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19
619화. 스페이스십 (3)
스페이스십은 역사상 가장 큰 우주선.
최대 100명이 탑승할 수 있고, 최대 200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스페이스십의 개발은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과도 연관이 있다. 이는 달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고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십은 바로 이 유인 달 탐사와 기지 건설에 쓰일 예정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1년에 100회 이상 스페이스십을 발사해 본격적인 우주 개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성공하면 우주 개발의 신기원을 여는 것인 만큼, 전세계 언론은 물론이고 전세계 네티즌들의 관심 역시 집중됐다.
그러나 가장 큰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암호화폐 투자자들.
알렌 에버하트는 암호화폐의 아이콘 같은 인물.
특히 그는 비글코인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비글 파더’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다.
-(속보) 스페이스십 발사 앞두고 비글코인 떡상 중!-코인도 같이 가나?
-비글 투 더 마스!
-지금이라도 비글 들어가야 하나?
-에버하트 형! 비글코인으로 우주여행 결제 가능한 거 맞지?
-화성 가즈아!
-내 코인도 같이 가즈아!
* * *
[(WST) 스페이스십 발사 실패!](전략)
스페이스십의 발사는 현지 시간 08시 12분에 이뤄졌다.
최종 점검이 끝난 뒤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스페이스십은 불꽃을 내뿜으며 수직으로 솟구쳐 올랐다.
수천 명의 관람객은 이를 보며 환호했다.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륙에 성공했지만, 발사 순간부터 슈퍼 헤비 부스터의 랩터 엔진 3개 정도가 작동하지 않았다.
고도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엔진 몇 개가 더 꺼졌고, 부품들이 떨어져 나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
이후 1분가량 더 상승했지만, 기체가 무게중심을 잃고 회전했고 고도가 하락했다.
결국 스페이스Z는 안전을 위해 FTS(발사 중단 시스템)을 가동해 스페이스십을 자폭시켰다.
현재 정확한 실패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스페이스Z와 FAA(미국 연방항공청)는 잔해 수거와 실패 원인에 대해 합동조사에 나섰다.
(중략)
스페이스십 폭발 직후.
알렌 에버하트 CEO는 ‘우리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켓을 발사하는 것이었고, 이는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멋진 날입니다. 모두 잘했어요. 이번 발사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라고 말했고, 직원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발사를 보기 위해 직접 스페이스베이스를 찾아온 사람들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다음 발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 * *
[스페이스십 발사, 4분 20초만에 폭발!] [에버하트 CEO, 충분한 데이터를 얻었다며 자축!] [스페이스Z, 다음 발사는 연내 이뤄질 것!]스페이스십 발사 실패 사실은 전세계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오우! 스페이스십 박살!
-화성 간다고 설레발칠 때부터 알아봤음.
-사진 웃기네. 알렌 에버하트 시무룩~
-아! 그동안 에버하트 나대는 거 꼴 보기 싫었는데, 기분 좋다.
-ㅋㅋㅋ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인간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다가 실패한 사람을 비웃는 세상.
-원래 아무것도 안 하면 실패도 안 함. 니들은 좋겠다. 평생 실패할 일 없어서.
-맞아. 도전이라도 해본 게 대단한 거지.
-이번에 실패 경험을 쌓았으니 다음에는 성공하지 않을까?
-로켓 한 번 터졌다고 그만할 거였으면, 스페이스Z는 시작도 못 하고 망했음.
-멋지다, 에버하트! 브라보!
-그래서 내 비글코인은 언제 오름? ㅜㅜ
* * *
그날 저녁.
발사장 근처에 마련된 캠핑장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스페이스Z 직원과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웃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난 선우에게 물었다.
“어때, 오기를 잘했지?”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오니까 좋네.”
“거봐.”
도시에만 있다가 탁 트인 대자연을 마주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래서 사람들이 캠핑을 하는 모양이다.
“좋은 생각이 났어.”
“뭔데?”
“RTS 게임을 우주 함대전 콘셉트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괜찮을 것 같네.”
선우는 머릿속으로 게임을 구상하는 듯했다.
얘는 자나 깨나 게임 생각뿐이구나.
세나는 친구들과 바비큐를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데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나는 종이접시에 담은 고기를 나에게 가져왔다.
“이것 좀 먹어봐, 오빠. 내가 일부러 맛있는 부위만 골라서 담았어.”
“땡큐.”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살짝 빨갛다.
“재밌어?”
“응. 너무 좋아. 애들도 다 고맙대. 우리 오빠 최고!”
동생 입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왠지 뿌듯하다.
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지.
세나는 살짝 아쉽다는 듯 말했다.
“폭발한 게 좀 아쉽네. 우주로 날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우주여행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졌지?”
내 말에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이야? 알렌 아저씨 말 못 들었어? 이번 실패를 발판 삼아 다음에는 꼭 성공할 거라고 하잖아. 나중에는 화성 여행도 갈 수 있대.”
“…….”
이 정도로는 내 동생의 꿈을 꺾을 수 없는 건가?
세나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나중에 오빠랑 같이 달에 가면 좋겠다.”
