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17
617화. 스페이스십 (1)
알렌 에버하트는 관종답게 여러 파티에 참가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동안 나에게 수차례 파티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전부 거절했다.
왜냐하면 나는 관종이 아니니까.
하지만 스페이스십 발사라면 얘기가 다르지.
거대 로켓이 발사하는 것을 가까이서 볼 기회는 흔치 않다, 관제탑에서라면 더더욱.
혼자 가면 심심하니, 누구를 데려가는 게 좋을까?
난 일단 SW게임즈를 찾아갔다.
“신작 게임 개발은 잘돼 가?”
“응. 게임 자체는 완성됐고, 이를 자연스럽게 VR로 구현하는 게 문제지. 잘 만들면 엄청난 명작이 나올 것 같아.”
“쿼터 라이프 VR보다 잘 만들 수 있겠어?”
참고로 쿼터 라이프 VR은 현존하는 VR 게임 중 최고로 손꼽힌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봐야지.”
말은 이렇게 해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어떤 게임이 나올지 나도 기대된다.
“시간 있으면 나랑 어디 좀 가자.”
그러자 선우는 바로 경계심을 나타냈다.
“설마 또 투자 다단계 들으러 가자고?”
“그럴 리가. 이번에는 좋은 데 데려가 줄게.”
“어디?”
난 설명을 해주었다.
거절할 준비를 하던 선우는 귀가 솔깃한 듯했다.
“흠, 스페이스십이라…….”
관심이 좀 있는 것처럼 보이자 난 한껏 생색을 냈다.
“알다시피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 나니까 데려가 주는 거야. 고맙게 생각해.”
“그럼 혼자 가.”
“에이, 비싸게 굴지 말고. 특별히 알렌 에버하트도 소개해줄게.”
“내가 만나서 뭐 해?”
“오버클락2 재미있게 하고 있대. 투위터에 홍보도 해줬잖아. 얘기해 보면 재미있을 거야.”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소설로 써도 개연성 없다고 욕먹지 않을까?
선우는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듯했다.
“그래도 투자 다단계 들으러 가자는 것보다는 낫네.”
“그럼그럼.”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자. 어차피 아이스스톰에도 한번 가야 했고.”
“아이스스톰은 왜?”
“거기도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
“아!”
슬슬 메피스토5가 나올 때 됐지?
* * *
퇴근해서 집 현관문을 열어 보니, 거실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뭔지 모를 위기감에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뒤로 물러나려는데, 세나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오빠, 왔어?”
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넌 또 여기 왜 있어?”
“근처 온 김에 오빠 보고 싶어서 들렀어.”
“굳이?”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건데.
세나는 내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저녁 먹었어?”
“아직.”
“우리 치킨 시켜 먹자.”
그러고 보니 치킨 먹은 지가 꽤 됐구나.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치킨은 주기적으로 한 번씩 시켜 먹어 줘야지.
난 한정치킨을 주문해 세나와 함께 먹었다.
어렸을 때 같이 먹을 때는 닭다리 하나 더 먹겠다고 싸우곤 했는데, 이제는 삶에 여유가 생긴 관계로 1인1닭으로 시켰다.
이래서 사람은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세나는 닭을 뜯으며 슬쩍 물었다.
“알렌 아저씨에게 우주여행 물어봤어?”
“알렌 아저씨라…….”
고작 한번 봤을 뿐인데, 벌써부터 내적 친밀감이 생긴 모양이다.
내 여동생의 친화력이란…….
“나중에 물어볼 테니 톡 좀 그만 보내.”
그러자 세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칫! 여동생 부탁 하나 못 들어주냐?”
“…….”
대체 어느 여동생이 우주여행 시켜달라는 부탁을 하나!?
“엄마가 다음 주에 집에 오래.”
“못 간다고 전해드려.”
“왜?”
“미국 가.”
미국이라는 말에 세나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래? 안 그래도 시드가 놀러오라고 하던데. 나 보고 싶대.”
“그럴 리가.”
“진짜야.”
“앞으로 시드랑 놀지 마.”
“왜?”
“시드 일하는 데 방해되잖아.”
“아닌데. 시드는 나랑 놀면 일이 더 잘된다고 했어.”
“…….”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시드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있나?
난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텍사스로 갈 거야.”
“텍사스는 왜?”
“스페이스십 발사가 있다고 해서.”
말을 하고 나서 순간 아차 싶었다.
세나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진짜!?”
“스페이스십이 뭔지는 알아?”
“그럼! 로켓이잖아. 나중에 그거 타고 달이랑 화성 여행 갈 수도 있다는데!”
“…….”
얘가 알 정도니 스페이스Z가 진짜로 성공하긴 했구나.
“나도 보러 갈래!”
“니가 왜?”
“왜는? 보고 싶으니까 그렇지. 나도 데려가아!”
“안 돼.”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면 애 버릇 나빠진다.
“아, 왜에! 오빠만 좋은 거 보러 가고! 나도 가고 싶어! 가고 싶단 말이야!”
“…….”
때릴까?
남동생이었으면 벌써 로우킥 날아갔다.
“앞으로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효도도 열심히 할게. 오빠 말도 잘 들을게.”
“…….”
아주 그냥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온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순식간에 세 개나 하다니!
“데려가 줄 거지?”
“으음.”
이번은 스페이스십의 첫 발사.
그리고 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미 알고 있다.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우주여행 가고 싶다는 소리는 못 하지 않을까?
“학교는 어쩌고?”
“며칠 빠져도 괜찮아.”
“…….”
어차피 학교 가봐야 공부도 안 할 테고, 주말 껴서 데려가면 하루 이틀만 빠지면 된다.
