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28
628화. 유디티 (3)
유디티는 게임 엔진 시장의 독과점 기업.
이미 시장을 장악한 만큼, 반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일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난 탐 스콧 CEO에게 말했다.
“이번 요금제 개편이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내 말에 그는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입니까?]“네. 그리고 이건 기회죠.”
[기회요?]유디티 엔진과 써릴 엔진은 게임 업계 양대 엔진이자 라이벌로 손꼽힌다.
유디티 엔진은 초보자, 소규모 제작, 모바일, 2D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써릴 엔진은 숙련자, 대규모 제작, 콘솔과 PC, 3D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성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각자의 분야에서 파이를 나눠 먹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유디티 엔진은 점점 대규모 게임을 지원하고, 써릴 엔진은 소규모 게임을 지원하는 만큼, 서로 겹치는 파이가 늘어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의 삽질은 이쪽에는 좋은 기회다.
“유디티는 지금 최악의 수를 둔 거나 다름없습니다. 한국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탐 스콧 CEO는 내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맞춰서 대책을 준비하겠습니다.]* * *
선우는 산하 스튜디오를 비롯해 이곳저곳과 연락을 하고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참 동안의 통화를 끝낸 선우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아오! 진짜 이 미친놈들!”
“유디티 하나 때문에 진짜 난리네.”
“그동안 유디티 엔진 의존이 너무 심했어.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설마 이 지랄을 할 줄이야.”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현실이 더한 법이지.”
“NS랑 소뉴는 뭐래?”
짐 스펜서 사장과 필 라이언 사장과는 내가 통화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쪽도 산하 게임사들이 전부 관련되어 있으니까. NS는 게임퍼스트 문제도 걸려 있고.”
게임 개발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훑어보니, 그쪽은 이미 쌍욕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이들이 이렇게 분노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선우는 이를 갈 듯 말했다.
“가격을 올린 것도 문제지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요금을 개편한 게 더 큰 문제야.”
써릴 엔진의 경우 매출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다.
100만 달러 이하 매출에 대해서는 무료, 그 이상은 5퍼센트다. 그리고 레전드스토어에서 판매할 경우 이 사용료를 면제한다.
반면, 유디티 엔진은 개발자 1인당 구독료를 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게임사의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데, 월 50달러에서 200달러 수준. 구독만 하면 이후 게임 매출이 얼마가 되든 따로 요금을 받지는 않는다.
차라리 이 구독료를 올리겠다고 했다면 반발이 덜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디티가 택한 건 런타임 요금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경우, 다운로드 횟수당 0.2달러씩을 내야 한다.
“그나마 PC와 콘솔 패키지 게임이라면 이해가 돼. 이쪽은 다운로드 수가 곧 판매량이니, 사실상 매출에 대해 사용료를 매기는 것과 비슷하고. 그런데 모바일 게임은 다운로드 수와 매출이 별 관련 없는 경우가 많단 말이야.”
예를 들어 유디티 엔진으로 개발한 저예산 퍼즐 게임과 고예산 P2W MMORPG가 있다 치자.
똑같이 100만 번씩 다운로드 됐어도 두 게임의 매출은 천지차이다. 그런데도 유디티의 개편 요금제대로라면 똑같이 20만 달러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런타임 요금제의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기존 ‘개발자 1인당 구독 요금제’를 ‘다운로드 횟수당 요금제’로 바꾼 게 아니라는 것.
구독 요금제는 그대로 둔 채, 다운로드 횟수당 요금제만 추가했다.
“게다가 이 미친놈들이 그 요금제를 앞으로 출시될 게임뿐 아니라, 기존에 유디티 엔진으로 제작한 모든 게임에 대해 소급 적용하기로 했어.”
다시 말해 5년 전 발매한 게임이라도 향후 다운로드 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게임사들은 혼란 그 자체였다.
기존에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게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만들 게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중이다.
한창 유디티 엔진으로 개발 중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
선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까 보니까 짐 슈나이더 편집장이 투위터에 ‘유디티가 게임 업계에 핵폭탄을 투하했다’라고 올렸더라.”
“그래? 너도 답글 하나 달아.”
“뭐라고?”
“유디티가 게임판에 똥을 싸지르고 있는데, 누가 굵고 단단한 막대기로 저 구멍 좀 틀어막아 보라고.”
“…….”
선우가 다시 일을 하러 간 사이, WST 기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트리시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어떻게 미루가 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거예요?]난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제가 뭘 했다고…….”
이러다가 나중에 연쇄살인이 일어나도 나 때문이라고 하겠는데?
뭐, 나 때문에 좀 더 일찍 벌어진 것 같긴 하다만…….
[나중에 전기 쓸 때 이 내용들 다 넣으려면 한 권으로는 어림도 없겠는데요.]“그러게요.”