“응? 나는 왜?”
지구에서 잘살고 있는 나는 왜 데려가?
“띵커바웃. 남매가 달에 가는 건 최초일 거 아니야? 기네스북에 오를 수도 있어.”
“으음.”
일리가 있는데.
남매끼리 거기를 왜 가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은 뭐 할 거야? 설마 바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
“내일 하루는 관광하고, 모레 돌아가.”
“진짜?”
“어차피 주말이잖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하루 오스틴 관광시킨 다음, 집으로 보내면 되겠지.
“나 가보고 싶은데 있어!”
“어디?”
“티슬라 공장. 알렌 아저씨에게 얘기해서 구경시켜주면 안 돼?”
“흐음.”
오스틴에는 티슬라의 본사이자, 가장 큰 공장이 있다.
온 김에 구경하러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한번 얘기해 볼게.”
“응응.”
세나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소진이와 조유경, 박예진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오빠.”
“너무 재밌었어요.”
“오늘 일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난 애들에게 말했다.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사진 찍은 건 절대 어디 올리거나 하지 말고.”
“네!”
세나와 친구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파티를 즐겼다.
잠시 후, 트리시가 다가왔다.
스페이스십 폭발 직후, 트리시는 다른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브리핑에 참석하고, 취재와 인터뷰를 하러 돌아다녔다.
그래서인지 잔뜩 지친 모습이었다.
난 조금 전 세나에게 받은 접시를 내밀었다.
“이것 좀 먹어요. 맛있는 부위만 골라 담았어요.”
“아! 고마워요.”
그녀는 고기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하아!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언론들 반응은 좀 어때요?”
“다들 아쉬워하며, 다음 발사를 기대하고 있어요.”
트리스와 얘기를 나누는데, 한 남자가 다가왔다.
다름 아닌 알렌 에버하트다.
그는 나에게 맥주병을 내밀었다.
“좀 걸을까?”
“그러죠.”
우리는 맥주병을 든 채 그와 함께 잠시 주변을 걸었다.
난 병에 입을 대고 맥주를 마셨다.
방금까지 얼음통 속에 있었는지 맥주는 목구멍이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웠다.
한동안 말없이 걷던 알렌은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았어.”
“맞았다니요?”
“아직 결과가 확실하게 나온 건 아니지만 발사대 문제일 가능성이 커. 발사대 지반이 박살 나며 파편에 맞아 엔진 등 여러 장치가 손상을 입은 모양이야.”
발사대는 스페이스십이 내뿜는 고온의 열기와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지반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둥그렇게 파였고, 파편이 사방으로 날리며 스페이스십과 주변 시설물에 큰 피해를 입혔다.
잔해는 멕시코만에 떨어졌고, 수거 작업 중이다.
이를 수거해 분석하면 정확히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알렌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발사대가 문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난 적당히 둘러댔다.
“오기 전에 관련 자료를 좀 찾아봤어요. 많은 전문가가 그 부분을 지적했던데요. 알렌도 알고 있었잖아요.”
내 말에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예상하고 있었지.”
발사대는 로켓이 발사할 때의 충격을 그대로 받는다.
때문에 고열과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로 제작하고, 추진가스를 분산시켜주는 화염 트렌치와 냉각수 분사 장치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스페이스베이스 발사대는 화염 트랜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3년 전, 스페이스베이스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는 투윗을 올렸다.
[스페이스베이스에 화염 트렌치를 설치하지 않은 게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를 바라야지.]그런데 이번에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후회하나요?”
내 물음에 알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후회하지는 않아. 로켓 발사에는 수많은 리스크가 존재해. 만약 그 모든 리스크를 완벽하게 해결하려 했다면, 스페이스Z는 지금까지도 설계도만 뜯어고치고 있었을 거야.”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리스크는 최대한 없애는 게 좋다.
하지만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는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일단 해보는 것을 택했다.
“어떤 리스크는 무시해도 좋지만, 어떤 리스크는 반드시 해결해야 해. 그러나 이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지. 가장 빠른 건 해보고 실패하는 거야.”
“빨리 실패하는 게 빨리 성공하는 길이라는 건가요?”
“맞아. 이번 일로 많은 것을 얻었으니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발사는 성공이라 할 수 있어. 애초에 발사 자체가 목적이었으니까.”
그는 결국 스페이스십을 달에 보내는 것에 성공한다.
덕분에 인류는 다시 달을 밟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정말로 화성까지 가게 될지도 모르지.
알렌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꺾어 하늘을 보았다.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우주가 이렇게 드넓은데 인간이 가본 곳이라고는 겨우 달뿐이야. 우리는 더 먼 곳으로 가야 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인류가 화성에 가지 못한다면 크게 실망할 거야.”
“어째서 화성에 가려는 건가요?”
내 말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
난 피식 웃었다.
알렌 에버하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이런 사람이기에 전기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화성까지 갈 수 있는 거대 로켓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난 맥주병을 내밀었다.
“성공한 걸 축하해요.”
“고마워.”
우리는 맥주병을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