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20
620화. 스페이스십 (4)
세나와 친구들은 스페이스Z 직원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알렌 에버하트가 초청한 손님인 만큼, 직원들은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세나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오기 잘했지?”
친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무 좋아.”
“알렌 에버하트랑 사진도 찍고.”
“진짜 말도 안 돼. 이게 꿈은 아니지?”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설마 뉴스와 인터넷에서나 보던 알렌 에버하트를 직접 만나고, 스페이스십 발사를 보게 될 줄이야!
아마 오늘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번 발사할 때 또 오자.”
“진짜?”
“응. 내가 오빠한테 얘기할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친구의 오빠 덕분.조유경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미루 오빠가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였다니.”
컨티뉴 캐피탈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투자사.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수많은 투자를 성공했으니까.
“이번에 컨티뉴 캐피탈이 주가 조작을 밝혀냈던데.”
“아! 맞아. 정창민이 투자했는데 사기였다며?”
“혹시 그것도 미루 오빠가 밝혀낸 게 아닐까?”
박예진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미루 오빠는 어떻게 컨티뉴 캐피탈 CEO가 된 거야?”
세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나도 잘 몰라.”
사실 세나 역시 오빠가 공동 CEO라는 사실만 알지, 그 외에 자세한 건 알지 못했다.
특히 컨티뉴 캐피탈이 오빠의 개인 회사고,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미루 오빠는 여자친구 있겠지?”
“그럼. 없을 리가 없지. 주변에 예쁜 언니들도 많잖아. 모델이나 연예인이랑 사귀고 있을지도 몰라.”
조유경은 저 멀리서 트리시와 얘기를 나누는 한미루를 슬쩍 보며 말했다.
“혹시 저 기자 언니랑 사귀는 거 아닐까?”
“그러게. 아까부터 계속 같이 붙어있는 것 같던데.”
박예진은 정소진에게 물었다.
“너가 보기에는 어때?”
“그, 글쎄.”
사실은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는 중이었다.
정소진은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나도 미루 오빠랑 얘기하고 싶은데.’
아까부터 다가가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었다.
어느새 주제는 한미루의 여자친구에 대해 옮겨붙었다.
“그러고 보니 지유 언니랑도 자주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응. 자주 만나.”
세나는 지유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혹시 지유 언니가 우리 오빠를 좋아하나?’
예전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윤아 언니도 있구나. 과연 누가 내 새언니가 될까?’
* * *
다음 날.
알렌은 새벽에 먼저 휴스턴으로 떠났다.
휴스턴에는 NASA의 존슨 우주 센터가 위치해있고, 이곳에서 미국의 모든 유인 우주 계획을 총괄한다.
스페이스Z가 보카치카 해변에 발사장을 짓기 전까지, 미국 우주산업의 중심지였다.
알렌은 이곳에 가서 NASA 측과 향후 발사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리고 트리시는 뉴욕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뉴욕에는 언제 올 거예요?”
“LA 쪽 일 끝내고 갈게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얼른 와요.”
트리시와 작별한 뒤, 우리는 전용기를 타고 오스틴으로 이동했다.
텍사스 주도 오스틴.
온화한 날씨와 양질의 일자리 덕분에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 LA, 시애틀, 뉴욕 등을 제치고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되었다.
이곳에는 첨단산업이 몰려있고, 그 중심에는 티슬라가 있다.
원래 미국 자동차생산의 중심지는 디트로이트.
미국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몰려있어서 모터 시티(Motor City)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제는 텍사스가 그 뒤를 바짝 쫓는 중이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로 넘어갔음을 의미했다.
오스틴에 온 김에 우리는 티슬라 공장을 구경했다. 알렌 에버하트 덕분에 내부까지 견학할 수 있었다.
이래서 유명인과 친하면 좋은 것이다.
우리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공장을 둘러보았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적 있지만, 거대한 공장 안에서 줄을 지어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우와! 엄청 신기하다.”
“로봇이 일하고 있어.”
“차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흔히 티슬라의 기술력을 얘기할 때 배터리와 자율주행을 꼽는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티슬라는 생산 과정에서의 혁신도 이뤄냈다.
사실 차를 잘 만드는 것과 이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많은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티슬라가 이 지점에서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다. 이때 티슬라가 망할 거라는 보고서가 쏟아져나왔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얼마 없었다.
그러나 알렌 에버하트는 보란 듯이 이를 해냈다.
그 이전에 헨리 포드는 최초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는 100여 년 간 자동차 업계의 표준이었다.
그런데 티슬라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기존 컨베이어 벨트 대신 무인운반차량에 차체를 얹어 조립하는 방식이다.
컨베이어 벨트에서는 조립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라인 전체가 멈춘다. 그러나 AGV는 결함 있는 차체만 라인 밖으로 빼내면 그만이다.
또한 나중에 신규 차종을 만들 때도 라인 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마디로 생산 유연성과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메가캐스팅이라는 기법을 도입하여 섀시를 통째로 찍어내면서 조립과 용접에 드는 시간을 단축했다.
덕분에 티슬라는 생산 속도와 비용 면에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압도했다. 현재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 역시 티슬라의 방식을 따라 이를 도입하는 중.
그야말로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바꾸어놓은 셈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기존에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끝없이 의문을 제기했다.