난 세나에게 다짐 받듯 물었다.
“앞으로 진짜 열심히 효도할 수 있어?”
“응응.”
“오빠 말도 잘 듣고?”
“네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자.”
그러자 세나는 바로 나를 끌어안았다.
“우와! 우리 오빠 최고!”
“……떨어져.”
“애들 데려가도 돼?”
“누구?”
“누구긴.”
세나’s 프렌즈인가?
얘 혼자 데려가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데려가는 게 케어하기 편하다.
“알아서 해.”
* * *
난 선우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나를 만났다.
“오빠!”
세나의 옆에는 친구들이 함께였다.
나를 본 소진이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빠.”
“어, 소진아. 잘 지냈어?”
“네.”
여전히 귀여운 모습이다.
마음 같아서는 내 여동생과 바꾸고 싶다.
소진이에 이어서 조유경과 박예진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마 세나’s 프렌즈가 총집결할 줄이야.
조유경과 박예진은 나를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세나에게 얘기 들었어요. 오빠가 컨티뉴 캐피탈 대표라고.”
“알렌 에버하트와도 친하시다고.”
“정말 너무 대단하세요!”
“맞아요. 존경스러워요!”
애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받으니 왠지 어깨가 으쓱하다.
내가 이 정도다.
“다들 학교 안 가도 돼?”
“네. 학교에 잘 얘기해 놨어요.”
“저희는 리포트만 잘 제출하면 돼요.”
“전 어차피 이번 학기는 포기했어요.”
“…….”
선우는 나에게 슬쩍 말했다.
“우리 대학 다닐 때랑 비슷하네.”
“그러게.”
친구에게 대리 출석 맡겨놓고 놀러 다니던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하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다.
나였어도 학교 내팽개치고 바로 달려왔다.
선우도 세나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소진이는 일전에 같이 일본에 가느라 만난 적이 있지만, 조유경과 박예진은 이번이 처음.
강선우가 SW게임즈 대표라는 얘기를 듣자 둘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판타지아 테일즈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전 오버클락2요!”
우리는 다 같이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 * *
그동안 미국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지만, 텍사스에 가는 건 이번이 처음.
왜냐하면 그동안 갈 일이 없었으니까.
보통 미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캘리포니아주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IT산업의 중심지고, 뉴욕주는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미국 금융 중심지.
따라서 이 둘이 경제 규모 1, 2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2위는 텍사스주.
텍사스의 인구수는 2,800만 명으로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인구수가 많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
문제는 대부분이 불법 이민자라서 미국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아무리 장벽을 세우고 검문을 강화해도 몰려드는 이민자를 막기에는 역부족.
그리고 둘째는 알렌 에버하트.
텍사스의 주요 산업은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에너지다.
세계 3대 원유 중 하나인 WTI(West Texas Intermediate)가 바로 텍사스에서 나온다. 때문에 미국의 주요 원유 기업들 본사는 텍사스에 몰려있다.
또한 사막을 끼고 있어서 원유뿐 아니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역시 크게 발달해 있다.
최근에는 제조업과 IT산업 역시 급속도로 성장 중이고, 그 중심에는 바로 알렌 에버하트가 있다.
과거 텍사스를 대표하는 기업이 엑슨모빌이었다면, 현재는 티슬라와 스페이스Z다.
첨단 제조업 공장과 항공우주기업들이 들어서며, 관련 스타트업들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는 중이다.
덕분에 텍사스는 나날이 인구가 늘고, 소득이 증가 중이다.
스페이스Z 발사장인 스페이스베이스는 멕시코만에 인접한 보카치카 해변에 위치해 있다.
근처에는 스페이스Z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작은 공항이 있어서 이곳을 통해 인력과 물자가 오간다.
공항에 내리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
붉은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여성은 손을 크게 흔들었다.
“헤이, 미루.”
“트리시!”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취재 때문에 온 거예요?”
“물론이죠.”
기자로서 이런 중요한 이벤트는 놓칠 수 없겠지.
스페이스십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로켓.
이런 거대 로켓을 발사하는 것인 만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미국뿐 아니라 각국 언론사들이 총집결해 있었다.
발사가 이뤄지는 시간은 내일 오전.
애들을 위해 미리 견학 코스를 예약해뒀다.
세나와 친구들은 가이드와 경호원을 따라 견학을 가기로 했고, 선우는 피곤하다며 준비된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난 트리시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동생과 친구들도 데려왔네요.”
“네. 다들 꼭 와보고 싶다고 해서요.”
“좋은 오빠네요. 지금 관광객들도 엄청 와있는 거 알아요?”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주변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오스틴과 휴스턴에서 차를 몰고 달려온 사람도 있고,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마치 거대한 축제라도 벌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미루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뭐, 일하며 지냈죠.”
난 그동안의 일을 말해주었다.
“재밌는 일들이 많았네요. 한국에 있어서 취재했으면 좋았을 텐데.”
난 피식 웃으며 물었다.
“알렌 에버하트는요?”
“지금 정신없는 모양이에요.”
하긴, 로켓 발사는 카운트다운 직전에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막판까지 점검을 소홀히 할 수는 없겠지.
“전기 집필은 잘돼 가요?”
“네. 초안은 대충 잡아놨어요. 분량 배분이 문제예요. 지금도 실시간으로 뉴스가 쏟아지는 중이니까요.”
아무리 요약해서 써도 1천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트리시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나중에 미루 전기도 꼭 쓸게요.”
“진짜 쓰게요?”
“그럼요.”
난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뭔데요?”
“저 그냥 외동이라고 써주면 안 돼요?”
트리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미루는 여동생이 있잖아요.”
“아! 책에 여동생 나오면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