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39
639화. 레온 (4)
생일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밍 리우는 레온 라클레어와 붙어 다니며 친분을 과시했다.
파티장에 있는 유명 인사들은 반갑게 그와 인사를 나눴다. 이런 자리에 자주 왔는지 친분이 있는 사람도 여럿 있는 듯 보였다.
하기야 1만 달러짜리 샴페인을 쫙 깔고, 1000만 달러짜리 피카소 그림을 선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해지고 싶겠지.
코리는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파티는 어때?”
“재밌네요.”
“별로 즐기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에요. 충분히 즐기고 있어요.”
다만, 지인들과 함께 왔다면 더 재밌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세나와 친구들이 있었다면, 서로 손을 붙잡고 방방 뛰어다니지 않았을까?
아무리 화려한 파티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법이지.
물론 한세나와 같이 오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니고…….
“직접 만나보니 어떤 것 같아?”
“누구요?”
“밍 리우 말이야.”
아마 처음부터 이걸 묻고 싶었겠지.
“글쎄요. 인사만 했는데 어떻게 아나요?”
코리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 것 치고는 뭔가 눈치챈 것 같던데.”
역시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다.
난 대충 얼버무렸다.
“그냥, 투자자라고 하기에 좀 놀랐을 뿐이에요.”
“오늘 파티 비용도 전부 그가 냈다고 하더군.”
“진짜 돈이 많나 보네요.”
대체 돈이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쓸 수 있는 걸까?
여기서 중요한 건 돈이 많은 것과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거다.
“레온 라클레어는 어떻게 밍 리우를 만나게 된 건가요?”
“듣기로는 1년 전쯤 라스베이거스의 파티에서 만났다고 하더군.”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열린 파티에서 밍 리우가 먼저 접근해왔다고 한다. 당시 밍 리우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 투자를 위해 관계자들과 접촉하던 중이었다.
레온 라클레어는 10대 시절부터 톱스타였다.
수많은 사람이 접근해 왔을 테고, 꼭 나쁜 의도를 지니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밍 리우는 좀 달랐다.
만나자마자 아낌없이 돈을 썼다.
파티를 열고, 비싼 선물을 주고, 영화 제작에 거액을 투자했다.
레온 라클레어 입장에서 자신이 남에게 그렇게 해준 적은 있어도, 남에게 그런 호의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사람을 경계하던 그도 마음을 열고 밍 리우를 친구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생일에 100만 달러 넘는 샴페인을 쏘고 1000만 달러짜리 피카소 그림을 선물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마음을 활짝 열 것 같다.
그리고 밍 리우는 영화 업계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유명 인사로 등극했고, 모두가 그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유야 당연히 돈을 펑펑 쓰고 선물을 뿌렸기 때문.
주로 선물한 것은 고가의 그림과 슈퍼카.
한번은 클럽에서 만난 여배우에게 샴페인만 300만 달러어치를 쐈다고 한다. 이러니 사람들이 친해지려 하지.
“나한테도 꽤 친한 척했어. 선물도 보내고, 파티에도 여러 차례 초청했지. 지난번에는 자신의 요트에서 파티를 하니 오라고 하더군.”
“갔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안 갔지.”
“어째서요?”
코리는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느낌이 좀 께름칙해. 뭐랄까? 얽히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랄까?”
“동물적인 감각인가요?”
“비슷해. 격투기에서 중요한 건 상대를 판단하는 능력이지. 어떤 상대인지를 알아야 어떻게 싸울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
내심 좀 놀랐다.다른 사람은 다 밍 리우에게 호감을 보이는데, 혼자 경계심을 나타내다니.
사실 근육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코리는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르다.
그러니 프로레슬러로서나 배우로서나 성공할 수 있었겠지.
자기 사업도 열심히 하는 중이고.
“너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어?”
“그렇긴 해요. 좀 께름칙하긴 하네요.”
코리의 판단은 정확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밍 리우는 보통 인물이 아니다. 그가 벌인 일은 충격 그 자체니까.
“그런데 레온은 저 사람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럼 말해주지 그래요?”
“뭐라고 말해? 생긴 게 마음에 안 든다고?”
“음…….”
하기야 근거도 없이 그런 말을 했다가는 친구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로밖에는 들리지 않았겠지.본인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뭐라고 조언하기도 쉽지 않다.
“아무튼 저도 좀 관심이 생기네요.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코리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고마워.”
“뭘요.”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
설마 이런 곳에서 밍 리우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동안 여러 사건사고가 많았다 보니, 그의 존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 만난 덕분에 생각이 났다.
하마터면 잊고 지나갈 뻔.
“밍 리우에게 제가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라고 슬쩍 말해봐요. 어떤 반응을 보이나 보게.”
“오케이.”
코리는 다른 사람과 인사하러 갔고, 난 혼자 샴페인을 마시며 밍 리우를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웃으며 그와 대화를 나눴다. 다들 그의 환심을 사려 애쓰는 모습이다.
어느새 그의 옆에는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180쯤 되어 보이는 키에 작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어깨까지 기른 금발과 푸른 눈.
마치 바비 인형 같은 느낌의 전형적인 백인 미녀다.
통통한 체구의 키 작은 남성과 나란히 있으니 신기하다.
