁석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이후 대통령실 명의로 주식시장 관련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공매도를 시스템화하고, 주가 조작을 사전에 적발하는 감시 장치를 구축하고, 주가 조작범을 강하게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당시 재계와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에는 물적분할 제한과 쪼개기 상장 금지, 대주주 지분 매각시 사전 공시, 대주주 지분 양도시 소액주주에게 동일 조건 적용 등 대주주에게 불리한 법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은 세계 경제 규모 11위의 국가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됐다.
유성전자와 대연차, GL엔텍 등 세계적인 기업도 여럿이고, 금융시장의 규모 역시 세계 6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규모와는 달리, 매우 후진적인 구조를 지녔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횡령과 배임, 친인척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기업끼리 거래에 개인회사를 끼워 넣는 통행세 징수,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 책정, 낮은 배당률 등등.
여기에 금융 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이 겹쳐지며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도박판으로 변질됐다.
선거 시즌만 되면 온갖 정치인 테마주가 설쳐대고, 잊을 만하면 대규모 주가 조작 사건이 터졌다.
다음번에 이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 만큼, 한국 증시를 더 이상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 * *
주가 조작 공범들이 하나둘씩 붙잡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새로운 기사가 쏟아졌다.
[매림지주 이광석 회장, 폭락 직전 주식 대량 매도!] [주당 32,100원에 처분해 총 620억 원 수익!] [이광석 회장, 주가 조작 사실 알고 방관했나?] [작전 세력과 연계됐을 경우 법적 책임 피할 수 없어…….]매림지주 역시 다른 주가 조작 종목과 마찬가지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량이 적은 기업이다.
이에 대해 작전 세력과 연관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이광석 회장은 직접 입장을 밝혔다.
“최근 주식 매각과 관련해 제기된 악의적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주식 매각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으며, 전 작전 세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주식을 매각한 건 단지 은퇴 후 노후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주주들이 주가 폭락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이, 대주주가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해 620억 원을 챙겼다.
매도 타이밍으로 볼 때 작전 세력과 연계되었다는 의심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그가 작전 세력 일부와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과 증언이 쏟아졌다.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이광석 회장은 재빨리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어떠한 법적 문제도 없는 정당한 매매였지만, 많은 주주님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해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향후 조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대주주 먹튀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뉴스를 덮는 더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유명 가수, 작전 세력에 40억 원 투자!] [가수 정모 씨, 주가 조작 세력과 어떤 관계인가?] [정창민, 백상철과 호형호제하던 사이…….]NDY 인베스트먼트에는 다수의 연예인들도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 역시 큰 손실을 봤지만, 하나같이 투자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한 명만큼은 도저히 부인하지 못했다.
바로 정창민.
언론들은 그가 투자설명회에 나서서 백상철을 찬양하고 투자를 권유하는 영상과 사진을 입수했고, 이를 연일 보도했다.
사실 연예인들이 사기를 당하는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알려진 사례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째는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고, 둘째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기 때문.
마지막으로 셋째는 보통 사람들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남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한다.
그런데 정창민은 사기를 당한 것뿐 아니라, 가담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대중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정창민은 급하게 해명문을 냈다.
내용은 구구절절했지만, 대충 요약을 하자면…….
첫째, 백상철과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일 뿐이다.
둘째, 40억 원을 투자한 것은 맞지만, 오히려 50억 원 이상 손해를 봤다.
셋째, 주가 조작인지 전혀 몰랐고, 투자설명회에서 했던 발언에 대해서는 후회하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여론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이야! 창민이 형 왜 그랬어? ㅜㅜ
-아니, 40억을 투자했는데 몰랐다고?
-CFD 계좌 트고 스마트폰까지 맡겼다며?
-수익이 났을 때는 호형호제하다가, 손해가 나니까 잘 모르는 사람 ㅋㅋㅋ
-정창민 말 듣고 투자한 사람도 한둘이 아닐 텐데.
-이 형 그렇게 안 봤는데, 엄청 실망이네.
-진짜. 콘서트까지 갈 정도로 최애 가수인데ㅜㅜ
-앞으로 정창민 노래 들으면 주가 조작밖에 생각 안 날듯.
* * *
워낙 큰 사태인 만큼 정부는 비상대책회의를 가동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검이 모여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NDY 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관련자 9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백상철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회의가 끝난 뒤, 금양섭 대통령은 최형주 경제부총리의 보고를 받았다.
“컨티뉴 캐피탈 리포트 하나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아니, 금융범죄를 발견했으면 바로 신고해야지. 그런데 보란 듯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다음, 주가 조작으로 신고했다고?”
“그렇습니다.”
그 결과 10개 종목 동시 하한가라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적게는 50퍼센트, 많게는 90퍼센트까지 날아갔고, 주가 조작 세력,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 CFD를 판매하고 미수금을 회수 못 한 증권사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 그사이 컨티뉴 캐피탈은 거액의 수익을 챙겼다.
이번 투자로 컨티뉴 캐피탈의 추정 수익은 약 2조 원.
금융시장이 폭격을 맞은 상태에서…… 아니, 정확히는 자신들이 폭격을 해놓고는 2조 원을 유유히 챙겨나간 것이다.
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짓을 벌이겠는가?
“이게 법적인 문제는 없나?”
“주가 조작 세력과 공모하지 않은 이상 문제는 없습니다.”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매수하고, 떨어질 것 같으면 매도나 공매도를 한다.
주가 조작으로 오른 종목 역시 마찬가지다.사실 이는 공매도의 순기능 중 하나.
별다른 이유 없이 폭등한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함으로써 원래 가격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은 컨티뉴 캐피탈이 터트린 게 아니다.
어차피 터질 일을 컨티뉴 캐피탈이 일찍 터트렸을 뿐이다. 만약 더 늦게 터졌다면 피해 규모 역시 보다 커졌을 수도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2천억 원 정도 손실을 보겠지만, 건전성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향후 위험 종목에 대한 신용거래를 제한하고, CFD 제도도 손보기로 했습니다.”
금양섭은 국회의원 당시, 남궁석 대통령실에서 발의한 주식시장 선진화법에 대해 이를 ‘기업 죽이기 법’이라고 맹비난하며 반대에 앞장섰다.
그런데 임기 초에 바로 대규모 주가 조작 사건이 터지자, 일각에서는 이 법이 통과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만약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최형주 경제부총리가 나가고 나자, 금양섭 대통령은 이를 갈듯 말했다.
“이런 투기꾼 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