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22
622화. 표현의 자유 (2)
네오나치 같은 극단주의 세력은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이들의 세력은 광범위하게 뻗어있고, 인터넷상에는 이들의 행동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니 문제가 제기되었어도 최대한 조용히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강선우가 전면 대응을 선언하는 바람에 사태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게이머들은 이러한 강선우의 대처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스템하우스에서 외주 애니메이션 제작을 총지휘하던 애니메이터가 매드맨 회원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게이머들은 즉시 스템하우스에서 제작한 모든 게임 영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스템하우스에서 제작한 거의 모든 제작물에서 갈고리 손가락 모양이 발견됐다.
-대체 얼마나 저 지랄을 해놓은 거야?
-이건 뭐 파도파도 끝이 없나?
-이전에도 몇 번 이상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흐지부지 넘어갔음.
-그때 제대로 했으면 이번 일은 없었겠지.
-게임에 분탕질 치는 놈들은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
-오랜만에 게임사가 제대로 대응하는 거 보네.
-진작 이렇게 했어야지.
-다른 게임사들은 뭐하고 있냐?
-니들은 놀고 있냐?
* * *
아이스스톰은 공표한 대로 스템하우스에 의뢰한 모든 작업물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그러자 오버클락2, 월드 오브 워로드, 히스스톰 등에서도 매드맨의 심벌인 갈고리 손가락 모양이 줄줄이 발견됐다.
선우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아오! 이 새끼들! 대체 얼마나 집어넣은 거야!”
개중에는 우연이라고 할 만한 것도 있지만,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것이 상당수다.
기가 막힌 건 딱 한 프레임에만 갈고리 손가락 모양을 집어넣은 것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보통 1초에 24프레임이니,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선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뭐가?”
“대체 이걸 왜 집어넣은 거야? 아무도 눈치 못 채면 의미가 없고, 누군가 눈치채면 지금처럼 난리가 날 텐데.”
그 말대로다.
하지만 세상에는 별 의미 없는 짓에 힘을 쏟는 놈들도 있기 마련.
“이렇게 될 줄은 몰랐겠지.”
설마 일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당사자도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대충 우연이라고 우기며 넘어갈 생각이었을 텐데…… 하필 투위터에 남긴 글 때문에 매드맨 회원이라는 게 딱 걸렸다.
이래서 현명한 사람은 투위터를 멀리 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투위터 오너부터 좀 투위터를 멀리 해야…….
“어쨌거나 걸렸으니 철저하게 응징해주자.”
그래야 앞으로는 다른 놈들도 비슷한 짓거리 할 생각 못 하겠지.
메이저 게임사라 할 수 있는 아이스스톰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서자, 다른 게임사들 역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직장인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게임사 직원들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우리 회사 지금 비상 걸림. 휴가 간 직원들까지 전부 복귀해서 야근 중.
-우리도 마찬가지야. 게임 개발 올스톱. 직원들 전부 모니터 앞에 앉아 영상 프레임 단위로 분석하고 있음.
-5년치 작업물 다 검증해야 함. 집에는 언제 가지?
-아오! ㅅㅂ놈들! 인종차별을 하든 혐오를 하든 혼자서 할 것이지, 대체 왜 남의 저작물에 이 지랄이야?
-이 새끼들은 그런 생각이 없음.
-이거 넣고 지들끼리 좋아서 시시덕거렸을 거 생각하니, 죽여버리고 싶다.
-그동안 네오나치에 대해 별생각 없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깨달음. 이놈들은 싹 쓸어버려야 함.
게시글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NS의 게이밍 사업부 수장 짐 스펜서.
그는 놀란 듯 물었다.
[스템하우스 측에서 영상 내에 몰래 혐오 손동작을 삽입했다는 게 진짜입니까?]“네. 지금 찾고 있는데, 줄줄이 나오는 중입니다.”
짐 스펜서 사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정말입니까? 그럼 우연이 아니라는 거군요.]“예. 맥스비전랑 퀸닷컴 게임들도 한번 조사해 보세요. 꽤 나올 겁니다.”