달라붙어 귓속말을 속삭이는 걸 보니 연인 사이인 듯하다.
별로 어울리지는 않아 보이지만…….
제인이 다가와서 물었다.
“누구를 보고 있어요?”
난 밍 리우 옆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여자 누군지 알아요?”
“네. 마리나 키스잖아요. 빅토리아 레이크 모델.”
빅토리아 레이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속옷과 향수 브랜드.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도 이 브랜드를 잘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모델들이 예쁘기 때문.
하나같이 키가 크고, 늘씬하고, 몸매가 좋은 미녀들이다.
빅토리아 레이크가 개최하는 패션쇼는 전세계 수천만 명이 시청하고, 여기 모델들은 웬만한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린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염문을 뿌리는 일도 잦다.
참고로 가장 많은 빅토리아 레이크 모델과 사귄 남자는 다름 아닌 레온 라클레어.
물론 25세 이하의 금발만 해당한다.
잘 사귀다가도 25세가 넘는 순간 칼 같이 헤어졌지.
“설마 마리나에게 관심 있어요?”
“아니요. 그냥 저 둘이 사귀는지 궁금해서요.”
“사귄 지는 꽤 된 모양이에요.”
제인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인지 모르겠는데, 얼마 전 생일 때 1000만 달러짜리 보석 세트를 선물로 받았대요.”
“오…….”
뭔 선물만 했다 하면 기본 1000만 달러다.
그 정도 선물을 받으면 없던 사랑도 생겨나지 않을까?
“진짜 돈이 많나 보네요.”
제인은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돈은 미루가 훨씬 많지 않아요?”
“제가요?”
“컨티뉴 캐피탈 CEO잖아요.”
“에이, 연봉은 얼마 안 돼요.”
참고로 내가 컨티뉴 캐피탈 소유주라는 것은 데이비드 록허트와 강선우밖에 모르는 사실.
다른 사람들은 월급쟁이 CEO 정도로 알고 있다.
“그리고 돈이 많은 것과 돈을 잘 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죠.”
이 정도면 돈지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말에 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생각해 보면 제가 아는 부자 중에서도 이 정도로 돈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저렇게 돈을 쓰는지 신기하네요.”
“뭐…….”
난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원래 내 돈 아니면 마음껏 쓸 수 있는 법이지.
* * *
코리 덩컨은 밍 리우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레온 라클레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
“고마워, 코리. 가족들은 잘 지내지?”
“그럼.”
코리 덩컨은 이어서 밍 리우에게 말했다.
“멋진 파티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밍 리우는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다들 재미있게 즐겨주시니 제가 다 기쁘군요.”
두 사람과 가볍게 얘기를 나누던 도중 코리 덩컨은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 목소리를 낮췄다.
“재밌는 사실 하나 말해줄까?”
“뭔데?”
“저 친구 말이야.”
코리 덩컨은 한미루를 가리켰다.
“컨티뉴 캐피탈 직원?”
“응. 그냥 직원이 아니라, 사실은 저 친구가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야.”
그 말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본인은 알려지는 것을 별로 원치 않는 모양이지만. 여기서도 아는 사람은 다리안과 나를 포함해 몇 안 돼.”
컨티뉴 캐피탈 CEO라면 모두가 데이비드 록허트를 떠올린다.
그런데 저렇게 젊은 동양인 청년이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라니!
밍 리우는 한미루를 보며 눈을 빛냈다.
* * *
잠시 후, 밍 리우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푸근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파티는 어떻습니까?”
난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칭찬했다.
“이렇게 멋진 파티는 처음입니다. 무엇보다 샴페인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하하! 제가 직접 고른 겁니다. 돌아가실 때 몇 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물론입니다. 들고 가실 수 있을 만큼 가져가셔도 됩니다.”
한 병에 1만 달러다.
이거 챙겨가서 팔기만 해도 몇 달은 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그보다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밍 리우는 새삼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랍군요. 록허트 대표님 외에 공동대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젊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난 겸손하게 말했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어차피 업무는 전부 록허트 대표님이 하시고, 전 조언만 해드리는 정도라서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죠. 어쩐지 매번 투자하는 것마다 성공한다 했는데, 한 대표님의 조언 때문이 아니었나 싶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난 슬쩍 말했다.
“그보다 저도 1IDM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글로벌 투자를 하고 있으시다고?”
“그렇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것 역시 그중 하나죠.”
그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중에 궁금한 것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 역시 그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밍 리우는 내 명함을 받고 다른 자리로 떠났고, 난 그의 명함을 본 다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파티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다리안은 나에게 말했다.
“내일도 촬영이 있어서 슬슬 가봐야겠군.”
“저도 이만 가야겠네요.”
코리와 제인도 같이 가기로 했다.
우리는 떠나기 전, 레온 라클레어와 인사를 나눴다.
“바쁘실 텐데 오늘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뭘요.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는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기회가 되면 컨티뉴 캐피탈에 한번 가보고 싶군요.”
“언제든 놀러 오세요. 록허트 대표님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정말요? 안 그래도 평소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제가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내 말에 레온 라클레어는 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럼 꼭 방문하겠습니다. 조만간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네. 저도 그렇습니다.”