‘어째서 전기로 가는 자동차는 만들지 않지?’, ‘어째서 우주 개발에 나선 기업은 없는 거지?’ 등등.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의 99퍼센트는 사기꾼이다.
알렌 에버하트 역시 실패했다면 사기꾼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했고,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투위터만 안 했으면 말이지.”
“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
신은 알렌 에버하트에게 티슬라와 스페이스Z를 줬지만…… 하필 투위터까지 줬다.
세나는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오빠 덕분에 티슬라 공장도 구경하네.”
“좋아?”
“응. 내 차가 여기서 이렇게 만들어졌다니 너무 신기해.”
“아니…….”
니 차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만들어졌어.
* * *
티슬라 공장 견학을 마친 뒤.
세나와 친구들은 가이드와 경호원을 붙여서 관광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그사이 난 오스틴에 있는 다른 회사를 방문했다.
흰색 수염을 멋지게 기른 노년의 신사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게 얼마 만인가? 드디어 와줬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그의 이름은 피터 테일러.
바로 세계 최대 호텔 체인 블랙우드 인터내셔널의 회장이다.
그동안 몇 차례 회사에 놀러오라고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왔다.
그래서 이렇게 오스틴에 온 김에 들른 것이다.
“발사장에 초대를 받은 걸 보니, 에버하트 CEO와 친한 모양이군.”
“일 때문에 연락하는 사이예요.”
“하하!”
우리는 앉아서 차를 마시며 지난 일들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블랙우드 인터내셔널은 여전히 잘나가는 중.
특히 숙박공유시장 진출은 큰 성과를 냈다. 블랙우드 호텔의 고객들은 기꺼이 자신의 별장, 요트, 전용기의 관리를 맡겼다.
덕분에 고가 시장에서 확실히 에어비앤씨를 따돌렸고, 본업인 호텔 역시 계속해서 럭셔리한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다.
주가 역시 계속 상승 중이라, 이사회와 주주들도 만족하고 있다.
“아! JRB카드는 유효기간 없이 평생 쓸 수 있도록 해주겠네.”
“그래도 되나요?”
테일러 회장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물론이지. 이사회에서 안 된다고 하면 내 사비로라도 내주겠네.”
하긴, 내가 주가 상승에 이바지한 걸 생각하면, 그 이상 해줘도 충분하다.
테일러 회장은 나를 보며 말했다.
“자네의 행보는 즐겁게 지켜보고 있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치기 어린 젊은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느새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성장했군.”
난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런 말씀을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크네.”
이런 말을 들으니, 더욱 밑천 떨어지기 전에 빨리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놀러 오게.”
“알겠습니다.”
* * *
하루 동안의 관광이 끝난 뒤.
세나와 친구들은 퍼스트클래스에 태워 집으로 보냈다.
“오빠랑 헤어지려니 너무 아쉽다. 오빠랑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세나는 은근슬쩍 달라붙으며, LA로 따라가고 싶다는 뜻을 어필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엄마가 너 학교 가야 한다고 당장 보내래.”
“치잇!”
튀어나온 입술을 보내 찰싹 때리고 싶다.
“집에 가면 효도 열심히 하고.”
“걱정 마. 내가 또 효도 전문가니까.”
효도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으실 것 같다.
세나의 친구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오빠.”
“그래. 다음에 또 보자.”
애들을 먼저 비행기에 태워 보낸 뒤.
난 선우와 함께 전용기를 타고 LA로 향했다.
* * *
텍사스 오스틴에서 출발한 우리는 약 3시간 후 LA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바로 아이스스톰으로 향했다.
아이스스톰으로 가는 이유는 또 하나의 대작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
바로 메피스토5.
메피스토는 스타스페이스, 월드 오브 워로드, 오버클락과 함께 아이스스톰의 4대 IP 중 하나.
1편이 나온 게 무려 25년 전이니, 역사와 전통이 깊은 게임이다.
그만큼 팬들도 많고.
오버클락2가 대성공을 거둔 만큼, 뒤이어 나올 메피스토5에도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메피스토5가 나오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 사건사고도 있었고.”
“님폰없?”
“응.”
메피스토는 4편 이후 한참 동안 신작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아이스스톰의 연례 게임 행사인 스톰컨에서 새로운 메피스토 시리즈의 발표가 있을 거라는 소식이 흘러나왔고, 게이머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행사에 참가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실제로 메피스토의 새로운 시리즈가 발표됐다.
제목은 ‘메피스토 인피니티’.
보통 신작 게임 발표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지만, 정작 분위기가 싸해졌다.
왜냐하면 메피스토 인피니티는 메피스토 정식 넘버링인 5편이 아닌, 외주 제작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이었기 때문.
이에 메피스토 팬들은 단체로 멘붕에 빠졌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발표에 나선 개발자들 역시 당황했다.
이때 발표를 맡은 개발자가 ‘여러분들은 핸드폰도 없나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라는 발언을 했다.
자기 딴에는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농담을 한 거였지만…… 안 그래도 싸늘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래서 사람은 분위기 파악을 잘해야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 발언은 지금까지도 게임계 10대 망언 중 하나로 당당하게 박제되었고, 지금도 밈으로 쓰이고 있다.
“그것도 벌써 5년 전 일이네.”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위기를 딛고 드디어 메피스토5가 출시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