스템하우스 최대 고객은 맥스비전 스톰.
다시 말해 아이스스톰뿐 아니라, 맥스비전과 퀸닷컴의 영상과 일러스트도 도맡아서 제작했다.
[그래야겠군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당황스럽네요.]“차라리 잘 됐잖아요. 지금 발견해서 다행이지, 나중에 발견했으면 수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었을 테니까요.”
[그나마 게임사 내에서가 아닌 외주 제작사가 벌인 일이라 다행이네요.]인종차별이나 혐오 표현은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다.
일부 무지성적인 인간이야 이런 걸 좋아할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멀쩡한 사람들은 이를 경멸한다.
“네.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죠.”
* * *
게임사들이 아이스스톰과 보조를 맞춰서 네오나치 색출에 나서자,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례가 적발됐다.
콜 오브 아너에 참여한 한 성우는 ‘삶은 나약함을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매드맨에서 제작한 점퍼를 입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노트에 올린 게 밝혀져서 바로 해고됐다.
-대체 저 점퍼가 뭐가 문젠데?
-저걸 만들어서 판매한 사이트가 문제라는 생각은 안 듬?
-그리고 저 문구는 나치 구호임.
-ㅋㅋㅋ나치 선언.
-ㅇㅇ 게이머들은 너의 능지의 나약함을 용서하지 않아.
-제발 뇌가 있으면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매드맨 회원임이 밝혀지거나, 네오나치 관련 투윗을 올리거나 리투윗한 이들은 재빨리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 역시 만만치 않았다.
‘미키가이’라는 닉네임을 지닌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는 투위터에 글을 올렸다.
[게임 업계에서 매드맨을 퇴출하겠다고?난 매드맨 친위대 계급 회원이고, 내가 퍼스트 차일드 게임에서 작업한 캐릭터는 레이첼, 아리아나, 사만다, 스타젠, 라제시다.
매드맨 싫다는 놈들은 어디 내가 그린 캐릭터 일러스트 다 내려달라고 게임사에 난리쳐 봐라.
과연 내 작업물을 다 삭제하고도 게임이 멀쩡히 운영될 수 있을 것 같냐? ㅋㅋㅋ]
그러자 퍼스트 차일드 게임 운영사인 데온게임즈는 바로 공지를 냈다.
[안녕하세요, 데온게임즈입니다.유저들의 제보로 추가로 논란이 발생될 여지가 있는 이미지를 확인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미키가이가 본인 스스로를 네오나치라고 밝힌 관계로 관련 일러스트를 전부 삭제했습니다.
다만, 교체가 필요한 작업물을 완전히 파악해 전부 삭제하고 교체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니, 유저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혐오주의자가 제작한 제작물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공지와 함께 데온게임즈는 미키가이가 작업에 참여한 수백 장의 일러스트와 영상을 일제히 삭제했다.
그러자 미키가이는 다시 투윗을 올렸다.
[퍼스트 차일드에서 작업한 5년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다. 그동안 내가 한 모든 작업물이 단 몇 분 만에 전부 삭제됐고, 게임업계에서 하던 모든 작업과 의뢰가 전부 취소됐다. 이제는 이 업계에서 구직활동도 불가능해졌고, 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업계의 의리를 이렇게 저버리다니!부디 해당 게임들을 불매해주기를 바란다.]
이후로도 억울하다는 투윗이 계속해서 올라오자, 유저들은 어이없어했다.
-니가 삭제하라며?
-그래서 삭제했습니다!
-지가 삭제할 테면 삭제해 보라고 하더니, 진짜로 삭제하니까 업계의 의리가 어쩌구 이 지랄ㅎㅎ
-ㅋㅋㅋ 하라면 못 할 줄 알았냐?
-지 없으면 게임사가 안 돌아가는 줄 암~
-조용히 있을 것이지. 진짜 대가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네오나치 능지 수준 ㅅㅂ
-이쯤 되면 얘들 대가리는 장식 아니냐?