나중에 전기를 읽을 독자들의 독서 피로를 덜기 위해서라도 역시 외동으로 설정해서 한세나 분량은 빼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번 일이 그렇게 큰일이에요?]“그럼요.”
사실 게임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이번 일이 그렇게 심하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유디티 엔진은 게임 업계에서 필수재나 다름없어요. 구블이 갑자기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안드로메다에 비용을 받겠다고 하는 거랑 비슷하죠.”
난 런타임 요금제의 문제점과 개발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트리시시는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아하! 그래서 다들 강하게 반발하는 거군요.]“그런거죠.”
하지만 이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럼 대체 왜 유디티는 이런 이상한 방식으로 요금제를 개편한 건가요?]“가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죠.”
[뭔데요?]“첫째는 이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유디티 엔진은 소규모 게임과 모바일 게임 개발에 적합하다.
물론 그중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는 대박 게임이 적지는 않지만, 그 숫자가 써릴 엔진으로 만든 게임과 비할 바는 아니다.
따라서 매출보다는 다운로드 횟수에 요금을 매기는 편이 수익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둘째는요?]“둘째는 아마도…….”
* * *
유디티는 세계 최대의 게임 엔진 개발사.
게임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시총은 4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주가가 오른 것에는 경쟁사와의 비교 역시 한몫했다.
유디티의 경쟁사를 꼽으라면, 모두가 레전드게임즈를 꼽을 것이다.
레전드게임즈의 주력 사업은 써릴 엔진.
써릴 엔진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진화해 현재는 게임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영상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갔다.
그러나 정작 레전드게임즈의 수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써릴 엔진이 아니다.
오히려 수익 비중으로 보면 첫째가 레전드스토어, 둘째가 나이트라이트, 그리고 셋째가 바로 써릴 엔진이다.
덕분에 비상장임에도 레전드게임즈의 기업 가치는 이미 1000억 달러를 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레전드게임즈의 성공을 목격한 만큼, 투자자들은 유디티 역시 비슷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유디티 엔진은 써릴 엔진에 비해 두 배 이상 점유율이 높다.
시장을 모바일 게임으로 한정한다면 점유율은 70퍼센트가 넘는다.
한마디로 모바일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장악한 셈.
플랫폼 기업들의 전략은 대체로 엇비슷하다.
먼저 최대한 낮은 가격 또는 무료로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자를 제거한다. 그렇게 시장을 독점한 다음 요금을 올려 수익을 낸다.
그러나 요금을 아무리 올린다 한들 현재 시총이 유지될 만큼의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었다.
때문에 오웬 라파엘로 CEO 모바일 광고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과거에는 TV와 신문이 중요한 광고매체였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이 가장 큰 광고매체로 올라섰다.
모바일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이는 만큼, 유디티는 오래 전 모바일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고, 얼마 전에는 독일의 애드테크 스타트업 소스브론즈를 50억 달러에 인수했다.
모바일 광고 시장을 장악한다면, 엔진 사용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분야의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엔플, 구블, 페이스노트 등의 빅테크 기업이다.
유디티가 아무리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라 해도 자본과 기술력 면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상대가 될 리 없다.
다행히 유디티는 게임 엔진이라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유디티 엔진으로 제작된 게임을 하는 인구는 전세계에 25억 명.
때문에 유디티가 바로 인게임 광고 시장을 타겟으로 잡았다.
이는 게임 안에 광고를 삽입해 게이머가 계속 플레이를 하거나 보상을 받고 싶으면 광고를 보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오웬 라파엘로 CEO는 런타임 요금제를 생각해냈다.
다운로드 횟수당 요금을 매기는 것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게임사에게 더 많은 돈을 걷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운로드 횟수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각종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맞춤형 광고에 적용할 수 있다.
‘에이튜브가 영상을 통한 광고 시장을 장악했듯, 유디티는 게임을 통한 광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거야.’
만약 유디티가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으로 전환에 성공한다면?
기업 가치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새 요금제를 발표하자마자, 강력한 반발과 비난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오웬 라파엘로 CEO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우리 엔진으로 돈 벌어먹으면서, 정당한 대가를 내라고 하니 이렇게 난리를 친다고?’
애초에 그가 유디티의 CEO가 된 건 유디티 엔진으로 인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
그는 자신이 CEO가 되면 확실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이제 그걸 모두에게 보여줄 차례였다.
걱정하는 주요 투자자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하나를 뺏은 다음 하나를 더 뺏으려고 하면 화를 냅니다. 하지만 두 개를 뺏었다가 하나를 돌려주면 다행이라 생각하죠.”
분위기를 봐서 마치 개발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척, 올린 금액을 조금 깎아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기존에 유디티 엔진을 쓰던 게임사는 유디티 엔진을 쓸 수밖에 없을 테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테니.
오웬 라파엘로 CEO는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유디티 엔진 안 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