-병 형신이야?
-데온게임즈 응원한다!
* * *
스템하우스는 미국 최대의 게임 외주 전문 애니메이션 제작사.
이곳에 트레일러와 인게임 영상, 일러스트 등을 의뢰한 게임사가 수십 곳인 만큼, 미국 게임 업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스템하우스는 에이튜브에 공개했던 영상들을 하나둘씩 비공개 처리했다.
하지만 논란이 점점 커지자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페이스노트와 투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스템하우스는 게임 업계에서 손꼽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계약은 전부 취소됐고, 이미 진행 중인 작업과 다 만들어놓은 영상의 공개마저 중단됐다.
아이스스톰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입장을 밝히라는 공문을 보냈다.
제작사 입장에서 이를 쉽게 인정하기는 힘들었다.인정하는 순간,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스템하우스입니다.지금 불거지고 있는 갈고리 손가락 논란에 대해 당사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자체 조사 결과 이러한 손동작은 어디까지나 우연에 불과하고, 또한 혐오의 의도를 지녔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해당 애니메이터 역시 어떠한 의도도 없었고, 움직임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 진술했습니다.
또한 트위터에 쓴 글들은 그저 친구들과 소통하던 도중 장난으로 올린 것이며, 본인은 매드맨에 가입한 적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불링이 계속되고 살해 위협 등이 있는 관계로 문제가 된 애니메이터는 책임을 지고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오해해서 비롯된 일이지만, 많은 게이머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해당 부분에 대해 더 큰 주의를 기울일 것이며, 사태 수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 * *
[게임 업계, 네오나치 퇴출 운동!] [갈고리 손가락 모양, 무엇이 문제인가?] [스템하우스와 애니메이터 ‘렉터’, 혐오 손동작 고의성 강력 부인!] [매드맨은 어떤 곳인가?]미국에서 터진 이 사태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강선우가 한국인인 만큼, 한국에서도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유명 게임 스트리머 백금호는 라이브 방송에서 말했다.
“게임 일러스트와 영상에 은근슬쩍 혐오 상징이나 동작을 집어넣는 행위는 한국에도 몇 번 있었어. 게이머들이 여러 차례 항의했는데도 그때마다 대충 넘어갔지. 그런데 이번에 아이스스톰 대처하는 걸 보니 속이 다 시원하네.”
시청자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이것도 게임 검열 아니야?] [미국 내에서도 엄청 논란인 모양인데.] [그냥 우연히 갈고리 손가락 모양이 들어간 거라는 얘기도 있고.] [아이스스톰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님?]백금호는 코웃음을 쳤다.
“우연은 개뿔. 우연히 매드맨을 상징하는 갈고리 손가락 모양이 영상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해당 애니메이터가 매드맨이라고? 좋아하는 게임에 혐오 묻는 게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분 더러운 일인지 알아? 저런 놈들은 철저하게 박살내야 해. 강선우 대표님 응원합니다!”
* * *
네오나치는 국수주의, 민족주의, 백인우월주의 성향을 띄고 있는 만큼, 이들의 사상에 동조하거나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때문에 게임 업계가 네오나치를 뿌리 뽑는 것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생겨났다.
아무래도 인종차별과 혐오 표현을 정당화하기는 힘드니, 대부분 표현의 자유를 걸고 넘어졌다.
-지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냐?
-특정 사상을 지녔다고 직원을 해고하는 건 헌법 위반이다!
-이는 거대 글로벌 게임사의 횡포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다니!
-게임사들은 창작자들의 사상을 존중하라!
-갈고리 손가락 모양 좀 했다고 난리 치는 거 보니, 유색인종이라는 것에 자격지심이 있는 모양이네 ㅋㅋㅋ
-민족주의가 대체 뭐가 나쁘다고 이 지랄인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국력은 방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공격에 있다!
-아이스스톰 앞에서 시위를 열어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하일 매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